‘설설 끓는’ 최순실 저주설 내막

손석희까지…다음 차례는 누구?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2017년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청문회 스타로 주목받았던 이용주 의원의 음주운전, 국정 농단 사건 제보자 고영태의 구속, 태블릿 PC의 존재를 밝힌 손석희 JTBC 대표의 폭행설 등 구설이 끊이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최순실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 국정 농단의 핵심 최순실씨

손석희 JTBC 대표와 프리랜서 김웅 기자가 각각 공갈미수와 폭행 건으로 서로를 고소한 가운데 일각에선 확인되지 않은 동승자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손 대표는 논란이 일자 입장문을 내고 “2017년 접촉사고 당시 동승자가 있었다는 주장과 일부 보도는 명백한 허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증명할 근거도 수사기관에 제출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흥했다
망했다

손 대표는 자신을 경찰에 신고하고 “2017년 접촉사고 당시 동승자가 있었다”고 주장한 프리랜서 기자의 실명을 공개하면서 “이번 사안을 의도적으로 ‘손석희 흠집 내기’로 몰고 가며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는 당사자 김웅씨의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안을 둘러싼 모든 가짜뉴스 작성자와 유포자, 이를 사실인 것처럼 전하는 매체에 대해서도 추가 고소를 통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며 “김씨가 거액을 요구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김씨의 구체적인 공갈 협박의 자료는 일일이 밝히는 대신 수사기관에 모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 마포경찰서는 김 기자가 지난 1월10일 오후 11시50분쯤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일본식 주점서 손 대표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지역 파출소에 신고했다고 지난달 24일 밝혔다. 김 기자는 사흘 뒤인 13일 마포경찰서를 방문해 사건을 정식으로 접수했다. 


김 기자는 손 대표와 단둘이 식사를 하던 중 네 차례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기자는 경찰에 전치 3주의 상해진단서와 당시 녹음했다고 주장하는 음성파일을 이메일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가 김 기자를 공갈미수와 협박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경찰은 검찰 지휘하에 이 두 사건을 병합해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두 사람 간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는 손 대표 측이 접촉사고를 빌미로 김씨가 채용 청탁을 했다고 주장하는 데 반해, 김 기자는 오히려 손 대표가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일자리와 투자 등을 먼저 제안했다고 주장하는 부분이다.

청문회 스타서 뭇매 맞는 신세로
논란 중심 손 여론 도마 위 올라 

김 기자는 지난달 27일 문자메시지 한 통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손 대표 측이 자신에게 월수입 1000만원이 보장되는 용역 사업을 주겠다”는 회유성 제안을 했다며 “이는 (JTBC에 대한) 손 대표의 명백한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19일 김 기자 측에 수신된 해당 문자에는 손 대표로 추정되는 인물이 월수입 1000만원을 보장하는 2년짜리 용역 계약을 제안하면서 “월요일 책임자 미팅을 거쳐 오후에 알려주겠다”고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세부적 논의는 양측 대리인 간에 진행해 다음주 중으로 마무리하겠다”라는 언급도 있었다.
 

▲ 손석희 JTBC 대표이사

김 기자는 경찰에 제출한 진술서를 통해 “2017년 4월16일 심야 시간에 손 대표가 경기도 과천의 한 교회 인근 공터서 접촉사고를 내고 현장을 이탈해 도주한 것이 이 사건의 발단”이라며 “사고 직후 피해자들에게 추적당해 4차로 도로변에 정차했고 경찰이 출동한 뒤에야 상황이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당시 사고 피해자들은 조수석에 젊은 여성 동승자가 있었다고 전했다”고 덧붙였다.

최 측근들은?
폭로하고 폭망


관세청 인사와 관련해 청탁을 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1심서 법정 구속된 고영태씨가 항소심서 더 높은 형량을 선고받았다. 고씨는 한때 최순실씨의 측근이었으나 최씨와 사이가 틀어진 뒤 언론에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제보한 인물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지난해 11월7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고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추징금 2200만원도 명령했다. 고씨는 2015년 인천본부세관 직원으로부터 가까운 상관인 김모씨를 세관장으로 승진시켜 달라는 청탁을 받은 뒤 사례금 명목으로 총 22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씨는 재판서 “2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은 단순히 최씨에게 전달하는 역할만 했고 2000만원은 받은 사실이 없다. 국정 농단을 밝히는 중심에 있었기 때문에 보복을 당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1심은 고씨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고씨는 항소심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고씨가 공무원 임명 알선에 대한 대가를 집요하게 요구한 데다 사적 이익도 도모해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고씨는 2심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받은 액수가 크지 않지만 죄질을 고려했을 때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최순실게이트’의 진상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장시호씨 역시 수감된 상태다. 장씨는 이모 최순실과 공모해 삼성그룹, 그랜드코리아레저(GKL)로 하여금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총 18억2800만원의 후원금을 강요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또 국가보조금 7억1000만원을 부정 수령하고 영재센터 자금 3억원을 유용한 혐의도 받았다.

특히 그는 2016년 11월 구속 이후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검찰과 특검에 적극적으로 진술하면서 ‘특급 도우미’라 불렸다. 검찰은 1심서 장시호의 이 같은 역할을 고려해 징역 1년6개월의 가벼운 형량을 구형했다. 1심 법원은 그러나 “영재센터가 최순실의 사익 추구를 위해 설립됐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범행 즈음 가장 이득을 본 사람은 장시호”라며 지난해 12월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 장시호씨 ⓒ사진공동취재단

최순실 국정 농단의 핵심 내부고발자 가운에 한 명으로 꼽히는 노승일씨도 평탄치 못한 삶을 살고 있다. 노씨는 내부고발 후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징계를 받고 직장을 그만둔 이후 경제활동을 거의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국정 농단 조사특위’ 청문회서 ‘K스포츠재단의 국정조사 대응방침’이라는 내부 문건을 폭로하고 최순실씨가 독일서 귀국하기 전 사건을 조작, 은폐하려고 한 발언이 담긴 녹취 파일을 공개했다.

끊이지 않는 
논란과 의혹

최순실 국정 농단 청문회 때 누구보다 의혹의 중심에 선 인물들을 강하게 추궁했던 손혜원 의원은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였다. 손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탈당했지만 여야의 공방전은 계속됐다. 손 의원 논란을 ‘손혜원 랜드 게이트’로 규정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목포를 찾아 투기 의혹이 불거진 역사문화거리와 도시재생사업 대상지를 방문하기도 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2일 전남 목포시청서 업무보고를 받고 “사업 관련 실질적으로 노른자위 땅 28%는 외지인이 갖고 있고 노른자 땅의 18%가 손 의원 일가의 땅”이라며 “이 사업 구역 지정이 계속 변경되는 과정에서 손 의원 일가의 부동산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목포 시민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특정인과 특정인 일가를 위한 사업이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선 “민주당서 대대적으로 손혜원 구하기가 진행 중”이라며 “민주당이 그렇게 당당하다면 국정조사와 특검을 못 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였던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손 의원은 야권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반격을 가했다. 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이 나 원내대표의 회의 발언 기사를 공유하면서 “이번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 감조차 못 잡으면서 어찌 4선 의원까지 되셨는지 의아하다”고 비꼬았다. 또 “곧 반전의 빅카드가 폭로된다. 방송 한 번 같이했던 정으로 충고한다. 부디 뒷전으로 한 발 물러나 조심하시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최순실 측근 줄줄이… 
제보자서 피의자로

손 의원의 투기 의혹을 두고 가족들 간에 폭로 공방도 이어졌다. 남동생 A씨는 손 의원과 나머지 가족들이 의혹을 덮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손 의원은 지난달 30일 유튜브 생방송을 자청해 “제 남동생이라고 누가 말한다고 속아 넘어가면 여러분 잘못이다. 조심하라”고 말했다.

앞서 손 의원 동생이라 주장하는 A씨는 전날 한 인터넷 게시판서 “손혜원이라는 괴물을 누나로 두게 되고 전 국민을 거짓말로 속이고 여론을 호도하는 사람을 가족으로 두게 돼 죄송하다”며 투기·차명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손 의원은 “도박하는 사람들은 주변의 모든 사람으로부터 돈을 끌어내려고 한다”며 “저와 가족이 동생과 만나지 않은 것이 한 20년 된 것 같다. 어머니 혼자서만 동생 옥바라지를 했다. 어머니가 4년 동안 한 달에 한 번 동생에게 가서 돈을 넣어준 것을 제가 알았다”고 동생과의 관계에 선을 그었다. 
 

▲ ‘아들 성매매 의혹’으로 입길에 올랐던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그러면서 그는 “언론에 나오는 가짜뉴스를 다 믿지 않겠지만, (제 동생의 말은) 더 이상 믿을 만한 얘기가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다른 청문회 스타들도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은 음주운전으로 국민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 의원은 지난해 10월31일 오후 10시55분께 술을 마신 채 7∼8㎞가량 음주운전을 한 혐의로 적발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차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강남구 청담공원 인근서 이 의원 차를 붙잡았고 운전자가 이 의원인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이 의원 혈중알코올농도는 0.089%로 면허정지 수준이었다.

쏟아지는 비난
순간 나락으로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아들의 성매매 의혹으로 몸살을 앓았다. 장 의원의 아들은 2017년 방송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그러나 방송을 본 누리꾼들이 “장모군(장 의원의 아들)이 과거 미성년자를 상대로 ‘조건 만남’을 시도하는 등 인성에 적잖은 문제가 있었다”고 폭로해 파장을 낳기도 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