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공권력의 민낯

경찰은 나사 풀리고 검찰은 술에 취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경찰과 검찰은 시민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붙잡는 동아줄이다. 공권력은 시민들의 믿음을 바탕으로 그 힘을 유지한다. 문제는 여러 사건으로 말미암아 경찰과 검찰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 민갑룡 경찰청장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는 지난해 1031tbs 의뢰로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4명에게 국가사회기관 신뢰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대통령이 21.3%를 얻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기관으로 나왔다. 경찰은 2.7%, 검찰은 2.0%로 꼴찌를 간신히 면했다. 최하위는 국회(1.8%)였다.

신뢰도 조사
꼴지만 면해

한국갤럽에서 조사·발표한 ‘2017 사회통합실태조사신뢰 부문을 살펴보면 경찰과 검찰에 대한 신뢰도는 각각 41%, 31%였다. 조사는 201791일부터 1031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8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17개 기관 중 경찰은 8번째, 검찰은 15번째였다. 경찰(38%41%), 검찰(27%31%) 믿는다고 답한 비율이 2016년 조사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믿지 않는다는 응답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공권력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은 일련의 사건에서 드러난 경찰과 검찰의 대처, 혹은 태도서 비롯됐다. 경찰과 검찰의 수준이 시민들의 기대보다 떨어지는 일이 SNS나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불신이 쌓였다는 지적이다. 과거에 비해 스마트폰 사용률이 월등하게 높아졌고, SNS가 발달해 실시간으로 상황 전송이 가능해졌다. 또 일단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영상과 사진 등으로 상황을 촬영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서울 강동구 암사역 인근서 벌어진 흉기 난동 사건이 대표적이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지난달 13일 오후 7시경 지하철 암사역 3번 출구 앞 인도서 흉기로 친구를 찌른 혐의(특수상해)A군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흉기를 들고 친구인 B군과 싸워 허벅지에 상처를 입혔다.


B군은 사건 직후 근처 병원서 상처를 치료 받고 귀가했다. A군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을 위협하며 도망치다가 뒤쫓아간 경찰관에게 붙잡혔다. 근처에 있던 시민들은 A군이 난동을 부리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했고, 해당 영상은 SNS와 유튜브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영상이 확산되자 경찰의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테이저건(전자충격기)을 사용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A군이 흉기를 든 채 달아나게 만든 상황이 영상에 포착되면서 비판의 수위가 높아졌다. 특히 A군이 시민들이 몰려 있는 쪽으로 도망가면서 제2, 3의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사건 다음날 기자간담회서 현장 출동 경찰은 흉기를 든 피의자를 대상으로 매뉴얼에 따라 조치한 것으로 파악됐다국민의 우려와 궁금증 등을 고려해 필요하다면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국민들 “못 믿겠다”
망신살 경·검 불신

또 현장 출동 경찰이 테이저건을 명중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현행 테이저건은 발사된 전극 두 개가 꽂혀야만 전류가 흘러 효과가 있는데 전극 하나의 명중률이 애매한 상황이라며 사격 훈련을 자주 하기에는 예산상 한계가 있어 국산 테이저건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당산역 버스 흉기 난동 사건서도 경찰의 미숙한 대응이 비판을 초래했다. 지난달 19일 오후 1030분께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한 시내버스서 한 남성이 흉기를 들고 다른 승객을 위협하는 일이 일어났다. 버스에 있던 한 승객은 이런 상황을 112에 문자로 신고했다.

문제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버스에 올라 신고자가 있느냐고 크게 물었다는 점이다. 신고자는 신분 노출을 꺼려 가만히 있다가 경찰이 버스서 내린 이후에 따라 내려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경찰은 신고자의 설명을 듣고 흉기 난동을 부린 남성을 잡았지만 간단한 신원 조회 후 귀가 조치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의 비판이 빗발쳤다. 경찰은 승객의 112 문자신고 당시 시스템의 한계로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2012112시스템이 통합되면서 문자신고가 40자 이내로 제한됐는데, 승객의 신고 내용은 40자 이상이어서 제대로 내용 파악이 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칼을 가졌다는 부분은 신고 자체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지난달 21일 기자간담회서 신고자의 보안을 유지하고 비밀을 지켜줘야 하는데 세심하게 챙기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신고자의 비밀이 보장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신고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출동 경찰관 입장에서는 누가 소란 행위를 했는지 몰라 부득이하게 (신고자를) 찾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앞으로 112 신고와 경찰관이 정보를 공유하도록 하고 교육을 강화하도록 건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성기업 폭행사건서도 경찰의 초동 대처가 입길에 올랐다. 지난해 1122일 충남 아산시 둔포면 유성기업 본관 2층 대표실에 들어간 민주노총 금속노조 유성지회 조합원 10여명은 최철규 대표이사를 감금하고 김모 노무 담당 상무를 약 1시간 동안 폭행해 논란을 빚었다.

경찰 대응
도마 올라

최 대표는 아산경찰서에 보낸 항의 공문을 통해 “‘사람이 맞아 죽는다. 빨리 와달라고 신고하며 절박하게 애원했지만 출동한 경찰은 사람을 구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김 상무를 폭행한 노조원들을 현장서 체포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건 대응을 두고 비판이 이어지자 경찰은 자체 감사에 돌입했고, 일부 책임자들에 대한 징계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서 “(유성기업 폭행사건서) 총괄책임자인 서장 등이 신고를 받고 상황에 대한 판단과 지휘부에 대한 보고 등에서 미흡했던 점이 있다”며 경찰서, 지방경찰청 등에서 상황을 보고 받고 전파하는 분들과 아산서장에 대해서는 감찰조사를 진행해 징계 절차에 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전 국민의 분노를 폭발시켰던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서도 경찰은 부실 대응 논란으로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1014일 오전 810분께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PC방서 일하던 아르바이트생이 손님으로 온 김성수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CCTV 공개로 범행의 잔혹함이 드러나자 누리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21세 아르바이트생의 죽음에 전 국민은 애도를 표했다. 피의자 김성수가 심신미약으로 감형돼서는 안 되며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100만이 넘는 국민이 동참했다. 이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만들어진 이후 현재까지 가장 많은 국민이 동의한 청원이다. 당시 유족들은 심신미약 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과 경찰의 초동대응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용의자 김성수

강서구 PC방서 처음 갈등이 불거졌을 때 경찰이 별다른 조치 없이 돌아간 점을 들어, 적극적인 대응이 있었다면 사건을 막을 수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김성수의 동생을 범행에 가담한 공범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경찰은 처음 출동했을 때는 두 사람 사이에 폭력이 오간 것도 아니고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 돌려보냈다“(처음에는) 폭행 시비나 흉기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음주운전도
앞장서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에 대한 경찰의 대응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으로 떠올랐다.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신고를 받은 경찰이 PC방을 방문해 싸움만 말리고 돌아가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며 경찰이 초동대응에 미흡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경찰은 현장을 면밀히 파악했어야 한다. 그런 갈등이 있었다면 격리시켜 귀가 조처를 한다든지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PC방서 아르바이트생이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단순히 말싸움을 하던 중이었다“1차 신고를 받고 경찰이 현장에 나갔을 때는 격렬히 싸우던 상황이 아니었다. 상황이 끝난 뒤 피의자가 집에 가서 흉기를 들고 와 다시 2차 신고가 접수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잇따른 사건서 대응 논란에 휩싸인 경찰은 기강 해이로 보일 법한 사건에 직접 연루돼 시민들의 신뢰를 깎아먹고 있다. 특히 여성 대상 범죄, 음주운전, 응급실 폭행 등 근절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사건에 경찰이 연루되면서 누가 누굴 단속한다는 말이냐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울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중부경찰서 소속 경장은 이날 오전 040분께 북구 모 대형마트 주차장서 술을 마신 채 운전하다가 주차된 버스를 들이받자 자신의 승용차를 두고 도주했다. 목격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은 현장서 2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경장을 붙잡았다.
 

지난달 17일에는 대리기사가 오지 않자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현직 경찰관이, 지난달 14일에는 경남 창원서 현직 경찰 간부가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낸 뒤 도주하다 시민들에 의해 붙잡힌 사건이 일어났다.

군대 휴가를 나왔다가 음주운전 차에 치여 세상을 떠난 윤창호씨 사건을 계기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윤창호법 시행 이후 현직 경찰관이 음주운전에 잇따라 적발되면서 경찰이 집안단속도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실 대응 논란 이어 범죄까지
썩어가는 동아줄 …대책은 없나?

현직 경찰 간부가 병원 응급실서 소란을 피우다 이를 제지하는 의사를 폭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해당 경찰은 의사 등 병원 관계자 2명을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해당 경찰은 만취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복통 환자에게 물을 주지 말라는 의사 지침대로 물을 주지 않은 간호사에게 욕설을 쏟아냈다.

검찰도 경찰 못지않았다. 올해 들어서만 두 명의 현직 검사가 음주운전에 적발됐다.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서울고검 소속 김모 검사를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 검사는 전날 오후 545분께 술에 취한 채 차량을 몰다가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된 다른 차량의 오른쪽 뒷부분을 긁고 지나간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김 검사가 음주 측정을 거부하자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앞서 지난달 23일에는 같은 검찰청 소속 정모 검사가 서초동 중앙지법 앞 도로서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앞차와 추돌하는 사고를 낸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에 해당하는 0.095%로 나왔다. 불과 나흘 새 두 명의 현직 검사가 음주운전에 적발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검찰의 기강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 박상기 법무부장관

여기에 수원지검의 권모 검사가 성매매를 요구하며 술집 직원을 폭행한 뒤 지난해 말 검찰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01711월 권 검사는 서울 강남의 모 술집서 직원과 시비가 붙었다. 권 검사는 당시 술집 여성에게 성매매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검사가 이를 말리는 직원을 폭행하면서 싸움으로 번졌다. 권 검사는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했지만 결국 지난해 말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

국민들은 
불안하다

검찰은 문재인정부 들어 청산해야 할 적폐로 지목된 기관이다. 이미 국민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상태. 이런 상황서 현직 검사의 비위가 잇따라 적발되면서 시민들의 믿음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지난달 31일 지휘 서신을 통해 전국의 검사들에게 공직 기강 확립을 당부했다. 박 장관은 이날 보낸 복무기강 관련 법무부장관 서신’을 통해 검사로서 몸가짐에 각별히 유의해주길 바란다음주운전과 그로 인한 사고, 과도한 음주 등에 의한 폭행 등 검사의 비위가 계속적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누구도 아닌 법을 집행하고 범죄자를 처벌하는 검사가 비위 행위로 인해 언론에 보도된다는 것은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라며 검사 한 사람의 일탈이나 부적절한 처신은 해당 검사 개인의 불명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검찰 조직의 신뢰 저하는 물론, 국가·사회 공동체 기강의 근본을 뿌리째 흔들어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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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