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공권력의 민낯

경찰은 나사 풀리고 검찰은 술에 취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경찰과 검찰은 시민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붙잡는 동아줄이다. 공권력은 시민들의 믿음을 바탕으로 그 힘을 유지한다. 문제는 여러 사건으로 말미암아 경찰과 검찰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 민갑룡 경찰청장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는 지난해 1031tbs 의뢰로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4명에게 국가사회기관 신뢰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대통령이 21.3%를 얻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기관으로 나왔다. 경찰은 2.7%, 검찰은 2.0%로 꼴찌를 간신히 면했다. 최하위는 국회(1.8%)였다.

신뢰도 조사
꼴지만 면해

한국갤럽에서 조사·발표한 ‘2017 사회통합실태조사신뢰 부문을 살펴보면 경찰과 검찰에 대한 신뢰도는 각각 41%, 31%였다. 조사는 201791일부터 1031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8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17개 기관 중 경찰은 8번째, 검찰은 15번째였다. 경찰(38%41%), 검찰(27%31%) 믿는다고 답한 비율이 2016년 조사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믿지 않는다는 응답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공권력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은 일련의 사건에서 드러난 경찰과 검찰의 대처, 혹은 태도서 비롯됐다. 경찰과 검찰의 수준이 시민들의 기대보다 떨어지는 일이 SNS나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불신이 쌓였다는 지적이다. 과거에 비해 스마트폰 사용률이 월등하게 높아졌고, SNS가 발달해 실시간으로 상황 전송이 가능해졌다. 또 일단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영상과 사진 등으로 상황을 촬영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서울 강동구 암사역 인근서 벌어진 흉기 난동 사건이 대표적이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지난달 13일 오후 7시경 지하철 암사역 3번 출구 앞 인도서 흉기로 친구를 찌른 혐의(특수상해)A군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흉기를 들고 친구인 B군과 싸워 허벅지에 상처를 입혔다.


B군은 사건 직후 근처 병원서 상처를 치료 받고 귀가했다. A군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을 위협하며 도망치다가 뒤쫓아간 경찰관에게 붙잡혔다. 근처에 있던 시민들은 A군이 난동을 부리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했고, 해당 영상은 SNS와 유튜브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영상이 확산되자 경찰의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테이저건(전자충격기)을 사용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A군이 흉기를 든 채 달아나게 만든 상황이 영상에 포착되면서 비판의 수위가 높아졌다. 특히 A군이 시민들이 몰려 있는 쪽으로 도망가면서 제2, 3의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사건 다음날 기자간담회서 현장 출동 경찰은 흉기를 든 피의자를 대상으로 매뉴얼에 따라 조치한 것으로 파악됐다국민의 우려와 궁금증 등을 고려해 필요하다면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국민들 “못 믿겠다”
망신살 경·검 불신

또 현장 출동 경찰이 테이저건을 명중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현행 테이저건은 발사된 전극 두 개가 꽂혀야만 전류가 흘러 효과가 있는데 전극 하나의 명중률이 애매한 상황이라며 사격 훈련을 자주 하기에는 예산상 한계가 있어 국산 테이저건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당산역 버스 흉기 난동 사건서도 경찰의 미숙한 대응이 비판을 초래했다. 지난달 19일 오후 1030분께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한 시내버스서 한 남성이 흉기를 들고 다른 승객을 위협하는 일이 일어났다. 버스에 있던 한 승객은 이런 상황을 112에 문자로 신고했다.

문제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버스에 올라 신고자가 있느냐고 크게 물었다는 점이다. 신고자는 신분 노출을 꺼려 가만히 있다가 경찰이 버스서 내린 이후에 따라 내려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경찰은 신고자의 설명을 듣고 흉기 난동을 부린 남성을 잡았지만 간단한 신원 조회 후 귀가 조치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의 비판이 빗발쳤다. 경찰은 승객의 112 문자신고 당시 시스템의 한계로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2012112시스템이 통합되면서 문자신고가 40자 이내로 제한됐는데, 승객의 신고 내용은 40자 이상이어서 제대로 내용 파악이 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칼을 가졌다는 부분은 신고 자체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지난달 21일 기자간담회서 신고자의 보안을 유지하고 비밀을 지켜줘야 하는데 세심하게 챙기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신고자의 비밀이 보장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신고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출동 경찰관 입장에서는 누가 소란 행위를 했는지 몰라 부득이하게 (신고자를) 찾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앞으로 112 신고와 경찰관이 정보를 공유하도록 하고 교육을 강화하도록 건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성기업 폭행사건서도 경찰의 초동 대처가 입길에 올랐다. 지난해 1122일 충남 아산시 둔포면 유성기업 본관 2층 대표실에 들어간 민주노총 금속노조 유성지회 조합원 10여명은 최철규 대표이사를 감금하고 김모 노무 담당 상무를 약 1시간 동안 폭행해 논란을 빚었다.

경찰 대응
도마 올라

최 대표는 아산경찰서에 보낸 항의 공문을 통해 “‘사람이 맞아 죽는다. 빨리 와달라고 신고하며 절박하게 애원했지만 출동한 경찰은 사람을 구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김 상무를 폭행한 노조원들을 현장서 체포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건 대응을 두고 비판이 이어지자 경찰은 자체 감사에 돌입했고, 일부 책임자들에 대한 징계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서 “(유성기업 폭행사건서) 총괄책임자인 서장 등이 신고를 받고 상황에 대한 판단과 지휘부에 대한 보고 등에서 미흡했던 점이 있다”며 경찰서, 지방경찰청 등에서 상황을 보고 받고 전파하는 분들과 아산서장에 대해서는 감찰조사를 진행해 징계 절차에 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전 국민의 분노를 폭발시켰던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서도 경찰은 부실 대응 논란으로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1014일 오전 810분께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PC방서 일하던 아르바이트생이 손님으로 온 김성수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CCTV 공개로 범행의 잔혹함이 드러나자 누리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21세 아르바이트생의 죽음에 전 국민은 애도를 표했다. 피의자 김성수가 심신미약으로 감형돼서는 안 되며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100만이 넘는 국민이 동참했다. 이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만들어진 이후 현재까지 가장 많은 국민이 동의한 청원이다. 당시 유족들은 심신미약 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과 경찰의 초동대응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용의자 김성수

강서구 PC방서 처음 갈등이 불거졌을 때 경찰이 별다른 조치 없이 돌아간 점을 들어, 적극적인 대응이 있었다면 사건을 막을 수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김성수의 동생을 범행에 가담한 공범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경찰은 처음 출동했을 때는 두 사람 사이에 폭력이 오간 것도 아니고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 돌려보냈다“(처음에는) 폭행 시비나 흉기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음주운전도
앞장서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에 대한 경찰의 대응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으로 떠올랐다.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신고를 받은 경찰이 PC방을 방문해 싸움만 말리고 돌아가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며 경찰이 초동대응에 미흡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경찰은 현장을 면밀히 파악했어야 한다. 그런 갈등이 있었다면 격리시켜 귀가 조처를 한다든지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PC방서 아르바이트생이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단순히 말싸움을 하던 중이었다“1차 신고를 받고 경찰이 현장에 나갔을 때는 격렬히 싸우던 상황이 아니었다. 상황이 끝난 뒤 피의자가 집에 가서 흉기를 들고 와 다시 2차 신고가 접수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잇따른 사건서 대응 논란에 휩싸인 경찰은 기강 해이로 보일 법한 사건에 직접 연루돼 시민들의 신뢰를 깎아먹고 있다. 특히 여성 대상 범죄, 음주운전, 응급실 폭행 등 근절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사건에 경찰이 연루되면서 누가 누굴 단속한다는 말이냐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울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중부경찰서 소속 경장은 이날 오전 040분께 북구 모 대형마트 주차장서 술을 마신 채 운전하다가 주차된 버스를 들이받자 자신의 승용차를 두고 도주했다. 목격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은 현장서 2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경장을 붙잡았다.
 

지난달 17일에는 대리기사가 오지 않자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현직 경찰관이, 지난달 14일에는 경남 창원서 현직 경찰 간부가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낸 뒤 도주하다 시민들에 의해 붙잡힌 사건이 일어났다.

군대 휴가를 나왔다가 음주운전 차에 치여 세상을 떠난 윤창호씨 사건을 계기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윤창호법 시행 이후 현직 경찰관이 음주운전에 잇따라 적발되면서 경찰이 집안단속도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실 대응 논란 이어 범죄까지
썩어가는 동아줄 …대책은 없나?

현직 경찰 간부가 병원 응급실서 소란을 피우다 이를 제지하는 의사를 폭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해당 경찰은 의사 등 병원 관계자 2명을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해당 경찰은 만취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복통 환자에게 물을 주지 말라는 의사 지침대로 물을 주지 않은 간호사에게 욕설을 쏟아냈다.

검찰도 경찰 못지않았다. 올해 들어서만 두 명의 현직 검사가 음주운전에 적발됐다.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서울고검 소속 김모 검사를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 검사는 전날 오후 545분께 술에 취한 채 차량을 몰다가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된 다른 차량의 오른쪽 뒷부분을 긁고 지나간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김 검사가 음주 측정을 거부하자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앞서 지난달 23일에는 같은 검찰청 소속 정모 검사가 서초동 중앙지법 앞 도로서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앞차와 추돌하는 사고를 낸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에 해당하는 0.095%로 나왔다. 불과 나흘 새 두 명의 현직 검사가 음주운전에 적발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검찰의 기강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 박상기 법무부장관

여기에 수원지검의 권모 검사가 성매매를 요구하며 술집 직원을 폭행한 뒤 지난해 말 검찰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01711월 권 검사는 서울 강남의 모 술집서 직원과 시비가 붙었다. 권 검사는 당시 술집 여성에게 성매매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검사가 이를 말리는 직원을 폭행하면서 싸움으로 번졌다. 권 검사는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했지만 결국 지난해 말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

국민들은 
불안하다

검찰은 문재인정부 들어 청산해야 할 적폐로 지목된 기관이다. 이미 국민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상태. 이런 상황서 현직 검사의 비위가 잇따라 적발되면서 시민들의 믿음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지난달 31일 지휘 서신을 통해 전국의 검사들에게 공직 기강 확립을 당부했다. 박 장관은 이날 보낸 복무기강 관련 법무부장관 서신’을 통해 검사로서 몸가짐에 각별히 유의해주길 바란다음주운전과 그로 인한 사고, 과도한 음주 등에 의한 폭행 등 검사의 비위가 계속적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누구도 아닌 법을 집행하고 범죄자를 처벌하는 검사가 비위 행위로 인해 언론에 보도된다는 것은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라며 검사 한 사람의 일탈이나 부적절한 처신은 해당 검사 개인의 불명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검찰 조직의 신뢰 저하는 물론, 국가·사회 공동체 기강의 근본을 뿌리째 흔들어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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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