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vs 대리점’ 스쿨룩스 공방전

갑질이냐 을질이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서 교복 대리점을 운영했던 대표가 본사의 갑질을 고발한다면서 매일 아침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본사 측은 법적 판단이 이미 끝난 상황이라면서 “대리점 대표가 을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반박한다. 2014년부터 이어진 대리점과 본사의 공방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지하철 5호선 공덕역 3번 출구 인근. 곳곳에 학생복 제조업체 스쿨룩스와 오현택 대표를 비판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호소가 적힌 현수막을 단 소형 탑차도 그 부근을 배회했다. 현수막에는 스쿨룩스의 횡포와 불법으로 전 재산을 날리고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는 이귀영씨의 주장이 담겼다.

다 털렸다

이씨의 하루는 차에서 시작해 차에서 끝난다. 지난해 9월 광주서 서울로 올라와 차에서 먹고 자고 한 지 4개월이 넘었다. 일과는 단순하다. 오전 530분 일어나 사우나에 들렀다가 7시부터 공덕역 인근 오 대표 자택 앞에서 2시간가량 시위를 벌인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효창공원역에 위치한 스쿨룩스 본사 앞에서 집회를 진행한다.

이씨는 스쿨룩스 본사의 납기 지연으로 생긴 부채가 2억원 정도다. 그런데 스쿨룩스서 잔고확인서를 위조해 빚이 53000만원까지 늘었다”며 , 교복, 건물 등 18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헐값에 경매로 넘겨 파산했다. 말 그대로 빈털터리가 됐다고 주장했다. 본사가 대리점을 상대로 갑질을 일삼았고 자신은 그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본사 측은 이씨가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을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맞섰다. 본사 관계자는 이씨의 계약 기간 동안 발생한 부채 53000여만원은 법원서 인정한 액수라며 이씨는 변제 능력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채무를 갚지 않았다. 경매는 미지급금을 받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4년 교복사업 시작
2005년 대리점 계약

이씨가 스쿨룩스와 인연을 맺은 시기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아이돌그룹 H.O.T. 멤버 토니 안을 내세워 사업을 시작한 스쿨룩스는 2019년 현재 아이비클럽, 엘리트, 스마트와 함께 교복 브랜드 BIG4로 성장했다. 이씨는 광주 운암점 등에서 스쿨룩스 대리점을 운영했다.

스쿨룩스 대리점은 제조업체를 경영하던 이씨가 새로 찾은 살 길이었다. 이씨는 1990년대 이미 교복 사업에 도전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스쿨룩스 대리점을 여는 데 큰 장벽은 없었다. 1980년대 후반 교복자율화로 인해 사라졌던 교복이 다시 부활하면서 교복업체가 활성화됐고, 이씨도 이 과정서 많은 돈을 벌었다.

하지만 이씨의 스쿨룩스 대리점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1990년대 교복 사업을 할 때는 특정업체의 힘이 강하지 않았다하지만 2005년에는 아이비클럽이나 엘리트, 스마트 등이 이미 교복 시장을 꽉 잡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후발주자인 스쿨룩스가 생산시설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납기가 늦어졌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대리점의 빚으로 남았다고 주장했다.

교복은 일반 옷과는 달리 시기를 놓치면 재고로 남는다. 3월 입학식과 동시에 교복을 입고 등교하려면 진학하는 학교가 결정되는 1월 중순부터 늦어도 2월까지는 교복을 맞춰야 한다. 대리점들은 그 시기에 교복을 받을 수 있도록 미리 본사에 주문을 넣는다. 이씨에 따르면 1개의 대리점서 20여개 학교의 교복을 소화했다.
 

문제는 납기였다. 이씨는 늦어도 2월에는 교복이 (대리점으로)와야 하는데, 3~4월에 오는 경우가 많았다. 또 교복을 팔려면 세트로 와야 하는데 블라우스나 치마만 먼저 오는 일도 허다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씨가 대리점을 하고 있던 광주는 본사와 직거래가 아닌 총판을 통한 거래가 이뤄지면서 납기 문제가 더 크게 불거졌다.

이씨와 스쿨룩스 간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14년이다. 계약관계가 해지된 것. 이씨는 늦어지는 납기, 결제 때마다 널뛰는 물품대금을 두고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여러 번 항의했더니 본사에서 계약 해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본사에서 남은 교복을 전부 압류했고 내 대리점 바로 옆에 스쿨룩스 대리점을 냈다고 전했다. 이씨는 매출 및 입금현황(잔고확인서)’이 위조됐다고 주장했다. 본사 직원들이 잔고확인서에 이씨의 아내이자 대리점 계약 당사자였던 임모씨의 인감도장을 몰래 사용했다는 주장이다. 44000여만원의 미수금이 기재된 확약서도 장사를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써줬다고 덧붙였다.

반면 스쿨룩스 측은 물품대금이 지나치게 밀려 있어 더 이상 계약관계를 이어갈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20116월 기준 이미 44000만원이 넘는 물품대금이 미지급된 상태였고, 변제 계획을 기재한 확약서에 서명도 받았지만 상황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

결국 이씨와 본사 사이에 물품대금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20163월 법원은 1심 재판서 본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씨와 아내 임씨에게 54300여만원과 이자를 갚으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씨가 위조됐다고 주장한 잔고확인서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없다고 봤다. 항소심서도 판결은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미지급금 액수를 두고 다툼이 발생한 부분에 변화가 생기면서 이씨가 갚아야 할 채무가 53600여만원으로 줄었을 뿐이다.

물품대금 놓고 법정 공방
연이은 소송전 갈등 깊어

물품대금 소송은 마무리됐지만 이씨와 스쿨룩스의 법정 공방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씨는 오 대표를 사기,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혐의로 고소했다. 이씨의 아내 임씨의 인감도장이 찍힌 잔고확인서가 가짜라는 주장이다. 1심 재판부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보고 무혐의 처분을 내렸으며 이씨는 항고한 상태다.

본사 측은 이씨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소를 제기했다. 또 이씨가 오 대표 자택 부근과 본사 앞에서 진행하는 집회에 대한 집회 및 시위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본사 측은 법원서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상위법인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강제로 집회를 막을 권한이 없어 그냥 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씨와 본사 간의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 동안 스쿨룩스와 일했는데 남은 건 빚뿐이라며 재산도 재산이지만 현재 남아 있는 대리점 대표들도 똑같이 당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 빚도 빚이지만 기업이 바뀌어야 한다”며 스쿨룩스는 학생을 상대로 하는 기업이다개인을 넘어 사회적으로 이런 기업에 대한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피해자

스쿨룩스 관계자는 법정 다툼서 본사가 이겼고 집회금지 가처분도 인용됐지만 현재 이씨가 하는 행동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오히려 우리가 피해자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씨가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지인, 경찰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대화를 시도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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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