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야 4당의 합의로 개회된 1월 임시국회는 ‘개점휴업’ 상태다. 여당은 다음 달 임시국회가 열리는 점을 들어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않았다. 2월 임시국회는 내달 1일 열리지만 설 명절이 그 다음 주인 관계로 설 이후 본격화될 예정이다. 그러나 2월 국회의 전망은 밝지 않다. 정치권서 형성된 대립 구도는 무척 선명하다. 여당은 국회 정상화를 강조했지만 야당은 최근 불거진 논란에 대한 여당의 미온적 대처를 지적하며 국회 보이콧을 시사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2월 국회서 민생·개혁 법안 처리를 강조했다. 문재인정부가 집권 3년 차를 맞는 만큼 성과를 위한 여당의 역할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중이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국회 보이콧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한국당은 민주당 손혜원·서영교 의원 논란과 김태우·신재민 사건을 거론하며 투트랙으로 공세를 퍼붓고 있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과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 그리고 정의당 등 야 3당은 선거제 개혁에 안이한 거대양당의 전향을 촉구하고 있다.
보이콧
1월 임시국회서 빚어진 여야 갈등은 2월 임시국회의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 여야는 각종 사안을 두고 ‘교차 갈등’을 겪고 있다. 원내 5당은 연대를 형성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대립하고 있다. 갈등관계가 복잡해지면서 1월 국회는 공중분해됐다. 대결 구도는 쉬이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15일 선거제 개혁 관련 법안을 1월 임시국회서 처리하기로 합의했으나 선거제 개혁의 성사 가능성은 희미해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지난 21일 ‘의원정수 300 유지, 지역구 200석·비례대표 100석’을 당론으로 내놨다. 야 3당은 ‘무늬만 연동형’ ‘실현 가능성 없는 면피용’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비해 뒤쳐진 안이라고 비판했다. 야 3당은 그간 득표율과 의석수의 100% 일치를 주장했다.
민주당 안은 비례성이 한참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 지역구 의석수가 기존에 비해 53석 축소되는 건 지역구 의석수 감소에 따른 의원들의 반발을 야기할 것이라 진단했다.
한국당은 내각제를 언급하고 나섰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튿날 “민주당이 총리추천제를 받아들인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함께 석패율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야 3당은 다음날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과 의원정수 330석 확대, 국회 전체 예산 동결을 골자로 한 선거제 개혁안을 내놨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의 선거제 합의 이후 선거제 개혁 가능성이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야 4당은 김태우·신재민 사건에 대해 새로운 관계를 구축했다. 한국당과 바미당은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관련 특검을 공동으로 요구했다. 또 양당은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에 대한 청문회 개최에도 뜻을 같이했다. 평화당도 일전엔 김 전 특감반원에 대한 특검에 동참했지만 최근 유보의 뜻을 밝혔다.
다만 평화당은 김 전 특감반원에 대한 여당의 논의 거부를 비판했다. 향후 기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 것이다.
정의당은 특검과 청문회를 ‘정쟁을 위한 특검과 청문회’라고 못을 박았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서 “김태우·신재민 사건은 이미 대충 어떤 사건인지 국민들이 다 알게 됐다”며 사실상 선을 그었다.
5당 교차 갈등 심화…줄다리기 팽팽
2월 국회 이후 정상화 장담 어려워
야당은 민주당 손혜원·서영교 의혹에 또 다른 모양새를 취했다. 한국당과 바미당은 손 의원에 대해 특검과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평화당 역시 마찬가지다. 평화당은 한국당의 무차별적 의혹 확산에 우려를 표했지만 국정조사를 주장했다. 정의당도 손 의원의 처신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재판 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서 의원의 경우 한국당을 제외한 야 3당이 적극적이다. 한국당이 한 발 물러선 까닭은 소속 의원들 역시 해당 의혹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바미당은 지난 23일 ‘재판청탁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사실상 서 의원을 정조준하는 동시에 한국당도 겨냥했다.
바미당 김삼화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근 사법 농단 관련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서 의원, 민주당 전병헌 전 의원, 한국당 이군현·노철래 전 의원의 재판 청탁이 드러났지만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며 특위 설치 배경을 설명했다.
평화당과 정의당도 바미당과 함께 한국당과 민주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 전 의원과 노 전 의원은 직접적으로 재판 청탁에 나서지 않았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현직 한국당 의원이 이들을 위해 양형 검토 문건을 법원 쪽에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은 지난 21일 “한국당은 현직 의원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누구인지 정도는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민생·개혁 법안 처리를 강하게 주장했다. 정부와 여당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안, 국정원법을 비롯해 소상공인법·자영업 기본법·상법·공정거래법 등의 통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면 야당은 특검과 국정조사 등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여야 간 갈등이 교차하면서 2월 국회의 정상운영은 난망할 것으로 보인다. 또 갈등관계가 이른 시간 안에 해소될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면서 향후 국회일정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국회가 ‘공전국회’ ‘빈손국회’라는 오명을 받은 가운데 올해 역시 쉽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23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문재인 대통령 집권 이후 국회가 제대로 개혁입법 등을 통과시킨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여야 모두에게 협치와 존중 그리고 협조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2월 임시국회를 떠나 올해 국회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2월 말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 이후 남북정상회담의 재개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여러 현안들은 그 뒤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또 빈손?
아울러 “법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교착 상황이 계속된다면 정치 혐오감이 깊어지고 대통령에 대한 불신도 커질 뿐더러 정쟁이 가득한 국회에는 감시 기능이 줄어들게 된다”며 “결국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