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넥슨 매각 시나리오

중국에 넘어가면 게임산업 폭망?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국내 대표 게임사 넥슨이 매각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련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넥슨 매각 금액이 10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면서 해외 기업 인수설도 거론되고 있다. 업계 맏형 역할을 해왔던 넥슨의 매각설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게임산업의 주도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일 업계에 따르면, 김정주 NXC 대표는 자신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넥슨 지주회사 NXC 지분 전량을 매물로 내놨다. 해당 지분은 김 대표(67.49%)와 부인 유정현 NXC 감사(29.43%), 김 대표 개인회사인 와이즈키즈(1.72%)가 보유한 물량이다. 현재 NXC는 도이치증권과 모건스탠리를 공동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게임산업 영향
경쟁력 저하?

2011년 일본 증시에 상장한 넥슨 시가총액은 현재 13조원 수준으로 이 중 NXC가 보유한 넥슨 지분(47.98%) 가치는 6조원 규모다. 여기에 고급 유모차 브랜드 스토케, 유럽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스템프 등 NXC가 보유한 회사 지분 등을 감안하면 매각액은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넥슨이 매각된다면 대한민국 게임산업을 대표하며 시장을 이끌어온 기업이 해외 기업에 매각된다면 그 상징성도 함께 사라진다. 

넥슨은 대한민국 게임산업 역사를 함께한 기업이다. 1996년 사상 첫 그래픽 기반 온라인 게임인 ‘바람의나라’를 출시했고, 이 게임은 기네스북에도 오르며 해외에 국내 게임산업을 알리기도 했다.

또 카트라이더와 메이플스토리 등 다수의 히트작을 서비스하며 현재의 PC온라인 게임 시장을 키웠다. 당시 넥슨은 엔씨소프트와 함께 PC온라인 게임 시장을 함께 개척하며 산업 전반에 걸쳐 큰 역할을 해왔다.  


김 대표의 보유지분 매각이 현실화된 가운데 다양한 인수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게임업계에선 해외기업에 인수될 경우 국내 게임산업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상황이다. 또 넥슨 매각 주체에 따라 국내 게임산업에 미칠 영향이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겸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모바일게임 전환 지연과 저조한 실적 때문”이라며 “김 대표가 국내와 해외서 넥슨의 성장성에 의문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김정주 NXC 대표

현재 넥슨 매각 시나리오는 크게 네 가지로 압축할 수 있는데 중국기업 텐센트의 인수설이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다. 텐센트는 중국정부의 게임규제 정책으로 내수시장 확장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중국정부가 내자판호를 발급하기 시작했지만 두 차례 진행한 허가목록에 텐센트 게임은 배제됐기 때문. 

텐센트가 넥슨을 인수할 경우 넥슨의 게임 지적재산권(IP)를 흡수하는 한편 매년 1조원에 달하는 로열티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해외시장 가운데 유저 1인당 결제금액(ARPU)이 높은 한국과 일본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다는 장점도 텐센트 입장에선 상당히 매력적인 조건이다.

금액 10조 넘을 것으로 관측
해외기업 인수설도 모락모락

그러나 텐센트가 넥슨을 직접 인수할 경우 중국기업에 매각했다는 비난 여론을 피하기 어렵다. 텐센트가 전면에 나서지 않고 넥슨을 인수하는 다자간 콘소시엄 매각 방식이 대안으로 꼽힌다. 홍콩이나 미국 사모펀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텐센트가 배후에 존재하면서 인수하는 형태로 디즈니·사모펀드·텐센트 같은 다자간 협업이나 대리인이 개입하는 변형 방식도 가능하다.

국내 게임업계가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부분 매각설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디즈니, 넷마블 등 국내외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모델을 형성하는 방식이다. 
디즈니는 10년 전 넥슨 인수를 검토한 사례가 있다. 당시 넥슨은 공식적으로 피인수설을 부인했지만 내부에선 인원 감축과 긴축 재정이 진행되기도 했다. 


EA에도 무게가 실린다. 넥슨 재팬 오웬마호니 대표는 넥슨에 오기 전 EA서 중추 역할을 맡았던 인물이다. 만약 EA에 매각된다면 그의 움직임에 예의주시해야 한다.

이 경우 엔씨소프트나 넷마블 참여여부에 따라 3N사의 동맹체제를 구축할 수 있고 넥슨 개발력과 퍼블리싱 기능을 보존하는 형태가 가능하다. 게임사업 부분을 국내기업이 인수하는 한편 부가사업의 경우 해외업체에 매각해 산업경쟁력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매각이 실패하고 현 체제를 유지하는 형태다. 기존 넥슨 지배구조는 한국 대기업의 구조와 유사하다. 김 대표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NXC 지분은 98.64%로 지주사를 통한 직간접적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매각이 실패할 경우 김 대표의 심리적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고 넥슨 일본법인이나 넥슨코리아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EA사

전문가들은 이번 넥슨 매각사태를 통해 국내 게임업계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전망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국내 게임업계 입장에서는 세 번째 시나리오가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라며 “김 대표는 한국 게임산업을 해외에 팔았다는 오명을 피하기 위해 신중히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김정수 명지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결론적으로 당장 넥슨을 사갈 수 있는 곳이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디즈니나 비방디그룹 등 해외기업의 경우 게임분야에 대한 IP 소유욕이 적고 현실적으로 중국 및 일본기업이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 넥슨이 이번 계기로 글로벌파트너를 끌어들인다면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어디에 매각?
쉽지 않을 듯

김 대표가 몸값 10조원에 이르는 넥슨을 매각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며 그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창업주라고 하더라도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회사 매각을 개인이 결정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NXC는 외부 인사가 관여할 수 없는 지배구조를 가진 까닭에 김 대표가 경영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번 넥슨 매각 결정 또한 대주주인 김 대표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넥슨이 국내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개인 결정에 따라 10조짜리 회사가 좌지우지되는 게 정상적이지는 않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에 따르면 넥슨의 내부 쇼크 또한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내부서 아무리 대주주라 하더라도 갑작스럽게 이렇게 결정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안다”며 “그동안 넥슨의 성장을 위해 함께 노력해온 직원들은 넥슨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돼 흉흉한 분위기라고 한다”고 전했다.
 

넥슨 노조 스타팅 포인트에 따르면 매각설 이후 넥슨 직원들의 노조 가입률은 평소 주간 가입자 수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

노조는 “직원들의 헌신으로 성장한 회사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이 일방적일 수 있다는 점이 심히 우려된다”며 “함께 넥슨을 이끌어온 수천명의 고용안정을 위협하거나 국내 게임산업 위기를 불러오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김 대표의 결정에 대해 경영구조나 사업전략에 있어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10조를 개인이?
벤처 1세대 고민

김정수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이번 매각설은 김정주 대표뿐만 아니라 성공한 게임 벤처 1세대들이 충분히 가질 수 있는 고민”이라며 “게임을 발판으로 10조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시켰다면 앞으로는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전략들에 대한 고민할 시기”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럴 때일수록 혼자 경영을 가져가기보다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외부 파트너들을 끌여들여 도움을 받으면서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개인이 조 단위 대기업을 좌지우지하는 구조로는 기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긴 어렵다”며 “특정 개인과 상관없이 시스템 경영을 위해서는 긍정적인 견제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의 보유 지분 전량 매각 추진설이 나오면서 넥슨 직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기도 했지만, 넥슨의 올해 사업 전략은 예정대로 추진되면서 다시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분위기다. 


넥슨은 네온스튜디오가 개발한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스피릿위시(SPIRITWISH)’를 지난 17일 국내 시장에 공식 출시했다.

넥슨은 전날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스피릿위시 사전 다운로드를 실시했으며 이날 정식 출시와 함께 배우 신세경의 평범한 일상을 게임과 접목한 형식의 유튜브 광고와 론칭 이벤트도 공개했다.

업계는 충격…내부 쇼크도 상당
일단 사업 전략 예정대로 추진

산책, 요리, 친구 등 신세경의 일상을 활용해 만든 다섯 편의 광고는 30일까지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모바일 게임 출시를 기념해 세 종류의 이벤트도 진행한다. 다음달 7일까지 게임을 통해 달성한 팀 레벨에 따라 캐릭터, 승급석, 레전드 장비 상자, 마스터피스 장비 상자 등 아이템을 추첨을 통해 지급한다.

또 이달 31일까지 레이드와 난투장에 참여한 횟수에 따라 즉시 이동 주문서, 마스터피스 재련석 상자 등 아이템을 제공하며 공식카페 가입자 수에 따라 게임 내 재화인 10만골드, 칼레바의 장비 상자 등 아이템을 지급한다.

김민규 넥슨 모바일사업 A실 실장은 “국내 출시된 모바일 MMORPG 장르 중 최초로 세 명의 캐릭터를 동시에 조작하는 멀티 전투 방식을 도입했다”며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가슴 뛰는 모험을 담아낸 스피릿위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중국기업 텐센트

넥슨은 신규 게임 출시 이외에도 예정돼있던 주력 게임들의 콘텐츠 업데이트도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는데 간판 PC온라인 게임인 ‘던전앤파이터’와 ‘메이플스토리’의 캐릭터 업데이트를 진행한다.

던전앤파이터에서는 신규 전직 캐릭터 업데이트를 앞두고 이날 배우 여진구가 등장하는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 메이플스토리에선 신규 궁수 직업 ‘패스파인더’ 업데이트를 앞두고 캐릭터 사전 생성 이벤트가 진행된다. 또 1인칭 슈팅 게임(FPS) ‘서든어택’과 액션 접속역할수행게임(MORPG) ‘클로저스’도 업데이트를 진행한다.

맡은 일은 계속
예정 사업 진행

넥슨 관계자는 “김정주 대표의 지분 매각설이 알려진 이후 적지 않은 직원들이 불안해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제는 직원들 사이서 동요가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의 결정이 어떻게 되든 일단은 맡은 업무와 예정된 사업 전략에 집중하자는 분위기가 다시 형성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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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