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법정 최고형> ‘사형 구형’ 사건들 막전막후

사람 죽여도 죽이진 않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국은 1997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 이웃나라 일본이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102명에 달하는 사형을 집행한 것과 대조된다. 20년 넘게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한국은 사실상 사형제도 폐지국으로 분류된다. 그렇지만 사형을 구형하는 사건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일요시사>가 검찰이 피고인에게 사형을 구형한 사건을 들여다봤다.
 

▲ 어금니 아빠 이영학

대한민국은 형법 제41조에서 사형을 법정 최고형으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19971230일 사형수 23명에 대한 형이 집행된 이후 현재까지 단 한 건의 사형도 집행되지 않았다. 국제 엠네스티는 한국을 10년 이상 기결수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국가, 즉 실질적 사형제도 폐지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집행 안 해도
구형은 나와

지난 8일, 검찰은 춘천 연인 살해사건 피고인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피고인 A씨는 상견례를 앞두고 연인을 목 졸라 살해한 후 흉기로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춘천지법 형사 2(박이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서 검찰은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법정 최고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은 무기징역 선고 시 20년이 지나면 가석방이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피고인은 만 47세에 출소할 수도 있다”며 피고인의 반사회성, 폭력성, 집착성이 사회에 나가 재발했을 때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우려된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A씨에게는 30년간 위치추적 장치 부착과 5년간 보호관찰 명령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피해자의 유가족은 지난해 10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발 도와주세요. 너무나 사랑하는 23살 예쁜 딸이 잔인한 두 번의 살인행위로 차디찬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원을 올렸다.


청원에 따르면 피해자는 사건 당일 저녁 A씨를 만나러 춘천에 갔다가 변을 당했다. A씨는 피해자를 목 졸라 살해한 후 식칼로 가슴과 목 부분을 여러 차례 깊숙이 찌르는 등 잔혹한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은 이런 끔찍한 사건이 우리 가족에게 일어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가족들과 아주 가까운 곳에서 발생되고 있다잔인하고 중대한 범죄에 대해 살인 피의자의 얼굴 등 신상을 공개한다면 저같이 피눈물 흘리는 엄마가 나오는 것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종로 고시원 화재 용의자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면서 이러한 살인마(A)는 이 사회와 영원히 격리될 수 있게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해당 청원에는 21만명이 넘는 국민이 동의를 표했다.

사형제도 존폐 논란은 한국 사회서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지난해 10월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사형제 폐지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사형제를 당장 혹은 향후에 폐지하는 데 동의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20.3%가 찬성 의견을 냈다. 반대는 79.7%에 달했다.

사형제 존폐 논란은 살인 등 강력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불거진다. 또 사형제를 존치해야 한다는 입장은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그 수치가 높아진다.

하지만 세계적 흐름은 물론 한국 사회서도 사형제도는 역사의 뒤안길로 조금씩 물러나는 모양새다. 1996년과 2010, 헌법재판소는 사형제도가 합헌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결정은 같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형제도 폐지를 찬성하는 의견에 무게중심이 실렸다. 1996년에 72로 합헌 결정이 내려진 반면, 2010년에는 54로 위헌 의견이 늘어난 것.

1997년 이후 사형 집행 전무
실질적 사형제도 폐지국 분류


반면 검찰은 사형 구형에 있어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해 1월 살인범죄에 대한 구형량을 대폭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성폭행이나 미성년자 납치 등 강력범죄와 함께 살인죄를 저질렀을 경우 무기징역 구형을 기본으로, 최대 사형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초 살인범죄 사건처리기준 합리화 방안을 전국 검찰청서 시행한다고 밝혔다. 특히 아동이나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나 여성을 상대로 범죄가 이뤄질 경우 가중처벌 요소로 본다는 입장을 정했다.

검찰이 2018년 처음으로 사형을 구형한 피고인은 어금니 아빠로 불리는 이영학이다. 지난해 130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 11(이성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서 검찰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 살인, 추행유인,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영학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영학은 2017930일 당시 14세였던 딸의 친구를 서울 중랑구 망우동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수면제를 먹여 재운 뒤 추행하고 다음날 낮 목졸라 살해했다.

거대 백악종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딸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여러 차례 방송에 나왔던 그였기에 충격은 더 컸다.

검찰은 “(이영학이) 여중생의 귀에 대고 속삭였을 목소리를 생각하면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다분노의 감정으로 처벌할 수 없지만, 더 큰 피해를 막고 우리 사회의 믿음과 정의를 세우기 위해서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사형을 구형한 이유를 밝혔다.
 

▲ 법정 의사봉

이후 이영학의 항소로 진행된 항소심서도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 측은 이영학이 극도로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고 시체를 유기했으며 사후 처리 방식 등을 보면 이영학이 주장하는 정신병의 근거는 없다고 일축했다.

또 개선의 여지도 없다면서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그리고 지난해 1129일 대법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사형제 논란
뜨거운 감자

아내에게 수면제를 먹여 잠들게 한 뒤 약물을 주입해 숨지게 한 의사에게는 1심과 항소심서 모두 사형이 구형됐다. 2017920일 대전지법 서산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한경환)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서 검찰은 재혼한 아내의 도움으로 성형외과를 개업한 피고인이 아내 명의로 된 수억원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아내를 살해하는 극단적인 범죄를 저질렀다고 판시했다.

이어 자신의 처방으로 수면제를 사고 외국서 사형을 집행할 때 사용하는 독극물을 함께 구매하는 등 치밀하게 계획한 범죄라며피고인의 죄질이 아주 불량하고 살해의 동기와 조사 과정의 태도 등 유족에게 씻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데 대해 법정 최고형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원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고 검찰은 항소했다.


지난해 316일 열린 항소심서도 검찰은 피고인은 결혼한 지 7개월 만에 아내 살해를 시도하고 미수에 그치자 4개월 만에 아내를 결국 살해했다극악무도한 범행을 한 피고인을 영원히 우리 사회서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 기관이 물증을 찾아내자 처벌을 덜 받으려 어쩔 수 없이 자백한 것이라며 의학지식을 악용해 잔인하게 살해하는 등 돈을 노린 계획적 범행이 명백하다고 엄벌을 요구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 역시 피고인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4월에는 성매매를 거절당했다는 이유로 여관에 불을 질러 투숙객 7명을 숨지게 한 혐의(현주건조물방화치사)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 유모씨가 사형을 구형받았다.

지난해 4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2(재판장 성창호 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서 욕정을 채우지 못한 피고인이 분풀이를 위해 치밀하게 방화 계획을 세우고 불특정 다수가 숙박하는 여관에 불을 질렀다며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생전에 느꼈을 공포와 고통, 가족들이 느낀 슬픔과 비통함을 고려한다면 죄책에 상응하는 선고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인간 존엄의 근간인 생명권을 침해한 점, 자기 책임을 줄이는 데 급급해 졸렬한 주장을 하며 반성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달라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1심 재판부가 유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자 항소, 항소심서도 사형을 구형했다. 항소심서 재판부는 유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잔혹한 범죄
유가족 슬픔

20171025일 오후 730분께 경기 양평군 윤모씨의 자택 주차장서 윤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지갑, 휴대전화, 승용차를 빼앗아 달아난 혐의로 구속 기소됐던 허씨에게도 사형이 구형됐다.

숨진 윤씨가 엔씨소프트 윤송이 사장의 부친이자 김택진 대표의 장인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을 끌었다. 허씨는 1심 결심공판서 금품과 차를 훔친 것은 인정하면서도 살인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해 424피고인의 옷과 벨트 등에서 피해자의 혈흔과 DNA가 검출됐다피고인이 범행 후 살인’ ‘살인 사건’ ‘사건 사고등을 집중적으로 검색한 정황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고인은 교화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사람으로 우리 사회서 영원히 격리할 필요가 있다하루아침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의 슬픔을 헤아려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공소 사실을 토대로 허씨의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검찰의 사형 구형은 받아들이지 않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심서도 사형을 구형하면서 피고인이 죄를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 본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허씨는 항소심 최후진술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와 수사과정 등을 문제 삼으면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무죄를 주장한 허씨와 사형을 선고해달라는 검찰의 항소 모두를 기각하면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지난해 430일에는 재가한 어머니의 일가족을 살해하고 계좌서 돈을 빼내 뉴질랜드로 달아났다가 붙잡힌 김성관씨가 사형을 구형받았다.

그는 20171021일 오후 모친과 이부동생을 용인의 집에서 찔러 살해하고 체크카드 등을 강탈한 데 이어 계부도 흉기와 둔기를 사용해 살해한 뒤 차량 트렁크에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았다. 김씨는 범행 이후 계좌서 돈을 빼 아내와 두 딸을 데리고 뉴질랜드로 달아났다가 현지서 붙잡혀 한국으로 송환됐다.

피고인 극형 내려달라 요청해도
2017 년 이후 사형 확정선고 ‘0’

검찰은 1심서 피고인은 매우 잔혹한 방법으로 범행을 하고도 지금까지 괴로워하거나 죄책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고, 평소 자신에게 서운하게 했다는 등 피해자 탓만 하고 있다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범행을 했다는 것을 피고인이 알게 해야 한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1심 재판부는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검찰은 항소했지만, 결국 항소심서도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승강기를 타려고 기다리던 이웃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30대 남성 강씨와 가요주점 여성 동업자를 둔기로 때리고 성폭행한 뒤 잔혹하게 살해한 50대 남성도 각각 지난해 11월과 12월 사형을 구형받았다.

강씨는 지난해 5월 부산시 연제구 연산동에 있는 다세대 주택 7층서 같은 층 주민 여성을 자신의 집으로 끌고 들어가 성폭행한 뒤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단지 같은 건물에 산다는 점 말고는 어떠한 관련도 없는 피해자를 아무런 이유도 없이 납치해 잔인하고 포악한 방법으로 살해했다이는 아주 중대한 범죄이며 소위 말하는 묻지마 살인”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1심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1221일 청주지법 형사 11(소병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서 검찰은 가요주점 살인사건의 피고인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피해자가 실신한 상태서 불을 지르는 등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하다는 이유였다.
 

▲ 김성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피해자는 둔기로 맞아 실신한 상태서 방화에 의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조사 과정서 성폭행 사실도 추가로 제기됐다. 피고인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25일 열릴 예정이다.

지난해 검찰이 사형을 구형한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대부분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검찰이 1심서 피고인에게 사형을 구형하면 재판부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그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하는 패턴을 보였다.

검찰은 법원의 판결에 불복, 항소심서도 사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사형이 확정 선고된 사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이영학만이 2015년부터 현재까지 1심서 사형 선고를 받은 유일한 피고인이다. 이영학 역시 항소심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1990년대 이후 법원 최종심서 단 한 건의 사형 선고도 나오지 않았던 해는 일곱 해로 1994, 2008, 2011, 2012, 2014, 2017, 2018년이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5월 이후에도 역시 사형 확정 선고는 나지 않았다.

재판부 고민
무기징역 많아

이 같은 사례로 볼 때 사형 선고에 대한 재판부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 종로여관 방화 사건서 검찰은 1·2심서 모두 사형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문명사회를 지향하는 우리 사회가 사형 선고를 내릴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대법원 판례를 봤을 때 사형에 처할 만한 사안에 이르지 않았다고 판단되고 사형 선고를 내린다 해서 피해자나 유족에게 완전히 위로가 되는지 알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양평 살인사건의 경우에도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을 충분히 인정하면서도 사형은 인간의 생명을 영원히 박탈하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며 이 사건이 누구라도 사형을 인정할 만한 특별하고 객관적인 사정이 분명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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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