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최대조폭 '신20세기파' 흥망성쇠 풀스토리

“형님이 감방서 고생하는데 밖에서 호강할 수 없지”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1980년대 부산 중구 남포동 일대 유흥가를 거머쥐었던 '신20세기파'. 수차례의 와해와 재결성을 거쳐 30년에 가까운 명맥을 이어온 부산의 대표적인 폭력조직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0여 년 전 개봉했던 영화 <친구>에서 장동건이 이 조직의 행동대장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신20세기파 두목이 검거되고 이후 조직원들이 잇따라 자수하면서  이들의 뜻밖의 '의리'가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 부산지역 폭력조직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일요시사>는 부산 폭력조직의 탄생비화와 흥망성쇠 풀스토리를 풀어봤다.

야구방망이와 흉기를 든 폭력배 수십 명이 납골공원 장례식장에 들이닥친다. 상대 조직원을 찾아내 보복하기 위해 식당까지 난입했다. 이번엔 병원 응급실에서 건장한 체격의 청년 10여 명이 난투극을 벌인다. 부산지역 불법 오락실 운영권을 놓고 칠성파와 세력다툼을 벌여온 신20세기파 조직원들이다. 부산지검 강력부가 지난 20일 신20세기파 3대 두목 홍모(39)씨와 행동대장 황모(31)씨 등 15명을 검거해 재판에 넘겼다.

피비린내 나는
영역다툼

부산의 양대 폭력조직인 칠성파와 신20세기파는 영화 <친구>의 소재로 등장하기도 했다. 극 중에서 배우 유오성이 소속된 조직이 칠성파고 장동건이 행동대장으로 연기했던 조직은 신20세기파다.

영화 속 얘기처럼 신20세기파는 부산의 또 다른 폭력조직인 칠성파와 피비린내 나는 영역 다툼을 벌여왔다. 1980년대 후반 부산에서는 최대 조직으로 꼽히는 칠성파와 이를 견제하는 반칠성파가 성행했다. 반칠성파는 '신칠성파' '20세기파' '신20세기파' '유태파' '영토파' 등의 조직들이 합심해 칠성파를 노골적으로 견제하고 나서면서 칠성파와 반칠성파 간의 끈질긴 악연이 시작됐다. 신20세기파의 30년 조직명맥의 풀 스토리는 말 그대로 다사다난한 흉악범죄의 종합선물세트라고 명명할 수 있다. 

1993년 7월 신20세기파가 세력을 확장시키려는 가운데 이를 주시하고 있던 칠성파의 조직원들이 신20세기파 행동대장 정모씨를 부산시 중구 보수동 한 노상에서 10여 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이 사건은 영화 <친구>에서 대표적인 장면의 소재로 쓰였고 이 영화로 인해 두 조직 간의 오랜 갈등이 다시 한 번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영화 <친구> 실제모델 조폭 '신20세기파' 무더기 검거
반칠성파 계열 30년간 '칠성파'와 반목하며 세력 키워

2006년 1월에는 전국을 들썩이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신20세기파와 반칠성파 연합조직원 60여 명이 회칼, 손도끼 등 각종 흉기를 소지하고 부산 영락공원 장례식장에 난입한 것이다. 이는 온라인상에서 ‘영락공원 집단칼부림’으로 불리며 사회를 충격 속에 빠뜨렸고 신20세기파를 와해직전 상황까지 몰고 갔던 칠성파와의 대 난투극 사건이었다. 게다가 이 사건은 추후 신20세기파의 일망타진에 결정적 요인이 됐다.

반칠성파가 칠성파와의 난투극을 모색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부산지역 양대산맥을 이루는 폭력조직 중 하나인 칠성파 계열의 '신온천칠성파' 소속이었던 양모씨가 이 조직을 탈퇴한 후 반칠성파 계열의 유태파로 옮기면서 잔인하게 난자돼 피살당했다. 이로 인해 친칠성파와 반칠성파 간의 질긴 세력다툼이 본격적으로 표면화돼 양세력 간 잊을 수 없는 대충돌이 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범죄단체성에 대한 실체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 반칠성파 조직원 30여 명만 폭처법위반(집단·흉기 등 상해)죄로 기소됐다.

이 사건의 원인은 당시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온갖 유흥업소가 문을 닫게 되고 심지어 조폭들의 주요 '밥그릇'이었던 오락실마저 불법 도박업소로 분류돼 자금줄이 막히게 된 데 있다. 더불어 '마피아' '야쿠자'등 국제범죄조직들이 국내에 속속들이 유입되면서 자연스럽게 조직 간 이권다툼과 자신의 구역을 지키려는 데 혈안이 돼있었다. 특히 신20세기파는 30여년간 토착 폭력배들과 집단패싸움을 벌이며 세력을 넓혀온 예 중 하나로 꼽힌다.

2009년 11월17일 신20세기파가 농협조합장선거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방해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밀양 상남농협 조합장선거에 신20세기파 조직원 20여 명이 동원돼 경쟁후보의 선거운동을 노골적으로 방해한 것. 조직원들은 선거운동원들에게 위세를 과시하거나 출마를 선언했던 입후보자들에게 쇠망치와 각종 흉기를 휘두르는 등 비열한 방해공작을 펼쳤다.

밥그릇 뺏겨
자금줄 막히기도

또한 신20세기파와 연합관계에 있었던 '무계파' 조직원들은 경쟁후보자에게 린치를 가해 전치 8주의 중상을 입히기도 했다. 이에 상대후보자는 남은 선거운동을 마저 끝내지 못한 채 조합장선거에 낙선했고 신20세기파가 지지했던 후보가 당선되는 결과를 낳았다.


2010년 12월 신20세기파의 조직원 한 명이 칠성파 조직원들에게 기습폭행을 당해 부산의 한 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다. 치료만 받고 끝날 줄 알았던 당시 병원 직원들은 갑작스런 난동에 충격과 피해를 같이 입었다. 입원한 조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동석한 타 조직원들이 병원 내 보안직원들을 무작위로 폭행하고 의료진에게 욕설을 퍼붓는 등의 온갖 진상을 부린 것이다. 이 사건으로 신20세기파는 막나가는 조직이라는 오명을 다시 한 번 쓰게 됐다.   

2011년 6월 또다시 칠성파와의 끈질긴 싸움이 재개됐다. 신20세기파 두목과 조직원들은 칠성파 조직원들에게 집단 린치를 가하기로 마음을 먹고 조직원 약 40여 명이 사시미칼, 야구방망이 등으로 완전무장을 한 채 해운대와 서면 유흥가 일대를 떼로 몰려다니면서 칠성파 조직원에 대한 보복과 칠성파의 와해를 기도하기도 했다.

같은 해 10월5일 새벽 경주 지역 사찰에 야구방망이를 소지하고 있었던 건장한 남자 7명이 무작위로 난입한다. 현광사 내부분쟁에 개입했던 신20세기파는 조직원 일부를 둔기와 함께 보내 잠을 자고 있던 분쟁 중 반대파 승려들을 무차별 난타했다. 당시 그들은 “무릎 뼈를 부숴서 걷지 못하게 만들라”고 위협을 가한 후 승려들의 방에 들어가 야구방망이로 무릎 쪽을 무차별적으로 가격해 뼈가 아스러질 정도의 골절상을 입혔다. 이로 인해 현광사의 승려들은 전치 9주~15주의 치료를 요하는 중상을 입었고 조직은 힘없는 종교인들에게까지 위협을 가하면서 비난세례를 피할 수 없었다.

이즈음부터 영락공원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던 신20세기파의 주요 조직원들이 대부분 출소하며 조직은 막강한 세력으로 발전했다. 뿐만 아니라 반칠성파의 연합조직들도 신20세기파에 힘을 더하며 조직의 건재함을 새삼 실감케 했다.

또 다시 시작된
끈질긴 싸움

하지만 검찰의 수사망은 그리 허술하지 않았다. 영락공원사건 이후 신20세기파의 두목 포함, 조직원들이 30여 년동안 가담한 모든 형사사건들을 면밀히 조사하는 것은 물론 최근 동향 자료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신20세기파 주요 조직원들이 출소한 지 6개월 만에 당당히 재건할 수 있었던 활동 전모를 낱낱이 파헤칠 수 있었다.

사실 그들은 은밀히 지속적인 수사기관의 레이더망에 잡혀 단속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20세기파는 변함없이 세대교체를 해가며 부산지역 남포동 일대를 근거지로 오락실 운영과 퇴폐업소 섭렵으로 자금줄을 확보했다. 약자를 상대로 한 금품갈취 또한 상당했으며 일반인 상대 청부폭력도 개의치 않고 진행했다. 조직의 세력 확장을 위해 새벽녘에도 난투극을 벌이는 극악범죄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신20세기파 세대교체의 주요 타깃은 고교 시절에 야구, 복싱, 레슬링, 유도, 태권도 등 운동선수 출신의 운동신경이 뛰어난 자들과 소위 일진세력에 속해있는 사람들로 구성됐고 인위적으로 그들에게 접근해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원들은 조직 재건을 위해 미성년자에게까지 손을 뻗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치졸한 영입을 이어왔다. 

그 중에 프로야구 선수출신 위모씨도 포함돼 있었는데 그는 ‘남포동 대가리’라는 별칭으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치면서 고교싸움의 일인자로 불렸다. 위씨는 2007년 SK와이번스로 입단해 고교야구 유망주 중 한 명으로 주목받기도 했으나 5년 전 그가 퍽치기 범행의 전과를 보유하고 있다는 소문이 네티즌들 사이에 일파만파로 퍼지며 거센 비난을 받았다. 그는 바로 임의탈퇴 명을 받고 구단을 떠났다. 군대를 다녀온 후 위씨는 곧 신20세기파 조직원으로 활동하며 조직의 세력을 넓혀가는 데 일조했다.

알짜 오락실 옆 조폭 이권 따라 혈투…밥그릇 챙기기
조직원들 ‘조폭의리’로 줄줄이 자수…조직 사실상 와해

한편 부산지검 강력부는 이번에 신20세기파의 와해를 목적으로 치밀하게 증거확보에 돌입했는데, 그 이유는 칠성파의 최근 동향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칠성파는 아직도 부산의 최대 범죄조직으로 자리를 확보하고 있지만 지난 2010년 두목 이강환을 검거한 이후 조직 활동을 세분화 시켰다. 당시 두목 이씨는 부산의 모 건설업체 대표를 위협함과 동시에 4억원 상당의 금품갈취와 납치폭행 혐의로 구속됐는데, 다름 아닌 시민의 제보로 검거됐다.

부산의 대표폭력조직인 칠성파의 두목이 검거되자 검찰은 자연스럽게 경쟁조직 중 대표인 신20세기파 두목을 그 다음 타깃으로 삼았다. 검찰은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는 신20세기파의 흉악범죄 증거사례들을 차례로 확보해 올해 1월부터 6개월 동안 두목 홍씨의 검거에만 힘을 쏟았다. 이후 두목 홍씨가 검거되자 서로 짜기라도 한 듯 주요 간부급 조직원들이 줄줄이 자수를 감행해 사실상 부산의 거대조직중 하나인 신20세기파의 와해가 성립됐다. 이것은 검찰이 남은 토착 폭력조직들 또한 좌시하고 있지 않겠다는 경고를 대신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또한 이는 올해 초 개봉했던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봤듯 과거처럼 거리에 활보하고 다니기는커녕 검찰의 손바닥 안에서 요리조리 몸을 숨기며 발붙일 곳을 찾아 헤매는 폭력조직들의 현재 모습이다. 심지어 칠성파도 부산지역 곳곳에 소두목을 두고 관리하는 형태로 시스템을 바꿔 검찰의 단속을 조금이라도 피하려 애쓰고 있다. 아직도 뒤에서는 더욱 진화된 방법으로 경찰과 검찰의 눈을 피해 범죄를 일삼는 어둠의 조직들이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숨통도 그리 오래가진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대교체하며
조직세력 넓혀

검찰은 이번 수사 이후 “파악된 첩보를 근거로 전통적인 폭력조직의 자금줄인 불법오락실, 퇴폐업소에 관해서도 비정기적인 단속을 실시해 조직 활동이나 세력 확장을 위한 자금 마련을 차단할 것이다. 가능한 수사역량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결집하고 지속적인 수사로 대형범죄조직의 와해를 위해 조직원 검거에 충실할 것이다”라고 강력한 선전포고를 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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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