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영업하는 교수들 실상

학생 1명 데려오면 180만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들은 지난 11월 학교법인 호서학원에 호소문을 보냈다. 호소문에는 연봉체계와 재임용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담겼다. 이들은 앞서 두 차례에 걸쳐 교육부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 결과 학교 측에 시정요구 통보가 내려졌다. 하지만 아무 것도 바뀐 게 없자 호소문을 보낸 것이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2003년 서울 강남구에 개교한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이하 SVU)는 석·박사과정만 운영하는 대학원대학이다. 고등교육법 제30(대학원대학)에는 특정 분야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대학원만 두는 대학을 설립할 수 있다고 돼있다.

SVU는 융합산업학과, 부동산학과, 사회복지상담학과 등 3개과로 구성돼있다. 정년트랙 12, 비정년트랙 2명 등 총 14명의 교수가 250여명의 석·박사과정 학생들을 가르친다.

뿔난 교수들
생존권 투쟁

교육부와 학교법인에 문제를 제기한 교수들은 각양각색의 연봉체계를 손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교수별로 연봉체계가 다른 것은 물론 그 액수 차이도 천차만별이라는 주장이다.

A 교수는 교수들 연봉이 1600만원서 7500만원까지 분포돼있다연봉 책정 과정서 교수들과 어떠한 합의도 없었고, 근로계약서도 없이 학교 측에서 일방적으로 통보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수들의 연봉은 학생 모집 실적과 지도학생을 근거로 하고 있다교수는 시대의 지성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인데 이 학교서만큼은 영업사원 대접을 받는다고 한탄했다.

SVU가 학생 모집 실적과 연봉을 연계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VU는 석·박사과정 전공을 2개 학과로 신청했다가 변칙적으로 17개 학과로 증설한 사실이 교과부(현 교육부)에 적발돼 2007년부터 학생 모집 정지 3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2010년은 SVU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였다. 3년 동안 신입생을 받지 못하면서 존폐위기에 놓였기 때문. 당시 SVU교원연봉책정기준()’을 만들어 교수들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했다.

SVU는 “3년간의 학생 모집 중지로 재정이 고갈돼 당해년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됨에 따라 2010학년도에는 연봉삭감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점을 교수들에게 공지하고 학생 모집과 연봉체계를 연동하겠다고 설명했다.

연봉은 교수별로 모집한 학생의 등록금 수입액의 일정 비율을 적용한 기본급과 연구 간접비나 기부금 유치 등 교수가 학교재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금액의 일정 비율을 적용한 성과급으로 책정됐다.

2010학년도에는 등록금 수입액의 40%, 2011학년도에는 37.5%, 2012학년도 이후에는 33.5%의 비율로 정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다 2013년 말부터 지급되는 연봉이 바뀌기 시작했다. A 교수는 당시에는 산출 기준이 정확했기 때문에 액수가 어느 정도 고정돼있었다그런데 그 시기(2013년 말)부터 급여가 들쭉날쭉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이 시기(2013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교수들은 어떤 기준으로 자신들의 연봉이 책정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고 했다.


연봉·재임용 문제해결 요구
민원제기하고 법인에 호소문

결국 일부 교수들이 지난해 교육부에 민원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학생 모집 실적을 근거로 한 연봉체계가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현재의 연봉체계가 학생들의 학습권과 지도교수 선정권은 물론 교수들의 수업권까지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SVU 교수들은 모집한 학생을 관심사와 상관없이 자신의 학과에 고정시킨다. 지도교수 역시 자신이 맡는다. 교수의 모집 활동으로 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에겐 선택권이 거의 없는 셈이다.

이 과정서 교수들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벌어진다. A 교수는 같은 과 교수들끼리 밥을 먹기는커녕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학생을 빼앗긴다는 것은 급여가 줄어든다는 말과 같기 때문에 늘 긴장 상태로 지낸다고 전했다.

한 교수는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몸 상태가 악화돼 병원 신세를 지고도 2주 만에 복귀해 수업을 진행했다. 병원서도 휴직을 권할 정도였지만 학생들이 지도교수를 바꿀까봐 어쩔 수 없었다고 전했다.

모집 경쟁서 도태되는 교수는 최저시급도 안 되는 연봉으로 생활해야 한다. 한 교수는 학생 모집 실적이 부진해 약 1600만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 세금을 제하면 한 달에 120만원 정도다. 이 교수는 데려온 학생이 없어 수업조차 힘들다. 그래도 수업시수를 채워야 학교에 계속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교수들에게 학생을 구걸하는 지경이다.

고정급 3600만원으로 계약을 맺고 2012년 임용된 교수들도 불만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학생 모집 실적에 대한 성과급은 전무한 채 올해까지 같은 연봉을 7년째 받고 있다. 또 성과급이 전혀 없음에도 수업을 위해 학생을 모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A 교수는 고정급 3600만원은 2003SVU 개교 당시 교수들에게 책정됐던 연봉이라며물가인상 등 사회 변화에도 불구하고 약 15년간 변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A 교수 등은 몇몇 교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교수들이 저임금 수준으로 착취당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서 박호군 총장의 연봉은 수억원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교수나 교직원에 대한 복리후생은 전무한 수준인데 학교는 미사용 차기 이월금으로 23억원가량을 적립하는 등 갑질을 일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파도 출근
돈으로 재임용

재임용 기간도 문제 삼았다. SVU는 정년트랙과 비정년트랙 구분 없이 1년 단위로 재임용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1년 단위로 재임용이 진행되다 보니 3년 단위의 박사과정 학생들이 지도교수의 중도 탈락을 염려하는 등 정당한 수업권을 침해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학교가 재임용을 무기로 교수 길들이기를 자행하고 있다는 것.

2012SVU는 부족한 실적을 근거로 정년트랙 교수 5명의 재임용을 거부한 적이 있다. 당시 재임용을 거부당한 교수들은 교육부 소청심사위원회에 제소했고 우여곡절 끝에 학교로 되돌아왔다.


당시 재임용을 거부당한 교수 중 한 명은 당시 교수 임명권을 가진 학교법인이 아니라 학교 총장직무대행이 임의로 인사위원회를 열어 재임용 거부 처분을 내렸다면서 다른 학교 같았으면 징계 처리가 됐어야 할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임용 평가 기준도 도마에 올랐다. SVU는 교육(100), 봉사(100), 연구 실적(60), 벤처연구 실적(60) 등을 재임용 평가 기준으로 두고 있다. 교육은 수업시수, 봉사는 사회활동, 연구 실적은 논문 편수, 벤처연구 실적은 외부 프로젝트 수주액을 기준으로 한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연구 실적과 벤처연구 실적이다. 연구 실적은 국외 저명학술지(SCI) 논문 편당 10, 국내 저명학술지(KCI) 논문 편당 8, 국내 학술지 논문 편당 5점으로 계산한다. 1년에 SCI급 논문 6편이나 KCI8편을 발표해야 연구 실적 점수를 채울 수 있다.
 

벤처연구 실적은 외부 프로젝트비 수주액을 기준으로 연봉 대비 50% 미만이면 60, 50%~100% 미만이면 80, 100% 이상이면 120점으로 정했다. A 교수는 이 같은 재임용 평가 기준에 대해 '살인적'이라고 표현했다. 최근 들어 재임용 평가 기준이 조금 완화됐지만 여전히 버거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학생 선택권 
크게 제한돼

또 연구 실적과 벤처연구 실적 등 120점을 채우지 못한 교수들은 발전기금 등을 납부하면서 재임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연봉의 5%10점으로 계산, 모자란 점수를 학교 발전기금을 내고 받은 점수로 충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연봉을 1800만원 정도 받던 한 교수는 1000만원에 이르는 학교 발전기금을 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민원 내용에 대해 교육부는 지난해 12SVU에 교원임용 계약체결 및 교직원 보수규정 운영에 대한 시정요구를 통보했다. 먼저 SVU가 교원과 체결한 교원임용계약서 제4(보수)에 따라 연봉계약제 교원의 보수는 별도의 계약을 한다고 규정돼있지만, 실제 별도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시정하라고 요구했다.

A 교수에 따르면 SVU는 교수와 임용계약은 맺으면서도 연봉 관련 계약은 진행하지 않았다.

201211월 교육부 감사 및 시정처분 요구에 따라 SVU가 호봉을 연봉으로 수정해 교직원 보수 규정을 개정함으로써 이행완료했다고 20134월 보고했지만, 호봉제를 연봉제로 변경한다는 사실 자체만 규정했을 뿐 급여지급 기준 및 성과급 산정 기준 등 보수체계의 세부적인 내용은 보수규정 및 보수규정서 위임한 인사규정에 규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직원 보수규정 및 교원 인사규정에 급여지급 기준과 성과급 산정기준 등 보수체계의 세부적인 내용을 반영하라고 요구했다.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고등교육법 제602항에 따라 학생 모집정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A 교수 등은 교육부의 시정요구 통보에도 불구하고 학교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몇 번이나 요구한 끝에 현행 연봉체계에 대한 근거 자료를 받았을 뿐이다. 지난 3월 교수게시판에는 ‘2014학년도 교원연봉 책정 품의자료가 올라왔다. 교수 연봉의 산정 기준을 정한 내부결재 문서다.

연봉은 기본급과 성과급으로 나뉘어 책정됐다. 기본급은 2010~2012학년도 3년 평균 연봉의 25%, 2009년도 연봉 40%, 직급별 수당을 합해서 산출한다. 2010~2012학년도는 SVU에서 교원연봉책정기준()’에 따라 연봉을 지급하던 시기다.

교육부 시정조치 통보했지만…
학측 
“개선 조치 취하고 있다”

2009년은 학생 모집이 정지됐던 시기로 당시 교수들을 산학A/산학B 그룹으로 나눠 연봉을 지급했다. 산학A 그룹은 주4일 근무에 6시간 강의를 하는 교수들로 연봉 3600만원이 지급됐다. 산학B 그룹은 주2일 근무에 3시간 강의를 하는 교수들로 구성됐고 1800만원을 받았다.

문제는 2010년 학생 모집을 재개했을 당시에는 교수들 모두 주4일 근무에 6시간 강의를 했다는 점이다. 산학A·B 그룹의 구분이 무의미해졌다는 뜻이다.

A 교수 등은 “2014년 연봉 책정 기준을 잘 뜯어보면 보직 교수들이 돈을 더 받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2009년 연봉이 기본급 산정에 들어가 있는 것도 그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과급은 학생 모집 실적을 기준으로 했다. 입학생 1명당 180만원으로 정했고 재학생은 75만원이다. 교수가 모집한 1명의 학생이 학교에 3년간 다닐 경우 받을 수 있는 돈은 330만원이다. 학생이 휴학하거나 자퇴하면 다음 학기 급여는 줄어든다.

SVU는 이 같은 연봉체계를 2014학년도까지 시행하고, 2015학년도에는 교원 간의 의견 수렴을 통해 새로운 교원급여 체계를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A 교수에 따르면 이 연봉체계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재임용 시기가 된 교수들에게 내민 연봉계약서도 해당 연봉체계를 바탕으로 구성돼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교수들이 연봉계약서 서명을 거절했지만 급여는 이 연봉체계를 바탕으로 지급되고 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결국 A 교수 등 7명은 학교법인에 호소문을 보내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그간 교수들이 총장에게 연봉 및 재임용 등 불합리한 것들을 개선해 주기를 요청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해주지 앉아 재단에 호소문을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기본 생활이 보장될 수 있도록 연봉을 책정해주길 바란다지금의 학교 상황에서 많은 연봉을 요구하지 않는다. 합리적으로 형평성 있게 생존권을 보장해달라고 호소했다.

법인 “학교 일”
학교 “개선 중”

학교법인 호서학원 관계자는 호소문은 받았다. 교육부에 민원이 제기되는 등 이미 여러 차례 나온 얘기라며학교 차원서 교육부에 소명자료를 보내는 등 대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법인은 교육기관의 법적 주체일 뿐 행정 업무 등 실무는 학교에서 담당한다지난 112일자로 정관을 개정해 신규 임용과 교원 승진을 제외한 교원 임용과 관련된 모든 사항은 학교장(총장)이 자율성을 갖고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SVU 행정처 관계자는 학교에선 뭘 숨기거나 은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교육부에 그와 관련된 자료를 수차례에 걸쳐 보고하고 있고, 문제가 될 만한 사항은 학교서 계속 개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할 말 많은 SVU 교수들 인터뷰
"총장 퇴진해야

-이번 사태에 대한 생각은.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수년 동안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정부는 적폐 청산과 사학비리 척결을 운운하면서도 교수들의 민원에는 아랑곳하지 않으니 교육부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학교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학교는 20억원이 넘는 미사용 이월금을 조성하면서 교수들의 인건비를 착취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교수들의 인건비를 착취하려 하지 말고 명실상부한 대학원대학교로 거듭나기를 바라고 있다. 더 이상 교수들을 학생모집으로 내몰지 말고 우수한 석·박사 배출에 몰두할 수 있는 교육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라고 있다.

-학교법인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교수들은 학교의 현안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고액의 연봉을 챙겨가는 총장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총장은 학생 모집도 안 하면서 고액의 연봉만 챙겨가는 매우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사람이다. 즉시 퇴진시켜주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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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