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릉선 KTX’ 또 다른 결함 공개

자꾸 멈추는 열차 사고 전 TF 꾸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 8일, 강릉선 KTX가 탈선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개통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일어난 대형사고다. 강릉선 KTX의 설계·시공·운영·유지관리 등 총체적인 사안이 도마에 올랐다. 문제는 이번 사고에 앞서 강릉선 KTX 열차에 또 다른 이상현상의 흔적이 감지됐다는 점이다.

▲ 고개 숙인 오영식 전 코레일 사장

강릉선 KTX2018 평창동계올림픽(이하 평창올림픽) 대회 기간 중 관람객의 빠른 수송을 목표로 지난해 1222일 개통했다. 강릉선 KTX의 개통으로 수도권과 강원도 동해안 지역의 이동 소요 시간이 비약적으로 줄었다. 개통 초기에는 원주강릉 구간의 철도 노선명인 경강선의 이름을 따서 경강선 KTX로 불렸지만 지난 4월 명칭 공모를 거쳐 강릉선 KTX로 변경됐다.

올림픽 성공
자찬했지만…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는 지난 3월 보도자료를 통해 평창올림픽·패럴림픽 기간 동안 정상급 외빈 등 106만여명의 관람객을 사고 없이 수송했다고 자찬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강릉선 KTX는 열차 운행 증편과 임시열차 투입을 통해 평창올림픽 기간에는 하루 35000여명, 패럴림픽 기간에는 하루 15000여명을 실어 날랐다.

당시 코레일은 평창올림픽 개막 전인 126일 사전수송 기간부터 패럴림픽 수송지원이 끝나는 322일까지 56일 동안 올림픽 철도수송대책본부를 운영했다. 여객·열차·광역·차량·시설·전기 등 철도 각 분야 전문가가 하루 8명씩 주야간으로 교대근무를 하면서 24시간 비상대응체계로 평창올림픽에 임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강릉선 KTX를 평창올림픽의 대표 레거시(유산)로 꼽았을 정도. 마크 아담스 IOC 대변인은 평창에도 좋은 레거시가 많다. 새로 구축된 고속철도가 대표적이다. 30~50년 동안 훌륭한 레거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낸시 박 조직위 국제미디어 관계 디렉터도 고속철도는 가장 오래 남을 자랑스러운 레거시 중 하나라고 추켜세웠다.


하지만 강릉선 KTX의 위상은 채 1년도 안 돼 나락으로 떨어졌다. 지난 8일 오전 735분께 강원 강릉시 운산동 일대 강릉선 철도서 서울행 806KTX 열차가 탈선했다. 열차는 기관차를 포함한 2량이 완전히 탈선하는 등 10량 모두 선로를 벗어났다. 이 사고로 직원 1, 승객 15명 등 16명이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서 치료를 받았다.

평창올림픽 관객 수송 위해 개통
대표 유산서 나락 떨어진 위상

이번 탈선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열차의 선로를 바꿔주는 장치인 선로전환기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고장을 일으킨 선로전환기와 인근 선로전환기가 지난해 9월 설치 때부터 케이블이 엇갈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애초에 설계와 시공 단계서부터 문제를 안고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최근 한 달 새 크고 작은 열차 사고가 10여건가량 연달아 일어나면서 불안감이 고조된 국민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번 탈선 사고가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것도 부정적인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결국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사고의 책임을 지고 취임 10개월 만에 사퇴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도 고개를 숙였다.
 

▲ 강릉선 KTX 탈선 현장

전국철도노동조합은 탈선 사고와 관련해 평창올림픽 개최일에 쫓긴 시급한 개통과 철도 상하분리 시스템의 고질적 문제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건설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하 철도공단), 운영은 코레일이 담당하는 상하분리 방침에 따라 철도공단은 시설업체와 계약해 강릉선 KTX를 건설했고, (시설물 검증 시험 항목 중) 신호 연동검사를 단독으로 수행한 뒤 코레일에 인계했다운영을 담당하는 코레일은 발주기관이 아닌 탓에 시설물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탈선 사고의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강릉선 KTX 설계 단계부터 시공, 운영, 유지 관리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조사에 돌입했다. 현재는 열차 운행 과정서 탈선 사고가 발생하면서 운영 주체인 코레일이 뭇매를 맞고 있지만, 설계와 시공을 맡고 있는 철도공단으로까지 책임 소재가 번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년도 안 돼
대형사고 발생


문제는 이번 탈선 사고가 일어나기 전부터 강릉선 KTX 운행 과정서 또 다른 이상현상이 감지됐다는 의혹이 나온 점이다.

복수의 철도 관계자들은 평창올림픽·패럴림픽 이후 강릉선 KTX 일부 구간서 견인력 일시차단혹은 부하불균형등의 현상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견인력 일시차단 현상, 즉 열차가 움직이도록 끌어당기는 힘이 일시적으로 끊기는 현상이 일어났다는 주장이다.

철도 전문가 A씨는 견인력 일시차단 현상이 발생하면 순간적으로 열차의 시동이 꺼진다. 승객들이 느낄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기관사 입장에서는 크게 놀랄만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코레일은 평창올림픽 기간 중에는 강릉선 KTX에 견인력 일시차단, 부하불균형 현상이 발생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이 같은 이상현상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TF(태스크포스)가 구성된 사실이 확인됐다.
 

한 코레일 본사 관계자는 철도공단, 철도기술연구원, 현대로템, 코레일이 TF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철도기술연구원(이하 철기연)은 철도교통기술 관련 연구를 담당하는 곳이고 현대로템은 철도차량을 제작, 공급하는 회사다.

TF는 내년 12월까지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코레일 본사 관계자는 내년 1월 말까지 조사를 마치고 2월에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철기연서 이상현상에 대한 측정과 분석 등 관련 조사를 마치면 그 결과에 따라 대책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TF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철기연 소속 연구원은 TF에 대해서는 코레일에 물어보라는 입장을 보였다.

올림픽 기간엔
발생 안 했지만…

철도공단 관계자는 TF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코레일서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강릉선 KTX서 일어난 이상현상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TF가 구성된 것은 맞지만, 철도공단 측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상현상이) 철도공단과는 관계없는 일이기 때문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현상의 발생 시기는 최소 9월 이전으로 추정된다. 현대로템은 지난 9월경 강릉선 KTX 견인력 일시차단 현상과 관련해 자체적으로 기술검토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9월 이전부터 강릉선 KTX 일부 구간서 견인력 일시차단 등의 이상현상이 발생했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코레일 주도로 TF가 구성돼 현재도 운영 중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문제가 발생하는 구간서 열차를 저속 운행하는 방식으로 이상현상을 억제하고 있다.

이상현상의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철도 전문가 A씨는 견인력 일시차단 현상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강릉선 KTX서 일어난 현상은 고조파가 의심스럽다고 설명했다. 철도공단 관계자 역시 고조파를 이상현상의 원인으로 추정했다.


탈선 사고 이전부터 이상현상 의혹
코레일 , 철기연 , 현대로템 등 참여

고조파는 기본 주파수에 2, 3, 4배와 같이 정수의 배에 해당하는 물리적 전기량을 말한다. 고조파 전류가 합성되면 전체 파형이 기존파에 비해 찌그러진 파형으로 변하는데, 이 과정서 전자기기가 연결된 전력계통에 나쁜 영항을 줄 수 있다.

2008년 대한전기학회 전기기기 및 에너지 변환시스템부문회 춘계학술대회 논문집에 실린 <한국형 고속열차의 주행상태와 고조파 상관관계 분석>에 따르면 고조파 전류의 발생은 인접통신선에 유도 장해를 일으키고 철도신호장애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전원계통에 유입되는 경우에는 보호계전의 오작동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일요시사>는 한국교통대학교 B교수가 201411월 작성한 <원주~강릉 철도건설사업 고조파 시뮬레이션 보고서>를 입수했다. 해당 보고서는 원주강릉 간 전철변전소 3개소(횡성, 대화, 강릉)의 급전구간에 대한 고조파 예측을 실시하고 그에 대한 대책설비의 필요 유무를 결정하기 위해 작성됐다.
 

B교수는 횡성, 대화 전철변전소는 고조파 대책설비가 없는 상태서 한전인출점서의 전압왜형율은 기준을 만족하지만 각 조파별 기준치와 비교하면 초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횡성, 대화 전철변전소의 경우 고조파 대책설비로 RC뱅크를 급전구분소에 설치하면 현행 규제치와 한전 규정 현행 규제치를 초과하지 않고, 또 전철변전소에 고조파 저감용 LC필터를 설치하면 전압왜형율이 더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결론내렸다.

RC뱅크는 고조파를 제거 또는 저감하는 장치다. 당시 강릉선 KTX 예산에는 RC뱅크 설치를 위한 예비비가 편성돼있었다. 횡성과 대화 사이에 위치한 둔내 급전구분소 설계도면에도 2개의 RC뱅크가 표시돼있다. 설계도면 메모에는 차량 운행 후 발생되는 고조파 실측을 통해 그 결과를 반영할 것이라고 돼있다. 시설물 검증시험 결과에 따라 RC뱅크 설치 여부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둔내 급전구분소에 RC뱅크는 설치되지 않았다.


이상현상 원인
고조파 때문?

강릉선 KTX 시설물 검증시험 당시 강원본부에 근무하던 철도공단 관계자는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RC뱅크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실제 열차가 운행할 때 전력이 어떤 상태로 나타나는가를 측정하는 전력품질분석 과정서 RC뱅크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의 결과가 나왔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개통 이후 강릉선 KTX 일부 구간서 일어난 이상현상은 RC뱅크 설치 여부와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철도 전문가 A씨는 “B교수가 제시한 결론과 현재 상황이 서로 상반된다시설물 검증 시험의 절차나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또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절감한 예산 어디로? ‘관계자 성과급으로 지급’

강릉선 KTX 둔내 급전구분소 구간에 예비비로 편성된 RC뱅크가 설치되지 않으면서 예산이 절감됐다. 절감된 예산은 어디로 갔을까.

철도공단 강원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절감된 예산은 성과급으로 지급됐다.

100만원 받아

철도공단 직원은 규정에 따라 예산 절감과 관련해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당시 건설에 참여한 강원본부 관계자 등은 100만원가량의 성과급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철도공단 직원은 이 같은 사실에 대해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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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반가운 얼굴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예민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오간다. 그래서인지 용산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연이어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휴 내내 야당이 추석 밥상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는데 국정 지지율은 내림세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은 예견된 문제였다. 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역풍 맞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묘한 거리감도 신경이 쓰인다. 꺼야 할 급한 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 추락 30%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인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첫 번째 주 29.3%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20%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 같은 수치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6.7%, ‘잘 모름’은 3.6%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7%였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의료 대란을 비롯한 물가, 당정 갈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야당이 의료 공백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면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뜻을 확고히 했다. 의료진과 대통령의 인식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 현장을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혼자서만 달나라에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중증·난치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심야 응급실을 방문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사면초가 한동훈 영부인 공천 논란까지? 상다리 휘는 야 물가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2.0%로 집계됐다. 이는 1.9%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지만 당초 지난달 물가가 높았던 탓에 국민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정부는 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썼다. ‘현금 살포’ ‘표풀리즘’이란 지적이 나와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25만원 지원법을)딱 잘라 거절했으니 이에 맞먹을 대응책을 가져와야 한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안이든 지원금이든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 167만명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추석 전 조기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민생경제 분야서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서 의결하면서 마찬가지로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추진하던 25만원 지원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을 정쟁 법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맞불을 놨다. 용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 됐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 등의 2심 선고기일이 오는 12일 예정된 만큼 이를 덮기 위한 ‘급발진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검찰은 오는 9일 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이뤄지는 증인신문에 “문 전 대통령도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시 쥔 총자루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에 대한 수사를 두고 “추석 명절 밥상에 윤석열, 김건희 대신 다른 이름을 올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혐의는 덮어주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서는 도의를 무시하는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김혜경 여사도 소환했다. 지난 5일 김 여사가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정부는 집권 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며 “검찰은 이번에도 반성은커녕 야당 대표의 배우자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탄압 수사가 검찰의 추석 기념행사냐”고 직격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추석 밥상에 올라오나 싶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이었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공천 개입 논란까지 전 방향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이 당초 컷오프된 점을 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 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이를 포함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당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씨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야당의 발목을 잡나 싶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형국이다. 용산이 코너에 몰린 상황서 여당이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의제로 판을 엎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까지 시끌벅적 하지만 ‘N번째 윤-한 갈등’이 불거진 시점서 당에 큰 기대를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합심해 추석 밥상을 차리고 싶어도 자꾸만 손발이 엇나가니 오히려 민주당만 득을 본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야당에 꽃놀이패를 직접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 한 대표가 용산과 언제 또 충돌할까 지켜보는 당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금정구서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구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김기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처럼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직은 친한(친 한동훈)계 보다 친윤(친 윤석열)계 비중이 큰 만큼 당이 갈라지진 않겠지만 60%가 넘는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갈등마저도 야당의 반찬으로 내어줬다. 용산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카드를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용산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서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윤정부 출범 이후 720일, 4·10 총선이 끝난 지 18일 만이었다. 당시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정 전환용으로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웠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온갖 리스크를 꺼내 들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냐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꽉 막힌 국회 탄핵 거부권만 도돌이표 분위기 반전시킬 영수회담 카드 꺼낼까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서 재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줄곧 대화를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 입장서도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첫 번째 영수회담처럼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오히려 용산의 실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시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만큼 대통령조차 야당 대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민주당이 “불통” “꽉 막힌 소통” 등 공격적인 논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꽁꽁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연설 후반부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자 야당 측 의석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생협의체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서 윤 대통령이 보내온 추석 선물을 거부하는 ‘선물 보이콧’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추석 선물 사진과 함께 “용산 대통령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선물을)보내시나”라고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커 수사’나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선물 보내지 마시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외교도, 장관 임명도 마음대로”라며 “(국회)개원식 불참까지 제멋대로 하더니 안 받겠다는 선물을 기어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당장 눈앞에 택배기사님 고충을 생각하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라. 참고로 대통령실 명절선물은 지역주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 말하는 등 국회 곳곳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겨도 용산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끝나면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중 교육개혁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곧 수능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에 의료개혁이 문제가 됐다면 그다음으로는 교육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교육개혁이든 의료개혁이든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개혁안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니 사방서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올해 수능은 ‘초긴장 모드’다. 지난해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계가 크게 반발한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협 당직 병원 반발 “추석에 아프면 대통령실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추석 연휴 당직병원 운영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자 “민간 의료기관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전송했다. 공지 말미에는 ‘02-800-7070’라는 연락처를 덧붙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번호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