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푸드 급식사고 흑역사

대기업 맞아? 믿고 먹을 수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신세계푸드가 비위생적인 식품을 유통하다 보건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숙명여자대학교에 납품한 식품 가운데 일부서 기준치를 초과한 대장균이 발견된 것. 감독당국은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비위생적인 음식물 논란이 처음이 아니라 비판이 고조될 전망이다. 논란의 신세계푸드를 조명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신세계푸드가 시련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신세계푸드가 급식을 책임지는 숙명여자대학교서 식중독 논란이 발생했다. 보건당국은 원흉으로 지목된 신세계푸드가 숙명여자대학교 급식에 사용한 식품 및 식자재를 조사했다. 조사결과 신세계푸드의 식품 가운데서 기준치 이상의 대장균이 검출됐다.

집단으로 
식중독 증세

숙명여대의 식중독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서울 용산구 보건소에 따르면 지난 9월 숙명여대 학생들은 집단으로 식중독 의심 증세를 보였다.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생들이 먹은 김치 등에서 기준치의 4배를 웃도는 대장균이 검출됐다. 다만 당시 식중독 증세를 보인 학생들에게서 검출된 원인균은 신세계푸드의 김치와는 다른 종류의 대장균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상 음식서 허용 가능한 대장균 기준치는 1g당 10 이하다. 하지만 신세계푸드의 식자재에선 40 이상의 대장균이 검출되면서 제재가 불가피했다. 이에 따라 감독당국은 신세계푸드에 영업정지 15일 처분을 내렸다.


용산구청 보건소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9월 발생한 집단 식중독 증상을 보인 학생들에게서 나온 대장균과 신세계푸드의 식자재서 나온 대장균과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며 “원인불명으로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 역시 “학생들에게서 나온 세균은 음식서 나온 세균과는 달라 원인불명으로 판명됐다”며 “김치서 대장균이 기준치보다 높게 나와 영업정지 15일을 받게 됐다”고 전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4일까지 사전통지 기간을 거친 다음, 2주 이내에 해당 식당의 영업을 중단하게 된다. 공교롭게도 숙명여대가 거래처를 바꾸기로 결정하면서 신세계푸드는 자존심을 회복하지 못하고 불명예스러운 퇴출을 맞게 됐다.

툭하면 비위생 급식 파문…결국 덜미
 기준치 넘는 대장균 검출 ‘영업정지’

숙명여대 측은 지난달 21일 “식중독 의심 증상의 역학조사 결과와 관계없이 업체를 변경하기로 했다”며 “현재 위탁운영 사업자 선정을 위해 입찰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숙명여대와 신세계푸드 사이서 발생한 구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른바 ‘선착순 바나나’ 논란은 숙명여대 학우들의 자존심을 긁었다. 복수의 언론 등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2013년 신세계푸드가 2300∼3100원 수준의 밥값을 200원씩 인상하면서 발생했다.
 

▲ ▲숙명여자대학교

숙명여대 총학생회는 “학생들을 무시한 처사”라며 학교 앞에서 밥값 인상에 반대하는 ‘반값 밥차’를 운영하면서 맞섰다. 신세계푸드는 여론이 악화되자 “사전협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해 유감”이라며 “중간고사 기간에 바나나 500개를 선착순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선착순 바나나’ 논란으로 재확대됐다.


신세계푸드의 이러한 대처 방식은 아쉬움을 남겼다. 여성 고객층이 다수인 신세계그룹은 아이러니하게도 젠더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종종 받아왔기 때문이다.  

2016년 이마트는 주꾸미 할인행사를 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에 홍보글을 올렸다. 당시 사용했던 홍보문구는 “남편이든 애인이든 그만 들들 볶고 주꾸미를 볶으세요”였다. 여성은 사람을 귀찮게 하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불가피했다.

비판이 거세게 일자 이마트는 이내 사과문을 올렸다. 이마트는 해당 논란에 대해 “잘못된 표현으로 인친(인스타 친구)분들의 마음 상하게 해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생각이 짧았다. 죄송하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올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마트가 지분 50%를 가지고 있고 주고객층이 여성인 스타벅스코리아도 여혐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불량식 유통
3년째 구설

스타벅스코리아는 매장 이용 캠페인의 일환으로 자사 홈페이지에 포스터를 올렸는데 민폐고객으로 지목된 손님이 여성이었다. 이에 대한 여성 고객들의 반발은  당연지사였다.

이와 관련해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성차별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향후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했지만 이미지 훼손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심지어 지난해 11월에는 신세계의 제주소주 제품명이 성매매 용어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2016년 12월 이마트는 제주소주를 인수했다. 이후 논란은 제주소주가 16.9도의 푸른밤과 20.1도의 푸른밤 두 종류의 제품을 출시하면서 각 제품을 ‘짧은 밤’과 ‘긴 밤’으로 별칭하면서 시작됐다.

문제는 짧은 밤과 긴 밤이 성매매를 지칭하는 ‘은어’를 연상시킨다는 점이다. 푸른밤 광고모델로 나선 가수 소유가 “너는 어떤 밤이 좋아?”라고 묻는 광고 카피가 불쾌하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급기야 여성단체까지 일어났다. 제주여성인권연대는 논평을 내고 “현실에서는 이런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용어인지 확인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고의든 실수든 소비자에게 불쾌감과 불편함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품 홍보 과정서 사용되는 성적 대상화로 인해 특정 성을 비하하거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은 없는지 바라보고 그럴 가능성이 있는 용어에 대해서는 좀 더 세심하게 다듬는 등 신중한 마케팅 전략이 요구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신세계푸드

신세계 측은 “성매매 은어를 연상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황당하다면서도 “노래 ‘제주도 푸른밤’과 연관 지어 이름을 지은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일각에선 남성 중심의 경영진 운영이 여성 소비자와의 불통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일례로 지난 3분기 기준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신세계푸드는 미등기임원과 등기임원이 모두 남성이다. 이는 기업 경영이 남성 중심의 결정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여성 고객과의 소통에 애를 먹는 것 아니냐는 지적의 근거가 된다. 실제 오너 일가인 이명희 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을 제외하면 그룹 내 남성 임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숙명여대와의 악연(?)을 차치하고서라도 신세계푸드로는 이번 대장균 검출로 급식업체로서의 체면을 구기게 됐다. 지난해에도 식중독균이 검출된 제품을 납품했다가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대표 교체로 
분위기 반전?

지난해 신세계푸드는 급식사업에 가장 기본이 되는 위생관리에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신뢰도가 하락했다.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칼호텔 구내식당에서 장티푸스 집단 감염사고가 발생하면서 호텔 내 급식을 담당한 신세계푸드가 그 원인으로 의심받았다.

역학조사 결과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구내식당 종사자가 감염원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특히 급식사업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위생관리에 구멍이 뚫렸기 때문에 비판의 강도는 더욱 거셌다.


당시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역학조사 결과 감염원으로 지목된 칼호텔 구내식당 조리종사자 A씨를 석 달 동안 조리공간에 방치함으로써 감염자가 늘어났다. 결국 총 7명의 장티푸스 환자가 발생했다. 특히 조리사 가운데 2명이 장티푸스 보균자인 사실이 드러났다.

급식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신세계푸드의 직원이 장티푸스 감염원으로 지목되면서 비위생적인 업무 환경이 도마에 오른 것이다. 

장티푸스는 대표적인 후진국형 질병이다. 서울대학교병원에 따르면 장티푸스는 살모넬라 타이피균의 감염으로 발생한다. 감염 환자나 보균자의 대변 및 소변에서 나온 균에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통해 감염된다. 몸속으로 들어온 균의 수가 100만개서 10억개 정도면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 최성재 신세계 전 대표

장티푸스를 예방에는 위생관리가 중요하다. 상하수도 정비 등의 공중위생 정책과 더불어 개인적 차원의 위생관리가 필요하다. 유행지역에선 반드시 물을 끓여 먹고 음식물의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보균자의 경우 적절한 치료를 통해 세균이 몸속에서 모두 제거되기 전까지는 식품을 다루거나 환자를 간호하는 업무 등을 하면 안 된다. 

하지만 신세계푸드는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비판을 받아야 했다.

숙대와의 씁쓸한 인연 눈길
과거 선착순 바나나 재조명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당시 감염된 A모씨는 그해 3월 5차례, 4월 2차례, 5월 4차례, 6월 3차례 등 석 달 동안 모두 14차례 두통과 열감 등의 증상을 호소하고 병원을 방문했다. 신세계푸드가 세심하게 직원을 관리했더라면 장티푸스 보균자를 일찌감치 격리·치료조치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처음 장티푸스 환자가 발생한 뒤 한 달 뒤인 6월, 신세계푸드가 감염원일 가능성이 유력했지만 신세계푸드는 질병관리본부의 최종보고서 발표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미온적을 태도를 보여 비난을 샀다. 이미 전년 7월에도 제주국제공항서 식품위생법 위반 등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바 있어 신세계푸드의 위생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흔들렸다.

이에 따라 최성재 대표의 위기관리 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최 대표는 1983년 신세계에 입사한 이후 2016년 3월부터 신세계푸드 대표이사로 선임돼 현재까지 회사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취임 후 3년 연속 위생관리에 실패하면서 연임도 실패했다. 당초 최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신세계푸드는 계열사의 지원을 아낌없이 받고 있다. 계열사를 상대로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

지난 3분기 기준 신세계푸드가 매출을 올린 계열사는 이마트, 세린식품, 스무디킹코리아, 이마트에브리데이, 신세계조선호텔, 신세계건설, 신세계아이앤씨,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광주신세계, 신세계엘앤비, 스타필드하남, 스타필드고양, 신세계영랑호리조트, 신세계페이먼츠, 이마트24, 신세계프라퍼티, 신세계티비쇼핑, 제주소주, 신세계,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사이먼, 신세계동대구복합환승센터, 센트럴시티, 센트럴관광개발, 신세계디에프, 신세계디에프글로벌, 신세계면세점글로벌,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 서울고속버스터미널, SHINSEGAE MAMEE SDN. BHD 등 30개사다.

신세계그룹 대부분의 계열사를 상대로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 이들을 대상으로 올해 3분기까지 올린 매출액은 2958억5503만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2815억4460만원 대비 5.08% 증가한 수준이다.

신세계푸드 전체 매출액서 차지하는 내부거래 규모도 상당하다. 신세계푸드는 올 3분기 누적 별도기준 9530억9075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따라서 내부거래 비중은 31.04% 수준이다.  

각지서 펑펑
오명 씻을까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급식사업을 영위하는 신세계푸드서 식중독 사건이 터지면서 비위생적인 음식물을 유통시킨 식품기업이라는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며 “과거 제주 칼호텔 사건까지 더해 이미지 제고에 더욱 힘써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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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