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간석식구파 광주 습격사건 전말

“감히 우리 식구를 건드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광주의 조직폭력배에게 조직원이 폭행당하자 이를 보복하기 위해 광주에 집결한 수도권 조폭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광주 조직원을 볼모로 잡고 세력을 과시하던 이들의 복수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의 급습으로 좌절됐다. 이 복수극을 주도한 조직은 인천 최대 조직인 ‘간석식구파’로 밝혀졌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동료가 광주 폭력조직원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이유로 보복한 인천 폭력조직원 12명 중 11명이 구속됐다. 수도권 조직원들은 술자리서 광주 조직원들과 서로 주먹질을 한 뒤 앙갚음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광주서 뺨맞고
선후배 뭉쳤다

지난달 24일 낮 12시40분쯤 광주북부경찰서 강력반 등 형사과 소속 12개팀과 형사기동대, 광주경찰청 광역수사대와 특공대 등 경찰관 100여명에게 비상소집 명령이 떨어졌다. 수도권 조폭들이 광주 폭력조직 S파와 한판 겨루기 위해 세력을 규합하고 있다는 첩보가 접수됐기 때문이다. 

인천 조폭들은 전날 밤 광주 상무지구의 한 포장마차서 전국의 조폭 조직원들과 어울려 술자리를 가졌다. 비슷한 또래로 친목모임을 하던 광주의 한 조폭 가족이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술자리에는 전국의 20대 조폭 30여명이 참석했다.

술잔이 연거푸 돌아가자 불쾌해진 인천 조폭 노모(26)씨가 종업원에게 “불친절하다”며 행패를 부렸다. 동석한 광주 S파 1년 후배 김모(25)씨가 말리자 노씨는 언성을 더 높였다. 그는 “후배가 건방지다”며 김씨의 뺨을 때렸고 순식간에 술자리는 험악한 분위기로 돌변했다. 김씨와 S파 조직원들은 노씨를 데리고 나가 “남의 잔치에 와서 재 뿌리지 말라”고 했지만 노씨는 수그러들지 않았고, 결국 S파 조직원들은 완력으로 노씨를 제압했다. 


노씨는 “광주 애들에게 된통 당했다. 복수해야 한다”고 인천 K파와 B파 조직원들에게 SOS를 쳤고 30여명이 집결했다. 결혼식장 인근인 광주 북구 각화동 한 모텔을 통째로 빌린 노씨 일행은 증거를 없애기 위해 모텔 건물 내외부의 CCTV 카메라를 모두 떼어내기도 했다. 

날이 샌 후 노씨 등은 중재에 나선 광주 S파 조직원 1명을 볼모로 잡고 2시간 동안 무릎을 꿇린 채 “김씨를 데려오지 않으면 땅에 묻어 죽여버리겠다”고 세력을 과시했지만 노씨가 꿈꾸던 복수는 좌절됐다.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결혼식 1시간 전 모텔을 급습해 조직원 12명을 검거한 것이다. 

경찰은 일부 조직원들이 급습 전 모텔을 빠져나갔고 모텔에 있던 일부 조폭들이 반항했지만 큰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노씨 등의 숙소서 야구방망이 등 다수의 폭력도구를 증거물로 압수했다.

2개 파 30명 집결… 상대 조직원 린치 
첩보 입수한 경찰 100명 중무장 출동

광주 북부경찰서는 같은 달 25일, 다른 조폭 조직원을 붙잡아 감금·폭행한 혐의(범죄 단체 조직·활동죄 등)로 노씨와 이모(23)씨 등 1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규현 광주경찰청장은 “조직폭력배 간 도심활극을 막기 위해 선제 검거작전을 펼쳤다”며 “조폭들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발본색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복을 위해 수도권 일대 폭력조직원들을 집결시킨 인천 폭력조직원은 ‘간석식구파’ 소속으로 확인됐다. 2011년 인천 길병원 장례식장 앞 집단 난투극으로 유명세를 탄 인천의 폭력조직 ‘간석식구파’는 지난 1989년 결성됐다.

당시 인천 남동구 간석동 일대 유흥가를 활동 무대로 삼은 간석동파와 남구 주안동 일대를 주무른 금강산파가 통합해 만들어졌다. 


두목, 부두목을 두고 아래 조직원들은 나이 순대로 서열을 정했다. 서로를 ‘형님·동생’으로 부르며 ‘식구’처럼 대했다. 간석동 일대 유흥업소부터 장악했고 당시 이 지역에 들어선 호텔 2곳의 영업권도 이들이 관리했다. 2007년에는 서구 석남동 일대 유흥가서 활동하던 ‘석남파’ 조직원을 영입하며 세를 불렸다. 

타 조직과의 마찰이 있으면 비상연락망에 따라 위에서 밑으로 지시를 내리는 체계를 갖췄다. ‘또래 리더’가 또래 조직원들과 바로 아래 ‘또래 리더’에게 연락해 상황을 전파하는 식이었다. 

간석식구파 조직원들은 ‘선배를 보면 90도로 인사하고 지시에 복종한다’ ‘선배나 후배가 다른 조직원에게 무시당하면 반드시 복수한다’ ‘인천 외 지역으로 갈 때는 1년 위 선배들에게 보고한다’ ‘선배들의 전화는 무조건 받는다’ 등 자체 행동강령에 따라 죽고 살았다. 

금강산파 전신
행동강령 준수

2011년 10월21일. 간석식구파는 인천시 남동구 길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라이벌 조직인 ‘크라운파’와 크게 붙었다. 속칭 ‘전쟁’이었다. 간석식구파 조직원이 크라운파로 자리를 옮긴 조직원을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힌 것이다.

부인상을 당한 조직원을 문상 왔던 크라운파 조직원 100여명은 ‘전쟁’이 시작됐다는 소식에 속속 장례식장 앞으로 집결했고 신간석파 조직원 30여명도 긴급 호출을 받고 현장으로 몰려들었다. 

‘경찰의 날’에 벌어졌던 이 난투극으로 간석식구파 조직원 11명이 징역 1∼13년을 선고받았고 조직은 와해되는 듯했다. 그러나 3년 뒤 행동대장 등 핵심 조직원들이 잇따라 석방되면서 다시 조직을 재건하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2014년 8월에는 크라운파에서 활동하다가 조직 내부 문제로 이탈한 조직원 21명과 신포동식구파(일명 ‘꼴망파’) 소속 3명을 잇달아 영입했다. 신규 조직원이 늘자 일명 ‘줄빠따(기수별 폭행)’로 기강을 다잡았다.
 

기존 조직원과 크라운파에서 이적한 조직원 간에 갈등이 생겼고 A씨 등은 한 살 위인 선배의 지시에 따라 바로 아래 29∼30세 조직원들을 불러 야구방망이로 10차례씩 폭행했다. 

A씨는 2015년 후배 조직원이 서울의 한 폭력조직원과 통화하다가 말다툼 벌인 사실을 알고, 비상연락망을 취해 후배 10여명을 집합시킨 후 서울로 가 서울 폭력조직원들과 대치했다. 

2014년 9월에도 흉기를 들고 인천의 다른 폭력조직과 ‘전쟁’을 치르기 위해 ‘비상대기’를 했다. 

허물어진 기반
SNS로 교류 중


경찰이 올해 3∼6월 100일 작전을 펼쳐 전국서 잡아들인 조폭만 1385명이었고 이 중 232명이 구속됐다.

행태만 바뀌었을 뿐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불법행위를 일삼는 조폭은 여전히 존재한다. 흔히 조폭이라고 하면 지역을 기반으로 조직 간 영역 다툼하고 자신을 깡패가 아닌 건달이라 칭하며 화려하지만 위험한 삶을 사는 영화 속 모습을 떠올리지만 요즘 조폭들은 먹고살기 바쁘다.

경찰의 전언에 따르면 과거의 모습과 달리 요즘은 돈을 좇아 이합집산하거나 철새처럼 여러 지역을 오가며 돈벌이를 찾는 것이 조폭의 특징이라고 한다. 이번 인천-광주 간 조폭 보복전 사건서도 이 같은 경향이 드러났다.

요즘 조폭들은 SNS를 통해 인맥을 넓히는가 하면 필요에 따라 지역 조직을 뛰어넘는 이합집산을 한다. 광주 조폭 한 명은 이번 사건 과정서 페이스북에 글을 게시해 가족의 결혼 사실을 널리 알렸다. 이 내용을 접한 인천 등 수도권 지역 조폭들은 광주로 직접 찾아와 광주 조폭과 얼굴을 텄다.

SNS를 통해 서로 경조사를 알리고 이것을 계기로 서로 만나며 조폭 간 인맥을 늘리는 것이다. 경조사에 조직원이 많이 모일수록 자신의 세를 과시하는 덤도 얻는다.

이 과정서 조폭들 간의 서열은 나이로 정해진다. 이번 사건서도 나이가 한 살 어린 광주 조폭이 술 취한 인천 조폭을 말렸다는 이유로 시비가 시작돼 폭행 사건으로까지 번졌다.


89년 결성… 장례식장 난투극으로 유명세
타 조직과 마찰 시 체계적 비상연락 가동

시대는 바뀌었지만 조직원이 당한 피해는 반드시 보복한다는 조폭의 행태는 여전했다. 인천 조폭은 자신이 폭행당하자 평소 친분이 있던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조폭들을 모조리 불러 모았다.

이들은 소속은 각자 달랐지만 평소 필요에 따라 함께 행동하기도 했기에 전화 한 통화에 상대 조직을 응징하기 위해 수도권서 광주까지 새벽같이 달려왔던 것이다.

다만 조폭들은 자신들의 신원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 대해 극도로 조심했다. 수도권 조폭들은 광주의 한 모텔에 집결하면서 신원이 드러날까 봐 모텔을 통째로 빌려 손님을 못 받게 했고 모텔 CCTV를 뜯어가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폭들의 지역 기반이 허물어지면서 타 조직 간 교류로 세를 불리려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사건도 경조사를 통해 교류하려던 조폭들 사이의 다툼이 보복전으로 번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잇따라 적발
소탕해도 재건

인천경찰청은 2012년부터 최근까지 크라운파·간석식구파·부평식구파·꼴망파·주안식구파를 잇따라 적발했다. 올해 현재 인천경찰청의 관리 대상 폭력조직은 13개 파로 해당 조직원 수는 320여명이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폭력조직을 소탕해도 구속한 핵심 조직원 외 불구속된 하부 조직원들은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며 “지역 폭력조직원들을 지속해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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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