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산비리 대표-양주시장 ‘수상한 관계’ 추적

태블릿서 나온 시장님 이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북확성기 사업 비리 사건으로 구속 기소됐던 업체 대표가 현직 지자체장과 골프를 치는 등 오래전부터 친분을 맺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같은 의혹은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진행 중인 전직 시의원의 재판 과정서 새어나왔다. 해당 업체 대표는 현재 보석 석방 상태다.

▲ 이성호 양주시장

지난 5월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이용일 부장검사)는 박근혜정부 시절 대북확성기 사업 비리에 연루된 현직 대령과 국회의원 보좌관, 브로커, 업자 등 20명을 대거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브로커를 동원해 166억원 규모의 대북확성기 사업을 낙찰 받은 음향기기 제조업체 인터엠 조모 대표 등을 위계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방산비리로 
고발했는데…

대북확성기 도입 사업은 20158월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을 계기로 북한의 전방부대 및 접경지역 주민에 대한 심리작전을 강화하기 위해 국방부가 고성능 대북확성기 40대를 도입한 사업이다.

사업은 201612월 마무리됐지만 입찰 과정서의 특혜, 계약업체의 부당이득으로 인한 국고 손실, 납품된 확성기의 성능 미달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군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를 받았다.


검찰은 지난 2월 인터엠 등 관련 업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는데 이 과정서 인터엠 재무팀 차장의 수첩, 조 전 대표의 태블릿PC 등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첩에는 인터엠 측에서 양주시 전 시의원에 돈을 지급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태블릿PC에서는 조 전 대표가 언제 누구를 만나 무엇을 했는지를 기록한 일정표가 발견됐다.

특히 이 일정표에는 이성호 골프’ ‘이성호 점심’ ‘이성호 ○○○(양주시에 위치한 음식점)’ 2011년부터 2016년 사이 현재 양주시장인 이성호의 이름이 약 20회 가량 나오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시장이 조 전 대표로부터 골프, 식사 접대 등을 받았다고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1980년 양주군 회천면서 공직을 시작한 이 시장은 2009년 서기관으로 승진한 뒤 도시개발사업단장, 도시건설국장, 도시교통국장, 산업환경국장, 교육문화복지국장 등을 역임하다가 20131234년 동안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퇴임했다.

대북확성기 사업 연루 대표
양주시장과 알고 지낸 사이?

이 시장이 조 전 대표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시기에는 도시교통국장(2011320124), 산업환경국장(2012512), 교육문화복지국장(201212퇴임)을 지냈다. 2014년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양주시장 후보로 지방선거에 나섰다가 낙선했고 2016년 양주시장 보궐선거서 당선, 시장으로 입성한 후 올해 지방선거서 재선에 성공했다.

검찰은 인터엠 재무팀 차장의 수첩을 바탕으로 양주시 전 시의원 임모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달 5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서관 제320호 법정서 임 전 의원, 조 전 대표, 현모 인터엠 상무이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뇌물공여 등의 사건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증인으로는 김모 양주시청 전 도시교통국장이 참석했다.
 

▲ 서울지방법원

시의원으로 선출되기 전부터 조 전 대표와 친분관계를 맺고 있던 임 전 의원은 재직 시절 현 이사 등을 통해 일정 기간 동안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지점은 조 전 대표가 주고 임 전 의원이 받은 돈의 성격이다. 검찰은 임 전 의원이 인터엠의 민원사항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대가성을 띤 돈이라는 주장이다.


재판서 나온 인터엠의 민원사항은 공장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완충녹지의 일부 구간을 해제해달라는 것이었다.

완충녹지는 도시의 자연환경을 보존하거나 개선하고 공해나 재해를 방지해 양호한 도시경관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도시계획법 제12(도시계획의 결정)의 규정에 의해 결정된 것을 말한다.

실제 인터엠 공장 부지는 나무가 심어 있는 녹지가 주변을 감싸고 있다.

인터엠 공장 주변의 완충녹지는 2002630일 덕정1지구 택지개발사업 준공 당시 수립된 지구단위계획으로 관리돼왔다. 인터엠은 택지개발사업 준공 10년 뒤인 201210월 진·출입로 확보를 위한 완충녹지 해제 건의서를 양주시청에 제출했다.

건의서에는 인터엠 공장이 홍죽산업단지로 이전할 경우 토지 진·출입이 불편해 북쪽 진·출입로가 추가로 필요하다. 완충녹지로 돼 있는 일부 구간을 해제해 진·출입로를 확보하는 사항을 건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첩서 나온
시의원·시장

양주시청에서는 201012월경 완충녹지 해제와 관련된 사항을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에 질의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국토해양부는 택지개발사업 준공 후 10년이 경과한 지구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정하는 바에 따라 도시관리계획으로 제1종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고 회신했다. 주민공람,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의 과정을 거쳐 변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터엠의 건의서를 받은 양주시청은 같은 해 11월 덕정1지구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37월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계획() 주민공람 계획보고, 주민공람 등의 절차가 진행됐다.

인터엠은 2013722일 주민공람 단계서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완충녹지 법면으로 진·출입로 2개를 추가로 개설해달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시 말해 완충녹지 일부 구간에 총 3개의 진·출입로를 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2013925일 도시계획위원회가 열렸다. 회의에는 임 전 의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국장, 대학교수 등 총 13명이 참석했다. 검찰은 임 전 의원이 이날 회의서 인터엠에 유리한 방향으로 발언했다고 주장했다.

임 전 의원은 당초에 (인터엠이)홍죽단지를 계약할 때 저 부지를 판매한다는 거죠. 그 판매하는 대금으로 홍죽산업단지의 반은 매매한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저게 반을 한다면 출입로가 있어야 될 거 아니에요? (중략)그 당시 시에서 ‘10년이 지난 완충녹지 부분은 이렇게 저렇게 할 수 있는 여건이 있다고 해서 그런 조건을 맞춰서 계약을 해준 거예요. 만약에 아니라면 인터엠에서는 홍죽산업단지를 해제하겠죠라고 발언했다.
 

김 전 국장도 임 전 의원과 비슷한 뉘앙스로 말했다. 김 전 국장은 조금 전에 임 위원님이 말씀하셨듯이 홍죽산업단지를 매각할 때 매각이 잘 안 되니까 너네가 홍죽산업단지에 와서 공장을 짓게 되면 우리가 진·출입로를 뚫어서 다른 용도로 개발이 가능하도록 도와주겠다이런 식으로 얘기를 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그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 계획을 한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는 인터엠 공장 부지의 교통문제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는 조건으로 조건부 가결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후 201311월 덕정1지구 지구단위계획 변경이 결정됐다. 인터엠 공장 부지 주변 완충녹지를 일부 해제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완충녹지 해제
누가 약속했나

검찰은 인터엠서 임 전 의원에게 일정 기간 동안 돈을 준 것, 특히 20134월경 양주시서 인터엠 측이 낸 건의서를 검토하던 시기에 현 이사가 건넨 200만원, 체육대회 찬조금 명목으로 준 100만원이 뇌물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봤다.

20127월부터 20146월까지 양주시의회 부의장을 맡고 있던 임 전 의원이 완충녹지 해제와 관련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이날 재판서 쟁점으로 떠오른 부분은 인터엠의 의견서였다. ‘인터엠 공장 부지 토지이용계획 효율화 방안 건의()’에서 제안목적이라고 기재한 부분이다.

인터엠 측은 제안 목적에 인터엠은 홍죽산업단지 계약 시 기존공장인 덕정동 226-9번지 토지활용 극대화를 위해 양주시서 완충녹지 폐지를 약속함이라고 적었다.


인터엠과 양주시가 홍죽산업단지 계약과 완충녹지 해제를 맞교환한다는 뉘앙스가 풍기는 대목이다. 홍죽산업단지는 경기 양주시 백석읍 홍죽리에 조성된 일반산업단지로, 20063월 산업단지 공업물량을 확보해 20083월 경기도 제2청사 고지에 의해 산업단지 지정 고시가 완료됐다.

주민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양주시가 지역 발전을 약속하면서 20103월 부지 조성공사를 시작했다. 인터엠은 20118월 양주시와 홍죽산업단지 분양 계약을 맺었다.

민원 관련 자문해줬나?
아들은 해당 업체 근무

홍죽산업단지의 분양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양주시서 인터엠에 SOS를 쳤고, 그 대가로 완충녹지 해제를 약속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검찰은 인터엠에 그런 약속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 파고들었다. 또 인터엠이 완충녹지 해제와 관련해 양주시와 논의를 하는 과정서 누군가의 자문이 있었는지에 주목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국장은 검찰의 질문에 자신은 도시교통국장으로 승진하면서 업무를 전체적으로 인수인계 받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당시 완충녹지 해제 관련 업무는 도시개발사업단의 일이었는데, 조직개편이 이뤄지면서 업무가 전반적으로 넘어왔다고 설명했다. 20124월 말 양주시청 도시교통국장으로 승진한 김 전 국장은 이 시장의 후임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양주시 관계자는 인터엠 완충녹지 해제와 관련해 이 시장이 시청 재직 시절 자문을 해줬다는 말을 몇 번 들은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이 시장의 아들인 이모씨가 인터엠서 대리로 근무 중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씨는 이 시장이 2016년 지방선거서 양주시장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 아버지를 위해 선거 로고송을 직접 불러 언론에 소개된 바 있다.

이 시장의 완충녹지 관련 자문의 대가로 인터엠서 이 시장의 아들 이씨를 채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인터엠 측에서는 이씨가 근무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채용 의혹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근무는 하지만
“근거 없는 소리”

이 시장 측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아니다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양주시청 공보팀 관계자는 시장님은 인터엠 완충녹지 해제와 관련해서 잘 모른다고 하셨다. 업무는 김 국장(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했던 김 전 국장)이 계실 때 진행을 한 것이고, 그 이전에 접수받고 할 때는 남모 도시개발사업단장이 처리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아들 이씨와 관련해서는 “(시장님이) 2013년 말에 퇴임했고 아들은 2014년 말에 인터엠에 취업했다당시는 시장님이 선거서 낙선했을 때라고 덧붙였다. 이어 양주시청 공보팀장은 날짜까지 전부 확인해서 답변하는 것이라며 전임 국장(김 전 국장)과도 통화를 다 했는데 본인이 다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양주시의회 전 부의장 아들도… '인터엠 입사했다'

인터엠에는 이성호 양주시장의 아들뿐만 아니라 현직 시의원 황모씨의 아들도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황 의원은 이번 6·13 지방선거서 시의원에 당선되면서 3선에 성공했다. 그는 양주시의회 부의장, 의장 등을 역임한 바 있으며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황씨의 인터엠 입사 소식은 여러 뒷말을 낳았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황 의원은 그런 건 전혀 없다. 아들이 거기(인터엠)에 취직하겠다고 해서 알았다하고 말았다”며 직책은 대리인데 현재 공장서 일한다고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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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