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 ‘포차 스캔들’ 전말

세월호 사고 3일 뒤…제주 포장마차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팀] 장지선 기자 = 6·13지방선거는 집권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당선자는 7월 관내에 입성, 새로운 지방정치를 위한 닻을 올렸다. 전쟁은 끝났고 5개월이 흘렀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전·현직 시장의 4번째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안양시도 그중 하나다.
 

▲ ▲최재호 안양시장

정치인에 대한 의혹 제기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때는 선거 기간이다. 후보가 결정되고 선거운동에 돌입하면 의혹과 해명이 난무하는 난타전이 벌어진다. 의혹을 제기한 언론에 법적 조치를 언급하고, 후보 간 실제 고소·고발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끝나지 않은
고소·고발전

상황은 선거 결과가 나오면 양측 모두 고소·고발을 취하하는 것으로 대부분 마무리된다. 안양시는 일반적인 경우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선거 기간에 후보 간 제기한 고소·고발이 여전히 유효한 상태다.

안양시는 2007년부터 현재까지 더불어민주당 최대호 현 안양시장과 자유한국당 이필운 전 안양시장이 번갈아가며 시정을 돌봤다. 두 전·현직 시장의 역대 전적은 22패로 팽팽하다. 한 사람이 연속으로 당선된 적이 없을 만큼 승부는 치열했다.

최 시장과 이 전 시장의 첫 맞대결은 2007년 민선 4기 재·보궐선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중대 전 안양시장은 대법원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고 시장직을 잃었다.


20071219일 대통령 선거일에 치러진 안양시장 재선거서 당시 한나라당 소속으로 출마한 이 전 시장이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로 출마한 최 시장을 누르고 당선됐다. 20106·2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소속 최 시장이 한나라당 이 전 시장에 승리했다.

20146·4지방선거는 새누리당 이 전 시장이 새정치민주연합 최 시장을 누르고 시장으로 재입성했다. 두 후보의 4번째 맞대결이 성사된 6·13지방선거는 최 시장의 승리로 끝났다.

10년 넘게 선거서 맞대결을 펼친 두 후보는 이번 선거서도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이 과정서 2014416일 일어난 세월호 사고 관련 논란이 제기됐다. 당시 안양시장이던 최 시장이 세월호 사고 3일 뒤인 2014419일 제주도를 방문,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이 나왔다.
 

▲ ▲이필운 전 안양시장

손영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원장은 5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 시장의 세월호 사고 직후 행적에 대한 의혹을 처음 꺼냈다. 손 원장은 “2014416일 세월호의 비통함. 온 국민은 밤잠을 못 이루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안양시청 직원의 자녀분 또한 그 안에 있었던 고통의 시간 속이었다그 시기 2014419일 제주 성산의 해안도로 한곳을 방문했다고 당시 현직 안양시장 최대호는 즐거운 흔적을 남겼다고 주장했다.

최 시장 제주 방문 의혹 쟁점
측근들 가게 무단침입 드러나

손 원장은 당시 최 시장이 방문했다는 의혹이 나온 제주도의 포장마차 천막에 남겨진 사인을 근거로 들었다. ‘Smart A+ 안양의 시민들 행복하세요. 2014. 04. 19. 안양시장 최대호 Choi’라고 적혀 있는 포장마차 천막 사진도 공개했다.

그는 제주시에 공무상 다녀오셨나요? 그러시다면 전후 일정을 공개해달라. 제주에 간 적이 없다면 안 갔다는 한국 항공공사의 확인이 필요하다며 최 시장의 답변을 요구했다.


최 시장은 잘못된 사실 바로 잡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손 원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비통해하고 안양시청 수도과에 근무하는 직원 자녀분이 사고를 당해 고통을 같이 했던 시간에 뜬금없는 제주도 관광을 했다고 하고 있으며, 그곳에서 A+안양, Smart라는 내용이 포함된 내용의 사인을 남겼다고 하고 있어 황당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2014419일 일정을 시간대별로 공개하면서 포장마차 천막에 쓰인 ‘A+’는 전임 신중대 시장이 재임 당시 만든 로고며, 자신의 필체는 더욱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손 원장은 최 시장의 주장과 언론보도를 비교한 자료를 페이스북에 게재하며 재반박에 나섰다.

이어 “2014. 4. 19 논란의 한 글귀에 대한 최 시장 후보의 변론과 당시 언론 기사를 찾아 비교해봤다“(안양시 공무원 자녀) 시신 수습이 21일이고조문 갔다는 기사는 24일이고. 마치 19일에 조문 간 줄 알겠어요라고 썼다.

당시 최 시장 측은 세월호 사고 직후 최 시장은 제주도에 방문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줄곧 고수했다. 손 원장의 의혹 제기 이후 언론사 취재에 대한 답변, 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방송토론회, 최 시장 측에서 제작한 동영상서도 마찬가지였다.
 

▲ 침몰 중인 세월호 (사진=진도사진공동취재단)

선거 닷새 전인 68일에는 최 시장 측 정기열 총괄선대본부장이 안양시청 브리핑룸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 시장의 제주도 포장마차 방문 의혹에 대해 국내 7개 항공사의 당시 탑승기록과 함께 필적 감정서를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 전 시장을 허위사실 공표죄, 후보자 비방죄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덧붙였다.

주장과 반박, 재반박이 이어지는 사이 세월호 관련 의혹은 안양시장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이렇다 할 결론 없이 613일 최 시장의 싱거운 승리로 마무리됐다.

포차 사인
누구의 것

하지만 선거 기간 중 반짝 논란으로 그치나 했던 의혹은 6월 말 손 원장이 제주의 포장마차서 최 시장의 것으로 의심되는 또 다른 사인을 발견하면서 불씨를 남겼다.

발견된 문구는 四海皆兄弟(사해개형제, 서로 존경하고 예의로서 교제하면 세상 사람이 다 형제가 된다) 2015. 12. 28. 安養 崔大鎬(안양 최대호), 내사랑, CHOI DAE HO’. 해당 문구가 적혀있던 천막은 장사가 시작되면 포장마차 측에서 말아 올려둔 터라 발견이 늦었던 것으로 보인다.

손 원장은 71일 해당 문구가 적힌 포장마차 천막 사진을 공개하면서 “(사해개형제)의 의미는? 2014년에 이 한자를 참 자주도 썼네요. 세월호 때 제주에 적힌 당신의 이름을 못보고 다시 적었나요? 아니면 뭐지요?”라고 의문을 드러냈다.


‘2014년에 이 한자를 참 자주도 썼네요부분은 최 시장이 현역 시장이던 2014년 예산안 시정연설서 사해지내(四海之內), 개형제야(皆兄弟也)라는 말을 사용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20131121일 안양시의회 본회의서 최 시장은 “‘사해지내 개형제야라는 말이 있듯이 온 세상은 모두 형제다. 이웃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손길이 더욱 필요한 시기에 오늘 2014년도 예산안 심의를 요청하면서 내년도 시정운영 방향에 대해 말씀드리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필운 후보 측은 824일 제주도 방문 관련 허위사실공표죄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최 시장을 고발했다. 고발인은 최 시장이 세월호 사고 직후 제주도에 방문했음에도 연설, 방송, 신문 등에서 방문하지 않았다고 허위 사실을 공표한 것은 후보자가 당선될 목적으로 경력, 행위에 관한 허위의 사실을 유리하게 공표한 것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사인이 남긴 불씨는 829일 제주의 포장마차에 최 시장의 측근으로 추정되는 3명이 등장하면서 재점화됐다.

포장마차 주인 A씨는 이날 오후 7시경 현재 안양시청 언론홍보기획관으로 근무 중인 정○○씨의 전화를 받는다. 당시 A씨는 장사를 일찍 접고 포장마차의 문을 닫은 상황이었다.

정씨는 안양시장이 여기에 왔다 갔다는 것 때문에 확인 좀 해보려고 왔다시장이 진짜 여기에 왔다 갔는지, 그 분이 맞는지 확인해줄 수 있는지 여쭤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측근 셋은
왜 포차에?

정씨는 A씨가 손영태씨(전공노 원장)를 통해서 온 것이냐고 묻자 아니다”며 저는 최대호 시장하고 아주 가까운 사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포장마차 사인 문제로 고소·고발이 돼있는데, 사인이 진짜인지 시장(최대호 시장)이 한 번 가보라고 해서 왔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씨와 동행한 것으로 보이는 2명이 그 시간대 A씨의 포장마차에 무단으로 침입한 사실이 CCTV 확인 결과 드러났다는 점이다.

정씨와 통화를 마친 A씨는 포장마차 뒤쪽으로 몇몇 사람이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는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포장마차로 돌아간 A씨는 포장마차 뒤편 지퍼가 평소와 다르게 잠겨 있는 것을 발견했다. CCTV에는 두 남자가 포장마차에 무단침입해 내부를 살피는 모습이 포착됐다. 조사 결과 두 사람의 신원은 전직 안양시 공무원 염○○, 언론인 이○○씨로 드러났다.

염씨는 93전복을 구입하고 싶다는 내용으로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A씨는 전화를 걸어온 사람이 포장마차에 무단침입한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이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정씨 등 3명을 914일 현주건조물 침입 혐의로 고소했다. 제주 서귀포 경찰은 의왕서와 안양 동안서에 촉탁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포장마차에 침입한 염씨와 이씨를 기소 의견으로, 밖에 있던 정씨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최 시장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1022일 안양시의회 본회의서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최우규 의원은 이날 본회의서 최 시장에게 포장마차 무단침입 사건에 대한 심경을 물었다.

최 시장은 제가 설령 제주도에 간 사실이 있다면 누군가를 시켜서 주인을 만나서 회유를 하든 증거물을 없애든이라고 부탁이나 지시를 했겠지요라며 제주도 간 사실도 없는데 왜 가 가지고 만나봐라뭐 확인을 하겠습니까, 그게라고 항변했다.

“시장이 가보라 해서 …” 
전직 공무원의 증언

이어 마치 제가 시켜서 하는 것처럼, 사주해서 했던 것처럼 이렇게 지금 하고 있습니다만, 전연 사실과 다르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 음경택 의원은 시장님께서는 제주도는 물론 포장마차도 가지 않으셨다고 하는데 측근 세 분이 왜 제주도의 포장마차에 갔는지 하는 것은 모두가 궁금해 하는 대목이라며 시장님과 제주도에 가서 포장마차 주인(A)과 통화한 그 분(정씨), 둘 중의 한 분은 분명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포장마차 무단침입 사건은 정씨의 채용 관련 논란으로 번졌다. 정씨가 안양시 홍보기획관 채용시험에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부적격 논란이 불거졌다. 827일 안양시서 낸 채용 공고에 따르면 홍보기획관은 일반직 공무원과 외부 인사 모두에 문이 열려 있는 개방형 직위다.

안양시는 731안양시 행정기구 및 공무원 정원 조례 시행규칙개정을 통해 홍보기획관을 지방자치단체의 개방형 직위 및 공무 직위의 운영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개방형 직위로서 지방임기제 공무원으로 보할 수 있다고 했다. 당시 일부 안양시 공무원들 사이에서 시행규칙 개정에 대한 뒷말이 무성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정씨는 서류전형과 면접 등 채용절차를 거쳐 최종 합격했고 111일부터 시청서 근무 중이다. 한 안양시청 관계자는 그 자리(언론홍보기획관)에 갈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닌데, 굳이 논란이 된 인사를 앉힌 이유를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지난 8일 기자는 정씨에게 당시 제주도에 내려간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정씨는 최 시장이 엉뚱한 오해를 받고 있어 해소해 주려 했다면서도 사적인 영역이고,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잘랐다.
 

또 제주 포장마차서 발견된 두 번째 사인에 대해서도 근무를 시작한 지 얼마 안돼서 모른다시청서 내놓은 해명 자료를 참고하라고 말했다.

안양시청 안전행정국 총무과 관계자는 “(정씨의 문제는) 현직에 있을 때 벌어진 일도 아니고, 아직 결론이 난 사안도 아니다. 불기소 처분된 것으로 알고 있다.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서, 지방공무원법 31조 결격 사유에 해당된다면 문제가 될 소지는 있다. 또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징계 사안으로 넘어갈 수 있다어떻게 결론 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적격논란
결격 사유?

최 시장은 이 문제에 대해서 1022일 본회의서 답변했다. 자유한국당 음경택 의원은 “(정씨가) 앞으로 재판을 받을 수도 있고 시장님의 명예를 훼손했다. 이 사건을 표면적으로 불러내서 파장을 일으켰는데 이런 분을 홍보기획관에 임명하는 게 적절한 지 시민 여러분들께서 판단하셔야 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최 시장은 누구든지 죄가 확정되기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지 않느냐사법기관의 판단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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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내부가 혼란스럽다. 소속 수사관들이 디지털 포렌식 장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비위를 저지른 정황이 포착됐다. 공수처의 자체적인 감찰을 통해 확인된 사안이다. 수사관 4명 중 3명은 인사혁신처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한 상태다. 이들 중 일부는 보복성 징계라는 입장을 내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내부 감찰을 통해 수사관 4명의 비위 정황을 확인해 발표한 건 지난 6일이다. 3명은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됐고 1명은 경징계 대상이다. 징계 대상자였던 한 수사관은 채 해병 특별검사팀에 오동운 공수처장에 관해 참고인 신분으로 진술했다. 공수처는 별개의 건으로 이번 징계와는 무관하다고 밝힌 상태다. 출장 중 비위 정황? 징계를 받은 수사관들은 공수처가 발주한 디지털 포렌식 관련 사업 담당자들이었다. 이 사업을 수주한 업체와 수사관들 사이에 사적인 친분이나 유착이 있었는지가 핵심 감찰 대상이었다. 지난 6일 공수처는 언론 공지를 통해 “최근 내부 감찰 과정에서 일부 직원의 비위 정황을 확인했다”며 “수사관 4명 중 3명에 대해서는 금일 인사처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의결 요구를, 1명에 대해서는 경징계 의결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징계 요구를 한 3명에 대해선 뇌물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 조치를 했다고도 부연했다. 해당 수사관 3명은 최근 직위해제돼 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선 기관이 내부 직원들 징계를 이처럼 선제적으로 공지한 건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공수처는 “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감찰과 복무 점검을 강화해 공직기강을 확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중징계 대상자 중 1명은 지난해 채 해병 특검팀에 오 처장 등 지휘부 관련 진술을 했던 인물이다. 이 수사관은 오 처장 등의 재판에 특검 측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공수처는 해당 수사관을 비롯한 징계 대상자 4명의 ‘비위 정황’이 확인됐다는 사유를 이유로 댔으나, 대상자들은 특검 조사와 증인 채택 등을 근거로 ‘보복성 징계’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과장급 A씨는 다음 달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오세용) 심리로 열리는 오 공수처장과 이재승 공수처 차장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등 혐의 사건 첫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피고인 측이 공판준비기일에 공소 사실 일체를 부인해 A씨 등 4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재판부에 재판 중계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특검법은 중계 신청이 있을 경우 법원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중계를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 담당 수사관 사업체와 유착? 공수처, 자체 감찰 통해 확인한 4명 징계 처리 재판부는 신청서를 검토한 후 재판 중계 허가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오 처장과 이 차장 등은 2024년 8월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의 위증 혐의 고발 사건을 접수하고도 사건을 대검찰청에 통보하거나 이첩하지 않고, 수사도 하지 않는 등 방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송 전 부장검사는 공수처가 수사외압 의혹을 들여다보던 시기에 각각 공수처 처장·차장직을 대행하며 2024년 2∼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관련 소환조사를 하지 말라고 지시하거나, 2024년 6월 윤석열씨,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채 해병 특검팀이 지난해 이 사건을 수사할 당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오 처장 등의 혐의 관련 내용을 진술한 인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징계 대상자인 공수처 수사관 B씨는 <세계일보>와의 연락에서 “(새로 도입하기로 한 포렌식 기기 판매업체에서) 장비 운용교육을 해서 해외 출장을 갔는데, 공수처가 그쪽(업체)에서 부담한 식사 비용 등이 ‘뇌물’ 아니냐며 징계하려는 것”이라며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면 교육은 당연히 받아야 해서 그 비용은 사실상 도입 비용에 포함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한 것 아니냔 의혹에 대해선 “조달계약으로 한 것이고, 단독입찰을 했기 때문에 그 업체를 선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징계 대상자 중 한 명(A씨)이 (채 해병) 특검팀 (참고인) 조사에서 오 처장 관련 진술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일 때문에 보복성으로 지금 이렇게 (징계를) 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B씨는 지난해 말 공수처에 사표를 냈으나, 감찰과 징계 등을 이유로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한 인력난 공수처는 최근 현직 부장판사와 변호사 간 재판 거래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해 두 사람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섰다. 지난 19일 공수처에 따르면 수사2부(부장검사 김수환)는 전날(18일) 수도권 소재 지방법원 소속 김모 부장판사에게 뇌물수수 혐의, 정 모 변호사(48)에게는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부장판사는 고교 동문인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맡아 가벼운 형을 선고해 준 대가로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정 변호사의 건물을 무상으로 이용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김 부장판사가 2023년 지방 소재 법원에 부임하면서 해당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정 변호사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 김 부장판사는 이후 1~2년간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 20여건을 맡아 1심에서 실형이나 집행유예 등이 선고된 형을 항소심에서 감형해 준 것으로 파악됐다. 정 변호사는 김 부장판사에게 현금, 고급 향수 등 금품과 자신이 소유한 건물 일부 공간을 1년간 무상으로 김 부장판사 아내의 바이올린 교습소로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장판사는 친분으로 받은 단순 선물일 뿐 대가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 변호사 측은 김 부장판사 가족이 건물을 무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공수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과정에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을 다시 강제수사 중이다. 이 수사는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가 지휘한다. 지난 18일 오후 공수처는 직원 5명을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에 파견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법률상 요건 긴박한 상황 다만 공수처가 요청한 자료를 대검이 임의제출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검찰은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법무부 출입국본부장 시절 불법적으로 김 전 차관을 출국금지했다며 직권남용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법원은 출국금지가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다면서도 당시 긴박한 상황 등을 고려해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차 의원은 당시 자신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을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차정현)는 지난 8일 김건희 특검팀에서 통일교 수사를 지휘한 채희만 수원지검 평택지청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렀다. 채 지청장은 민중기 특검과 박상진 특검보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은 수사 대상이 아닌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한 정황을 당시 조사에서 진술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8월 특검팀이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 더불어민주당 소속을 포함한 5명의 정치인이 교단으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진술을 듣고도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만 조사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 특검팀은 수사보고서만 작성한 뒤 지난해 11월 내사 사건번호를 부여해 뒀지만 수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특검팀이 편파 수사를 했다며 민 특검과 해당 수사팀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로부터 의혹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함께 고발된 파견검사의 공범으로 민 특검을 수사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 사건을 배당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공수처가 과거보다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특히 지난달 법원이 잇달아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적법성을 인정한 것도 공수처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는 증명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전날 윤씨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무기징역 선고에서 “공수처는 내란죄에 관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부서 “특검에 오 처장 진술에 대한 보복” 특검, 오 재판 중계 신청 공수처엔 부담될 듯 지난 1월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도 공수처가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까지 함께 수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바 있다. 다만 수사력 논란은 여전히 물음표다. 올해 출범 5년을 맞은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은 6건, 유죄가 확정된 사건은 선고유예 1건뿐이다. 인력도 출범 이후 매년 결원 상태가 유지되다 지난해 말에야 검사 정원(20명)을 겨우 채웠다. 공수처의 한 관계자는 “검사의 경우 3년 단위 임기제다 보니 우수한 인적 자원을 모으기 힘들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바뀌게 될 수사기관의 지형도 공수처에게는 부담이다. 공수처는 지난달 “공수처 수사 대상 범죄에 관해 중수청에 우선적 지위를 갖는다”며 중수청 법안 58조 2·3항에 ‘(공수처는 제외한다)’를 추가할 것을 주장했다. 공수처와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텅) 간 수사 범위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의 관계를 못 박은 공수처법 24조 1·2항과 유사해 보이는 대목이다. 공수처는 “접수되는 사건 대부분이 공직자 범죄인 공수처는 민원성 고발을 포함한 모든 사건을 중수청에 인지 통보해야 하는 결과가 된다”며 “이는 인지 통보 제도 취지에도 반한다”고 우려했다. 단, 공수처는 중수청 법안 58조 3항 중 ‘공수처법이 적용되는 범죄수사에 대해 공수처에 이첩을 요청한 경우엔 공수처장이 이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삭제’하자면서 “공수처와 중수청 간 사건 이첩 처리는 중수청장의 일반적인 수사 협조 요청과 공수처장의 사건 이첩 규정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법 24조 3항엔 ‘공수처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 해당 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고 돼있다. 공수처는 중수청법 제정과 맞물려 관련 법령들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지 통보제 취지에 반해” 공수처는 “검사의 수사 권한을 전제로 한 현행 ‘형사소송법’ 관련 규정의 검토 및 정비도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게 해 수사권 남용을 방지하고, 각 기관 수사 범위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 불필요한 경쟁이나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 대상 범위에 관한 규정 등 통일적·체계적 정비가 동시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3급 이상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공수처법상 공수처 수사 범위에, 4급 이하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경찰법상 국가수사본부 수사 범위로 명시하는 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