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도가니 사건 백태

지금도 벌어지는 장애인 성폭력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09년 소설가 공지영의 장편소설 <도가니>가 사회를 강타했다. 성범죄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약자를 조명한 소설은 2011년 동명의 영화로 제작, 460만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소수자에 대한 성폭력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소설의 제목인 도가니의 의미는 확장됐다. 세상에 드러난 제2, 제3의 도가니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 ▲영화 '도가니' 스틸컷

영화 <도가니>는 청각장애인 교육시설인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2000년부터 5년에 걸쳐 교장을 포함한 교직원들이 남녀 장애학생들에게 성폭행 등 아동학대를 자행한 사건이다. 소설은 실제 사건의 절반, 영화는 소설의 절반 정도로 수위를 낮췄다고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가니>는 한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충격적 사건

영화 <도가니>의 충격으로 사회가 들끓으면서 20111028일 아동·장애인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개정안’, 이른바 도가니법이 통과됐다.

개정안에는 장애인과 13세 미만 아동을 성폭행 했을 경우 7, 10년으로 형량을 대폭 늘리고 무기징역까지 범위를 넓힌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장애인 여성·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성폭행 범죄의 공소시효도 폐지했다. 장애인 보호·교육시설의 장이나 직원이 장애인을 성폭행하면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형이 가중된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이듬해 <도가니> 사건의 배경이 됐던 광주 인화학교에 대한 법인 허가가 취소됐고, 학교는 폐교됐다. 학교 관계자와 시도 교육청 공무원들에게 엄청난 비판이 쏟아졌고 법 또한 개정됐지만 제2, 3의 도가니 사건은 여전히 한 번씩 수면 위로 올라와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2011년 천안의 공립 특수학교인 인애학교서 교사가 장애인 학생을 수년 간 성폭행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천안시 교육청과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계기로 지역 내 피해 실태를 조사하던 중이었다.

○○ 양과 학부모는 지난 2009년부터 20117월까지 한 교사로부터 기숙사와 직업 교육실 등에서 수차례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영화 <도가니 >로 충격
도가니법 제정됐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이○○씨는 20103월부터 201110월까지 자신이 가르치던 10대 여학생 3명을 5차례에 걸쳐 성폭행하고, 여학생 4명을 7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범행 현장을 목격한 학생을 상대로 교장, 교감선생님에게 말하면 죽여 버리겠다며 흉기로 위협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이른바 천안판 도가니로 불린 이 사건에 대해 2015년 실형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위반 혐의(장애인에 대한 준강간 등)로 기소된 이씨에 대한 재상고심서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신상정보 공개 및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10년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

비슷한 시기 광주에서는 20대 지적장애 여성을 성폭행한 마을 주민들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들은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지적장애 3급의 ○○○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정신연령이 7세 정도였던 피해자는 겁을 주거나 군것질거리로 유인하는 남성들에게 끌려가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자들은 대부분 피해자가 다녔던 중·고교 통학로 주변에 사는 주민들로, 자신의 집이나 컨테이너 축사 등에서 성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7월에는 태백의 한 특수학교서 강원판 도가니사건이 일어났다. 학교서 직업교육과 체육수업 등을 담당하던 박○○씨는 2014년부터 자신이 가르치던 지적장애 여학생 등 3명을 교실과 체육관서 수차례에 걸쳐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 과정서 특수학교 교장이 자살하는 사건이 이어졌다. 앞서 교장은 사건에 대해 무릎 꿇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정신장애인 40대 여성을 성폭행하거나 추행한 이웃 주민 3명이 모두 징역형을 선고받은 일도 있었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제1형사부는 지난 9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가해자 3명에게 징역 3, 징역 26월 등을 선고했다. 이들은 2016년 이 여성을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하거나 상가 화장실서 성추행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앞서 8월에는 20대 지적장애 여성을 상습 성폭행한 6080대 마을 주민이 경찰에 붙잡혔다. 강원 영월군 영월읍에 사는 김○○씨 등 이웃주민 7명은 2014년부터 지난 4월까지 5년에 걸쳐 비닐하우스와 컨테이너 등지서 같은 마을에 사는 지적장애 여성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마을은 20가구도 채 살지 않는 작은 산골마을로, 피해자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장애인 성범죄 늘어가는데
특수성 고려 안 해 구속↓

지난 7일에는 지적장애인 80여명이 생활하는 복지시설 동산원서 장애인을 성폭행하고 학대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동산원의 한 현직 직원은 YTN과의 인터뷰서 이사장이 밤새 안마를 시킨다든지 수시로 불러 일과 중에도 안마를 시키고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뺨을 때리는 것을 목격했다고 폭로했다. 또 시설 보수 공사에 장애인들을 동원하는 등 강제노동을 시켰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장애인 성범죄는 피해자의 특수성으로 인해 외부로 알려지기 어렵다. 특히 피해자의 정신연령이 일반인에 비해 낮을 경우 범죄의 표적이 될 확률은 높지만 고발은 쉽지 않다.

주변 사람이 범행을 알아채 신고해도 진술의 신빙성 등을 들어 가벼운 처벌로 그치는 경우도 상당하다. 또 수사 과정서 일반인과 동일한 잣대를 적용, 피해자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빈번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실제 드러나지 않은 장애인 성범죄도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 성폭력 범죄는 증가하고 있는 반면 구속비율은 줄고 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금 의원은 장애인 성범죄가 9년 새 4.6배나 늘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접수한 장애인 성폭력범은 지난 2008246명서 지난해에는 1125명으로 늘었다. 올해에도 7월까지 677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돼 이 추세대로라면 지난해 범죄 건수를 넘어설 전망이다.

장애인 성범죄에는 장애인에 대한 강간 및 강제추행, 준강간, 유사성행위, 위계 등 간음 및 추행, 장애인 피보호자 간음 등이 포함된다.

숨겨진 사연


반면 장애인 성범죄자의 구속률은 201227%서 지난해 10%로 크게 감소했다. 장애인 성범죄자 10명 중 1명만 구속된 셈이다. 그동안에도 검찰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장애인 성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법 적용을 소극적으로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금 의원은 장애인 성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구속비율이 크게 감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장애인 성범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은 물론 피해자 국선변호, 진술조력인 등 수사와 재판과정서 장애인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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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반가운 얼굴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예민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오간다. 그래서인지 용산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연이어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휴 내내 야당이 추석 밥상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는데 국정 지지율은 내림세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은 예견된 문제였다. 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역풍 맞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묘한 거리감도 신경이 쓰인다. 꺼야 할 급한 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 추락 30%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인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첫 번째 주 29.3%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20%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 같은 수치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6.7%, ‘잘 모름’은 3.6%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7%였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의료 대란을 비롯한 물가, 당정 갈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야당이 의료 공백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면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뜻을 확고히 했다. 의료진과 대통령의 인식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 현장을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혼자서만 달나라에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중증·난치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심야 응급실을 방문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사면초가 한동훈 영부인 공천 논란까지? 상다리 휘는 야 물가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2.0%로 집계됐다. 이는 1.9%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지만 당초 지난달 물가가 높았던 탓에 국민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정부는 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썼다. ‘현금 살포’ ‘표풀리즘’이란 지적이 나와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25만원 지원법을)딱 잘라 거절했으니 이에 맞먹을 대응책을 가져와야 한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안이든 지원금이든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 167만명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추석 전 조기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민생경제 분야서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서 의결하면서 마찬가지로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추진하던 25만원 지원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을 정쟁 법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맞불을 놨다. 용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 됐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 등의 2심 선고기일이 오는 12일 예정된 만큼 이를 덮기 위한 ‘급발진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검찰은 오는 9일 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이뤄지는 증인신문에 “문 전 대통령도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시 쥔 총자루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에 대한 수사를 두고 “추석 명절 밥상에 윤석열, 김건희 대신 다른 이름을 올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혐의는 덮어주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서는 도의를 무시하는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김혜경 여사도 소환했다. 지난 5일 김 여사가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정부는 집권 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며 “검찰은 이번에도 반성은커녕 야당 대표의 배우자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탄압 수사가 검찰의 추석 기념행사냐”고 직격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추석 밥상에 올라오나 싶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이었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공천 개입 논란까지 전 방향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이 당초 컷오프된 점을 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 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이를 포함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당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씨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야당의 발목을 잡나 싶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형국이다. 용산이 코너에 몰린 상황서 여당이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의제로 판을 엎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까지 시끌벅적 하지만 ‘N번째 윤-한 갈등’이 불거진 시점서 당에 큰 기대를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합심해 추석 밥상을 차리고 싶어도 자꾸만 손발이 엇나가니 오히려 민주당만 득을 본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야당에 꽃놀이패를 직접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 한 대표가 용산과 언제 또 충돌할까 지켜보는 당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금정구서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구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김기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처럼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직은 친한(친 한동훈)계 보다 친윤(친 윤석열)계 비중이 큰 만큼 당이 갈라지진 않겠지만 60%가 넘는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갈등마저도 야당의 반찬으로 내어줬다. 용산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카드를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용산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서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윤정부 출범 이후 720일, 4·10 총선이 끝난 지 18일 만이었다. 당시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정 전환용으로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웠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온갖 리스크를 꺼내 들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냐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꽉 막힌 국회 탄핵 거부권만 도돌이표 분위기 반전시킬 영수회담 카드 꺼낼까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서 재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줄곧 대화를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 입장서도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첫 번째 영수회담처럼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오히려 용산의 실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시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만큼 대통령조차 야당 대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민주당이 “불통” “꽉 막힌 소통” 등 공격적인 논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꽁꽁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연설 후반부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자 야당 측 의석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생협의체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서 윤 대통령이 보내온 추석 선물을 거부하는 ‘선물 보이콧’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추석 선물 사진과 함께 “용산 대통령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선물을)보내시나”라고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커 수사’나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선물 보내지 마시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외교도, 장관 임명도 마음대로”라며 “(국회)개원식 불참까지 제멋대로 하더니 안 받겠다는 선물을 기어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당장 눈앞에 택배기사님 고충을 생각하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라. 참고로 대통령실 명절선물은 지역주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 말하는 등 국회 곳곳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겨도 용산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끝나면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중 교육개혁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곧 수능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에 의료개혁이 문제가 됐다면 그다음으로는 교육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교육개혁이든 의료개혁이든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개혁안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니 사방서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올해 수능은 ‘초긴장 모드’다. 지난해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계가 크게 반발한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협 당직 병원 반발 “추석에 아프면 대통령실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추석 연휴 당직병원 운영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자 “민간 의료기관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전송했다. 공지 말미에는 ‘02-800-7070’라는 연락처를 덧붙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번호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