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소송 13년간의 기록

받을 걸 받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긴 시간이었다. 대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 사이 10대에 일본으로 끌려갔던 소년들은 노인이 됐다. 몇몇 피해자들은 하늘 위에서 소식을 듣게 됐다. <일요시사>가 강제징용 재판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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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조선인은 일제의 국가총동원법에 따라 강제로 토목공사장, 광산 등에 끌려갔다. 1937년 중일전쟁 이후 1945년까지 강제 동원된 조선인은 113만서 14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가혹한 노동 현장에 내던져졌다. 그러나 일본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그 어떤 보상도 외면했다.

1937∼1945년
끌려간 사람들

일본 전범기업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민사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한국 대법원서 나왔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1997년 일본서 처음 소송을 낸 이후로 21, 20051심 법원에 소송이 접수된 지 13년 만이다. 1945년 광복 이후로 계산하면 무려 7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지난달 30일, 이춘식(94) 할아버지 등 19411943년 일제강점기에 강제징용된 피해자 4명이 일본 전범기업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 사건서 피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서 나온 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그러면서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은 한일 청구권협정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단순 미지급 임금이나 보상금이 아니라 일본 정부와 기업의 불법 행위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한일 청구권협정에 처음부터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대법원은 피해자들이 일본에서 제기한 동일한 소송에 대해 일본 최고재판소가 내린 패소 판결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은 물론, 당시 판결의 근거가 됐던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대한 해석도 전면으로 부정했다. 쟁점은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일본으로부터 받은 무상 3억달러, 차관 2억달러 등의 돈에 강제징용 피해 배상금이 포함돼있는지 여부였다.

당시 협정문에는 국민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다고 적혀 있고, ‘모든 청구권에 대해 어떤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는 문구도 들어갔다. 이번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일본 정부는 물론 한국 정부와 학계서도 청구권협정에 강제징용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이 포함된다고 봐왔다.

해배상 청구 1명만 생존
재상고심 끝에 배상 판결

하지만 대법원서 한일 청구권협정이 일본의 불법적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조약 4조에 근거해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관계를 정치적 합의로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또 협상 과정서 일본 정부가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강제동원 피해의 법적 배상을 원천 부인하면서 한반도 지배 성격에 관해 양국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만큼 적용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김명수 대법원장 등 7명의 대법관은 다수의견을 냈다. 이기택 대법관은 별개의견을 통해 개인청구권 부분에 대해선 2012년 대법원 판결이 결론을 낸 상황서 이를 변경한 예외적인 상황이 없었기 때문에 기속력에 따라 추가 심리 자체가 필요 없이 상고 기각됐어야 한다고 밝혔다.
 

▲아베 일본 총리

김소영·이동원·노정희 대법관 역시 별개의견을 통해 다수의견과 같은 결론을 내리면서도 판단을 조금 달리했다. 이들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한일협정 적용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면서도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이 한일협정만으로 소멸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권순일·조재연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두 사람개인청구권이 청구권협정에 의해 바로 소멸되거나 포기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되게 됐다피해자들이 일본 국민인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국내서 강제동원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 소송을 제기하는 것 역시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청구협정권
해석 따라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 제기 가능성이 높아졌다. 강제징용 문제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은 최소 14만명으로 추정된다. 또 이미 강제징용 관련 소송을 제기한 962명의 경우 승소 확률이 커졌다. 이 같은 결과를 얻기까지 여운택(사망), 신천수(사망), 김규식(사망), 이춘식 등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은 길고 긴 법정싸움을 벌여야 했다.

이춘식 할아버지는 1941년 당시 대전시장이 일본에 보내려 모은 보국대에 뽑혔다. 보국대는 일제가 조선인 학생, 여성 등을 동원하기 위해 조직한 단체다. 조선에서보다 좋은 조건일 것이라는 기대로 건너간 일본이었다.

하지만 일은 고됐고 식사는 부실했다. 죽어라 일했지만 월급은 받지 못했고 1945년 일본 패망 후에도 상황은 여전했다. 여운택 할아버지와 신천수 할아버지의 삶도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제철소서 일하는 동안 식사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고, 월급을 받지 못하는 등 어느 것 하나 온전하게 얻지 못했다.

이후 1997년 여운택·신천수 할아버지는 일본 오사카 지방재판소에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강제징용 손해배상·미지급 임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20013월 오사카 지방재판소는 구일본제철의 채무를 신일본제철이 승계했다고 볼 수 없다며 여운택 할아버지 등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200211월 오사카 고등재판소 역시 이들의 항소를 기각했200310월 일본 최고재판소도 원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20052월에는 여운택·신천수·김규식·이춘식 할아버지가 서울중앙지법에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했다. 20058월 당시 한국 정부는 청구권협정과 관련해 일본 정부와 군대의 반인도적 불법 행위는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된 것이 없고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공식의견을 표명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

그러나 3년 뒤인 20084월 서울중앙지법은 일본 판결이 우리나라서 효력이 인정되고, 신일본제철이 구일본제철의 채무를 승계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듬해 7, 서울고등법원 역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20125월 대법원서 반전이 일어났다. 대법원은 일본 판결은 헌법 취지에 어긋나고 신일본제철은 구일본제철을 승계한 기업이라고 판단,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대법원은 일본의 확정판결은 강제동원 자체가 불법이라고 보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가치와 정면충돌해 국내에서 효력이 인정되지 않으며,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개인 청구권까지 소멸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단을 근거로 서울고법은 2013년 파기환송된 사건에 대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각 1억원씩 총 4억원의 위자료와 그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대법원은 올해 7월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 지난달 30일 신일본제철의 상고를 기각하며 최종 결론을 내렸다.


사법 농단
대표 사건?

그 사이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 4명 가운데 이춘식 할아버지를 제외한 세 사람은 세상을 떠났다. 이춘식 할아버지는 대법원 승소 판결 이후 소감을 밝히는 자리서 처음 재판은 넷이 했는데 이제 혼자 남아서 마음이 슬프고 서운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원고들이) 같이 선고를 들었으면 엄청 기뻤을 텐데 나 혼자 들어 눈물이 난다고 흐느꼈다.

대법원 최종 판결에도 불구하고 실제 배상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신일본제철 측이 대법원 판결에 승복한다면 배상은 이뤄질 수 있다. 또 신일본제철 측이 한국에 재산을 갖고 있다면 강제 집행도 가능하다.

신일본제철 측이 지난 2012년 주주총회서 사법부의 판결을 수용할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달 31일 일본 시민단체인 일본제철 전 징용공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에 따르면 당시 신일본제철의 사쿠마 소이치로 상무는 2012626일에 개최한 주주총회서 판결을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그의 발언은 한 주주가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불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소송서 진다면 지불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하지만 일본은 대법원 판결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대법원 판결 전 국제법에 비춰 있을 수 없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일본 NHK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아베 총리는 국회서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질의에 징용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밝혔다.


고노 다로 외무상은 판결 이후 항의 담화를 발표한 데 이어 이수훈 주일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직접 강하게 항의했다. 고노 외무상은 담화서 이번 판결을 두고 매우 유감이라며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한일 우호관계의 법적 기반을 근본부터 뒤엎는 것이라며 한국에 국제법 위반상태를 시정하는 것을 포함해 적절한 조치를 즉시 강구하길 강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강제 징용 피해 선고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지난달 31일,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고노 외무상과 전화통화를 갖고 대법원의 이번 판결에 대한 양국의 입장을 교환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고노 외무상은 전날 대법원 판결에 우려를 표시하는 등 일본 정부의 입장을 전달했다. 강 장관은 우리 정부는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고, 이번 판결과 관련된 사항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토대로 제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응방안을 마련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서 5년 허송세월
일본 반응 “매우 유감 ” 

이번 대법원 판결은 외교 문제뿐만 아니라 국내서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양승태 사법부 재판거래 의혹의 대표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판결 이후 5년 가까이 선고를 하지 않았다.

상고심서 파기환송된 사건이 재상고심에 올라가면 일반적으로 그대로 확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대법원이 고의로 심리를 끌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같은 의혹은 지난 5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조사하던 특별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당시 특별조사단은 법원행정처 컴퓨터 하드디스크서 청와대 관심사가 한일 우호관계의 복원이라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청구 사건에 대한 청구 기각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 기대할 것으로 예상이라고 쓰여 있는 문건을 발견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하드디스크서 이를 뒷받침하는 문서가 추가로 속속 나오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에 부정적인 외교부 입장을 재판에 반영했으니 법관 해외 파견을 요구하자는 취지의 문건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지난 7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해마루의 김모 변호사는 당시 검찰 참고인 조사서 대법원이 두 번째 심리하는 사건인 데다 쟁점이 처음과 다르지 않아 심리불속행 기각 대상인데도 결론을 5년째 미루고 있다소송이 길어지면서 원고 중 일부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생존한 피해자들도 힘들어하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은 대법원 판결에 대해 여야를 막론하고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세부적으로 강조하는 부분은 미묘하게 달랐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판결 이후 일본 정부와 기업은 공식적인 사과와 법적 배상에 나서달라고 말했다.
 

▲영화 '군함도' 스틸컷

이어 재판이 길어진 배경에는 박근혜 청와대와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의혹이 있다특별재판부를 통한 사법 농단 사태의 진실규명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하면서 사법 농단 사태를 부각했다.

민주평화당 김정현 대변인 역시 일본 정부는 역사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일제 치하 반인륜범죄에 대한 사과를 촉구한다”며 특히 이번 승소 판결은 박근혜 정권하에서 저질러진 사법 농단의 근인을 척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일본이 말하는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을 위해서는 더 이상 망언과 몰염치로 버틸 것이 아니라 일제강점기 반인권적 불법행위에 대해 유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논평했다.

정치권 환영
미묘한 차이

바른미래당 김삼화 수석대변인은 정부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만큼 신속히 일본 정부, 해당 기업의 사과와 어르신의 피해 배상금을 받아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일본은 이제야말로 일제강점기 당시 자신들이 저지른 모든 죄악을 참회하며, 피해자들에게 진솔한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사법부-외교부-김앤장 시민단체 제기한 의혹은?

대법원의 선고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노동의 대가를 받을 가능성이 열렸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승소 판결을 받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했다. 특히 신일본제철 소송대리인으로 참여한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의 벽은 높았다.

최근 김앤장이 사법부와 행정부를 쥐락펴락했다는 의혹이 속속 사실로 확인되는 모양새다.

KBS에 따르면 2014년 김앤장은 대법원에 신일본제철의 상고이유서를 제출했다. 그로부터 2년 뒤 김앤장은 대법원에 외교부 의견서를 빨리 받아달라고 하는데, 외교부에서 제출한 의견서는 상고이유서와 대부분 일치했다.

이는 지난 7월 여러 시민단체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폭로한 의혹과 비슷하다. 당시 그들은 강제동원 피해자의 목숨을 대가로 한 사법부와 외교부, 김앤장의 추악한 유착 의혹에 대해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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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