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통계> 부모 닮은꼴 이성과의 ‘연애’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5.25 20: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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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빠한테 시집 갈 거야’는 다 옛말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남자는 엄마를 닮은 여자를 찾고, 여자는 아빠를 닮은 남자를 찾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일종의 ‘유유상종’이라는 뜻인데 부모님과 닮은 내가 나와 비슷한 이성을 만나니, 당연히 만나게 되는 이성이 자신의 부모님과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상하게 자신의 부모님과 비슷한 사람에게 끌린다거나, 혹은 자신의 부모님과 정 반대의 사람만 찾게 된다는 사람들. 그렇다면 실제 20~30대 미혼남녀들은 ‘부모를 닮은 이성과의 연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남성은 어머니를 닮은 이성에게 호감을 느낀다는 속설이 어느 정도 사실로 나타났다. 미혼남 10명 중 6명 이상이 자신의 어머니를 닮은 이성과의 연애를 긍정적으로 여긴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러나 미혼녀는 아버지와 비슷한 남성을 반려자감으로 선호하지 않아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아빠는 ‘조선시대 왕’

소셜데이팅서비스 ‘이츄’가 20세 이상 미혼남녀 1196명(남 628명, 여 568명)에게 ‘부모를 닮은 이성과의 연애’에 대해 물어본 결과 남성 66.1%는 ‘어머니를 닮은 연인이라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직장인 배승훈(33·남)씨는 “생김새나 스타일은 좀 덜 닮을지 몰라도 은근히 취향이나 성격, 가치관 등이 엄마와 닮았으면 좋겠다”며 “언제나 바지런하게 뭔가를 열심히 하시고 알뜰살뜰 하나라도 아껴서 살림하면서 본인은 싫어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 자신의 한 몸 아끼시는, 무엇보다 함께 있으면 편한…. 커오면서 이런 엄마 같은 여자가 내 아내가 되고, 내 아이의 엄마가 되는 것을 항상 그려온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성 60.4%는 ‘아버지를 닮은 연인이라면 싫을 것 같다’며 부정적인 생각을 보여 남성들의 의견과 사뭇 달랐다.


직장인 박정숙(27·여)씨는 “아빠를 좋아하지만 아빠 같은 사람과 결혼하고 싶지는 않다”며 “어렸을 땐 입버릇처럼 커서 아빠와 똑같은 사람과 결혼할 것이고, 아빠만 좋다고 했는데, 막상 커보니 시야도 넓어지고 무엇보다 엄마가 아빠한테 화내는 이유가 이해 되더라”고 말했다.

주부 윤경아(38·여)씨는 “아빠를 닮은 사람이 좋다는 건, 자상하고 편안하고 책임감 있고 가족들 위해 열심히 일하시는, 흔히 아빠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넓은 범위의 아빠 같은 사람이 좋다는 것이지, 어느 특정한 가정 내에 작은 범위에서 아빠 같은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는 것은 아니다”면서 “그래서인지 나는 정반대인 사람과 결혼했다. 아빠는 욱하는 성격도 있고 자상함이 없는 전형적인 옛날분인데 지금 신랑은 가정적이고 자상하다”라고 털어놨다.

미혼녀 10명 중 6명 “아버지 닮은 애인 싫다”
남 82%, 여 53% “부모 반대해도 계속 교제”

‘연애 시에 부모에게 애인을 소개하는가’에 대한 질문에서도 남녀는 엇갈린 답변을 내놓았다. 남성 43.8%는 ‘정식으로 자리를 마련해 소개한다’고 답하며 적극적으로 연애사실을 알리고 싶어 했다.

반면 여성 50.2%는 ‘우연한 기회에 마주친다면 소개한다’고 답해 일부러 애인을 공개하지는 않겠다는 속마음을 내비쳤다.

이어서 남성은 ‘우연히 마주친다면 소개’(41.6%), ‘되도록 감춘다’(14.6%) 순으로 답했고, 여성은 ‘되도록 감춘다’(26.1%), ‘정식으로 소개’(23.8%) 순으로 답했다.

여성이 상대적으로 부모에게 연애사실을 알리지 않는 이유는 다음 질문의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자녀의 연애에 부모는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남성은 ‘자유방임형-어떤 연애를 하던 나를 믿어주신다’는 응답이 65.6%를 차지했다.


다음은 ‘후원자형-용돈을 더 주는 등 지원을 해주신다’(15%), ‘코치형-연애상담을 자처하는 등 적극적으로 도와주신다’(9.6%) 순으로 답해 대다수의 부모들은 아들의 연애에 물심양면으로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딸의 연애를 대하는 부모의 입장은 다소 다른 듯했다. 여성의 연애에 대처하는 부모의 유형은 ‘자유방임형’(53.2%)이 가장 많았으나, ‘사감형-통금시간을 두는 등 연애 규제를 하신다’는 보수적인 유형도 22.4%나 됐다.

대학생 김민아(21·여)씨는 “곧 군대를 가는 남자친구가 자꾸 부모님을 소개시켜달라고 조르는데 나도 남자친구와 우리 부모님이 잘 지냈으면 좋겠지만 부모님한테 소개를 해야 할지 말지 모르겠다”며 “소개시켜준 다음엔 모든 일을 남자친구랑 연결 지어 생각할 것 같아서 좀 그렇기도 하고 무엇보다 엄마가 ‘군인 남자친구’를 어떻게 생각할지도 의문이고, 아빠한텐 더욱 말 안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미영(29·여)씨도 “지금까지 몇 명의 남자친구를 만나왔지만 한 번도 부모님께 소개해 준 적이 없다”며 “집이 보수적이기도 하지만 남자친구를 소개시켜 주는 순간 일거수일투족이 집에 매이게 되고 피곤할 일만 늘어날 것 같아서 결혼 할 사람이 아닌 이상 소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내 의사가 더 ‘중요’

한편 ‘부모가 애인과의 교제를 반대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를 묻자 남성 82.3%와 여성 53.2%는 ‘부모의 뜻과는 상관없이 계속 연애한다’고 답해 부모의 의사보다 자신의 선택을 중시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여성 28%는 ‘부모에 뜻에 따라 헤어진다’고 답해 부모의 의견에 조금 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부모에게 헤어졌다 말하고 몰래 연애하겠다’며 임시방편을 내놓은 응답자는 남성 9.7%, 여성 18.8%이었다.

이츄의 한상권 팀장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자녀의 연애를 바라보는 부모의 시선이 점차 개방적으로 바뀌는 추세”라며 “그러나 남성에 비해 여성의 부모가 엄격한 면이 있어 자유롭게 교제사실을 밝히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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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