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서형숙 기자] 30년간 장기집권이 이어지던 의왕·과천에서 새누리당의 아성이 깨졌다. 지난 4?11 총선에서 불모지 개척에 나선 송호창 당선자가 비로소 민주통합당의 깃발을 꽂은 것이다. 19대 국회 주역이 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안고 국회가 개원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송 당선자를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지난 4?11 총선을 통해 첫 여의도 입성에 성공한 민주통합당 송호창 당선자는 인권변호사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대학을 갓 졸업한 송 당선자는 당시 인천의 한 공단에 위장취업을 했다. 열악했던 노동현장에서의 고된 경험은 향후 스스로를 인권변호사의 길을 모색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 2008년 촛불집회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공권력에 무참하게 짓밟힌 시민들을 옹호하며 유명세를 탔다. 그의 이름 앞에 ‘촛불변호사’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다. 그런 그가 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혐오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낡은 정치를 바꾸고자 출사표를 던졌다.
탄탄한 조직 없이 맨땅에 헤딩하듯 도전한 그가 새누리당의 30년 독주를 깨버리는 기적을 일으켰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송 당선자는 향후 진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당선 소감은?
▲시민들이 변화에 대한 열망으로 저를 선택했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우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특히 선거기간 동안 거리에서, 일터에서, 정말 많은 시민들을 만나고 그들의 고충과 바람을 들어왔다. 때문에 오히려 당선 확정 후 밤잠을 더 설치고 있다. 한 지역의 대표로 모든 분들의 생각을 모아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비전과 대안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더 낮은 자세로, 열린 귀와 마음으로 대화하고 소통할 생각이다.
-정치권 입문배경이 궁금하다.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캠프’에서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경험이 계기가 되었다. 그 당시 민심 속으로 파고들며 국정 파탄의 정도가 심각한 지경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 이상 밖에서 목소리만 높이는 것만으로는 시대의 방관자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개인적 판단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다가오는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의 시대에 이르러서는 모든 희망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이 결심을 굳히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
-정부 여당에 악재가 많았음에도 새누리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했는데.
▲정치 스킬 면에서 새누리당이 한 발 앞선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당명을 바꾸고 현 정부의 실정과 선긋기 등을 통해 어느 정도 민심을 얻는데 성공한 듯하다. 이에 반해 민주통합당은 여러 악재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타이밍을 놓치며 부동층 흡수에 실패했다. 하지만 정치는 포장기술만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때문에 저는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를 일시적?부분적 승리로 보고 있다. 대선까지 민주통합당이 민의를 살피며 심기일전해 MB정부의 부패 청산과 이를 통한 새로운 정치의 비전을 보여줄 수 있다면 오히려 대선에서 좋은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다.
-19대 국회에서는 주로 어떤 일들을 하고 싶으신지?
▲국회에서는 정무위 소속으로 활동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특히 MB정부에서 대기업 특혜가 두드러지며 경제부분에서 많은 후퇴가 있었다. 그 결과로 중소기업과 중소상인들이 고사 직전에 있다. 이러한 점을 바로 잡을 수 있는 법안 마련 및 심사 강화에 초점을 맞추어 활동할 생각이다. 특히 제가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부소장으로 있을 때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소액주주권 운동에 나선 적이 있다. 몇몇 재벌기업의 독식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여러 법안들에 대해 제재를 가해 경제민주화를 실현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각종 민생문제들의 실마리를 풀어갈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수입중단 대신 검역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인데.
▲정부는 2008년 당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시 수입을 중단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국민 앞에 약속을 해 놓고 이제 와서 수입 중단 대신 검역강화 만을 이야기 한다면 스스로 정한 약속을 위반한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정부 정책의 기본은 신뢰인데 이러한 기본조차 지키지 않는 정부가 어떻게 국민을 설득할 것인지 의문스럽다.
“대선 앞두고 네거티브 공방으로 국민적 피로도 높이면 모두 사퇴해야”
“MB정부의 도덕성 부재가 국민생활 파탄시키는 과정 똑똑히 봐왔다”
-‘촛불변호사’로 유명한데 광우병 발발로 다시금 촛불집회가 재개된 상태다.
▲원칙적으로 이 같은 대규모 시위는 민의가 제대로 국정에 반영되고 있지 못해 정부의 소통부재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특히 당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시켜 줄 어떠한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났던 촛불집회가 다시 재현된다는 것은 대단히 슬픈 일이다. 여전히 개선된 것이 없다는 뜻이니까. 저 역시 폭주하는 권력을 막아설 수 있는 힘이 여전히 촛불시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면 또다시 광장으로 나갈 생각이다.
-차기 당권은 어떤 인물이 적합하다고 보나?
▲현 정부로 인한 국민적 피로감을 들여다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지도자의 덕목으로 꼽을 수 있는 도덕성과 신의는 이제 더 이상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도덕성과 신의의 부재가 국민생활을 어떻게 파탄으로 몰고 갔는지 지난 5년의 시간이 보여주었다. 때문에 차기 당권은 국민에게 한 점 부끄러움 없는 도덕성과 권력자의 ‘말’이 가지는 위력을 신의로써 지킬 수 있는 인물이라야 할 것이다. 문제는 그 검증 과정이다. 이에 대해선 당 차원에서의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거라고 본다.
-언론사 파업이 장기화되는 양상이다. MB정부의 언론관에 대한 입장은?
▲저는 MB정부 들어 첫 번째 언론통제 사례라 할 수 있는 정연주 전 KBS 사장의 해임 및 형사고발 건을 변론했고, 작년에 무죄판결을 받아 정부 조치가 위법임을 입증한 바 있다. 개인적으로 지난 5년간 우리 국민이 잃은 것들 중 가장 뼈아픈 것이 바로 언론자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전례 없는 대규모?장기 언론사 파업은 현 정부가 얼마나 막무가내로 국민의 사고를 조정하려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언론통제를 통해서 유지되는 정부는 그 자체로 이미 실패한 정부이다.
-올 연말 대선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어려운 질문이다. 한국 정치의 역동성은 항상 예측치 너머에서 작동한다. 다만 이 시점에서 할 수 있는 말은 대선기간 동안 각 후보 진영이 당리당략이나 무조건 이기고 보자는 식의 경쟁보다는 민생을 보듬고 민의를 수렴해 가는 방향으로 선거전을 치렀으면 하는 바람이다. 네거티브 선거로 국민들에게 피로감만을 선사한다면 저를 비롯해 정치인들 다 사표내야 한다는 생각이다. 특히 이번 대선은 정말로 바뀌지 않으면 다 죽는다는 절박함에 정말 중요하다. 때문에 저는 진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의미 있는 변화를 끌어낼 수 있도록 전력할 것이다.
-총선 이전 ‘안철수의 지지’로 언론의 화제가 되었다. 어떤 인연으로 친분을 맺었는지? 또 ‘안철수 대망론’에 대한 입장은?
▲안철수 원장과는 한국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기본 시각 면에서 많은 부분을 공유하는 벗이자 동지라 할 수 있다. 또한 우리 사회를 위해 크게 공헌 할 수 있는 훌륭한 분 중 한 분이다. 우리 사회엔 안원장과 같은 훌륭한 지도자들이 더 많이 필요하고 그런 지도자들을 잘 보호하고 육성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총선을 치루면서 많은 것을 경험했다. 그 경험을 통해 얻은 소중한 것들을 하나하나 이루어 나가야 하는 소명이 주어졌다. 선거캠프에서 도와주었던 사람들 앞에서 제가 했던 말이 있는데 ‘정치는 곧 연애다’는 말이다.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우리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리고 그 노력의 정점에는 ‘진심’이 있다. 진심이야 말로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무기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출발선에 선 자로서 시민들이 내게 확인시켜 준 그 진심의 힘을 가슴에 새기며 이 길을 걷고자 한다. 지켜봐주셨으면 한다.
<송호창 당선자 프로필>
▲ 부산동고등학교
▲ 인하대학교 경제학 학사
▲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부소장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차장
▲ 박원순 서울시장후보 대변인
▲ 제19대 국회의원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