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주역 릴레이 인터뷰③] ‘민생 파수꾼’ 자처한 송호창 당선자

“광우병 두고 말 바꾼 MB정부…또다시 광장으로 나가겠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30년간 장기집권이 이어지던 의왕·과천에서 새누리당의 아성이 깨졌다. 지난 4?11 총선에서 불모지 개척에 나선 송호창 당선자가 비로소 민주통합당의 깃발을 꽂은 것이다. 19대 국회 주역이 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안고 국회가 개원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송 당선자를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지난 4?11 총선을 통해 첫 여의도 입성에 성공한 민주통합당 송호창 당선자는 인권변호사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대학을 갓 졸업한 송 당선자는 당시 인천의 한 공단에 위장취업을 했다. 열악했던 노동현장에서의 고된 경험은 향후 스스로를 인권변호사의 길을 모색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 2008년 촛불집회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공권력에 무참하게 짓밟힌 시민들을 옹호하며 유명세를 탔다. 그의 이름 앞에 ‘촛불변호사’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다. 그런 그가 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혐오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낡은 정치를 바꾸고자 출사표를 던졌다.

탄탄한 조직 없이 맨땅에 헤딩하듯 도전한 그가 새누리당의 30년 독주를 깨버리는 기적을 일으켰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송 당선자는 향후 진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당선 소감은?

▲시민들이 변화에 대한 열망으로 저를 선택했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우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특히 선거기간 동안 거리에서, 일터에서, 정말 많은 시민들을 만나고 그들의 고충과 바람을 들어왔다. 때문에 오히려 당선 확정 후 밤잠을 더 설치고 있다. 한 지역의 대표로 모든 분들의 생각을 모아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비전과 대안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더 낮은 자세로, 열린 귀와 마음으로 대화하고 소통할 생각이다.


-정치권 입문배경이 궁금하다.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캠프’에서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경험이 계기가 되었다. 그 당시 민심 속으로 파고들며 국정 파탄의 정도가 심각한 지경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 이상 밖에서 목소리만 높이는 것만으로는 시대의 방관자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개인적 판단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다가오는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의 시대에 이르러서는 모든 희망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이 결심을 굳히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

-정부 여당에 악재가 많았음에도 새누리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했는데.

▲정치 스킬 면에서 새누리당이 한 발 앞선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당명을 바꾸고 현 정부의 실정과 선긋기 등을 통해 어느 정도 민심을 얻는데 성공한 듯하다. 이에 반해 민주통합당은 여러 악재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타이밍을 놓치며 부동층 흡수에 실패했다. 하지만 정치는 포장기술만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때문에 저는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를 일시적?부분적 승리로 보고 있다. 대선까지 민주통합당이 민의를 살피며 심기일전해 MB정부의 부패 청산과 이를 통한 새로운 정치의 비전을 보여줄 수 있다면 오히려 대선에서 좋은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다.

-19대 국회에서는 주로 어떤 일들을 하고 싶으신지?

▲국회에서는 정무위 소속으로 활동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특히 MB정부에서 대기업 특혜가 두드러지며 경제부분에서 많은 후퇴가 있었다. 그 결과로 중소기업과 중소상인들이 고사 직전에 있다. 이러한 점을 바로 잡을 수 있는 법안 마련 및 심사 강화에 초점을 맞추어 활동할 생각이다. 특히 제가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부소장으로 있을 때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소액주주권 운동에 나선 적이 있다. 몇몇 재벌기업의 독식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여러 법안들에 대해 제재를 가해 경제민주화를 실현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각종 민생문제들의 실마리를 풀어갈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수입중단 대신 검역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인데.


▲정부는 2008년 당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시 수입을 중단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국민 앞에 약속을 해 놓고 이제 와서 수입 중단 대신 검역강화 만을 이야기 한다면 스스로 정한 약속을 위반한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정부 정책의 기본은 신뢰인데 이러한 기본조차 지키지 않는 정부가 어떻게 국민을 설득할 것인지 의문스럽다.

“대선 앞두고 네거티브 공방으로 국민적 피로도 높이면 모두 사퇴해야”
“MB정부의 도덕성 부재가 국민생활 파탄시키는 과정 똑똑히 봐왔다”

-‘촛불변호사’로 유명한데 광우병 발발로 다시금 촛불집회가 재개된 상태다.

▲원칙적으로 이 같은 대규모 시위는 민의가 제대로 국정에 반영되고 있지 못해 정부의 소통부재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특히 당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시켜 줄 어떠한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났던 촛불집회가 다시 재현된다는 것은 대단히 슬픈 일이다. 여전히 개선된 것이 없다는 뜻이니까. 저 역시 폭주하는 권력을 막아설 수 있는 힘이 여전히 촛불시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면 또다시 광장으로 나갈 생각이다.

-차기 당권은 어떤 인물이 적합하다고 보나?

▲현 정부로 인한 국민적 피로감을 들여다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지도자의 덕목으로 꼽을 수 있는 도덕성과 신의는 이제 더 이상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도덕성과 신의의 부재가 국민생활을 어떻게 파탄으로 몰고 갔는지 지난 5년의 시간이 보여주었다. 때문에 차기 당권은 국민에게 한 점 부끄러움 없는 도덕성과 권력자의 ‘말’이 가지는 위력을 신의로써 지킬 수 있는 인물이라야 할 것이다. 문제는 그 검증 과정이다. 이에 대해선 당 차원에서의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거라고 본다.

-언론사 파업이 장기화되는 양상이다. MB정부의 언론관에 대한 입장은?

▲저는 MB정부 들어 첫 번째 언론통제 사례라 할 수 있는 정연주 전 KBS 사장의 해임 및 형사고발 건을 변론했고, 작년에 무죄판결을 받아 정부 조치가 위법임을 입증한 바 있다. 개인적으로 지난 5년간 우리 국민이 잃은 것들 중 가장 뼈아픈 것이 바로 언론자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전례 없는 대규모?장기 언론사 파업은 현 정부가 얼마나 막무가내로 국민의 사고를 조정하려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언론통제를 통해서 유지되는 정부는 그 자체로 이미 실패한 정부이다.

-올 연말 대선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어려운 질문이다. 한국 정치의 역동성은 항상 예측치 너머에서 작동한다. 다만 이 시점에서 할 수 있는 말은 대선기간 동안 각 후보 진영이 당리당략이나 무조건 이기고 보자는 식의 경쟁보다는 민생을 보듬고 민의를 수렴해 가는 방향으로 선거전을 치렀으면 하는 바람이다. 네거티브 선거로 국민들에게 피로감만을 선사한다면 저를 비롯해 정치인들 다 사표내야 한다는 생각이다. 특히 이번 대선은 정말로 바뀌지 않으면 다 죽는다는 절박함에 정말 중요하다. 때문에 저는 진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의미 있는 변화를 끌어낼 수 있도록 전력할 것이다.

-총선 이전 ‘안철수의 지지’로 언론의 화제가 되었다. 어떤 인연으로 친분을 맺었는지? 또 ‘안철수 대망론’에 대한 입장은?

▲안철수 원장과는 한국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기본 시각 면에서 많은 부분을 공유하는 벗이자 동지라 할 수 있다. 또한 우리 사회를 위해 크게 공헌 할 수 있는 훌륭한 분 중 한 분이다. 우리 사회엔 안원장과 같은 훌륭한 지도자들이 더 많이 필요하고 그런 지도자들을 잘 보호하고 육성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총선을 치루면서 많은 것을 경험했다. 그 경험을 통해 얻은 소중한 것들을 하나하나 이루어 나가야 하는 소명이 주어졌다. 선거캠프에서 도와주었던 사람들 앞에서 제가 했던 말이 있는데 ‘정치는 곧 연애다’는 말이다.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우리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리고 그 노력의 정점에는 ‘진심’이 있다. 진심이야 말로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무기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출발선에 선 자로서 시민들이 내게 확인시켜 준 그 진심의 힘을 가슴에 새기며 이 길을 걷고자 한다. 지켜봐주셨으면 한다. 

 

<송호창 당선자 프로필>

▲ 부산동고등학교 
▲ 인하대학교 경제학 학사 
▲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부소장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차장
▲ 박원순 서울시장후보 대변인
▲ 제19대 국회의원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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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