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현직 사채업자의 충격 고백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5.04 13: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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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뒤에 검사 있다…단속·신고 두렵지 않아"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정부가 불법 사채업자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은 신고된 피해 사례를 토대로 사채업자를 역추적 해 잡아들인다는 방침이다. 불법사채 피해 신고전화로 걸려온 피해신고도 수천 건을 돌파했다. 하지만 정작 사채업자들은 잠시 숨어있으면 된다는 입장이다. 불법사채에 대한 정부의 이번 정책이 스쳐지나가는 여우비일 것이라는 것. <일요시사>가 직접 만난 한 사채업자도 반년 정도 숨어 지낼 예정이라고 했다. 자신의 뒤엔 검사가 버티고 있다는 충격적인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최근 법정 최고금리 30%를 수십 배 초과한 이자를 편취해온 불법 사채업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채무자들을 협박·폭행하고 심지어 성매매까지 강요하는 등 서민들의 삶을 짓밟고 있다. 사채이자를 갚기 위해 유흥업소에 강제로 취업시킨 딸을 살해하고 자살한 아버지도 나왔고, 여성들에게만 돈을 빌려주고 성매매까지 강요한 대부업자도 경찰에 적발됐다. 사채 빛 때문에 고통 받다가 자살을 택하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도 등장했다.

사채에 대한 온갖 억측과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기자는 지인을 통해 알게 된 한 사채업자를 만날 수 있었다. 물론 시국이 시국인지라 만남이 쉽지는 않았다. 한참을 어르고 달래며 설득한 끝에 지난 4월24일 성남 모란역 근처 한 카페에서 그를 어렵사리 만날 수 있었다.

험악한 인상에 얼굴에는 흉터가 한 두 개 정도 있을 것이라는 기자의 생각과는 다르게 카페에 등장한 60대 초반의 사채업자는 상당히 말끔했다. 사채업자나 일수꾼 하면 떠오르는 일수가방도 없었다. 탁자위에 꺼내놓은 3개의 휴대폰만이 그가 보통일을 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짐작케 했다.

30여 년 동안 용인·수지·분당을 주무대로 활동해온 일수 전문 사채업자인 장모(63)씨는 현재 이혼한 딸을 표면에 세우고 10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거래하는 사람은 400명 가까이 된다고 했다.

 

다음은 장씨와의 일문일답.

 


▲최근 정부가 불법사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
-안 그래도 알고 지낸 검사가 두 달 전 쯤 "3개월 정도 숨어있으라"며 연락이 왔다. 잠깐만 피해있으면 곧 잠잠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때부터 내가 직접 일선에 나서지는 않고 딸아이를 표면에 내세워서 업무를 보고 있다. 아직까지는 사무실에 단속이 들이닥치거나 출석요구가 없는 걸로 봐서는 이번에도 무사히 넘어 갈 듯하다. 다른 사채업자들도 "금방 지나 갈 것"이라면서 그다지 긴장하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 불법 사채업자와의 전쟁 선포, 신고 접수 수천 건
1년 카드값만 1억원 "세무조사 한 번 받은 적 없다"

▲'이번에도'라고 했다. 무슨 의미인가?
-사실 4년 전쯤 "신고가 접수됐다. 해결되면 연락 주겠다"며 아까 얘기한 그 검사로부터 연락이 와서 2년 정도 지방에서 숨어 지낸 적이 있다. 덕분에 경찰서 출입 한번 안하고 아무 일도 없이 넘어갔고 일전에도 몇 차례 단속이 강화됐다는 둥 신고 접수를 받는다는 둥 말이 많았지만 단 한 차례 단속받은 적은 없다.

▲양심적인 사채업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
-사채업에 양심적이라는 말은 절대 어울릴 수 없다. 무등록 대부업자는 법정 최고금리 30%를 넘겨 받을 수 없지만 솔직히 금리 100% 미만으로 받는 곳은 1금융권이나 TV광고에서 볼 수 있는 대부업체 뿐이다. 나만해도 사채업을 시작한지 30년 이래로 금리 100% 미만으로 받은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선이자도 떼고 수수료도 뗀다. 탈법은 기본이고 탈세도 기본이다.

▲탈법과 탈세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가?
-탈법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다. 정해진 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받는 게 탈법이요, 채무자 독촉하고 협박하는 것도 탈법이다. 탈세는 더 쉽다. 주로 거래하는 세무사에게 월 5~10만원 정도만 찔러주면 장부조작은 식은 죽 먹기다. 월 5000만원을 벌고 연 1300~1400만원만 신고하는 식이다. 내가 1년에 쓰는 카드값이 1억원에 육박하는데도 단 한 번도 세무조사를 받은 적이 없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사채업자들의 모습이 사실인가?
-조금 과장은 있지만 아무 근거도 없이 사채업자들을 그렇게 묘사해 놓은 것은 아니다. 물론 사채업자들이 직접 나서는 것은 아니다. 나도 이때까지 손에 피 한 방울 묻혀본 적 없다. 채권추심업체를 고용하면 그들이 알아서 다한다. 채무자로부터 돈을 받아내면 상당부분을 그들이 가져가기 때문에 깡패나 조폭을 고용하는 등 별의별 짓을 다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추심을 하는가?
-액수에 따라 다르고 채무자의 태도에 따라 다르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처음에는 전화를 하거나 집으로 찾아가서 살살 어르고 달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빨리 돈을 마련해야 겠다'는 생각보다는 '조금 더 버텨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 우리도 강하게 나갈 수밖에 없다.


먼저 주변사람들에게 알리는 방법으로 수치심을 심어준다. 때리거나 죽이지는 않지만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최대의 공포를 주기 위해 노력한다. 예를 들어 밀물이 시작된 해변가에 머리만 내놓고 묻어버리거나 밤 10시부터 집 앞에서 5분 단위로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또 가족들의 신분과 직장을 파악해 모두 알고 있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채무자들은 지레 겁을 먹기 마련이다.

또 일부 업자들은 금전 유통이 가능한 유흥업소나 성매매업소를 소개해주고 그쪽 일을 하도록 유도하거나 채무자가 가진 게 몸뚱아리밖에 없다고 판단됐을 때는 성매매를 강요, 돈을 모두 갚을 때까지 감금을 시키고 먹이고 재우기도 한다.

사채업자 "어차피 지나가는 여우비일 것"
"빌리니까 빌려주지 안 빌리면 빌려주나?"

▲채무자가 잠적을 하면 어떻게 되는가?
-소용없다.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이면 다 찾아낸다. 초본 조회하면 다 나온다. 또 아까도 말했듯이 한 사람에게만 돈을 빌리고 잠적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내가 찾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다 찾아낸다. 개중에 액수가 적어 찾는 비용도 나오지 않는 경우에는 찾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채무자의 신고가 두렵지는 않은가?
-전혀 두렵지 않다. 일반 불법 고리사채에 대한 처벌은 그리 심하지 않다. 보통 벌금 100~300만원 정도 맞는 편이고, 최대로 걸려도 벌금 3000만원이 나오는데 항소에 항소를 거듭하면 벌금도 내려간다. 물론 폭력에 대한 부분은 처벌이 훨씬 강하긴 한데 채무자를 폭행하는 업체들이 이 사실을 모를 것 같은가? 좀 비싼 변호사 고용해 3~6개월 살고 나오면 된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는 업자들이 대부분이다. 또 신고를 한다고 해서 채무자의 채무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사채업자는 처벌을 받겠지만 채무자도 개인 채무를 모두 해결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번 정부의 움직임은 다른 때와는 다르게 심상치 않다. 대부업계도 불법사채 척결을 주장하고 나섰다.
-사실 사채업계가 잠시 주춤하기는 할 것이다. 그런데 그게 다다. 이자율 높은 불법사채가 왜 생긴다고 보나?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빌리는 사람이 없으면 빌려주는 사람도 없어진다. 그럼 빌리는 사람들은 왜 사채업자에게 높은 이자를 얹어 주면서까지 돈을 빌릴까? 1금융·2금융에서 돈을 빌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31일까지 신고를 받는다고 하던데 그때까지 숨죽이고 기다리면 된다. 정부에서 전쟁이다 뭐다 해서 신고를 받겠다고 한건 언론에서 사채업자에 대한 보도를 잇따라 내놨기 때문이다.

신고 첫째 날과 둘째 날 셋째 날까지는 '신고자가 몇 명을 돌파했다' '어떻다' 연일 보도가 이어졌지만 지금은 슬슬 식어가고 있다. 햇빛이 쨍쨍한 날 잠깐 오다가 그치는 여우비와 같은 대책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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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000억 강남빌딩 진짜 주인 가려진다

[단독] 3000억 강남빌딩 진짜 주인 가려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건물의 진짜 주인을 찾아라. 매매가만 3000억원을 상회하는 건물은 10년 넘게 소유권 분쟁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최근 건물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진행되는 과정서 새로운 사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번에야말로 건물 주인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77길 55에 우뚝 솟은 지상 15층 건물, 에이프로스퀘어. 에이프로스퀘어는 2011년 완공 이후 현재까지 소송의 대상으로 논란의 중심에 놓여 있다. 시행사에서 시공사의 특수목적법인(SPC), 또 사모펀드로 건물의 주인이 바뀌는 동안 송사가 끊이지 않았다. 그 사이 건물값은 1600억원대서 3000억원대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수차례 바뀐 건물 주인 에이프로스퀘어 프로젝트에는 시선RDI가 시행사로, A사가 시공사로 참여했다. 당시 시선RDI는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1200억원의 자금을 금융권서 조달했다. 1200억원의 채무가 처리되는 과정서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권이 시선RDI서 A사의 SPC인 더케이로 이전됐다. 소유권 분쟁의 시발점이 된 사건이다. A사는 “2008년 에이프로스퀘어 프로젝트에 채무보증(1350억원)을 조건으로 시공사로 참여했다. 당시 부동산시장이 침체돼 2009년 9월 시행사 시선RDI는 분양에 실패했고, 2011년 1월 건물 준공 시점까지 우리는 320억원에 이르는 공사비를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1년 5월30일 시선RDI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상환 불이행으로 기한이익을 상실했다. 결국 A사는 공사비도 받지 못한 상태서 시선RDI의 채무를 인수, 대위변제한 후 수탁사(한국자산신탁)에 공매처분을 요청했다. 하지만 공매가 여러 차례 유찰되면서 큰 손해를 봤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김대근 시선RDI 대표는 “A사는 시선RDI가 1200억원을 대출받은 다음 날 시행사도 모르게 채무를 갚았다. 그리고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채권을 바로 (A사 측에)넘겨버렸다. 우리는 그 내용을 뒤늦게 알았다. A사와 하나은행(당시 외환은행), 우리은행이 짜고 건물을 통째로 빼앗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1년 시선RDI가 제기한 민사소송을 시작으로 에이프로스퀘어를 둘러싼 소유권 분쟁은 10여년 넘게 이어졌다. 김 대표는 2014년 대법원이 원고(시선RDI) 패소로 확정판결을 내린 이후 재심에 재재심을 청구한 데 이어 헌법재판소까지 찾았다. 결과는 번번이 시선RDI 측의 완패였다. 흥미로운 대목은 소송이 진행되면서 소유권 이전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문서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주가 더케이(A사의 SPC)서 한국증권금융(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9호의 수탁자)으로, 또 하나은행(마스턴밸류애드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49호의 수탁자)으로, 우리은행(제이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32호의 수탁자)으로까지 바뀌는 과정서 체결된 부동산 매매계약서 등이 법원의 문서 제출 명령으로 공개됐다. 시선RDI는 2021년 A사·우리은행·하나은행·교보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월 ▲소유권보존등기 무효 ▲소유권 이전 등기 이행 등을 추가해 청구원인과 취지를 변경 신청했다. 소유권보존등기는 새로 지은 건물을 처음으로 공식 문서에 올리는 작업이다. 건물의 출생신고라고 보면 된다. 수천억 강남 빌딩 10년째 소송전 1680억→2040억→3080억 거래돼 시선RDI는 2011년 1월 에이프로스퀘어 완공 이후 한 달 뒤인 2월 A사가 진행한 소유권보존등기가 무효라는 입장이다. 또 소유권보존등기가 적법하게 처리되지 않았으니 그 이후 진행된 이전등기 또한 원인무효 등기라고 주장했다. 최초 소유권자이자 시행사인 시선RDI로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권을 이전해 달라는 요청이다. 소유권보존등기 및 이전등기의 적법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에이프로스퀘어의 ‘진짜 주인’ 논란이 함께 불거졌다. 일반적으로 집합건물의 경우 수탁사가 ‘등기상 소유주’ 실제 매매대금을 조달하는 사모펀드가 ‘실소유주’가 된다. 김 대표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서 쟁점 중 일부가 된 부분은 펀드의 의사결정을 맡는 보통주를 누가 갖고 있는지였다. A사가 설립한 SPC 더케이는 2013년 12월, 1680억원을 받고 한국증권금융에 에이프로스퀘어를 매각했다. 이때 건물 매입을 위해 조성된 펀드가 엠플러스 9호다. 이 상황서 수탁사인 한국증권금융이 등기상 소유주, 엠플러스 9호가 실소유주가 된다. 이후 2019년 3월 하나은행을 수탁사로 하는 마스턴 49호가 2040억원에, 2022년 4월 우리은행을 수탁사로 하는 제이알 32호가 3080억원에 에이프로스퀘어를 샀다. 김 대표는 제이알 32호의 보통주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자금을 투입한 투자자이면서 의사 결정권도 가진 보통주의 주인을 확인할 수 있게 제이알 32호와 수탁사인 우리은행에 해당 내용이 담긴 문서 제출을 명령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은 김 대표의 요청을 받아들여 제이알 32호를 만든 제이알투자운용과 우리은행에 ‘제이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32호 펀드의 보통주 보유자 및 그 명의 변경내역 및 보통주 주식보유량(수익증권의 좌수) 변경에 대한 내역 일체’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펀드의 ‘진짜 주인’을 찾아 달라는 김 대표의 요청에 법원이 응한 것이다. “보통주 공개하라” 우리은행은 “제이알 32호 투자자의 주식 보유내역과 펀드 운용사 및 업무집행조합원 내역 정보에 대한 문서를 소지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원고(시선RDI 측)가 신청한 문서는 개인 신용정보 주체인 제3자의 개인정보, 거래내용, 신용도, 신용거래능력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이기 때문에 문서 제출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문서 제출 명령을 받은 제이알투자운용은 제이알 32호의 ‘수익자별 보유수량 안내 공문’을 특정 투자자로부터 교부받아 제출했다. 해당 문서에는 제이알 32호에 돈을 넣은 1종 투자자와 2종 투자자의 명단과 액수가 기재돼있다. 문서에 따르면 해당 투자자들은 총 1271억원을 투자했다. 투자자는 ▲삼성증권 ▲키움증권 ▲현대커머셜 ▲교보리얼코 ▲에스텍시스템 ▲제이알투자운용 등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결국 투자자 외 보통주 명단에 대해서는 문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우리은행과 제이알투자운용은 두 번에 걸친 법원의 명령에도 문서를 제출하지 못하거나 엉뚱한 문서를 내놨다. 결국 제이알 32호의 보통주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나는 오래전부터 A사가 어떤 식으로든 펀드의 보통주로 참여해 에이프로스퀘어 매매와 운영에 관여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그 근거로 ▲A사의 에이프로스퀘어 일부층 책임임차 ▲일부 삭제된 계약서에 명시된 특정업체와의 계약 ▲계약금 없이 진행된 에이프로스퀘어 매매 과정 등을 들었다. A사는 그동안 진행된 소송 결과 등을 근거로 김 대표가 주장하는 의혹을 일축해 왔다. 김 대표는 시선RDI 등의 부동산 진정명의 회복과 손해 입증을 위해 제이알 32호의 보통주 내역 등을 요청하면서 동시에 제이알투자운용과 우리은행에는 2022년 4월25일 하나은행(매도인)·마스턴투자운용(매도인 집합투자업자)과 우리은행(매수인)·제이알투자운용(매수인 집합투자업자) 간 이뤄진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제출하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계약금은 왜 없었나 또 해당 매매계약 과정서 우리은행(매수인)이 하나은행(매도인)으로부터 책임임차인과 임차인들 간의 전대차계약과 사용계약 등을 승계했는데 이 책임임차인이 A사인지 여부를 사실확인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이 과정을 통해 2022년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사이에 체결된 부동산 매매계약서, A사의 승계동의서 등이 공개됐다.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기간이다. A사가 제출한 승계동의서는 하나은행·마스턴투자운용·우리은행·제이알투자운용에 보낸 것이다. 기존 임대인과 매도인 집합투자업자 사이에 체결한 계약이 이후에도 같은 조건으로 승계된다는 점을 명시한 문서다. 승계동의서에 따르면 A사는 에이프로스퀘어 7개층에 대한 일종의 ‘책임임차’를 하고 있다. 책임임차는 준공 이후에도 시공사가 임차인 유치를 약속하는 계약을 뜻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매력적인 조건이다. A사는 그 기간을 2013년 12월24일부터 지난해 12월23일까지 10년으로 잡았다. 자료를 제출한 시기인 지난달 21일에는 이미 책임임차 기간이 만료된 상태였다는 뜻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승계동의서에 ‘목적물(에이프로스퀘어)에 대한 부동산 매매계약에 따른 매매대금이 지급되고 소유권이전등기가 신청되면 그날(계약일)을 기준으로(중략) 동일한 내용으로 승계되고 그에 따라 본 계약은 매수인 및 매수인 집합투자업자와 임차인 사이에 계속 유효하게 존속함에 동의합니다’라는 문구를 들어 A사의 책임임차 기간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소한 제이알 32호의 만료일인 2027년까지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A사는 2023년 12월23일로 책임임차 기간이 끝났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10년간의 책임임차는 에이프로스퀘어 최초 매매계약 당사자인 한국증권금융(엠플러스 9호의 수탁자)의 매수 조건이었다고 덧붙였다. 거듭된 공매 유찰로 은행이자 부담이 커져가는 상황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A사의 일관된 주장이다. 그러면서 책임임차 기간 종료 이후 매수인이나 매도인 등과 추가로 맺은 계약은 없다고도 강조했다. 에이프로스퀘어와 관련한 A사의 ‘책임’은 이미 끝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A사는 “당사는 에이프로스퀘어 빌딩의 소유권자나 투자자가 아니다. 또 제이알 32호의 투자자도 아니다”라는 입장을 <일요시사>에 전해왔다. 눈에 띄는 부분은 또 있다. 2013년 더케이서 한국증권금융으로 소유권이 이전될 때 맺은 매매계약서를 보면 ‘계약금 168억원은 실납입액 없이 1순위 우선수익자의 채권과 선 상계(정산)하는 조건으로 계약금을 갈음함’이라는 문구가 있다. 당시 매매가는 1680억원이었고 1순위 우선수익자는 더케이였다. 실제 계약금 형식의 돈이 오간 적이 없는 것이다. 법원 문서 제출 명령으로 새 국면? 기판력 vs 새로운 증거 쟁점될 듯 2019년 한국증권금융서 하나은행으로 소유권이 넘어갈 때도 매매대금 2040억원에 대한 계약금은 존재하지 않았다. 또 2022년 하나은행서 우리은행으로 등기상 소유주가 바뀔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매매대금은 3080억원이었다. 통상 부동산 매매계약을 진행할 때 매매대금의 10%를 계약금으로 선지급하는 관행서 벗어난 거래였던 것이다. 김 대표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동일한 건물을 3회 거래하는 과정서 계약금을 걸지 않았다는 것은 둘 중 하나다.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대단한 신뢰가 있거나 진짜 주인은 따로 있고 명의만 움직인 경우다. 그게 아니고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2022년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사이에 맺은 부동산 매매계약서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확인된다. 부동산 매매계약서 제7조(진술 및 보증) 3. 소송 및 분쟁 부분을 보면 ‘매도인 또는 매도인 집합투자업자를 상대로 하는 어떠한 분쟁, 소송, 행정절차, 중재 또는 강제집행, 보전처분 절차 등이 제기되거나 진행 중에 있지 않으며 매도인 및 매도인 집합투자업자가 아는 한 그런 분쟁, 소송, 행정절차, 중재 또는 강제집행 보전처분 절차 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매매계약서에 들어갈 수 있는 문구로 보인다. 하지만 ‘단, 어떠한 경우에도 매매목적물의 개발, 신탁, 소유권 이전 등과 관련한 ‘(주)시선알디아이’와 여하한 자 사이의 민원, 청구, 소송 또는 분쟁(그와 유사하거나, 연관되거나, 그로부터 파생된 것을 포함함)은 본호의 진술 및 보증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일종의 단서 문구가 달렸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 등은 없지만 시선RDI와의 그것은 보증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매매계약 시기(2022년 4월25일)에는 이미 시선RDI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2021년)를 제기한 상태였다. 소송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은 지난해지만 소 제기 자체는 매매계약 1년 전에 진행됐다. 매도인은 해당 문제를 알고 팔았는지 매수인은 알고 샀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특히 에이프로스퀘어를 매입하는 과정서 투자금을 넣은 투자자에게 해당 정보가 사전에 고지됐는지 여부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김 대표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장물을 사고 팔았다”고 강도높게 지적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수탁자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사는)제이알 제32호의 수탁사로, 수탁사는 운용사의 운용지시에 의한 재산의 취득 처분을 담당한다. 펀드 운용에 관한 어떠한 의사결정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매매계약과 소유권 이전 관련해 법무법인을 통해 검토되고 진행됐다. 운영사는 법률적인 검토를 완료해 매매계약을 완료했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수탁사는 자본시장법상 운용과 관련한 내용을 알 수 없다”면서 제이알 32호 펀드의 보통주 내역 등 관련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도 강조했다. 하나은행 역시 마스턴 49호의 수탁사일 뿐 운용 내용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제이알투자운용은 <일요시사>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소유 분쟁 그 끝은? 시행사 대표와 시공사, 수탁사의 주장은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이전의 소송은 시공사와 수탁사의 완승으로 끝났다. 단 한 건의 소송서도 법원은 시행사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시공사와 수탁사는 이를 근거로 기판력을 주장하고 있다. 시행사 대표는 “이전에 단 한 번도 청구하지 않은 소송이고 이에 대해 변론종결일까지도 피고는 어떤 주장도 반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1심 선고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