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선정>푸릇푸릇 신토불이 오일장터 탐방-강화닷새장

  • 최민이 sisaboss@ilyosisa.co.kr
  • 등록 2012.04.16 11:3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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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짐한 특산품과 넉넉한 인심이 잘 버무려졌어라

2일과 7일마다 강화풍물시장 주차장에서 열리는 ‘강화닷새장’은 수도권에서 아직 유명세를 잃지 않고 있다. 냉이, 달래 등의 봄나물과 순무, 속노랑고구마, 사자발약쑥, 강화인삼, 강화섬쌀 등 강화특산물을 팔러 나온 할머니들은 인심 좋은 낯빛으로 외지 손님들을 대한다. 섬 안의 장터라서 해산물도 풍부하다. 강화도가 ‘살아있는 역사교과서’라고 불릴 정도로 체험학습여행지도 많은 때문인지 장터에서는 초등학생 자녀들을 동반한 가족 여행객들도 자주 눈에 띈다.

위치 : 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읍 중앙로

강화도는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큰 섬이나 강화대교와 초지대교로 시원하게 연결돼 있어서 육지나 다름없다. 계절마다 먹을거리가 풍부하고 서해 낙조가 아름다워 수도권에서는 주말나들이 장소로 자주 추천받는다.

강화도 주민들 사이에는 복사꽃이 화사하게 필 무렵 서해에서 힘차게 한강으로 거슬러 오르는 숭어회를 맛보면 한 해 동안 건강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설이 전해진다. 이렇듯 역사와 맛을 함께 품고 있는 고장인 강화도. 살갗을 간질거리는 봄바람을 타고 입맛 당기는 특산물 탐방을 위해 강화오일장으로 떠난다.

예로부터 강화도의 다섯 군데에서 열렸던 닷새장은 현재 강화장, 화도장, 온수리장 세 곳만 남아있다. 2일과 7일마다 열리는 강화장은 강화풍물시장 주차장에서 열린다. 강화장 상인번영회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옛날에는 강화읍내의 동락천을 중심으로 해서 하천 북쪽에는 웃거리장, 남쪽에는 아랫거리장이 섰다. 판매하는 품목도 달라 웃거리장에서는 곡식과 옷감(포목), 아랫거리장에서는 채소와 의류 등이 주를 이뤘다. 아랫거리장 옆에는 화문석장이 형성됐다고 한다.

역사와 맛을
함께 품고 있는 섬


봄날의 강화오일장 장터는 고개를 불쑥 내민 각종 나물들로 봄기운이 왕성하게 감돈다. 산과 들녘에서 자라나 비타민과 미네랄을 듬뿍 머금은 봄의 전령사인 셈이다. 바구니에 수북하게 담긴 냉이, 텃밭에서 자란 토종 근대, 새하얀 뿌리가 입맛을 돋우는 달래는 보기만 해도 생기가 느껴진다. 봄볕을 받으며 손톱 끝이 검게 물드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더덕을 까는 할머니의 손길은 바지런하기만 하다. 할머니의 손끝에서 변신한 새하얀 더덕이 금세 팔려나가자 할머니의 쌈지주머니가 불룩해진다.

봄나물 곁은 으레 지난 해 거둬들인 잡곡과 무말랭이, 참기름, 들기름, 고추 등 양념거리들로 푸짐하다. 겨우내 집안에서 보관해 온 속노랑고구마와 노란 싹이 보일락 말락 하는 보랏빛 순무도 강화의 대표적 특산물답게 곳곳에서 눈에 들어온다.

강화의 속노랑고구마는 여느 고구마보다 속이 더 짙은 노랑빛을 띠는데 당도가 높고 맛이 좋아 외지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일명 호박고구마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강화에서는 속노랑고구마라는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할머니 이 고구마 맛있어요?”라는 질문에 할머니는 대답 대신 과도를 꺼내 생고구마를 깎아 한 번 맛을 보라고 내민다. 아삭한 식감과 단맛이 한꺼번에 전해져 과일 맛처럼 여겨진다. 주저 없이 고구마 한 무더기를 장바구니에 담자 “생으로 먹어도 좋은 게 강화 속노랑고구마여”라며 할머니는 푸근하게 웃는다. 

어디 속노랑고구마 뿐인가. 강화장 상인들이 적극 추천하는 품목은 사자발약쑥이다. 생김새가 사자발처럼 넓적하다 해서 이름이 붙은 이 쑥은 마니산 주변 얕은 산자락에서 자란다. 강화의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사자발약쑥은 한의학에서도 피를 맑게 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등 각종 효능을 인정받아 찾는 사람들이 꾸준하게 늘고 있다. 5월 단오 때 채취해서 바닷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말리면 시간이 흐를수록 은은한 박하향을 낸다. 달여서 즙으로 내려먹거나 쑥뜸용으로 많이 이용되는 사자발약쑥을 두고 강화사람들은 “이 쑥을 많이 먹어서 병치레를 덜 한다”고 자랑한다.

통통한 팽이처럼 생긴 강화 순무는 보기에도 옹골차지만 맛이 달고 소화가 잘 되며 암 예방에도 좋다고 한다. 여성들 피부미용에도 뛰어나다고 전해져 순무김치는 나이를 불문하고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대부분의 닷새장은 외지 상인들이 장날마다 물건을 갖고 들어온다. 이에 반해 강화장은 강화도 원주민들이 이끌어간다는 점이 돋보인다. 주민들이 직접 기르고 정성스레 보관한 곡식들과 산과 들에서 손수 캔 나물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선지 신선한 물건들은 값도 싸고 인심까지 후하다.

강화의 대표적인 특산품
속노랑고구마와 사자발약쑥

한편 강화장과 인연을 함께 해온 것은 바로 강화풍물시장이다. 강화읍 중앙시장 도로변에서 장사를 하던 노점 상인들은 1990년대 초 정부의 노점상 정리정책에 따라 현 풍물시장 건너편 복개천에 한동안 둥지를 틀었었다. 현재 강화읍 갑곶리에 들어선 풍물시장은 2005년에 새로 이주했다. 주차시설도 널찍하고 깨끗해서 나들이 때 들르기 좋다.


풍물시장 1층 안으로 들어서면 짭조름한 젓갈냄새가 진동한다. 붉은 양념을 뒤집어 쓴 칠게장과 먹음직스런 밴댕이젓갈, 새우젓에 막 버무려지고 있는 순무김치의 향이 입에서 군침을 돌게 한다. 강화도에서 제일 많이 생산되는 새우젓, 빛깔 좋은 강화청결고추로 버무린 순무섞박지를 시식하자 알싸한 맛이 온 입안에 전해진다. 강화 순무는 강화의 물로 담근 것이 제 맛이라고 반찬가게 주인은 자신 있게 말한다.

풍물시장 2층은 식당들이 자리한다. 그 중에서도 밴댕이회무침이 유명해서 외지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그 밖에도 막걸리를 넣고 부풀려 만든 옛날 찐빵은 어르신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간식거리로 인기가 높다. 재래시장인 강화풍물시장은 매월 세 번째 월요일에 쉰다.

강화닷새장 구경을 마쳤다면 다음은 강화역사박물관을 둘러보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강화고인돌공원 내에 자리를 잡고 있다. 선사 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강화도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곳이다. 2층부터 관람을 시작하는 것이 올바른 동선이다. 고인돌의 땅, 신나는 청동기시대 탐험, 강화의 열린 바닷길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고인돌의 땅 코너에서는 강화의 구석기·신석기·청동기 문화와 우리나라의 고인돌 등에 대해 흥미롭게 배울 수 있다. 고인돌 축조 모형 디오라마가 이해를 돕는다.

1층으로 내려오면 고려시대의 강화, 조선시대와 근대의 강화 그리고 강화인의 삶에 대해 배우게 된다. 병인양요와 정족산성 전투 모형, 광성보 전투 모형은 근대의 역사를 오늘의 우리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해준다.

강화역사박물관 동쪽 편에는 ‘강화지석묘’라고 불리는 하점면 부근리 고인돌이 청동기시대 이래로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두 개의 받침돌이 무게 52톤의 덮개돌을 받친 모습으로 남한 최대 규모라고 한다.

조국 분단의 현실을 최전방에서 살펴보려면 강화평화전망대를 찾아가면 된다. 3층 전망대에서는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의 들판과 개성의 송악산이 보인다. 문화관광해설사가 상주하면서 이 지역에 얽힌 이야기들을 설명해준다. 전망대 2층의 전시실은 강화도의 역사와 북한의 실상을 알려주는 곳이다. 1층 특산품매장에서는 들쭉술, 인삼술, 백로술, 장뇌삼술, 도토리술, 인풍술 등 북한의 주류를 판매한다. 옥외전시장에는 실향민들을 위한 망배단과 ‘그리운 금강산’ 노래비가 세워져 있고 성악가들의 이름이 적힌 버튼을 누르면 노래를 들을 수 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숨쉬는 
생생한 역사의 흔적들

강화읍내 권역에서 가봐야 할 답사지는 고려궁지, 갑곶돈대, 강화산성 서문과 북문, 남문 등이다. 몽고의 1차 침입 후 고려 고종은 1232년 강화 천도를 단행한다. 1234년 궁궐과 관아 건축물 공사가 모두 완료됐다. 그러나 고려 원종 11년(1270년)에 개경으로 환도한 이후 강화도의 고려궁궐과 성의 대부분이 무너지거나 불에 타버렸다. 조선 인조 때 고려궁지에 행궁, 전각, 강화유수부 등을 세웠으나 병자호란 때 함락되고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에 의해 불타버리는 등 심한 수난을 당했다. 현재 고려궁지에는 고려 시대의 건축 기단과 돌계단, 그리고 조선시대의 유수부 동헌과 이방청, 외규장각이 남아있다.

강화대교 가까운 곳 바닷가에는 갑곶돈대가 있다. 5진 7보 53돈대 가운데 하나로 몽고의 침입, 병인양요, 신미양요 등 나라에 변란이 있을 때마다 수도인 한양을 지키는 중요한 요새였다. 현재 갑곶돈대에는 불랑기, 소포, 대포 등이 남아 고난을 이겨낸 역사를 대변해준다. 강화나들길 가운데 바닷가 돈대길이 이곳에서 시작된다. 국방유적에 관심이 많다면 이어서 광성보, 덕진진, 초지진, 분오리돈대까지 답사하고 동막해변에서 해넘이까지 감상해본다.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코스
① 강화닷새장터→강화역사박물관과 강화지석묘→강화평화전망대→화문석문화관
② 강화닷새장터→고려궁지→갑곶돈대→광성보→덕진진→초지진→동막해변 낙조 감상

♣1박2일코스
첫째 날 : 강화닷새장터→강화역사박물관과 지석묘→강화평화전망대→고려궁지→숙박
둘째 날 : 석모도→강화갯벌센터→전등사→광성보→덕진진→초지진

♣대중교통편
강화 - 서울 : 10∼15분 간격 운행
강화 - 인천 : 20∼25분 간격 운행
강화 - 부평 : 10분 간격 운행
강화 - 일산 : 20∼40분 간격 운행

♣자가운전
88올림픽대로→김포한강로→강화대교→강화풍물시장
김포시 양촌읍→대곶면→초지대교→강화풍물시장

♣축제 및 행사
-고려산진달래예술제 : 매년 4월 개최
-강화고인돌문화축제 : 매년 5월 개최
-강화개천대축제 : 매년 10월 개최
-강화새우젓축제 : 매년 10월 개최

♣주변 볼거리
마니산 국민관광지, 석모도, 보문사, 교동도, 교동읍성, 주문도, 볼음도, 은암자연사박물관, 철종외가, 옥토끼우주센터, 함허동천야영장, 동막해변, 강화 아르미애월드, 정수사, 백련사, 청련사, 적석사, 삼별초항몽유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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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