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가 ‘기막힌 희비’ 사연

  • 박민우 pmw@ilyosisa.co.kr
  • 등록 2012.04.10 10:4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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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은 잔칫집…형은 초상집

[일요시사=박민우 기자] 두산가에 희비가 교차되고 있다. 오너형제간 표정이 그렇다. 한쪽은 잔칫집, 다른 한쪽은 초상집 분위기다. 한 집안의 온도차가 냉온기류로 극명하게 갈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돈과 명예가 그 경계선이다.

5남 박용만 그룹 새 수장…마지막 3세 경영
다음날 차남 박용오 자택 경매 소식 전해져 

박용만 회장이 두산그룹의 새 사령탑을 맡았다. 두산그룹 지주회사인 ㈜두산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을지로 사옥에서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이사회 신임 의장에 박용만 회장을 선임했다. 이를 수락한 박용만 회장은 지난 2일 서울 강동구 길동 두산 연수원(DLI연강원)에서 취임식을 갖고 그룹 경영총괄 업무를 시작했다.

사내 들뜬 분위기

그는 취임사에서 “지금 두산에 필요한 것은 사고와 가치의 준거가 되는 강력한 기업문화”라며 “기업문화를 발현하고 뿌리내리는 것은 사람이므로 ‘사람이 미래’라는 전략은 더욱 역동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82년 두산건설에 입사해 두산음료, 동양맥주, ㈜두산,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거쳐 30년 만에 그룹 회장에 오른 박용만 회장은 그동안 경영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이나 인수·합병(M&A) 등 중요한 실무를 도맡아왔다. 2001년 한국중공업(두산중공업)과 2005년 대우종합기계(두산인프라코어)에 이어 2007년 밥캣 인수를 직접 진두지휘하며 두산그룹이 국내 소비재 기업에서 글로벌 인프라 지원사업(ISB)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2009년 3월부터 ㈜두산 이사회 의장을 맡아 두산그룹을 이끌어온 박용현 회장은 경영일선서 한 발 물러났다. 두산 연강재단 이사장과 한국메세나협의회 회장직만 유지하면서 사회공헌에 매진할 계획이다. 

그룹 측은 “이사회 결정은 지주회사 체제가 안정된 만큼 이제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킬 최적임자가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 박용현 회장의 용퇴 결심에 따른 것”이라며 “두산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한 박용현 회장은 앞으로 두산의 사회공헌 활동을 주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로 창립 116년을 맞은 두산그룹은 박용현 회장에게서 ‘지휘봉’을 넘겨받은 박용만 회장을 마지막으로 3세 경영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 형제간 경영승계 전통에 따라 다음 차례는 4세로 넘어간다.

두산그룹은 ‘가족 공동 소유·공동 경영’원칙에 따라 형제들이 돌아가면서 경영권을 맡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박승직 창업주의 장남 박두병 초대회장은 슬하에 6남(용곤-용오-용성-용현-용만-용욱)을 뒀는데, 1981년 박용곤 명예회장을 시작으로 ‘박용오→박용성→박용현’에 이어 이번 박용만 회장까지 차례로 그룹 회장직을 맡아왔다. 

막내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은 두산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수순대로라면 박용만 회장 후임은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이다. 다른 4세들도 요직에 전진 배치되며 ‘때’를 기다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2005년 오너 형제간 경영권을 놓고 분쟁을 벌인 ‘형제의 난’으로 100년 전통의 가족경영에 흠집이 나긴 했지만 지금은 제자리를 찾고 있다”며 “다시 경영권 승계가 톱니바퀴 물리듯 착착 맞아 들어가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박용만 회장이 취임한 다음날 또 다른 두산가 소식이 전해했다. 차남 박용오 전 회장의 자택이 경매에 나왔다는 것이었다.

지난 3일 대법원 법원경매정보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성북동·신림동 일대의 집과 대지 등 5건에 대해 경매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중 박 전 회장이 생전에 살았던 서울 성북동 330-20 성북빌하우스 OOO동 △△△호도 포함됐다. 

성북동 고급주택가에 위치한 박 전 회장의 자택은 대지 310㎡(약 94평), 건물 240㎡(약 73평)의 복층 주택으로 감정가는 15억원으로 나왔다.

박 전 회장의 두 아들인 경원·중원 형제가 공동소유하고 있는 이 집은 2008년 12월 제일저축은행 등 11개 저축은행에서 60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해놓은 상태다. 여기에 신용보증기금, 하나캐피탈, 신한은행 등도 압류와 가압류를 설정한지 오래다. 박 전 회장이 경영했던 성지건설도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430억원의 가압류를 설정해놨다.

박두병 초대회장의 차남 박 전 회장은 1996년부터 2005년까지 10년 동안 두산그룹 회장을 역임했다. 그러나 박용곤 명예회장이 동생인 박용성 회장에게 회장직을 넘기라고 요구한 것에 반발해 그룹 비자금을 폭로하는 등 형제들과 다툼을 벌였다. 

‘형제의 난’은 검찰 수사로 이어졌고, 결국 당시 박용성 회장은 비자금 조상과 횡령 등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박용만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비운, 언제까지…

이후 가문에서 퇴출당한 박 전 회장은 2008년 성지건설을 인수해 재기를 노렸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수십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경영상 어려움을 겪다가 2009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 전 회장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곳이 이번에 경매에 나온 성북동 집이다.

그의 아들들도 비운의 길을 걷고 있다. 경원·중원씨 역시 두산 지분과 직함을 내놓고 퇴출당하다시피 쫓겨났다. 부친과 함께 성지건설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결국 부도로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성지건설은 지난해 11월 대원·아이비클럽 컨소시엄이 인수했고, 지난 1월 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종결 판정을 받았다. 경원씨는 현재 별다른 외부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2008년 주가조작과 횡령 혐의로 구속돼 실형을 산 중원씨는 코스닥 업체 인수를 위해 자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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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