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1 라이벌 인터뷰④> ‘FTA대전지’ 강남을 김종훈 vs 정동영

외나무다리서 사생결단 벌이는 ‘FTA 맞수’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여야 모두 19대 총선에 나설 ‘옥석’이 가려짐에 따라 대진표가 확정됐다. 링 위에 오른 선수들은 벌써부터 불꽃을 뿜어대며 그야말로 총선정국은 뜨겁다. 특히 서울 강남을은 ‘한미FTA 대전지’로 변모하며 전국민적 주목도가 높아진 상태다. 바로 ‘한미FTA 전도사’ 김종훈 새누리당 후보와 ‘한미FTA 저격수’ 정동영 민주통합당 후보가 격돌하면서다. 그간 여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강남을은 해보나마나한 지역구였다. 하지만 야권의 거물급 인사인 정 후보가 적진의 심장부에 뛰어들며 단숨에 강남을은 격전지로 급부상했다. 수년째 FTA 설전으로 날선 공방을 펼쳐왔던 두 후보는 이제 강남을이라는 외나무다리에서 사생결단을 낼 전망이다. 바닥민심 사로잡기에 고군분투 중인 김 후보와 정 후보. 과연 강남을 주민들은 누구의 손을 들어주게 될까?

 

‘FTA 전도사’ 김종훈 후보(새누리당)

“극단적 대립 일삼고 말 바꾸는 태도, 강남이 심판할 것”

“공천 늦어 출발 늦었다

토론보다 지역민 만나는 것이 급선무”

-강남을을 선택한 이유는. 

▲(현장을 둘러보니) 그늘지고 보호를 받아야 하는 곳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한국은20~30년 전과 비교하면 보호와 지원시설이 늘어났다. 이런 것들이 더 늘어나야 하며 내용이 알차게 개진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특히 강남을은 서울의 외곽지역으로 빈땅도 많고 임대주택도 많아 강남갑과는 다르다. (저는) 그동안 국가의 성장을 위해 많이 노력했는데 성장에서 나오는 부가가치를 좀 더 어둡고 힘든 쪽에 지원이 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한다면 점차 조화를 이뤄 모범이 될 수 있는 지역이 강남을이라고 생각한다.


-공직에서는 잔뼈가 굵었지만 정치로는 신인이다. 어떤 각오인지?

▲경제통상 분야에서만 일을 하다 정치나 선거 분야는 처음 하는 것이라 걱정을 많이 했다. 더구나 정동영 후보는 선거에 관한 베테랑이고 9단급 정치인이라 긴장도 많이 된다. 하지만 거리로 나가서 만나는 택시기사들?주부들?어른신들께서 반갑게 맞아 주시는 분들이 많아 힘이 난다. "나랏일 하느라 욕봤다"며 손을 꼭 잡아 주시는 분들을 접하면서 한미FTA를 하면서 불면의 밤을 지샜던 것이 보람으로 다가왔다. 더욱 더 분발해서 대한민국 경제영토를 넓히는 일에 매진하겠다는 각오를 다진 상태다.

-강남을이 FTA격전지로 주목받고 있다. 지역민들의 반응은?

▲여기서 만난 분들이 적극 찬성한다고 밝히셨다. 체제 내용을 잘 알고 계시진 않을 것이다. 다만 수출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중요한 부분이기에 그런 생각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무엇보다 주민들은 국가전체의 정책에 관심보다는 자신 삶에 (와 닿는) 변화에 더 관심이 있다. 때문에 (국가정책과 지역정책 사이의) 거리를 좁혀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정치를 할 생각한다.

-FTA와 관련, 정동영 후보와의 토론을 피해 비판이 일고 있는데?

▲6년째 토론하고 있다. 하지만 저는 공천이 늦어져 출발이 늦었다. 때문에 하루ㆍ1시간ㆍ1분을 아껴서 지역주민들 더 많이 만나고 싶다. 토론이야 시간만 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루일정을 짤 때 급선무는 주민들, 지역민들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FTA가 국가적인 의제다 보니 필요하면 (토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상대편은 반대만하고 있어 제 입장에서는 선거에서 쟁점화하는 것이 곤란하다. 이미 한미FTA는 발효됐고 잘 활용하도록 하는 노력이 더 중요하지 않겠나.

-정동영 후보 측의 한미FTA 폐기주장에 대한 생각은?


▲과거에도 개혁개방을 위한 새로운 정책을 추진 할 때마다 야권 정치인들과 좌파진보 세력들은 금방이라도 나라가 망할 것처럼 주장했다. 90년대 쌀 개방 때도 그랬고 WTO체제 출범 때도 그랬다. 그러나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난 뒤 모두가 거짓허위 주장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아직까지 반성하고 사과하는 정치인은 없었던 것 같다. 그들은 이밖에도 경부고속도로를 반대했고, 월남 파병을 반대했고, 박정희 대통령을 반대했지만 모두 엉터리였다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정동영 후보는 한미FTA는 말할 것도 없고 제주해군기지마저 반대하고 있다. 강남유권자는 이 같은 낡고 시대에 뒤진 정치인을 반드시 심판하리라 믿는다.

-개포동의 재건축이 지역구 주요 이슈인데 어떤 입장인지?

▲개포지구 아파트는 수도에선 녹물이 나고, 빗물이 새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열악하고 노후화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불편 등을 감안해 재건축사업은 시급히 추진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해당주민들의 의사가 최우선으로 존중되어야 하는데 그간 주민들의 뜻이 일치점을 보여 최근 원활하게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이었으나 서울시의 규제로 극심한 혼란이 야기되고 있어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와 같은 일관성 없는 행정은 하루속히 없어져야 한다. 저는 지역구 후보로서 뿐만 아니라 차후 당선이 되면 국회의원 자격으로 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현재 이러한 저의 입장을 강남구청에 서면으로 제시한 바 있고, 서울시장과 면담도 요청한 상태다.

-강남을의 김종훈표 정책은?

▲37년의 공직생활을 뒤로하고 신뢰와 열정, 희망이라는 좌표를 가지고 더 큰 강남과 더 큰 대한민국을 위한 새로운 장정에 들어가겠다. 이를 위해 먼저 주거?교육?환경?문화공간에 대한 갈증 해소를 위한 도시재생, 그리고 청년 일자리를 위해 교역국과 매칭 등을 통한 해외 일자리 창출과 안전한 학교, 수준 높은 교육을 공약으로 준비 중이다. 

-강남을이 새누리당 텃밭인데 총선을 스스로 전망한다면?

▲여권의 텃밭이라고 하더라도 새누리당이 잘못할 경우 민심은 언제든지 회초리를 들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더구나 상대 후보는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정치거물 아닌가?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언론의 여론조사를 보니 내가 조금 앞서 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안 된다. 더욱더 열심히 주민들 만나고 해서 (격차를) 벌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동영 후보를 평가하자면?

▲말을 바꾸는 것이 가장 안 좋다. 동작에 뼈를 묻겠다고 했는데 강남을에 왔고, FTA에 대한 입장도 바뀌었다. 해군기지도 야당이 되니 반대한다. 한쪽으로만 가고 극단적 대립과 반대를 일삼고 말을 바꾸는 것은 곤란하다. 그런 지도자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

<김종훈 프로필>

▲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 제8회 외무고시 합격


▲ 주미 대사관 경제참사관

▲ 주제네바 공사

▲ 주샌프란시스코 총영사

▲ APEC 고위관리회의 의장

▲ 한미FTA 협상 수석대표

▲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


▲ UN 아시아태평양 총회 의장

 

‘FTA 저격수’ 정동영 후보(민주통합당)

“FTA 말고 내세울 것 없는 후보에 미래 맡겨서야…”

“죽을 각오로 현장을 이 잡듯 발로 뛰어

강남혁명 일으킬 것”

-노동현장에서 발로 뛰다 부촌으로 불리는 강남을을 선택한 이유는?

▲강남을은 강남갑과 사정이 조금 다르다. 이곳은 고층아파트와 판자촌이 공존하는 대한민국 양극화의 축소판이다. 즉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강남을도 같이 안고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강남 주민들이 변화를 선택한다면 한국의 정치ㆍ경제ㆍ사회의 지형을 바꾸게 될 것이다. 제가 강남에 왔기 때문에 지난 수십년동안 (민주통합당이) 포기했던 지역이 격전지로 떠오른 것만 해도 큰 변화다. 이제부터 격전지를 극적인 역전의 터로 만드는 데 전력을 다할 생각이다.

-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정동영표 전략이나 정책은?

▲출세ㆍ탐욕ㆍ경쟁ㆍ돈 이런 것 말고 나눔ㆍ돌봄ㆍ협동ㆍ공동체를 중요시 할 것이다. 이번 선거 구호도 ‘함께’로 외치고 있다. ‘돈돈돈’이 아닌 ‘사람사람사람’ 중심의 의제가 강남의 그리고 한국 사회의 운영원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때문에 강남을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재건축문제와 교육문제도 무조건 사람 중심으로 풀어나갈 것이다. 이 구호가 강남 주민들에게 스며들게 되면 저를 선택해주시리라 믿는다.

-한미FTA 폐기를 주장하는데 이미 발효됐다.

▲국민적 반대가 심한 한미FTA는 재협상을 거친 폐기가 민주통합당의 최고당론이다. 먼저 폐기를 말하기 전에 이번 총선에서 여소야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여소야대가 되면 정부에 재협상을 촉구하고 FTA가 날치기될 때 같이 통과된 약사법ㆍ우체국법ㆍ지적재산권법 등 14개 법률안을 원상회복시킬 것이다. 이 법률안들의 폐기는 FTA 이행에 제동을 걸게 돼 자연스레 재협상 테이블이 마련된다. 재협상이 아예 안 열렸다면 한미FTA 협정문 24조 5항에 의거해 폐기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어느 일방이 이 협정에 대해서 종료를 희망할 경우에 문서를 통보하면 180일 뒤에 협정은 종료된다고 절차가 친절하게 명시되어 있다.

-상대 후보의 참여정부와 MB정부에서 한미FTA 관련 입장번복이라는 비판에 대해?

▲참여정부 당시 한미FTA의 본질을 직시하지 못했다. 그래서 국민들 앞에 공개적으로 반성하고 참회한 것이다. 하지만 한미FTA는 명백한 불평등 협정이며 우리의 경제ㆍ정책ㆍ사법 주권을 빼앗기는 협정이다.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고집을 부리는 것은 더 큰 잘못이라는 생각이다. 반성하고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이라 생각한다.

-개포동의 재건축이 지역구 주요 이슈인데 어떤 입장인지?

▲솔직해져야 한다. 제가 재건축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것은 거짓말이 될 것이다. 그 권한은 서울시장 있다. 그래서 저는 재건축문제를 위해 박원순 시장과 주민들 사이에 열심히 다리를 놓고 있다. 실제로 박 시장을 지난주에 만나 주민과 협의 없는 강행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다. 이에 주민들이 대규모 집회도 취소했고, (재건축 불만을 담은)플래카드도 곧 걷어질 것이다. 이 문제를 풀 권한은 없지만 다리를 놓는 일은 누구보다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대치동은 사교육의 메카로 위장전입 등의 교육문제가 계속해서 불거지는 지역이다. 

▲내 아이에게 최고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려는 부모의 간절함이 처절하고 아프게 느껴진다. 지난 몇십 년간 줄곧 외쳐왔던 경제성장 중심의 사회 운영이 결국은 아이들의 교육에 있어서도 승자독식ㆍ무한경쟁ㆍ탐욕의 사회를 만든 것이다. 또 비교과영역의 경우 부모들의 부와 지위가 교과과정에 비해 더 크게 반영되어 양극화의 대물림이 직접적으로 나타나게 됐다. 입학사정관제 역시 그 취지는 의미가 있으나 실제 우리 교육 현실에 부합하지 못했다. 이 또한 사교육 부담의 핵심이 되고 있어서다. 때문에 충분한 상담과 치유를 위한 공간을 만들고 비교과영역을 대폭 축소할 것이며 이 연장선상에서 입학사정관제를 폐지하는데 일조할 생각이다.

-현장에서 느낀 민심은?

▲강남에 사는 분들 모두 행복할 것이라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은데 제가 활동하면서 “행복하십니까?”라고 물으면 다 힘들다고 하신다. 사교육비ㆍ경기 불황ㆍ고용 불안 때문에 힘들어하시는데 강남도 예외는 아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대한민국의 문제는 강남의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그런 것으로부터 여유로운 분들도 있다. 하지만 대표적인 중산층 동네로 근면성실하게 일해 자수성가 한 분들. 또 어려운 서민들도 많이 계신 지역이다. 강남에 계신 분들이 지금 대한민국은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 답답해하신다. 또 "과거와 다를 것이다, 무조건 새누리당 되는 선거 아니다"라고 말씀해주시는 것을 보면서 강남 주민들이 변화를 갈망하고 있음을 느낀다.

-총선을 스스로 전망한다면?

▲지난 25년간 강남은 새누리당이 깃발만 꼽으면 무조건 되는 곳으로 민주당에게는 불모지였다. 그런 강남을이 최고의 격전지로 꼽히고 있다는 자체가 강남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또 한 달 사이에 10% 이상 격차도 좁혀져 가능성이 열리고 있는 상태다. 얼음덩어리는 망치로는 못 깨지만 바늘로는 덩어리가 깨진다고 하였다. 적극적인 투표참여가 예상되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격차는 좁혀질 것이며, 결국은 승리할 것이라 확신한다. 무엇보다 지금과 같은 무한경쟁 승자독식 탐욕의 사회를 인정한다면 김종훈 후보를 찍어야 할 것이지만, 협력과 배려 그리고 연대의 사회를 원한다면 정동영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종훈 후보를 평가하자면?

▲김종훈 후보가 FTA 통상교섭본부장으로서 ‘나름’의 역할은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대측 후보가 FTA 말고 무엇을 얘기할 수 있을지 주민들이 아주 궁금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백분토론에 같이 출연하기를 희망했는데 안타깝게도 (사실상 거부의사로) 유권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할 국회의원 후보로서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 FTA 협상을 하면서 국제적 공공선을 실현하기 위해 국가의 주권 일부는 자를 수 있다고 말한 후보에게 강남과 대한민국의 미래 운영을 맡길 수 없다.

<정동영 프로필>

▲ 서울대 국사학과 졸업

▲ 영국 웨일즈대학원 저널리즘 석사

▲ MBC 뉴스데스크 앵커

▲ 제15대 새정치국민회의 국회의원

▲ 제16대 새천년민주당 국회의원

▲ 통일부 장관

▲ 열린우리당 당의장

▲ 제17대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

▲ 제18대 민주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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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