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1 라이벌 인터뷰④> ‘FTA대전지’ 강남을 김종훈 vs 정동영

외나무다리서 사생결단 벌이는 ‘FTA 맞수’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여야 모두 19대 총선에 나설 ‘옥석’이 가려짐에 따라 대진표가 확정됐다. 링 위에 오른 선수들은 벌써부터 불꽃을 뿜어대며 그야말로 총선정국은 뜨겁다. 특히 서울 강남을은 ‘한미FTA 대전지’로 변모하며 전국민적 주목도가 높아진 상태다. 바로 ‘한미FTA 전도사’ 김종훈 새누리당 후보와 ‘한미FTA 저격수’ 정동영 민주통합당 후보가 격돌하면서다. 그간 여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강남을은 해보나마나한 지역구였다. 하지만 야권의 거물급 인사인 정 후보가 적진의 심장부에 뛰어들며 단숨에 강남을은 격전지로 급부상했다. 수년째 FTA 설전으로 날선 공방을 펼쳐왔던 두 후보는 이제 강남을이라는 외나무다리에서 사생결단을 낼 전망이다. 바닥민심 사로잡기에 고군분투 중인 김 후보와 정 후보. 과연 강남을 주민들은 누구의 손을 들어주게 될까?

 

‘FTA 전도사’ 김종훈 후보(새누리당)

“극단적 대립 일삼고 말 바꾸는 태도, 강남이 심판할 것”

“공천 늦어 출발 늦었다

토론보다 지역민 만나는 것이 급선무”

-강남을을 선택한 이유는. 

▲(현장을 둘러보니) 그늘지고 보호를 받아야 하는 곳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한국은20~30년 전과 비교하면 보호와 지원시설이 늘어났다. 이런 것들이 더 늘어나야 하며 내용이 알차게 개진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특히 강남을은 서울의 외곽지역으로 빈땅도 많고 임대주택도 많아 강남갑과는 다르다. (저는) 그동안 국가의 성장을 위해 많이 노력했는데 성장에서 나오는 부가가치를 좀 더 어둡고 힘든 쪽에 지원이 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한다면 점차 조화를 이뤄 모범이 될 수 있는 지역이 강남을이라고 생각한다.


-공직에서는 잔뼈가 굵었지만 정치로는 신인이다. 어떤 각오인지?

▲경제통상 분야에서만 일을 하다 정치나 선거 분야는 처음 하는 것이라 걱정을 많이 했다. 더구나 정동영 후보는 선거에 관한 베테랑이고 9단급 정치인이라 긴장도 많이 된다. 하지만 거리로 나가서 만나는 택시기사들?주부들?어른신들께서 반갑게 맞아 주시는 분들이 많아 힘이 난다. "나랏일 하느라 욕봤다"며 손을 꼭 잡아 주시는 분들을 접하면서 한미FTA를 하면서 불면의 밤을 지샜던 것이 보람으로 다가왔다. 더욱 더 분발해서 대한민국 경제영토를 넓히는 일에 매진하겠다는 각오를 다진 상태다.

-강남을이 FTA격전지로 주목받고 있다. 지역민들의 반응은?

▲여기서 만난 분들이 적극 찬성한다고 밝히셨다. 체제 내용을 잘 알고 계시진 않을 것이다. 다만 수출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중요한 부분이기에 그런 생각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무엇보다 주민들은 국가전체의 정책에 관심보다는 자신 삶에 (와 닿는) 변화에 더 관심이 있다. 때문에 (국가정책과 지역정책 사이의) 거리를 좁혀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정치를 할 생각한다.

-FTA와 관련, 정동영 후보와의 토론을 피해 비판이 일고 있는데?

▲6년째 토론하고 있다. 하지만 저는 공천이 늦어져 출발이 늦었다. 때문에 하루ㆍ1시간ㆍ1분을 아껴서 지역주민들 더 많이 만나고 싶다. 토론이야 시간만 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루일정을 짤 때 급선무는 주민들, 지역민들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FTA가 국가적인 의제다 보니 필요하면 (토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상대편은 반대만하고 있어 제 입장에서는 선거에서 쟁점화하는 것이 곤란하다. 이미 한미FTA는 발효됐고 잘 활용하도록 하는 노력이 더 중요하지 않겠나.

-정동영 후보 측의 한미FTA 폐기주장에 대한 생각은?


▲과거에도 개혁개방을 위한 새로운 정책을 추진 할 때마다 야권 정치인들과 좌파진보 세력들은 금방이라도 나라가 망할 것처럼 주장했다. 90년대 쌀 개방 때도 그랬고 WTO체제 출범 때도 그랬다. 그러나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난 뒤 모두가 거짓허위 주장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아직까지 반성하고 사과하는 정치인은 없었던 것 같다. 그들은 이밖에도 경부고속도로를 반대했고, 월남 파병을 반대했고, 박정희 대통령을 반대했지만 모두 엉터리였다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정동영 후보는 한미FTA는 말할 것도 없고 제주해군기지마저 반대하고 있다. 강남유권자는 이 같은 낡고 시대에 뒤진 정치인을 반드시 심판하리라 믿는다.

-개포동의 재건축이 지역구 주요 이슈인데 어떤 입장인지?

▲개포지구 아파트는 수도에선 녹물이 나고, 빗물이 새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열악하고 노후화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불편 등을 감안해 재건축사업은 시급히 추진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해당주민들의 의사가 최우선으로 존중되어야 하는데 그간 주민들의 뜻이 일치점을 보여 최근 원활하게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이었으나 서울시의 규제로 극심한 혼란이 야기되고 있어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와 같은 일관성 없는 행정은 하루속히 없어져야 한다. 저는 지역구 후보로서 뿐만 아니라 차후 당선이 되면 국회의원 자격으로 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현재 이러한 저의 입장을 강남구청에 서면으로 제시한 바 있고, 서울시장과 면담도 요청한 상태다.

-강남을의 김종훈표 정책은?

▲37년의 공직생활을 뒤로하고 신뢰와 열정, 희망이라는 좌표를 가지고 더 큰 강남과 더 큰 대한민국을 위한 새로운 장정에 들어가겠다. 이를 위해 먼저 주거?교육?환경?문화공간에 대한 갈증 해소를 위한 도시재생, 그리고 청년 일자리를 위해 교역국과 매칭 등을 통한 해외 일자리 창출과 안전한 학교, 수준 높은 교육을 공약으로 준비 중이다. 

-강남을이 새누리당 텃밭인데 총선을 스스로 전망한다면?

▲여권의 텃밭이라고 하더라도 새누리당이 잘못할 경우 민심은 언제든지 회초리를 들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더구나 상대 후보는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정치거물 아닌가?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언론의 여론조사를 보니 내가 조금 앞서 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안 된다. 더욱더 열심히 주민들 만나고 해서 (격차를) 벌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동영 후보를 평가하자면?

▲말을 바꾸는 것이 가장 안 좋다. 동작에 뼈를 묻겠다고 했는데 강남을에 왔고, FTA에 대한 입장도 바뀌었다. 해군기지도 야당이 되니 반대한다. 한쪽으로만 가고 극단적 대립과 반대를 일삼고 말을 바꾸는 것은 곤란하다. 그런 지도자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

<김종훈 프로필>

▲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 제8회 외무고시 합격


▲ 주미 대사관 경제참사관

▲ 주제네바 공사

▲ 주샌프란시스코 총영사

▲ APEC 고위관리회의 의장

▲ 한미FTA 협상 수석대표

▲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


▲ UN 아시아태평양 총회 의장

 

‘FTA 저격수’ 정동영 후보(민주통합당)

“FTA 말고 내세울 것 없는 후보에 미래 맡겨서야…”

“죽을 각오로 현장을 이 잡듯 발로 뛰어

강남혁명 일으킬 것”

-노동현장에서 발로 뛰다 부촌으로 불리는 강남을을 선택한 이유는?

▲강남을은 강남갑과 사정이 조금 다르다. 이곳은 고층아파트와 판자촌이 공존하는 대한민국 양극화의 축소판이다. 즉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강남을도 같이 안고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강남 주민들이 변화를 선택한다면 한국의 정치ㆍ경제ㆍ사회의 지형을 바꾸게 될 것이다. 제가 강남에 왔기 때문에 지난 수십년동안 (민주통합당이) 포기했던 지역이 격전지로 떠오른 것만 해도 큰 변화다. 이제부터 격전지를 극적인 역전의 터로 만드는 데 전력을 다할 생각이다.

-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정동영표 전략이나 정책은?

▲출세ㆍ탐욕ㆍ경쟁ㆍ돈 이런 것 말고 나눔ㆍ돌봄ㆍ협동ㆍ공동체를 중요시 할 것이다. 이번 선거 구호도 ‘함께’로 외치고 있다. ‘돈돈돈’이 아닌 ‘사람사람사람’ 중심의 의제가 강남의 그리고 한국 사회의 운영원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때문에 강남을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재건축문제와 교육문제도 무조건 사람 중심으로 풀어나갈 것이다. 이 구호가 강남 주민들에게 스며들게 되면 저를 선택해주시리라 믿는다.

-한미FTA 폐기를 주장하는데 이미 발효됐다.

▲국민적 반대가 심한 한미FTA는 재협상을 거친 폐기가 민주통합당의 최고당론이다. 먼저 폐기를 말하기 전에 이번 총선에서 여소야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여소야대가 되면 정부에 재협상을 촉구하고 FTA가 날치기될 때 같이 통과된 약사법ㆍ우체국법ㆍ지적재산권법 등 14개 법률안을 원상회복시킬 것이다. 이 법률안들의 폐기는 FTA 이행에 제동을 걸게 돼 자연스레 재협상 테이블이 마련된다. 재협상이 아예 안 열렸다면 한미FTA 협정문 24조 5항에 의거해 폐기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어느 일방이 이 협정에 대해서 종료를 희망할 경우에 문서를 통보하면 180일 뒤에 협정은 종료된다고 절차가 친절하게 명시되어 있다.

-상대 후보의 참여정부와 MB정부에서 한미FTA 관련 입장번복이라는 비판에 대해?

▲참여정부 당시 한미FTA의 본질을 직시하지 못했다. 그래서 국민들 앞에 공개적으로 반성하고 참회한 것이다. 하지만 한미FTA는 명백한 불평등 협정이며 우리의 경제ㆍ정책ㆍ사법 주권을 빼앗기는 협정이다.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고집을 부리는 것은 더 큰 잘못이라는 생각이다. 반성하고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이라 생각한다.

-개포동의 재건축이 지역구 주요 이슈인데 어떤 입장인지?

▲솔직해져야 한다. 제가 재건축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것은 거짓말이 될 것이다. 그 권한은 서울시장 있다. 그래서 저는 재건축문제를 위해 박원순 시장과 주민들 사이에 열심히 다리를 놓고 있다. 실제로 박 시장을 지난주에 만나 주민과 협의 없는 강행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다. 이에 주민들이 대규모 집회도 취소했고, (재건축 불만을 담은)플래카드도 곧 걷어질 것이다. 이 문제를 풀 권한은 없지만 다리를 놓는 일은 누구보다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대치동은 사교육의 메카로 위장전입 등의 교육문제가 계속해서 불거지는 지역이다. 

▲내 아이에게 최고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려는 부모의 간절함이 처절하고 아프게 느껴진다. 지난 몇십 년간 줄곧 외쳐왔던 경제성장 중심의 사회 운영이 결국은 아이들의 교육에 있어서도 승자독식ㆍ무한경쟁ㆍ탐욕의 사회를 만든 것이다. 또 비교과영역의 경우 부모들의 부와 지위가 교과과정에 비해 더 크게 반영되어 양극화의 대물림이 직접적으로 나타나게 됐다. 입학사정관제 역시 그 취지는 의미가 있으나 실제 우리 교육 현실에 부합하지 못했다. 이 또한 사교육 부담의 핵심이 되고 있어서다. 때문에 충분한 상담과 치유를 위한 공간을 만들고 비교과영역을 대폭 축소할 것이며 이 연장선상에서 입학사정관제를 폐지하는데 일조할 생각이다.

-현장에서 느낀 민심은?

▲강남에 사는 분들 모두 행복할 것이라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은데 제가 활동하면서 “행복하십니까?”라고 물으면 다 힘들다고 하신다. 사교육비ㆍ경기 불황ㆍ고용 불안 때문에 힘들어하시는데 강남도 예외는 아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대한민국의 문제는 강남의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그런 것으로부터 여유로운 분들도 있다. 하지만 대표적인 중산층 동네로 근면성실하게 일해 자수성가 한 분들. 또 어려운 서민들도 많이 계신 지역이다. 강남에 계신 분들이 지금 대한민국은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 답답해하신다. 또 "과거와 다를 것이다, 무조건 새누리당 되는 선거 아니다"라고 말씀해주시는 것을 보면서 강남 주민들이 변화를 갈망하고 있음을 느낀다.

-총선을 스스로 전망한다면?

▲지난 25년간 강남은 새누리당이 깃발만 꼽으면 무조건 되는 곳으로 민주당에게는 불모지였다. 그런 강남을이 최고의 격전지로 꼽히고 있다는 자체가 강남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또 한 달 사이에 10% 이상 격차도 좁혀져 가능성이 열리고 있는 상태다. 얼음덩어리는 망치로는 못 깨지만 바늘로는 덩어리가 깨진다고 하였다. 적극적인 투표참여가 예상되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격차는 좁혀질 것이며, 결국은 승리할 것이라 확신한다. 무엇보다 지금과 같은 무한경쟁 승자독식 탐욕의 사회를 인정한다면 김종훈 후보를 찍어야 할 것이지만, 협력과 배려 그리고 연대의 사회를 원한다면 정동영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종훈 후보를 평가하자면?

▲김종훈 후보가 FTA 통상교섭본부장으로서 ‘나름’의 역할은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대측 후보가 FTA 말고 무엇을 얘기할 수 있을지 주민들이 아주 궁금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백분토론에 같이 출연하기를 희망했는데 안타깝게도 (사실상 거부의사로) 유권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할 국회의원 후보로서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 FTA 협상을 하면서 국제적 공공선을 실현하기 위해 국가의 주권 일부는 자를 수 있다고 말한 후보에게 강남과 대한민국의 미래 운영을 맡길 수 없다.

<정동영 프로필>

▲ 서울대 국사학과 졸업

▲ 영국 웨일즈대학원 저널리즘 석사

▲ MBC 뉴스데스크 앵커

▲ 제15대 새정치국민회의 국회의원

▲ 제16대 새천년민주당 국회의원

▲ 통일부 장관

▲ 열린우리당 당의장

▲ 제17대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

▲ 제18대 민주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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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청신호’ 이재명 꽃놀이패

‘대권 청신호’ 이재명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권행 급행열차 티켓을 거머쥔 채 돌아왔다. 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그야말로 기사회생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여부다. 벼랑 끝까지 몰렸던 이 대표가 반격의 날을 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법 리스크라는 족쇄에 얽매인 지 3년 만이다. 웃음을 띤 채 법원서 나온 이 대표는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서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먼저 감사드린다. 이제 검찰도 자신들의 행위를 되돌아보고 더는 국력을 낭비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살아서 돌아왔다 지난 26일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최은정·이예슬·정재오)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서 무죄를 선고했다.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모두 뒤엎은 것이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이던 2021년 TV 프로그램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과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에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발언한 것이다. 재판부는 두 가지 모두 허위 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김 전 처장을 몰랐다’는 발언이 교유관계를 부인해 허위 사실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아닌 주관적 인식에 대해 허위 여부를 판단할 수 없고 교유행위를 부인한 발언으로도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서 유죄가 인정됐던 ‘골프 발언’에 대해서도 TV 프로그램 진행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 중 일부며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거짓말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허위성 인정도 어렵다”고 무죄로 봤다. 특히 이 대표가 호주 출장 중 김 전 처장과 찍은 사진에 대해서도 “10명이 한꺼번에 찍은 사진으로 골프를 쳤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수 없다”며 원본 일부를 떼어냈기 때문에 조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용도변경을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국토부가 협박했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핵심은 국토부가 법률에 의거해 변경 요청을 했고 성남시장으로서 어쩔 수 없이 변경했다는 것”이라며 “(발언의)일부가 독자성을 가지고 선거인의 판단을 그르칠 만한 발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선거권 박탈형 1심 몽땅 뒤집혀 무죄 선고에 한시름 놓은 민주당 이 같은 판결이 나오자 검찰은 “항소심 법원 판단은 피고인의 발언에 대한 일반 선거인들의 생각과 너무나도 괴리된 경험칙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판단으로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곧바로 상고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해당 사건의 최종 판결은 대법원서 가려지게 됐다. 이 대표의 선고가 예정된 26일 이전부터 민주당은 초긴장 상태였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당의 운명이 걸려있다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향후 모든 방향이 결정되는 하루일 것이다. 조기 대선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60일 이내 선거를 치를 경우 하나의 작은 변수도 나비효과처럼 커질 수 있어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무죄가 선고된 후에는 “차기 대통령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완벽한 서사”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이 대표가 밝은 얼굴로 법정서 걸어 나오자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지지자들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 대권주자 1위를 달리는 이 대표 앞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사법 리스크를 겨냥해 ‘이재명 흔들기’에 나섰던 대권 잠룡들의 목소리는 당분간 사그라들 전망이다. 후보 교체론을 주장해 왔던 비명(비 이재명)계 잠룡 역시 입을 모아 “법원의 판단을 환영한다” “사필귀정” 등의 메시지를 냈다. 이 대표 대세론이 탄력을 받으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지만 탄핵 정국이 현재 진행형인 만큼 총구를 밖으로 돌린 것으로 해석된다. 뒤통수 얼얼 여당 대혼란 국민의힘은 눈에 띄게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당초 1심서 피선거권 박탈형이 나왔기 때문에 2심 역시 최소한 벌금 100만원을 예상했던 것이다. 국민의힘은 재판부의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전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고 직후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이 부분은 바로 잡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당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고 대법원서 신속하게 6·3·3 원칙(1심은 6개월, 2·3심은 3개월 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재판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최대 리스크였던 범죄자 프레임이 상당 부분 걷어지자 보수 잠룡들은 저마다 말을 얹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거짓은 죄, 진실은 선이 정의”라는 글을 게시했다. 오 시장은 “대선주자가 선거서 중대한 거짓말을 했는데 죄가 아니라면 그 사회는 바로 설 수 없다”며 “대법원이 정의를 바로 세우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재명이 억지 무죄가 된 것은 사법부의 하나회 덕분”이라며 “사법부 조차 진영 논리로 재판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지만 사법부 현실이 그런 걸 어떡하겠나. 오히려 잘됐다. 언제가 될지 모르나 차기 대선을 각종 범죄로 기소된 사람과 하는 게 우리로서는 더 편하다”고 비꼬았다. 대세론 굳히기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2심 결과는 존중받아야 한다”며 “정치의 큰 흐름이 사법부의 판단에 흔들리는 정치의 사법화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문제의 골프 사진을 최초로 제시한 개혁신당 이기인 최고위원은 “졸지에 사진 조작범이 됐다”며 “옆 사람에게 자세하게 보여주려고 화면을 확대하면 사진 조작범이 되나? CCTV 화면 확대해서 제출하면 조작 증거이니 무효라는 말이냐? 무죄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논리를 꾸며낸 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상고심서 잘 다퉈주길 바란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고비를 넘긴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운명을 쥔 헌재를 최대한으로 압박하는 동시에 차기 집권여당으로서의 면모를 부각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무죄를 선고받은 이 대표는 곧장 안동을 찾아 대형 산불로 터를 잃은 이재민을 위로했다. 지난 26일 이 대표는 법원서 곧바로 국회로 이동해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할 예정이었지만 산불 피해가 커지자 이를 뒤로 미루고 안동으로 향했다. 안동은 이 대표의 고향이기도 하다. 앞서 이 대표는 무죄 선고 이후 취재진 앞에 서서 “이 당연한 일들을 이끌어내는 데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국가 역량이 소진된 것에 대해서 참으로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검찰이 또 이 정권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서 증거를 조작하고 사건을 조작하느라 썼던 그 역량을 우리 산불 예방이나 아니면 우리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썼더라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되겠나”라고 꼬집은 바 있다. 이 대표는 안동을 찾은 데 이어 27일에는 화재로 소실된 경북 의성군 고운사를 찾아 “고운사를 포함해 피해 입은 지역이나 시설 예산 걱정을 하지 않도록 국회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헬기로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던 중 추락사고로 순직한 고 박현우 기장의 분향소를 찾아 헌화했다. 당분간 통하지 않을 ‘범죄 프레임’ 여권 잠룡 집중포격에도 꼿꼿하게 이 대표가 민생을 살피는 동안 나머지 민주당 의원이 장외 투쟁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2심 결과가 나왔으니 헌재가 정치적 판단을 하지 않는 이상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 고궁박물관 앞 민주당 천막 당사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서 “헌법재판소는 해야 할 일을 즉시 하라”며 다시 한번 압박에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오늘로 12·3 내란발발 115일째, 탄핵소추안 가결 104일째, 탄핵 심판 변론종결 31일째인데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라며 “선고가 늦어지면 늦어지는 이유라도 밝혀야 되는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헌재가 헌법 수호라는 중대한 책무를 방기하는 사이 온갖 흉흉한 소문과 억측이 나라를 집어삼키고 있다”며 “헌재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 회의도 그만큼 커졌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 역시 “선입 선출에 따른 파면 선고라는 상식의 시간은 지났고, 오늘 오전까지도 선고기일 공지를 안 하면 명예의 시간도 넘어간다”며 “검찰의 억지 기소에 따른 이 대표의 (선거법 2심) 선고 이후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지연하느냐는 불명예스러운 물음에 답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범죄자 이재명은 안 된다”는 국민의힘 전략이 반쪽짜리가 되면서 탄핵 정국 돌파구가 막혔다. 2심 무죄 판결이 대법원서 뒤집히길 바라며 상고심이 오는 6월26일까지 나와야 한다고 재촉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남은 건 헌재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외에도 4개의 재판을 더 받는 만큼 아직 ‘완전히’ 족쇄를 풀지 못했다는 새로운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미 날개를 단 이 대표의 존재감만 키워줄 뿐, 큰 효과는 없을 것이란 게 야권 관계자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시름 놓은 이 대표는 본격적으로 대권주자 1위를 굳힐 일만 남았다. 중도층을 포섭하는 동시에 비호감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이에 맞춰 이 대표의 목소리도 더욱 날카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피 튀기는 3월이 마무리되면서 조기 대선의 운명을 가를 헌재에 모든 시선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