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한만 남기고 돌아온 '호주 원정 매춘녀' 직격토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4.06 15: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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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 벌면 70만원은 포주가…현실은 시궁창이었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호주에서 매춘에 종사하는 한인여성이 1000명을 넘어섰다. 특히 호주 매춘 여성의 절반이상이 아시아 여성들이고 이 가운데 절대 다수는 한국, 중국, 태국여성들인 것으로 파악돼 충격을 주고 있다. 호주 현지 언론도 한국인 매춘여성들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교민 잡지에는 불법 성매매를 하는 마사지업소의 광고가 버젓이 실리고 있다. 일부 젊은 호주 남자들 사이에서 '한국여성은 쉬운 여자들이다'라는 말이 돌고 있으며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온 여자는 절대 사귀지 말라'는 말까지 유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호주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생활하고 있는 멀쩡한 여성들까지 의혹의 시선을 받는 등 피해가 심각하다.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호주에서 성매매를 했다는 한 여성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호주에 부는 매춘의 한류, 너도나도 '호주행' 비행기
"내가 한국남자라면 호주에서 유학한 여자 안 만날 것"

"제가 한국 남자라면 저는 절대로 호주에서 유학하고 왔다는 여자 안 만날 거예요."

지난달 27일 오후 5시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 커피숍에서 만난 김아영(가명·27)씨의 첫 마디다. 김씨는 지난 2009년 3월 호주에 입국해 성매매업소를 전전하다 지난해 2월 한국에 돌아왔다. 김씨가 호주에 입국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워킹홀리데이(이하 워홀) 비자. 워홀은 비자 협정체결국 청년(만 18~30세)들이 상대방 체결국을 방문해 일정기간 동안 관광과 취업을 병행하면서 그 나라의 문화와 생활을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현재 11개 국가 및 지역과 워홀 협정을 체결하고 있는데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일본,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스웨덴, 덴마크, 대만, 홍콩 등이다.

호주 성매매 합법
"단속 걱정 없다"

이 중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건너가는 나라는 호주인데, 이유는 호주는 영어를 사용하며 워홀 체류인원에 거의 제약을 두지 않아 비자를 받기 쉽기 때문이다. 이처럼 워홀 비자를 통해 협정국가에 들어가는 젊은이들을 세칭 '워홀러'라고 칭한다.

"원래 저는 안마방에서 일했어요. 그러다가 단속 때문에 가게가 문을 닫았고 대딸방, 키스방 등을 전전했죠.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다른 일은 못 하겠더라고요. 그런데 관계를 갖지 않는 일이다보니 수입이 현저히 줄었고 생활고에 시달리게 됐어요."

이런 그녀에게 지난 2009년 1월 호주 성매매 브로커가 접근했다. 이 브로커는 "하루에 100만원을 벌게 해주겠다" "호주는 합법이기 때문에 단속 걱정도 없다" "시드니에서는 길 가다 들려오는 말은 절반이 한국어일 정도로 한국 사람이 많아 생활에도 불편함이 없다"는 말로 김씨를 설득했다. 이 설득에 넘어간 김씨는 같은 해 2월부터 비자신청, 여권발급, 비행기표 구입까지 브로커의 도움을 받아 한 달 만에 호주로 출국할 준비를 마치고 3월10일 오전 8시께 처음 호주 땅을 밟았다.

"공항에 내리니 한 중년 여성이 제 이름이 적힌 판을 들고 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10시간 동안 내내 마음이 불안했는데 제 이름 석자를 보니 마음이 놓였어요."

공항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가 일하게 될 마사지업소의 포주. 포주는 그녀를 시드니 서리힐즈(Surry Hills) 인근의 한 아파트로 안내했다. 그녀가 살게 될 집이었다. 서리힐즈는 시드니 중심부 센트럴 기차역에서 도보로 5~10분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도시의 중심지다.

"방은 깨끗했지만 뭔가 이상했어요. 제 방이라고 해서 들어간 곳에는 2층 침대가 두 개, 옷장도 두 개였어요. 다른 방도 둘러보니 비슷했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방 2개짜리 아파트에 총 10명이 살았어요."

'노섹스 노터치'
하지만 실상은?

호주로 워홀을 가는 한국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주거형태는 '쉐어'다. 쉐어는 아파트 방 하나를 파티션을 나누고 작게는 2명에서 많게는 4명까지 주거하는 형태로 명백한 불법이다. 하지만 자금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워홀러들에게 쉐어는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일부 한국인들은 아파트를 렌트해 거실, 발코니까지 파티션을 나눠 10~15명까지 세를 받기도 한다.

"한 주 방값은 100불(11만원)이었어요. 한국에서 생활고에 시달렸을 때도 작은 오피스텔에 두 명이 살았는데 그곳에서 만난 풍경은 충격적이었어요. 아침마다 10명이 화장실 하나를 나눠 쓰느라 전쟁이 벌어졌고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다는 생각은 꿈에도 할 수 없었어요."

워홀러들이 4인1실에 살면서 내는 방 값은 시드니를 기준으로 주당 100~120불(11~14만원) 정도. 여기에 처음 들어갈 때 보증금 형식으로 2주치에 해당하는 방값을 내야하며 2주치씩 계산되는 특성 때문에 첫 지불금이 480불(57만원)에 이르기도 한다.

"짐을 풀자마자 포주 언니가 와서 여권을 가져가고 저에게는 복사본을 줬어요. '여권을 잃어버리면 재발급도 힘들고 신분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게 이유였어요. '경찰이 신분증을 요구하면 복사본을 보여주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별일이야 있겠냐는 생각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겼죠."

그녀의 이 생각은 그녀를 2년여 동안 업소를 떠나지 못하게 하는 족쇄가 되고 말았다. 3개월, 6개월, 9개월째 되는 날 그녀는 포주에게 여권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결국 그녀가 여권을 돌려받은 것은 비자 기간이 만료되기 직전인 지난해 1월이었다.

"숙소에 도착한 지 이틀째 되는 날부터 바로 일을 시작했어요. 숙소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업소가 있었지요. 한국의 불법 마사지업소랑 다를 건 없었어요. 방마다 'no sex no touch'라는 팻말이 있었지만 손님이 관계를 원한다면 해야 했어요."

카지노에서 날린
아영씨의 작은 꿈

그녀가 2년 동안 일한 업소는 한국인이 사장으로 있었으며 불법 마사지업소 중의 고급에 속했다. 업소 내부는 모두 카펫이 깔려있었으며 방에는 샤워실과 침실이 달려있었고 마사지 전용 베드와 침대, 대형 TV, 에어컨 등이 있었다. 업소에는 업소녀들이 일하는 동안 머무를 수 있는 휴게실과 경찰의 단속에 대비한 CCTV 여러 대가 설치돼 있었다고 했다.

"돈은 많이 벌었어요. 하루 평균 600불(70만원) 정도 번 것 같아요. 한 주에 3000~4000(350~470만원)불 정도 벌었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일한 곳의 한국 사장은 악덕 중의 악덕어었어요."

돈은 많이 벌었냐고 묻자 돌아온 김씨의 답변이었다. 성매매 수익은 윤락녀와 포주가 나눈다고 했다. 김씨는 수익 배분을 5:5로 한다고 알고 갔지만 실상은 3:7이었다. 보통 호주 현지인이 운영하는 업소가 7:3으로, 중국인이 운영하는 업소는 6:4로 나누는 것에 비하면 한국인 사장은 악덕포주였다.

김씨는 한 주에 하루를 쉬며 일했다. 간혹 경찰 단속이 강화되거나 장사가 안 되는 주는 이틀을 쉬기도 했다. 단속이 길어지면 다른 지역의 업소로 출장을 나가기도 했다. 보통 오전 10시에 출근해 밤 11시까지 일했다. 한 주에 평균 4000불(470만원) 어치의 일을 했지만 그녀에게 주어지는 돈은 1200불(140만원)이었다.

"처음에는 방값이랑 생활비 제외하고 모두 저금했어요. 한 주 한 주 지나면서 잔고가 늘어나는 것을 보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곤 했죠. 그런데 호주라는 나라에 적응해 가면서 돈을 쓸 만한 곳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돈을 벌어 오긴 했지만 쓴 돈이 더 많았죠. 조금 더 노력했으면 지금은 제가 원하는 옷 가게 하면서 마음 편히 살 수 있었을 텐데…."

여권 뺏고 불법 비자 연장 "한 방에서 4명이 살았다"
호주 원정 매춘녀 1000명 돌파 "널린 게 한국여자"

호주 생활 6개월이 됐을 때 김씨가 모은 돈은 2만2000여불(2600여만원). 호주에 오기 전 그녀의 꿈은 한국에서 작은 옷 가게를 차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카지노. 동료의 손에 이끌려 찾게 된 시드니 대형 카지노에서 그녀는 바카라의 늪에 빠지게 됐다. 버는 돈은 족족 딜러의 손으로 사라졌고 결국 모아 놓은 돈까지 다 날린 것은 카지노에 처음 가본 지 불과 2개월 만이었다.

"8개월 만에 처음 시드니공항에 내렸을 때로 돌아와 있었어요. 내 몸 팔아 더럽게 벌었던 돈이라는 생각을 하니 하염없이 눈물만 쏟아졌죠.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사장은 매일 숙소로 찾아와 협박도 하고 때리기도 했어요. 한 달 정도를 동료들에게 손 벌리며 살았어요. 그러다 제 비자 기간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됐죠.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그녀는 3개월 동안 다시 1500만원 정도를 벌었다. 카지노만 몰랐어도 6000만원을 손에 쥐고 귀국할 수 있었지만 이미 쏟아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었다. 돌아가야 했다. 잘못하다가는 불법체류자가 될지도 몰랐다. 포주를 찾아가 여권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여권을 돌려줄 것이라 생각했던 포주가 걱정하지 말라는 말만 반복했어요. '비자가 연장 될 거다' '조금만 기다려라'는 말을 하며 여권을 돌려주지 않았고 비자기일이 3일 남았을 때 포주가 비자가 1년 연장됐다는 말을 하며 서류를 보여줬어요. 영어를 할 줄 아는 동료를 불러 확인해 보니 정말 비자기간이 1년 연장되어 있었어요."

호주 워홀비자는 기본기간이 입국한 날로부터 1년이다. 하지만 호주정부가 지정한 직종과 지역에서 88일 이상을 근무하고 그를 입증할 만한 서류를 첨부해 비자연장신청을 하면 세칭 '세컨비자'라는 비자가 나와 1년의 추가 기간이 주어진다. 보통 워홀러들은 세컨비자를 받기 위해 농장 혹은 공장에서 일을 하고 농장주나 공장장에게 서류를 받아 호주 이민성에 제출하는 방법으로 비자를 연장한다. 이렇게 받은 비자는 워홀비자와 똑같은 효력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김씨는 이 같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음에도 비자가 연장됐다. 업소 사장이 제3자의 세컨비자발급 서류를 구매해 비자신청을 한 것. 시드니에 위치한 한 유학원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비자발급 서류를 사고파는 것은 불법이며 호주 정부에서 비자심사를 엄격하게 진행하고 있지만 호주는 호주 토박이들보다 외국인이 많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문화 국가이기 때문에 이를 하나하나 걸러내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1년을 더 일해야 했어요. 그 후 3개월 정도는 돈을 많이 벌었는데 갑자기 주변에 비슷한 업소들이 많이 생기고 새로운 한국여성들이 들어오면서 장사가 잘 안 되기 시작했어요. 눈 깜짝할 사이에 1년이 지나갔고 비자 연장의 방법이 더 이상 없었던 저는 여권을 돌려받아 한국에 돌아왔죠."

비자서류 불법매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호주에서 매춘업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한국여성들은 1~2년 내로 귀국하게 된다. 하지만 일부 여성들은 돈 맛(?)을 못 잊어 6개월의 관광비자로 다시 호주를 찾기도 한다.

김씨가 한국에 들고 들어온 돈은 4000만원 남짓. 2년을 남의 손을 타며 일 해온 그녀에게는 너무나도 초라한 성적표(?)다.

"다시 일자리를 찾고 있어요. 조금만 더 벌어서 옷가게 하나 하면서 조용히 살고 싶어요. 한국에서 저와 비슷한 일을 하면서 허황된 '호주드림'을 꾸고 있는 여성들이 있다면 말리고 싶어요. 갖은 유혹도 유혹이지만 현실은 시궁창이거든요."

<호주 현지 교민 직격토로>

"성매매 업소,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호주에 한국 매춘녀들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현지 교민들이 본의 아닌 불편을 겪고 있다. '한국인은 부지런하고 빠릿빠릿하다'는 인식이 심어져 있던 호주 사회에서 한국 매춘녀들이 증가하고 다양한 업소가 유입됨에 따라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호주 시드니의 한 유학원에서 10년을 일 해왔다는 정모(32)씨와 의 전화통화를 통해 현지 상황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시드니 현지 교민사회 분위기는 어떠한가.

전체적으로 침울하다. 호주에서는 성매매가 합법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교민들과 현지인들은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호주인 윤락녀들보다 한국인 윤락녀가 더 많다는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교민들 사이에서는 자체적 정화활동을 벌이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한국에서 물 밀 듯 몰려오는 여성들을 막아내기는 역부족이다.

-어떤 업소가 있나.

한국에 있는 성매매 업소는 다 있다고 보면 된다. 성매매가 합법이기 때문에 유사성행위 업소는 찾아볼 수 없지만 룸살롱, 풀살롱, 마사지 등 없는 것 빼곤 다 있다.

-교민잡지 등에 업소녀 모집 광고가 올라온다는데.

말도 마라. 한 장 건너 한 장마다 낯 뜨거운 사진과 함께 업소위치, 전화번호 등 매춘 광고 투성이다. 교민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구인구직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경찰의 단속은 어떤가.

서두에 말했다시피 호주는 퀸즐랜드주를 제외하고 모든 지역이 성매매가 합법이다. 때문에 경찰도 불법체류, 마약, 인신매매, 감금, 여권갈취 등 처벌할 근거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설사 경찰 단속이 뜬다고 하더라도 10년을 살면서 단속에 걸리는 걸 못 봤다. 단속 기간이 되면 어떠한 사유로 단속을 간다고 알려주고 업소에서는 해당 업소녀를 대피시키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여기도 한국처럼 유착관계가 있는 것 같다.

-호주 현지인들이 교민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떠한가.

워킹홀리데이 비자 협정 체결 초기만 해도 호주인들 사이에서 한국 워홀러들은 '근면성실하고 빠릿빠릿하다'는 인상이 강했다. 호주 사회 곳곳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이 정해진 시간보다 빨리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등 호주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인식이 많이 줄어들었다. 워낙 많은 학생들이 호주로 들어오자 그에 따른 문제점이 생기기 시작했고 2008년 발생한 한국 유학생 매춘녀 살인 사건을 전후로 해서 이미지가 퇴색되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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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