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64>아파트 대체할 투자 상품

  • 장경철 2002cta@naver.com
  • 등록 2012.01.19 16:2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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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이 물 ‘여의주’어디에 묻혔나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황금알을 낳던’ 아파트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가격이 오르긴커녕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난감하다. 어디에 돈을 묻어야 할지 고민이다.

‘투자효자’아파트 가격 주춤 ‘실수요자 중심 재편’
저출산 등 수요인구 줄고…공급 늘어 선호도 떨어져

과거 하루에 몇 천만원씩 올라주면서 효자 노릇을 해주던 아파트 가격이 주춤하면서 아파트를 대체 할 수 있는 다른 부동산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부동산 시장은 이미 투자 중심에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이 됐고, 저출산 등으로 아파트 수요인 인구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의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다. 반면 정부가 보금자리주택, 시프트 등 메리트가 큰 주택 공급을 늘리면서 일반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앞으로 부동산 투자자들은 다변화된 주거문화와 인구구조 변화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구성해봐야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아파트의 효자 노릇을 대신해 줄 부동산은 무엇이 있을까?
▲시니어타운 =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지난 2000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7%가 넘는 고령화 사회로 들어선 데 이어 2018년에는 노인 인구가 14%를 넘는 고령사회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각 업계에서도 고령화 시대에 발 맞춰 다양한 상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부동산에서 시니어타운이 바로 그 상품이다. 생애 주기가 길어져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시니어타운은 편안하고 행복한 노후를 위한 매력적인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산 깊숙이 자리 잡던 실버주택이 아니다. 주거, 의료, 문화, 헬스가 복합된 선진형 ‘시니어타운’의 매력이 노인들에게 크게 어필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3월 노인복지법 개정에 따라 60세 미만인 사람도 입주가 가능하고 일반인에게도 양도 및 임대할 수 있는 등 재산권 행사 또한 자유로워져 앞으로 일반인들의 관심도 커질 전망이다. 주택 구입자 입장에서는 취·등록세를 50% 감면받고 전기요금 20%를 할인 받는 이점으로 앞으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고령화 시대 돌입
노인주택 뜰 전망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중동 724-8번지 ‘로드랜드MC’ 시니어타운이 분양 예정이다. 대지면적 약 17만3000㎡, 10개동 지하 5층~지상 23층 규모로 임대형식인 멤버십타입 595가구와 분양형태인 오너십타입 595가구 총 1190가구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호텔에서나 볼 수 있는 안내데스크인 컨시어즈 데스크가 단지 입구에 들어서 생활편의 서비스 및 주치의 진료연결, 집사 역할, 영화·여행 예약 등의 전담비서 역할을 담당해 준다. 또 동백세브랜스병원과 연계해 입주자들은 건강검진은 물론 응급처지, 전담 의료진의 맞춤 상담 등이 가능하다.

시니어들은 얼마나 쉽게 시설을 이용하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가에 주목한다. 건국대 자산관리법인인 건국AMC가 설립한 서울 ‘더 클래식500’은 이런 시니어들을 만족케 한다. 더 클래식500은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병원 앞에 위치해 있으며 건대병원 의료센터와 연계돼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관리업체인 건국대재단은 입주자 개개인에게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금곡동의 ‘더헤리티지’시니어타운은 단지 안에 458베드 규모의 보바스병원을 갖추고 있다. 단지와 맞닿아 있는 노인 전문 재활병원 ‘보바스기념병원’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 등 의료서비스는 기본이다. 바로 인근에는 요양원 ‘헤리티지너싱홈’이 있는데 뇌졸중, 치매 등 장기 관리가 필요한 사람들은 너싱홈으로 옮겨 간병 받을 수 있다.

▲소호임대사업 = 과거 일부 부동산 투자자 사이에서만 영세적으로 시도됐던 ‘소호(Small Office Home Office)’임대사업이 향후 인기 상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소호(소형 오피스)란 공급면적이 70∼80㎡ 수준인 사무실을 말한다.


소형 오피스 임대사업이 인기를 끄는 것은 최근 1인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 국내 1인 창조기업 숫자는 23만5000여 개로 우리나라 경제활동 인구 중 1%를 차지한다. 2009년 기준 20만3000여 개보다 3만2000개(15.7%) 늘어난 수치다.

‘작은 사무실 선호’
 소형 오피스 주목
 
1인 창조기업은 무(無)고용 기업인만큼 부담은 덜하고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어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 잇따른 경제난으로 인해 최근 기업들의 마인드 변화도 한몫 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비교적 넓은 공간에서 모양새를 중시하던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작은 사무실을 선호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소형 오피스는 오피스텔과 달리 화장실과 주방 공간이 없어 같은 면적이라도 넓은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서울지하철 충무로역 인근에서 ‘엘크루 메트로시티’를 분양한다. 공급면적 73∼84㎡로 소형 아파트 크기다. 충무로역과 을지로3가역이 가깝고 대기업, 은행 본사, 언론사 등이 인접해 있다. 입주는 2013년 8월이다.

쌍용건설은 명동에서 ‘쌍용플래티넘’오피스를 공급한다. 지하철 4호선 회현역과 명동역 사이에 있다. 주변에 LG CNS, 한국화이자제약, 우리은행, 한국은행 등 대기업과 관공서가 밀집해 있다.

신안건설은 성남 모란역 인근에서 ‘메트로칸’오피스를 분양한다. 중소형 오피스 120실이 상가·오피스텔 등과 함께 공급된다. 지하철 8호선과 분당선이 교차하는 환승역인 모란역 5번 출구 바로 앞에 자리하고 있다.

▲레저형 수익형 = 주5일 근무제 전면 도입, 생활수준 향상, 한류의 확산 등으로 국내 관광객은 물론 외국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어 앞으로 ‘레저형’수익형 부동산 인기가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레저형 수익형 부동산은 비수기에는 휴양·레저용 주택으로 사용하다가 성수기에 임대를 놓아 높은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본인이 필요할 때에는 레저용 주택으로 사용하다가 사용하지 않는 기간에는 임대를 줘 수익을 올리기 때문에 1석 2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대표적인 레저형 수익형 부동산으로는 펜션, 콘도 등이 있다. 하지만 이들 상품은 환금성이 떨어져 인기가 많이 떨어졌다.

최근에는 휴양지 중심으로 임대형 아파트, 레저형 오피스텔 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레저 오피스텔 개념을 처음 도입한 부산 해운대 ‘해운대 수자인 마린’은 이틀간의 청약 접수 결과 570실 모집에 총 7203명이 신청해 평균 12.6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레저 휴가철에는 콘도나 별장처럼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부산 외 지역의 투자자들도 몰렸다.

레저형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할 때에는 위치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레저형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레저 문화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서 관광객이 많아야 한다. 특히 성수기에 본인이 이용하면서 임대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사계절 내내 관광객이 많은 곳을 선택해야 한다.

강원도는 기본적으로 관광 수요가 많을 뿐만 아니라 평창 올림픽 개최 등으로 수요 유입이 꾸준하다. 부산 해운대 등도 국내 관광객들이 많이 몰릴 뿐만 아니라 일본 관광객들이 많다.

다변화 주거문화 맞춰 포트폴리오 구성해야
시니어타운·소호임대업·레저수익형 인기

제주도의 경우에는 4계절 내내 인기 지역으로 꼽힌다. 제주도 서귀포에 들어서는 ‘제주 오션팰리스’는 10년간 위탁관리를 통해 임대수익을 준다. 계약자가 사용하지 않을 때 방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는다. 분양가 3억원 수준인 105㎡의 경우 1박당 40만∼50만원의 숙박비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했다. 257실 규모로 공급면적 59∼142㎡로 구성됐다.


서희건설은 부산 광안리 인근에 ‘스타힐스 센텀프리모’오피스텔을 2월에 분양 예정이다. 지하 5층∼지상 19층으로 전용 19∼46㎡ 667실로 이뤄졌다. 최상층인 18∼19층은 테라스가 있는 복층구조로 설계된다. 광안리 해수욕장이 걸어서 5분 거리고 광안대교 조망도 가능하다.

▲서비스드 레지던스 =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불법 영업소 낙인이 찍혔던 ‘서비스드 레지던스’가 연초 합법화에 성공하며 수익형 부동산 상품으로 부활할지 주목된다. 공중위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기존 장기 체류형 호텔인 서비스드 레지던스가 취사시설을 철거하지 않더라도 체류형 숙박업으로 등록하기만 하면 계속 영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서비스드 레지던스는 이용가가 특급호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취사도구 외에 세탁기까지 갖춰져 있어 중국 관광객 등 저가형 투숙객에게 인기가 높다. 투자자로선 은행금리보다 훨씬 높은 확정된 투자수익률을 보장하는 상품도 많아 관심을 끌 만하다.

레지던스 투자자들이 관심을 둘 만한 지역은 주로 외국인 임대 비율이 높은 지역이나 금융가 주변 지역이다. 기존 레지던스 역시 서울 중구 의주로나 서초구 서초동, 강남구 논현·청담·역삼동 등에 몰려 있다. 직접 임대도 가능하지만 현재 대세는 임대위탁 방식이다. 분양을 받은 투자자가 운영을 운영업체에 맡기면 업체가 임대를 통해 수익을 내고 미리 정해진 수익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한때 유명인 스캔들로 유명세를 탔던 서울 종로구 수송동 소재 ‘서머셋팰리스’는 분양가 대비 연 8% 안팎 수익금을 지급한다. 당시 분양가가 2억80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은 매년 1680만원을 손에 쥘 수 있는 셈이다. 편리한 교통과 함께 경복궁이 내려다보이는 우수한 조망권 덕분에 인기가 높다. 투숙객 중 80% 이상이 1년 이상 사용자라 안정성도 갖추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728실 규모로 들어선 오목교 ‘코업’은 4년 전부터 분양가 대비 연평균 ‘9.7%+α’수준의 연수익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투자자에게 9.9% 고수익을 배당했다.


앞으로는 리츠나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 방식이 더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공신력 있는 자산운용사가 펀드를 설립하고 펀드가 다시 운영업체를 세워 임대수익을 낸 후 이를 돌려주는 방식이다. 서울과 수도권 주변에선 신규 개발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 중국, 동남아 등지의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숙박 수요가 급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묻지마 투자 금물
‘시장조사 철저히’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고수익 보장 광고만 믿고 묻지마 투자에 나설 경우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서비스드 레지던스 관계자는 “한류 열풍과 레지던스 합법화로 수많은 업체가 우후죽순 격으로 나타나면 2∼3년 후 조정기에 빠질 것”이라며 “레지던스가 들어설 위치, 입주 수요에 대해 시장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현재 서울 5000실 등 전국에 1만5000실 규모의 서비스드 레지던스가 있다”며 “시행령 개정 전부터 체류형 숙박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업체가 많았던 만큼 조만간 등록 신청이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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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