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손호영, 군미필 내막

“이젠 가고 싶어도 못 간다?”

[일요시사=박상미 기자]연예계에 상당수를 차지하는 외국국적 스타들의 군복무 문제는 언제나 뜨거운 관심사다.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스타 유승준은 병역 기피 문제로 입국금지라는 초유의 징벌을 받았다. 이후 교포 출신 남자 연예인 상당수가 자진 입대를 선택했지만 여전히 군입대 문제에 있어서는 뒷짐을 지고 있는 스타도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병역법상 군입대 연령인 30세를 넘길 때까지 군복무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살얼음판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경제 활동하는 ‘미쿡인’, 병역 의무 대상 아냐
군입대 연령은 넘긴지 오래, “책임다하겠다” 약속 어찌되나

가수 손호영이 3년 만에 무대로 돌아왔다. 지난 11월10일 발표한 미니음반 타이틀곡 ‘예쁘고 미웠다’는 한층 강렬하고 성숙한 이미지가 눈에 띈다. 기존의 부드러움을 버린 그는 이번 앨범을 통해 진짜 ‘남자’로 어필할 모양새다. 

성숙한 남성으로

“이제 서른이 넘었다는 느낌을 주려고 한다.” 앨범 발매에 앞서 진행된 쇼케이스에서 손호영은 이제 30대가 된 본인의 나이를 강조했다. 기존의 아이돌 이미지에서 벗어나 성숙한 남성으로 다가가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3년이라는 시간은 분명 가수로서도, 한 남자로서도 성숙해질만한 다양한 사건이 벌어질 수 있는 기간이다. 손호영의 공백기 3년은 어땠을까. 그가 떠났던 3년 간 가요계의 또래 가수 상당수는 군에 입대했다.

같은 그룹에서 활동했던 김태우, H.O.T의 토니, 신화의 에릭, 앤디 등 90년대 아이돌 대부분은 병역의 의무를 다한 후 돌아왔다. 군에서 보낸 2년은 짧지 않은 시간이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음을 알고 있는 팬들은 이들의 복귀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공백기 이후 손호영은 음악적으로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군문제에 있어서는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2005년 병역 문제로 한바탕 소란을 겪었고, 이와 관련 그 해 12월 입대를 할 계획이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공식석상에서 “군에 입대해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고 약속한 손호영이 여전히 군미필자인 까닭은 그의 국적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국국적을 가지고 있는 손호영은 2005년 당시 귀화의사를 밝혔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여전히 ‘미국인’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국방의 의무는 한국인에게만 해당되는 부분이다. 한국국적을 가지고 있는 해외영주권자의 경우에는 사실상 한국인이니만큼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하지만, 손호영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 미국시민권자다.  

손호영이 귀화의사를 밝힌 후 6년의 시간이 흘렀다. 1980년 3월생인 손호영은 올해로 만 31세가 됐다. 귀화 절차가 마무리 돼 그가 한국인이 된다해도 병역의 의무를 부과하는 나이를 훌쩍 지나 이제는 군대에 가고 싶어도 ‘못’가는 상황이다.  

병무청 병무민원실 문의결과, 재한외국인 병역 규정상 병역 의무는 만 30세 이하 한국국적 남성에게만 해당된다. 영주권자의 경우에는 1년 이상 장기 체류하거나, 출국 후 6개월 이상 해외에 체류하지 않고 한국에 돌아오면 병역면제처분이 취소될 수 있다.

병무청측은 “외국 시민권자는 법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기 때문에 병역은 물론이고 국민의 의무를 지울 수 있는 관계 법령이 없다”면서 “영주권자의 경우에는 출입국기록 등을 확인해 병역 문제를 관리하지만 우리 국민이 아닌 외국 시민권자는 예외”라고 설명했다.   

결국 손호영은 귀화에 제동이 걸리는 바람에 본의아니게 팬들과의 약속을 어긴 꼴이 됐다. 물론 다행스럽게도 귀화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된 과거 해외시민권자 토니, 앤디, 에릭 등 또래 아이돌 출신 스타와 배우 유건, 피아니스트 이루마 등은 무사히 군에 입대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손호영의 군문제는 ‘기피’나 ‘회피’와는 다른 성질의 것이다. 한국인이 아닌 손호영에게 한국 남성들 처럼 군대에 다녀오라고 요구하는 것은 억지스럽다. 다만 “꼭 가고싶습니다”를 외치던 젊은이가 결국 미필자로 남게된 것은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연예인의 군복무는 무엇보다 민감한 문제다. 특권계층이라는 날선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연예계이니만큼 그들의 군입대 문제는 특혜논란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사안이다. 대중은 스타에게 쏟아부은 애정에 준하는 보은을 기대한다.


이는 해외국적을 가지고 있는 스타라해도 예외가 아니다. 대중 앞에 선 그들은 연예 활동을 위해 한국에 온 외국인이 아니라 한국에서 한국인의 사랑을 받는 한국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는 존재다.

한 연예관계자는 “국적의 문제가 아니라 그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곳이 한국이라는 것에 주목해야한다”면서 “하다못해 잠시 해외활동에 나설 때도 먼저 생각하는 것은 현지 정서다. 한국에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한국인의 정서를 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충고했다.     

군문제는 노코멘트

국내 연예계에서 군입대와 관련 활동에 제약을 받은 대표적인 연예인은 유승준이다. 한때 가요계를 주름잡았던 스타 유승준은 “군대에 가겠다”는 약속과 달리 군입대 시기가 되자 한국 국적을 포기해 반감을 샀고, 당시 내려진 입국금지처분은 현재까지 유효한 상태다.

최근 마음고생을 한 MC몽은 ‘정서상 유죄’의 무게를 그대로 보여줬다. 해를 넘겨 계속된 MC몽의 병역법위반 혐의에 대한 재판은 지난 11월16일 무죄로 결론났다. 법원은 그의 손을 들어줬지만, MC몽의 연예인으로서 행보에 켜진 적신호는 여전하다. MC몽은 “내가 감히 무슨 말을 드릴 수 있겠느냐. 이 죗값 평생 지고 가겠다”고 거듭 사과했다.  

손호영의 군문제는 소속사 역시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혹시나 연기라도 날까 덮기에만 급급한 상황이다. 소속사 관계자는 “군문제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면서 불편한 기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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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