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 와글 타는 장작불의 추억 “석굴 맛 보러 오세유~”

<맛있는 여행>제10회 천북굴축제


석굴의 명소, 충남 보령시 천북면에서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가 가득한 축제를 마련했다. 올해로 10살이 된 ‘천북굴축제’는 천북 지역에서 생산되는 굴을 관광특산품으로 개발하고 홍보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어낸 일등 공신이다.

서해안 천수만에 접하는 천북면, 싱싱한 해산물 그득
겨울바람 불 때만 맛보는 굴구이, 알 굵고 담백해 인기 

전통의 멋과 행복한 미래를 지향하는 신명나는 축제 ‘천북굴축제’가 오는 11월26일 10번째 막을 올린다. 천북굴단지를 활용해 건강 요리를 함께 즐기는 천북굴축제는 26일부터 내달 4일까지 아흐레간 충남 보령시 천북면 장은리 굴단지 내에서 펼쳐진다.

보령시 천북면은 서해안 천수만과 접하는 곳에 위치해 있어 예전부터 바다와 갯벌은 삶의 터전이요, 생활의 근원이었다. 천북면은 연중 철따라 주꾸미, 바지락, 대하, 낙지, 꽃게, 갑오징어, 우럭, 도미, 광어 그리고 굴 등 싱싱하고 맛좋은 해산물이 끊이지 않기로 유명하다. 자연이 선물한 풍성한 식탁은 주민의 행복이자 주요 소득원이었다.

와글와글 자글자글
굴구이의 추억

그 중에서도 특히 천북면의 굴은 알이 굵고 담백해 외지인들의 잔치음식으로 각광을 받았다. 그래서 겨울철이면 주민들은 바닷가에서 굴을 까서 팔았다. 특별한 소득원이 없는 겨울철,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삼삼오오 나와 까서 팔던 굴은 이제 소일거리 이상으로 성장했다.

천북면의 별미 ‘굴구이’는 여기서 출발했다. 굴까기를 겨울철에 하다보니 추위를 피하기 위해 장작을 피웠다. 한참 시간가는 줄 모르고 굴을 까다보면 속이 허해지기 마련. 굴을 까던 아낙들이 와글와글 타는 장작불에 석굴을 올려놓고 시장기를 달래며 먹었던 굴이 지금은 미식가들의 발길을 모으는 명물이 되었다.

굴구이는 음식을 가리는 어린이들까지 온 가족이 좋아하는 영양식이다. 생굴의 경우에는 특유의 향내와 식감 때문에 먹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굴구이는 이와 다르다. 생굴보다 쫄깃쫄깃하고 고소해 어린이는 물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겨울철 별미로 명성을 얻고 있다. 특히 굴구이는 온가족이 화롯불에 둘러앉아 군밤을 구워주던 할머니의 아련한 정과, 아궁이에서 군불을 지피며 구워 먹던 군고마의 따뜻함, 친구들과 썰매를 타며 물에 젖는 양말과 바지를 말리던 어린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잊지 않고 다시 찾는다.

따뜻한 마음 나눔
천북 굴축제

천북면 측은 “석굴을 불에 굽다보면 갑자기 ‘뻥! 뻥!’ 하는 굉음이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면서 “이는 그동안 삶 속에 묻어 두었던 희망의 욕구를 샘솟게 하고 우주선을 타고 하늘을 여행하는 속도감을 느끼게 해준다”고 소개했다.

굴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즐겨먹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외국에서도 굴축제를 개최할 만큼 전 인류의 인기식품이다. 천북굴축제는 천북굴의 우수성과 천수만과 석양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광을 널리 홍보하기 위해 1996년 11월에 처음 열렸다. 이후 잠시 중단의 위기도 있었지만 2002년도 부활해 매년 12월에 열리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따뜻함을 더한 특별 이벤트들이 가득해 눈길을 끈다. 제10회에서는 ‘다양한 따뜻한 사랑나눔, 건강요리 굴축제’라는 주제로 굴축제와 더불어 이웃에 대한 따뜻한 사랑도 나눌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마련했다.

장작불에 구워먹던 추억, 전국각지 미식가 발길 이어져
보고 먹고 즐기고…각설이 공연부터 즉석 노래자랑까지


이번 축제는 26일 오후 굴단지 특설무대에서 천북면 주민을 포함 500명의 내빈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개막행사로 화려하게 문을 연다. 개막행사는 천북굴축제 개막을 축하하는 동시에 축제의 성공을 기원하고 면민의 지역발전을 염원하는 다양한 순서로 진행될 예정이다.

개막식에 이어 초대가수와 함께 꾸미는 개막 축하 공연이 축제의 열기를 한층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3시간 가량 이어지는 축하 공연은 축제 분위기를 제고하고 주민과 관광객이 한마음 한뜻으로 화합하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어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져 이번 축제를 찾은 이들에게 잊지 못 할 추억을 선사할 예정이다.

축제의 둘째 날에는 관광객과 지역주민의 화합을 이끌어 낼 노래자랑이 준비돼 있다. 신명나는 노래자랑은 지역축제의 빼놓을 수 없는 즐길거리다. 27일과 12월3일, 4일 총 사흘간 굴단지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이날 노래자랑에는 20여 명의 지역주민이 무대에 올라 숨겨뒀던 끼를 발산한다.

구수한 내음 가득
행복한 한때

지역축제의 감초인 각설이 공연도 마련됐다. 불뚝한 배, 총천연색 분장에 우스꽝스러운 동작으로 관광객의 시선을 잡아끄는 각설이가 올해도 어김없이 천북굴축제를 찾아 분위기를 돋운다. 각설이 공연은 축제 기간 중 3번에 걸쳐 열리는 지역주민 노래자랑의 특별 이벤트로 마련돼 축제의 흥겨운 한때를 완성할 예정이다.

천북면 측은 “이제 금년 한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천수만이 내려다보이는, 그래서 석양이 더욱 아름다운 천수만의 바닷가에 뻥뻥거리며 요란한 소리와 함께 구수한 내음을 풍기는 영양만점의 굴을 드시며 한해를 알차고 건강하게 맞이하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주변 관광지>
① 천북면 소재 등산로 : 봉화산 등산로 (202m, 약 2시간 소요)
   - 굴단지와 연계
② 보령시 지역 주요관광지
·해수욕장·항 : 대천해수욕장, 대천항, 무창포해수욕장
·서해의 섬 : 원산도, 삽시도, 외연도, 장고도
·박물관 및 전시관 : 석탁박물관, 개화예술공원
·휴양림 : 성주산 자연휴양림
·산 : 오서산, 성주산
·댐 : 보령호
·문화재 : 성주사지, 오천충청수영성, 남포관아문, 보령성곽, 보령관아문
·지역특산품 : 머드화장품

■오시는 길
·서해안 고속도로
▶광천IC → 광천 방향 갈림길 → 천북·오천 방향 → 천북면소재지(하만리) → 장은리 굴단지
▶홍성IC → 안면도(남당리) 방향 갈림길 → 천북 방향 → 홍성방조제 → 장은리굴단지
▶대천IC → 대천시내 → 광천 방향(국도40/21호) → 주포사거리 → 오천·천북 방향(국도40) → 보령방조제 → 천북 방향 → 천북면소재지 → 장은리굴단지
·장항선 열차
▶광천역 → 광천시내버스터미널 → 장은리 방향버스 → 장은리 굴단지
   (시내버스 : 2시간 간격 운행)
·대전·청주 방향
 ▶대전(청주) → 공주 → 청양 → 광천 → 천북면소재지(하만리) → 장은리굴단지

■내비게이션 입력
  충남 보령시 천북면 장은리 1066번지 또는 산205번지 입력

■행사문의
·천북면사무소 및 천북굴축제추진위원회: 041)641-9031
·보령시청 관광포털사이트

자료제공 : 천북면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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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전 서열 2위’ 국회의장 쟁탈전

‘의전 서열 2위’ 국회의장 쟁탈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대한민국 의전 서열 1위는 대통령이다. 그다음은 통상 국회의장으로 분류된다. 의전 서열 2위를 차지하기 위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거물급 잠룡들의 몸풀기가 시작됐다. ‘친명(친 이재명계 일색’ 민주당에 국회의장까지 ‘찐명’ 몫으로 돌아갈 상황이다. 차기 국회의장(이하 의장)에 누가 오를지 관심이 쏠린다. 당초 4파전으로 예고됐던 선거가 지난 주말 사이 우원식·추미애 당선인의 양자구도로 정리되는 등 물밑 경쟁도 치열한 양상이다. 그동안 의장직은 다수당의 5선 이상인 중진급 의원이 맡는 게 관례였다. 원내 정당의 의견을 교섭하고 조율하는 역할인 만큼 계파색이 옅은 인사가 적임자로 여겨졌다. 이는 국회의장에게 주어지는 ‘직권상정’이라는 특권 때문이다. 의장은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법안을 상정시킬 수 있는 힘이 주어진다. 가운데서… 외로운 싸움 현재 국회를 이끄는 수장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출신인 김진표 국회의장이다. 김 의장의 임기는 오는 29일 종료되며 차기 의장은 오는 16일 선출된다. 김 의장은 국민의정부서 중용돼 부총리를 비롯한 장·차관 등을 역임했다. 2002년 본격적으로 정계에 입문한 후에는 수원서 내리 5선에 성공하면서 당내 우직한 인사로 평가받아왔다. 선수가 높았던 탓에 21대 전반기 국회의 의장 후보로 거론됐지만 당시 6선이었던 박병석 의원과 단일화가 이뤄지면서 자연스럽게 불출마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김 의장은 이로부터 2년 뒤인 2022년 21대 후반기에 의사봉을 쥔 후로 지금까지 국회를 이끌고 있다. 당선 당시 김 의장은 “제 몸에는 민주당의 피가 흐른다”며 “당적을 졸업할 때까지 선당후사의 자세로 민주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중립을 유지해야 하는 의장이 당에 대한 애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우려와 달리 김 의장이 무조건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는 일은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오히려 임기 막바지엔 친정인 민주당으로부터 쓴소리를 듣기까지 했다. 법안 상정 시 여야 합의를 지나치게 중요시한다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본회의에 (법안을)올릴 때 무조건 우리 편을 들어달라는 게 아니다. 적어도 민심이 어디를 향하는지는 봐야 할 것 아닌가”라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21대 후반기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평을 받을 만큼 험난함의 연속이었다.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온갖 특검법이 쏟아지면서 강대강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평소 온화하기로 소문난 김 의장조차 본회의 진행 중 의원들의 고성이 이어지자 처음으로 “국민이 보고 있습니다!”라며 언성을 높이기까지 했다. 4·10 총선 이후 본격적인 수난 시대가 열렸다. 이번 총선을 통해 ‘윤석열정부 심판론’이 힘을 받자 정부·여당을 향한 민주당의 압박 수위가 단숨에 높아진 탓이다. 지난 2일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는 과정서 김 의장의 고초가 그대로 드러났다. 당시 김 의장은 멕시코·인도네시아·대한민국·튀르키예·호주 의회로 구성된 협의체인 ‘믹타(MIKTA)’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는데 야당 내에서 “해당 법안을 상정하지 않을 경우 출장길을 막겠다”며 의장을 압박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어르고 달래도 소용없는 여야 21대 국회 끝도 진흙탕 싸움 본회의 직전까지도 야당 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의장실서 나온 김 의장 옆으로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며 끈질기게 쫓아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강 의원이 엘리베이터 앞까지 따라붙자 김 의장은 “알아들었다” “본회의장서 한다니까”라며 결국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채 상병 특검은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돼 통과하면서 김 의장을 향한 공세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전세 사기 특별법 등 예민한 현안이 산적한 만큼 21대 국회 폐원 전까지 김 의장의 책임은 여전히 막중하다. 국회의원 300명이 모두 만족하는 결과를 도출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김 의장은 언제나 여야 협치에 방점을 찍었다. 이번 21대 국회가 이견 조율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는 불만이 나오자 차기 의장을 노리는 후보들은 저마다 ‘탈중립’을 강조하면서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가장 먼저 신호탄을 쏴 올린 인사는 경기 하남갑에 당선돼 6선 고지에 오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다. 추 당선인은 지난달 헌정사상 최초로 여성 국회의장이 될 가능성과 관련해 “국민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혁신 의장에 대한 기대라면 얼마든지 자신감 있게 그 과제를 떠안을 수 있다”고 말해 출마를 암시했다. 추 당선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의장은 좌파도 우파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중립도 아니다”라는 파격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후 강성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그를 차기 의장으로 밀어줘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다른 후보 역시 앞다퉈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5선인 민주당 우원식 당선인은 후보 등록 첫날인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개혁 의장이 되겠다”며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우 당선인은 자신을 이 대표의 ‘사회개혁 가치의 동반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윤정부에 맞서기를 주저한 적이 없다. 국회가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마음으로 임하겠다”며 “말로만이 아닌 온몸을 던져 싸워왔다. 윤정부의 민주주의 후퇴, 삼권분립 훼손에 단호히 맞서 제대로 싸울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6선 민주당 조정식 당선인도 같은 날 출마를 선언했다. 조 당선인은 입장문을 통해 “국회 국토교통위원장과 예결위 간사, 당 정책위의장 및 사무총장 등을 역임하며 실력을 검증 받았다”며 “특히 지난 1년 8개월 간 당 사무총장으로서 이 대표와 함께 민주당을 지키고 총선 승리를 이끄는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확 바뀐 패러다임 조 당선인은 이번 총선의 민의를 ‘민생회복과 윤정부에 대한 심판과 견제를 제대로 하라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22대 국회는 국민의 명령을 제대로 실현해야 한다”며 “당원과 국민의 뜻을 받들고 개혁국회의 성과를 낼 국회의장이 선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당선인은 후보 마감일인 지난 8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민의를 따르는 ‘개혁국회’를 만들어 민생을 되살리고 평화를 수호하며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며 “첫 번째 민생 입법으로 이 대표가 제안한 신용사면 등 처분적 법률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5선의 민주당 정성호 당선인도 같은 날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빛나게 하는 ‘뒷바라지 국회의장’이 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정 당선인은 “이번 총선의 민의는 소극적 국회를 넘어서는 적극적이고 강한 국회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이를 받들어 국회의 권위를 회복하고 민생과 민주주의의 효능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국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하던 5선 민주당 박지원 당선인은 “지금은 제가 나설 때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어 “22대 국회가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우리 당의 좋은 국회의장 후보가 선출되기를 기대한다”며 “이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나라를 살리고 민주당이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렇듯 4파전으로 치러질 예정이었던 의장 선거는 주말 사이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지난 12일, 조 당선인과 정 당선인이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추 당선인과 우 당선인으로 후보군이 압축됐다. 조 의원은 이날 추 당선인과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뒤 “민주당이 대동단결해서 총선 민심을 실현하는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해 제가 마중물이 되고자 의장 후보직을 사퇴한다”며 “추 후보가 연장자라는 점을 존중했다”고 설명했다. 정 당선인도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의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더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 당선인과 달리 추 당선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진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친명계 핵심부가 의장 선거를 앞두고 추 당선인으로 교통정리에 나섰다고 해석했다. 추 당선인은 후보 중 가장 선수가 높고 연장자인 만큼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 관례에 따랐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추 당선인의 선명성을 높이 샀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선명성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데에는 김 의장의 과도한 중립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풀어지는 중립 기어 추 당선인은 “옳은 방향으로 갈 듯 폼은 다 재다가 갑자기 기어를 중립으로 넣어버리고 멈춰버려 죽도 밥도 아닌, 다 된 밥에 코를 빠트리는 우를 범한 전례가 있다”고 꼬집은 바 있다. 선명성 경쟁에 대해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김진표 학습 효과’라고 해석했다. 최 평론가는 “김 의장은 ‘일단 여야가 합의를 해오지 않으면 상정하지 않겠다’는 철학을 갖고 있는데 대다수의 민주당 당원이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때문에 22대 국회의장 선거에서는 기계적 중립이 필요 없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의장 선거를 약 일주일 앞두고 “기계적으로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기류가 점차 굳어지는 분위기다. “의장이 아닌 정부·여당과 맞서 싸우기 위한 당 대표를 뽑는 것 같다”는 여권의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난 3일 친명계 박찬대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선임된 가운데 의장까지 친명 체제로 꾸려진다면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22대 국회처럼 여소야대 국면서 야당이 강경 입법 드라이브를 예고한 상황이라면 더욱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9개의 법안을 21대 국회서 마무리하겠단 방침이다. 폐원 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22대 국회로 넘어가게 된다. 그동안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은 양곡관리법을 비롯한 ▲간호법 ▲노란봉투법(노조법) ▲방송 3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등이다. 민주당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는 “우선순위를 정해 순차적으로 발의할 수 있다”면서도 “필요 시에는 이들 법안을 묶어 ‘패키지’ 형태로 재발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와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 등 중요 상임위를 모두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여당은 협상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민주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모두 가져가면 야당이 추진하는 법안을 빠르게 통과시킬 수 있게 된다. 대통령 재의요구권인 거부권 외에는 막을 방법이 없는 만큼 여당의 부담이 가중되는 셈이다. “한쪽으로 기운 의장은 꼭두각시” 우려에도 ‘찐명’ 내세운 이유? 그동안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밀어붙일 때마다 ‘입법 폭주’라며 “타협과 절충으로 이뤄낸 협치의 싹이 또다시 거대 야당의 폭주로 꺾였다”고 비판해 왔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회의원 개인의 목소리를 억제하고 이 대표의 엄명을 따르라 강요하는 것은 국민 기만행위”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대한민국 의전 서열 2위이자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 후보로 나선 민주당 후보들조차 이 대표의 눈에 들어보겠다며 위헌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며 “이 대표 연임 추대론까지 밀어붙이고 있는 민주당은 전체주의 집단으로 전락한 것인가”라고 견제에 나섰다. 민주당 단일 체제에 우려를 표하는 건 여권뿐만이 아니다. 김 의장도 “한쪽 당적을 계속 가지고 편파된 의장 역할을 하면 그 의장은 꼭두각시에 불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MBN과의 인터뷰서 중립의무를 비판한 후보를 겨냥한 듯 “조금 더 공부하고 우리 의회의 역사를 보면 그런 소리한 사람 스스로 부끄러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장 선거를 앞두고 의장의 중립적인 태도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지자 이를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장은 “국회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가적 현안을 여야 간에 협의하라고 국민이 위임한 기관 아니냐”며 “끝까지 협의해야 제대로 된 선진 민주정치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력이나 국민의 의식은 다 높은 수준에 가 있는데 정치인들만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 전부 아니면 전무)’의 정치를 한다”며 지적하기도 했다. 싹쓸이 한다면… 정치권에서는 의장 후보들이 선명성을 강조하는 모습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김 의장의 국회 운영 방식에 갈증을 느꼈다는 평이 대부분이지만 거대 야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실행력 있는 의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점차 무게가 쏠린다. 민주당 내에서는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과 ‘민심’은 다르다며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여당과 협치보다는 총선서 승리를 이끈 이 대표와 호흡이 잘 맞는 사람이 의장직에 어울리지 않겠냐”는 설이 나오면서 민주당이 22대 국회 고삐를 꽉 죄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민주당은 민심을 빠르게 좇지 못한 김 의장이 비판받는 모습을 지켜봐 왔다”며 “(민주당이)국회를 쥐더라도 민심을 잘 파악한다면 지금과 같은 비판은 잦아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회부의장도 친명전 차기 국회부의장(이하 부의장)을 거머쥐기 위한 경쟁도 막을 올렸다. 야당 몫의 부의장 후보로 4선의 남인순·민홍철·이학영 의원이 물망에 오르면서 해당 선거 역시 최소 3파전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후보들은 이번 총선 승리의 의미를 강조하며 국회의장(이하 의장)과 합을 맞춰 22대 국회를 ‘개혁 국회’로 이끄는 데 방점을 찍었다. 부의장은 의장과 달리 당적 보유가 가능하다. 이들 중 대다수가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만큼 22대 국회가 개원하는 동시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영향력이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