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부자정당’ 인식 지우기 나선 내막

지킬 것 많은 의원들 선거철 다가오니 발등의 불?

[일요시사=이주현 기자]한나라당이 10·26 재보선 완패에 이어 내년 총선과 대선이 다가오자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 안달이 났다. 당내에서 ‘버핏세(부유세)’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친기업정책을 표방하며 부자감세를 줄기차게 주장하던 모습과는 정반대의 주장이다. 따라서 당의 정체성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고 국민들의 시선도 ‘선거가 다가오니 또 시작이다’며 차갑기만 하다. 부자들의 ‘부자정당’ 인식 지우기 실태를 조명해봤다.

부자감세 노래를 부르더니 ‘버핏세’ 도입 논란
부자의원 상위 10명중 9명이 한나라당 의원

“한나라당을 떠올릴 때 블루컬러, 고급오픈카를 타고 농촌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지나가는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지난 2일 한 케이블방송에 출연한 20대 토론자가 밝힌 한나라당에 대한 인식이다. 그만큼 한나라당은 ‘부자정당’ ‘부자들을 위한 정당’으로 인식되고 각인되어 있다. 

뿌리깊이 각인된
‘부자정당’ 인식


국민들의 인식만 부자정당이 아니다. 한나라당은 국회 299석 중 169석(56.5%)을 차지하고 있다. 많은 의석수를 가지고 있는 ‘의석수 부자정당’은 물론 소속 의원들의 평균재산 역시 다른 당을 압도하고 있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 공개한 국회의원 재산신고 내역을 살펴보면 한나라당 의원 1인당 평균재산은 대기업 오너인 정몽준(현대중공업 등 3조6708억원)·김호연(빙그레 등 2104억원) 의원을 제외하고도 36억2942만원이다. 이는 민주당(19억8500만원)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이다.

부자의원 상위 10명을 살펴봐도 미래희망연대 김정 의원(110억원)을 뺀 9명이 한나라당 소속이다.

정몽준·김호연 의원에 이어 조진형(945억원)·김세연(825억원)·윤상현(212억원)·강석호(158억원)·정의화(153억원)·김무성(149억원)·임동규(113억원) 의원 순으로 1위부터 9위까지를 휩쓸고 있다.

그에 반해 하위 10명을 살펴보면 한나라당 소속 의원은 4명밖에 없다. 또한 지난해 서민경제의 어려움 속에서도 국회의원 4명 중 3명이 재산을 불렸다.

재산이 증가한 의원은 전체 국회의원 292명(이재오·정병국·유정복·진수희 장관 겸임자 제외) 중 75.0%인 219명이다. 이는 2009년 293명 중 53.2%인 156명의 재산이 늘었던 것과 비교할 때 확연히 높아진 수치이다.
 
특히 1억원 이상 재산 증가자도 전체의 47.3%인 138명이었다. 주요 재산 증가 요인으로는 주식과 부동산에 대한 평가액 변동이 꼽혔다.

재산 증가 상위 10인을 살펴보면 이 또한 한나라당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그 금액도 실로 엄청났다.

정 의원이 2조2207억4586만원 증가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김 의원이 272억4639만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윤상현(150억7011만원), 조진형(59억1905만원), 정의화(31억5107만원) 의원 순으로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한나라당 의원이 차지했다.
 
6위부터 10위까지의 순위에는 한나라당 의원으로 8위에 13억498만원 증가를 보인 배영식 의원이 있었고 나머지 순위는 민주당 2명, 창조한국당 1명, 미래연합연대 1명씩 차지했다.

상위 10명의 재산 증가 총액은 2조2797억4795만원이었고 정 의원과 김 의원을 제외하더라도 1년만에 317억5570만원이라는 엄청난 증가 금액을 보였다.

박근혜 전 대표도 7800만원이 증가해 총액은 22억4000만원이 됐다. 재산 증가는 거주지인 서울 삼성동 단독주택 평가액이 오른 게 주된 원인이다.
 
하지만 최근 트위터를 비롯한 각종 SNS에서 박 전 대표의 재산에 대한 의혹들이 더해지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의원 평균 재산 민주당의 약 두 배
자신의 기득권 버릴 수 있는 결단과 용기 필요


국회의원 전 직업을 살펴봐도 법조인·기업인·고위관료 등 정치권 입문 전부터 ‘기득권층’인 인사가 상대적으로 많다.
 
판사·검사·변호사 출신이 38명이나 돼 ‘한나라당=법조당’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 밖에도 언론계(15명), 기업가·기업체 임원(10명), 관료(12명), 의약계(7명) 등 전문직 출신이 적지 않다.

이들은 자신의 전문직 종사 경력을 자신들의 밥그릇 지키기와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안 처리에 앞장서 국민들의 비난을 들어야만 했다.
 
사법개혁 논의 과정에서 검찰 출신 의원들이 여야 합의마저 뒤집으면서 검찰 쪽 목소리를 반영하는 데 힘을 쏟았고, 신문기자 출신 의원들은 지난해 대기업과 신문의 방송 진출을 가능케 하는 ‘미디어법’ 처리에 앞장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재산상위 1~9위
한나라당 싹쓸이


이렇듯 부자와 기득권 세력이 많은 한나라당에서 고소득층에게서 세금을 더 많이 물리는 ‘버핏세’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을 필두로 한 쇄신파들이 쇄신을 요구하며 도입을 공론화하고 있어 물밑 논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과 부유층의 반발이 예상되는 버핏세 도입 주장은 한나라당이 ‘부자정당’이란 이미지를 벗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내에 불고 있는 쇄신 바람과도 무관치 않다. 중산층과 중도층에 상당히 매력적인 카드일 수 있다는 점도 당 일각에서 버핏세에 눈길을 돌리는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버핏세는 미국의 억만장자 워런 버핏이 지난해 “부유층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생긴 신조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를 재정적자 감축 방안의 하나로 도입을 제안했지만,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이다.

소장파 등 쇄신파에서 주로 거론하고 있는 버핏세는 소득세의 최고구간과 최고세율의 과표 구간을 하나 더 신설하고 증권소득과 이자소득까지 모두 합산해 종합부동산처럼 과세하는 방안이다.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은 지난 7일 자신의 트위터에 “복지수요 확대 및 재정 건전성 유지와 관련해 부자증세 문제는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고 전제한 뒤 “버핏세는 어차피 총선 전에 야당이 한나라당을 부자 정당으로 몰면서 제기할 문제”라며 “그때 가서 수세적인 입장에서 논의하느니 차라리 한나라당에서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버핏세 도입에 대해 일단 신중한 입장이다. 보수층과 대기업으로부터 포퓰리즘과 좌클릭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는데다, 주요 지지층인 강남권이 반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이계는 물론 친박계에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에서도 사실상 반대하고 있어 공론화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나성린 의원은 “누진적 재산세와 종부세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부유세 효과를 보고 있다”며 버핏세 신설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나 의원은 “고소득층에 대해 유보한 소득세 감세를 철회하기로 한 것이 엊그제인데, 다시 그들에게 세금을 더 부과하자면 그들이 우리 당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간 친서민 정책에 힘을 실어온 유승민 최고위원도 지난 9일 “버핏세는 어떤 의미의 세금인지도 애매하고, 세수 증대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며 “차라리 고가의 그림에 대해 양도세를 매기는 등의 방식이 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부정적이긴 마찬가지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정태근 의원이 질문한 버핏세 도입에 대해 “합리적이지 않다”며 “여러 가지 부작용이 커서 득보다 실이 많다”고 말해 사실상 도입을 반대했다.

버핏세 도입에
당내 혼란 가중

일부에서 버핏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한나라당이지만 이를 진정성있는 주장이라 보는 시각은 사실상 드물어 보인다. 선거를 앞둔 ‘환심성 공약’이라 보는 시각이 우세하고 버핏세를 주장하기에 이들은 지켜야 할 기득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재보선 패배의 책임과 쇄신론에 등 떠밀려 보이는 일종의 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현 정부 들어 치러진 각종 재·보선에 완패해 민심의 경고등이 줄곧 켜져 있었으나, 줄 곳 입으로만 ‘쇄신’을 외쳤던 안일함을 또다시 보이고 있다.

부자인 자신들의 세금을 늘리는 결단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한나라당은 자신들이 가진 기득권을 조금이라도 더 지키기 위해 ‘좌고우면’ ‘아전인수’ 식의 자세가 아니라 ‘필생즉사 필사즉생’의 자세와 마음가짐을 보여야 할 시점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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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