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 출신’ 국악방송 사장 미스터리

미르재단 사람들이 살아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6년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대통령이 탄핵되고 특검 수사가 이뤄졌다.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다. 이후 출범한 정부는 적폐 청산을 기조로 각계각층의 썩은 부분에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하지만 국정 농단의 그림자는 여전히 사회곳곳에 드리워져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일반인 최순실씨와 국정을 논의했다는 의혹이 2016년 10월 한 방송사의 보도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JTBC는 최씨의 태블릿PC를 입수, 국정 농단 의혹에 근거를 제시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국정 농단이 사실로 확인되자 시민들은 거리로 나왔다. 촛불집회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인용된 이듬해 3월까지 이어졌다.

미르재단 의혹
게이트 시발점

최씨에 의해 나라가 좌지우지 되고 있다는 의혹은 앞서 2016년 7월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당시 TV조선은 ‘2015년 10월 설립된 재단법인 미르(이하 미르재단)가 대기업서 돈을 모으는 과정에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개입된 정황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후 미르재단에 대한 여러 의혹이 하나둘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미르재단 설립을 청와대가 주도했다는 대기업 문건이 발견되고, 설립 허가 과정이 3일 만에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이’ 이뤄진 사실도 드러났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한 의문점이 본격적으로 다뤄지면서 국정 농단 사태는 차츰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일각에선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한 의혹 제기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세상에 알린 시작점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미르재단은 설립 당시 “문화라는 매개를 통해 소통되는 사회, 행복 충만한 사회구현과 나아가 국민행복은 국가발전을 목표로 창조문화와 창조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발판 마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포스코 등 16개 대기업은 미르재단에 486억원을 출연했다.

재단 이사 사임 직후 방송사 사장
채용절차와 시기 두고 ‘수근수근’

2015년 10월27일 미르재단 현판 제막식서 김형수 이사장은 “개별적으로 문화재단 등을 운영하던 기업들이 미르재단을 통해 다양한 협력 사업과 행사를 추진함으로써, 문화융성의 혜택을 전 국민들에게 돌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역시 2016년 10월 미르재단에 대해 기업들이 좋은 취지로 만들었고 잘 운영되고 있다는 뉘앙스로 발언했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하 특검)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동이익을 위해 설립된 것이라고 결론냈다. 최씨가 기업들로부터 재단 출연금을 받아내는 과정서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후 법원은 박 전 대통령이 두 재단에 영향력을 행사한 점이 대부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4부는 지난 8월24일 박 전 대통령이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18개 기업을 상대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총 774억원의 출연금을 내도록 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출연금 강요
박근혜 유죄

미르재단이 국정 농단 사태의 발단으로 지목되면서 이사진에게도 관심이 쏠렸다. 박근혜정부 당시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씨의 입맛에 따라 미르재단 이사진이 구성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차씨가 활동한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도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문화융성위원회 출신이 다수 미르재단 이사로 옮겨왔다는 주장도 나왔다.

문체부는 지난해 3월20일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설립허가를 직권으로 취소했다. 이후 올해 4월27일 미르재단에 대한 청산절차가 종결됐다. 출연금 486억원 중 잔여재산 462억원은 지난 2월과 4월 초, 두 차례에 걸쳐 국고로 환수됐다. 미르재단 등 국정 농단 사태에 연루됐던 인사들도 대부분 형사처분을 받았다.

미르재단 설립 주도 여부를 두고 최씨와 공방을 벌인 차씨는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를 인수하려던 업체의 지분을 빼앗으려고 한 혐의 등으로 2016년 11월 구속됐다. 또 미르재단의 설립 당시 문체부장관이었던 김종덕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로 구속됐다가 지난 7월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됐다.
 

미르재단 설립과 모금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은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은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와 공모해 삼성그룹과 한국관광공사 자회사 그랜드코리아레저를 압박, 영재센터 후원금을 받아낸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기업이 미르재단에 후원금을 내도록 강요했다는 혐의를 받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현재 구속수감 중에 있다.

반면 국정 농단 사태 당시 수차례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고도 여전히 승승장구하는 인사들도 있다. 미르재단 이사 출신인 송혜진 국악방송 사장이 대표적이다. 국악방송은 문체부 소관의 재단법인이다. 

국악방송 정관에는 방송을 통해 국악 및 한국전통문화예술을 국민에 홍보·보급·교육함으로써 국악의 진흥을 도모하는 한편, 한국전통문화예술의 발전 및 지역문화 복지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있다.

국정농단 관계자 대부분 ‘철퇴’
2016·2017년 국감에서도 거론

서울대 국악과를 졸업한 송 사장은 2015년 10월부터 2016년 7월까지 미르재단 초대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0∼2012년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3기 위원을 지냈다.

박근혜정부 때에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전통문화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또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전통음악과 교수로도 재직했다. 국악방송에서는 편성제작팀장을 지냈다.

송 사장은 미르재단 이사 사임 직후 국악방송 사장으로 선임됐다. 전임 채치성 사장의 임기 만료로 공석이 된 자리에 송 사장이 온 것. 송 사장의 취임을 둘러싸고 무성한 뒷말이 쏟아졌다. 특히 미르재단 이사, 문화융성위원회 전문위원 경력 등을 둘러싸고 송 사장이 최순실 사단과 연관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국악계 한 관계자는 “문체부에 사장 후보를 추천할 때 복수로 올렸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송 사장의 경우 혼자 올라갔다는 말을 들었다”며 “채용 과정, 시기 등을 둘러싸고 국악계 내부서도 말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국악방송 홈페이지에는 ‘국악방송 송혜진 사장은 사임해야!’라는 제목의 글이 여전히 게시판에 올라와 있다. 자신을 블랙리스트에 오른 ‘아리랑학회’ 기미양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7월, 국악방송 사장에 ‘누가 오느냐’와 ‘왜 발령이 나지 않느냐’는 억측과 논란이 있었는데, 최근 보도로 보면 ‘최순실 마력’ 영향권에 영향을 받은 것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2년 연속 국감
지적 받았지만…

이어 작성자는 “미르재단 이사, 후임 교수 문제 등 현 국악방송 사장 송혜진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해야 한다”며 “국악방송은 우리 전통문화 정수를 지키고 전수하는 최전선이어야 한다. 그래서 이런 논란에 영향 받은 인물은 적격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송 사장에 대한 논란은 국정감사서도 이어졌다. 송 사장은 2016년 10월10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 국정감사 자리에 참석했다. 

당시 교문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송 사장에게 “차은택씨가 추천한 미르재단 이사 중의 한 분이 송혜진 사장님 맞습니까?”라고 질의했다. 그러자 송 사장은 “아닙니다. 저는 차은택씨를 한 번도 뵌 적이 없습니다”고 답했다.
 


송 사장은 그럼 어떻게 해서 미르재단 이사가 됐느냐는 질의에 준비팀서 인선했다고 들었고, 최종적으로 전화를 준 사람은 김형수 이사장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차씨와는 연락 한 번 한 적 없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르재단 이사에 합류한 것을 두고는 “대기업서 문화를 세계로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전통분야 전문가로 참석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사회에 여섯 차례 참석했고 초기였기 때문에 여러 가지 미비한 점이 있어 규정 등을 개선해나가는 경험을 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최근(2016년) 언론 보도를 통해 상당히 많은 사실을 듣게 돼 저 개인적으로도 당혹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르재단 이사 사임 이유에 대해서는 “(2016년) 7월21일 국악방송 사장으로 임명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공공기관의 기관장 일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사퇴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도 송 사장에게 미르재단 이사 경력에 대해 물었다. 

조 의원은 “미르재단 정관을 보면 (2016년)10월20일자로 ‘이사 송혜진’ 이렇게 돼있고 도장도 찍혀 있다. 그리고 10월25일날 ‘취임승낙서 이사 송혜진’으로 도장이 찍혀 있다”며 “문체부서 법인설립신고 하면서 회의록을 10월25일 작성해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의원의 “(송 사장이)위증했거나 모든 서류가 조작된 것”이라며 “어떻게 된 것이냐”는 질의에 송 사장은 답변하지 못했다.

2017년 국정감사서도 송 사장의 미르재단 이사 경력이 거론됐다. 2017년 10월19일 교문위 국감서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미르재단 초대 이사, 문화융성위 1기 전문위원 등 송 사장의 경력을 열거했다.
 

신 의원은 “한국마사회 현명관 전 회장이 설립한 창조혁신단체에 안종범(전 수석)과 같이 이름을 올렸지 않느냐? 또 국정 농단의 연루 의혹자인 김상률 전 교문비서관 부인을 자신의 숙대 후임 교수로 추천했느냐”고 질의했다.

신 의원은 “지난해 국감서도 위증 의혹이 있다. 미르재단에 대해 10월26일 이후로 연락받았다고 했는데 실질적으로 10월20일에 이미 이사 취임했고 25일에 도장을 찍었다”며 “차은택씨하고도 문화융성위원회 활동을 7개월 간이나 (같이) 했는데도 일면식도 없다는 주장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표적인 적폐, 위증 시도. 그런데도 아직까지 계속 그 자리에 계실 거냐? 스스로 용퇴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다그치기도 했다.

송 사장은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해서는 일체 다 소상히 밝혀졌다. (차은택씨와)일면식도 없다는 점은 기타 재판 과정서도 다 밝혀졌기 때문에 그간 제기된 의혹과 저하고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고 위증 의혹에 대해서도 소상히 소명한 바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제가 미르재단 이사로 취임한 것은 전통문화 발전을 위해 전문가로서 참여한 것이고 현재 국악방송에 취임한 이후로도 전통문화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열심히 한다”
“적폐 청산해야”

문체부 전 관계자는 “미르재단 이사 출신 인사가 아직도 공공기관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게 놀랍고 의아하다”고 말했다. 국악방송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송 사장이 아직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국악계 내부에 팽배한 보신주의도 한몫했다고 본다”며 “목소리를 내야 할 국악계 인사들이 비겁하게 뒤로 숨어 진짜 적폐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차은택 친분 인사들 ‘문체부에 여전히?’

박근혜정부서 문화계 황태자로 불렸던 차은택씨와 가까운 인사들이 여전히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산하 기관장으로 재직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은 잔여 임기를 모두 채우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문체부와 해외문화홍보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미국 뉴욕 한국문화원장을 지낸 오승제 전 원장은 지난 8월 3년 임기를 모두 마치고 퇴임했다.

오 전 원장은 한 민간 광고기획사 임원 출신으로, 같은 광고기획사 출신이었던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과 차은택씨가 관여해 뉴욕 문화원장이 됐다는 의혹이 있어왔다. 

파리 한국문화원장 역시 차씨와 가까운 광고업계 출신 박재범 원장이 선발됐는데, 박 원장은 2016년 임명돼 내년 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김 의원은 “문화계 국정 농단 세력과 가까운 인사들이 해외서 한국문화를 대표하는 한국문화원장 자리에 가 있는 것도 모자라 임기까지 무사히 마치고 있다는 사실을 과연 국민들이 용납하실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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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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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