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망가진’ 대기업 막전막후

‘꿈 깨!’ 사라지는 차이나 드림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기업에게 중국시장은 꿈의 무대다. 14억 인구서 나오는 충분한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적 입김이 강하게 작용해 나가떨어지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한국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일요시사>는 중국 진출의 닻을 올렸지만 쓴맛을 보고 회항한 기업들을 확인했다.
 

한국은 지난 1992년 중국과 수교를 맺었다. 이념적으로 달랐던 양국이었지만 경제적인 이해타산이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한국의 기업들은 중국의 값싼 노동력과 압도적인 인구서 나오는 시장에 열광했다.

한중수교 후
속속 현지 진출

중소기업과 대기업들은 국내에 있던 공장을 속속 중국으로 이전했다. 양국간 경제 긴밀도가 높아지면서 한국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는 다른 국가를 제치고 1위(2017년 기준)를 기록했다. 하지만 정작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의 결과는 ‘빛 좋은 개살구’란 평가가 나온다. 

심혈을 기울여 진출했지만 중국 시장의 정치적 불안이 경영활동에까지 영향을 미친 탓이다. 

경영 여건도 빠르게 변했다. 중국 투자의 매력적인 요소 가운데 하나인 값싼 노동력은 옛말이 됐다. 2010∼2016년 연평균 임금 상승률은 9.28%에 달할 만큼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6년 기준 중국의 임금은 한국의 76% 수준까지 따라왔다. 


더 이상 공장 이전의 매력을 느끼기에 어려운 구조였다. 여기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와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중국 진출 기업의 불확실성이 고조됐다. 잇단 리스크에 기업이 휘청거리는 사례가 잦아지자 차이나드림을 꿈꾸던 기업들이 철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15일, 더페이스샵이 중국의 모든 매장을 철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더페이스샵은 2010년 LG생활건강에 인수된 해 중국 상해법인을 설립해 시장 개척을 노렸다. 

실적이 문제였다. 지난해 더페이스샵(상해)화장품소수유한공사의 194억20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반한감정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반한감정은 LG생활건강 외에도 유통 관련 한국기업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롯데쇼핑 역시 사드발 역풍을 맞은 뒤 중국 내 사업을 접기로 했다. 롯데쇼핑은 2007년부터 중국에 진출해 마트 사업을 벌였으나 신통한 성적표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사드 보복으로 영업점의 영업이 중단되고 매출이 80% 가까이 감소하자 시장철수라는 카드를 꺼냈다.

사드 보복이 롯데쇼핑에 집중된 것은 사드 관련 이슈가 롯데그룹과 연관돼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부지였던 성주골프장에 사드 배치가 결정되면서 중국 내 반 롯데정서가 매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롯데마트가 손실을 본 매출 규모는 1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중국 정부 당국은 중국에 진출한 롯데 계열사를 상대로 위생 점검, 세무조사 등 전방위 압박을 가하면서 경영활동을 사실상 지속하기 어려웠다.

롯데쇼핑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내 롯데마트 철수에 속도를 내기로 해다.  중국에 설립된 법인은 총 6개로 112개의 점포가 있다. 앞서 롯데쇼핑은 롯데마트 화동법인의 74개 점포 가운데 53개 점포를 중국 유통기업 리췬그룹에 매각했다. 
 

또 베이징 점포 21곳도 중국 유통기업인 우마트에 넘겼다. 중국 내 철수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롯데마트의 중국 내 매장 철수 계획이 알려지자 현지 중국 롯데마트 노동자 1000여명은 베이징시 롯데마트 총본부에 집결해 3일동안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롯데쇼핑은 중국에 진출한 마트 사업에 이어 백화점 사업 역시 발을 빼기로 했다. 롯데쇼핑은 2008년 베이징에 백화점 매장을 론칭하면서 중국 진출을 꾀했다. 이후 5개 점포로 확대했으나 롯데마트와 마찬가지로 사드 보복의 여파를 피해가지 못하면서 매각 수순을 밟고 있다.

값싼 노동력 옛말
각종 리스크 부각

사드 보복은 롯데의 유통부문뿐만 아니라 수년간 공들여온 ‘청두프로젝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청두프로젝트는 중국 청두시에 1400가구의 아파트 단지를 조성한 후 호텔, 백화점, 쇼핑몰, 시네마 등의 문화 편의시설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투입되는 자금 규모만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프로젝트는 롯데그룹의 염원이 담긴 사업이기도 했다. 사드 보복으로 중국 내 롯데그룹 계열사 사업이 휘청거리는 시기에도 롯데그룹 측은 청두 사업철수 전망에 대해서 사실무근이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백화점 사업까지 철수하기로 한 지금 청두 프로젝트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는 시각이 늘고 있다. 

중국 내 쓴맛을 본 롯데그룹이 청두 프로젝트를 밀어붙일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에는 중국 유통업계에 진출한지 20년이 된 신세계그룹의 이마트가 중국 철수를 마무리했다. 이마트는 1997년 중국에 진출하면서 중국 시장을 개척했다. 중국 진출이후 30곳까지 매장을 늘렸지만 수익성 악화로 돌아서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결국 짐을 쌌다. 
 

2012년부터 출점 매장 매각에 돌입했다. 2016년에는 당시 중국 상하이의 1호점을 폐점했다. 철수 수순은 지난해말 마무리됐다. 이마트는 상하이 매장 5개를 태국 CP그룹에 일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중국정부의 매각 허가가 나지 않아 철수가 미뤄졌다. 지난해 말에야 허가를 받으면서 철수가 사실상 종료됐다.


이랜드그룹 역시 중국 시장의 한계를 실감했다. 이랜드는 자사가 운영하는 커피빈의 중국지점을 철수할 방침을 밝혔다. 

이랜드는 2016년 중국 상하이에 커피빈 1호점을 오픈한 바 있다. 이랜드는 중국 내 1000개 이상의 매장을 늘려나간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2년 만에 ‘중국몽(夢)’서 깨야 했다. 이랜드는 중국에 진출한 다른 외식사업까지 철수하기로 했다. 

철수 법인은 ‘자연별곡’과 ‘애슐리’였다. 지난 2015년 이랜드의 외식브랜드 자연별곡은 중국 상하이 와이탄 지역에 ‘자연별곡(쯔란비에구)’를 개점했다. 한식뷔페의 중국진출 사례는 처음이었다. 자연별곡 1호점은 총 660㎡ 규모에 202석의 좌석을 갖추고 손님을 맞았다. 

시작은 좋았다. 한류열풍과 맞물리면서 1개 점포서 100일동안 매출 1062위안(한화 20억원)을 기록하며서 순조롭게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였다. 여세를 몰아 2호점까지 오픈했지만 고객들의 재방문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수익이 악화돼 지난해 사업을 철수했다.

애슐리 역시 아픈 손가락이다.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 애슐리는 자연별곡보다 앞선 2012년에 중국 상하이에 1, 2호점을 오픈하면서 중국 외식업계에 발을 들였다. 1호점인 상하이 푸동의 애슐리는 외식 브랜드로는 최대규모인 1530㎡로 총 400석을 확보했다. 

상하이 최대 백화점 빠바이반에 입점한 2호점은 1200㎡에 총 320석을 확보하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5개 매장까지 확대했으나 수익성은 떨어지면서 결국 중국 시장서 짐을 쌌다.


국내 의류브랜드 에잇세컨즈 역시 야심차게 중국시장에 발을 들였지만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내진 못했다. 지난 10일, 에잇세컨즈 브랜드를 운영하는 삼성물산 측은 중국 사드 여파와 함께 투자대비 성과가 나지 않아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한다고 밝혔다. 
 

SPA 브랜드인 에잇세컨즈는 지난 2016년 9월 상하이 쇼핑거리 화이하이루에 3630㎡ 규모의 매장을 오픈했던 바 있다. 다만 중국시장서의 완전한 철수는 아니다. 에잇세컨드는 온라인 유통 채널을 통해 중국 공략에 변화를 줄 방침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도 중국의 몽니에 불확실성이 적지 않게 부각되고 있다. 

SK가스는 2016년 중국 진출 사업을 청산했다. SK가스는 2000년 후반부터 중국내 다양한 사업들을 론칭했다. 하지만 해외 기간산업 회사에대 한 중국의 인식은 배타적이었다. 이 때문에 사업 확장에 고심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중국 내 관련 법인들은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2011년 중국 지린성 창춘시 LPG충전소를 매각하고, 2013년 축천연가스(CNG) 생산·판매업을 주력으로 하던 ‘다칭SK란치유한공사’를 청산했다.

각종 불확실성 
고조에 ‘덜덜’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중국 선전에 위치한 통신설비 공장 철수를 결정했다. 높아진 인건비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 원인이었다. 이에 따라 선전서 생산하던 물량은 인도와 베트남에 위치한 공장서 맡게 됐다. 

중국 1인 근로자에게 투입되는 인건비는 월 5000위안(80만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근로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하는 보험 등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하면 1만2000위안까지 인건비가 상승한다. 

반면 베트남 노동자의 인건비는 10분의 1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인도의 경우 중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란 점에서 현지 공장에 대한 증설이 계획됐다. 기존 운영 중이던 인도 노이다 공장에 8000억원을 투입해 증설하기로 한 것이다.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현재 노이다 공장의 생산능력은 6000만대다. 증설 완료 후에는 1억2000만대로 생산력이 늘어날 예정이다.
 

한화리조트도 중국 시장 개척에 쓴 고배를 마셨다. 2016년 야심차게 아쿠아리움 사업을 벌였지만 2년 만에 철수했다. 당시 한화리조트는 중국 부동산 1위 기업 완다그룹과 아쿠아리움 사업을 추진해 월드 클래스 아쿠아리움 난창완다해양낙원(이하 해양낙원)을 론칭했다.

해양낙원은 종합테마파크인 완다시티 내 핵심시설로 국제 규격 축구장 5개 넓이 규모였다. 한화리조트는 당초 10년간 시설, 공연, 생물관리, 마케팅 등을 비롯한 운영을 맡은 계획이었다. 

하지만 완다그룹이 재무건전화 작업에 따라 자산을 매각하는 과정서 해양낙원이 매각되면서 한화리조트가 자연스럽게 관리 위탁 사업서 손을 떼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화리조트로서는 중국 진출의 기회서 한 발 물러서게 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중국과의 정치적 이슈에 민감한 일본 기업들도 탈중국 추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지난 6월 일본 스즈키사가 중국 자동차 생산합작 사업을 철수했다. 인도 시장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것이 회사 측 입장이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한 뒤의 행보라 눈길이 쏠렸다.

스즈키사는 당시 중국서 자동차 생산을 포기하고 수입 판매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즈키사와 충칭 창안 자동차와의 합자회사인 충칭 장안 스즈키 자동차는 양사의 자본이 1:1 비율로 투입돼 1993년 설립됐다.

일본 미쓰비시전자는 미중 무역분쟁이 시작되던 무렵부터 중국 다롄에 있는 제품 생산기지를 일본 나고야로 옮기는 작업에 착수하고 있다. 일본 도시바사도 관세부과에 부담을 느끼고 생산라인을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은 기업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시장이다. SK그룹은 수년째 그룹 차원서 중국 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른바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통해 중국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것이다.

구글 역시 8년 전 중국 검색 시장에 진출에 실패한 이후 다시 한 번 진출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구글 내부의 분위기는 물론 미국 정부까지 중국 진출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재추진은 유예됐지만 언제든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대·중견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진땀

증권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정치 리스크가 커 한국기업들이 중국진출을 꺼리는 분위기가 분명히 존재한다”면서도 “경쟁사가 중국 시장에 선점할 경우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경쟁자로 부각할 가능성이 있어 있어 중국 진출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사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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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