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면죄부’ 회장님의 컴백 플랜

사고치고 당당히 퇴진…수습하고 조용히 복귀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회장님들이 사고(?)를 치고 흔히 내놓는 카드는 경영 퇴진이다. 기자들을 불러놓고 모든 자리를 내려놓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는 모습은 ‘기시감’이 들 정도다. 이들은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났을까.

2016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가 있었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가 마카오 도박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것이다. 당시 재판에 거물급 법조인이 연루되면서 게이트로 확대됐다. 정 전 대표는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횡령 혐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대법원까지 끌고갔지만 했지만 징역 3년6개월 형이 확정됐다.

퇴진 카드
진정성 의문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지난해 12월2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대표의 상고심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정 전 대표의 100억원대 횡령 혐의 등을 유죄로 봤다. 다만, 김수천(58·사법연수원 17기) 인천지법 부장판사에게 준 뇌물공여 혐의는 직무 관련 대가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정 전 대표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김 부장판사에게 재판 청탁 명목 등으로 1억5600여만원의 뇌물을 준 혐의(뇌물공여)로 기소됐다.


검찰은 정 전 대표가 네이처리퍼블릭의 ‘수딩젤’ 가짜 화장품 제조·유통 사범을 엄중히 처벌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5000만원 상당의 SUV차량 레인지로버와 현금 등을 건넨 것으로 파악했다. 

정 전 대표는 2015년 1∼2월 회계 장부를 조작해 네이처리퍼블릭 법인자금 17억9200만원과 관계사인 SK월드 법인자금 90억원 등 약 108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았다.

정 전 대표의 형이 확정되는 순간 ‘정운호의 화장품 신화’가 깨졌다. 정 전 대표는 남대문 좌판에서 화장품을 판매하면서 화장품 사업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2003년 자연주의 화장품을 표방한 ‘더페이스샵’ 브랜드를 론칭했다. 시장에서 더페이스샵은 돌풍을 일으켰다. 더페이스샵이 시장에 진입한지 2년만에 연매출 1500억원을 기록했다. 2009년 정 전 대표는 더페이스샵을 LG생활건강에 넘겼다. 

구체적인 매각 대금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 전 대표는 당시 거래로 2000억원 이상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 전 대표는 한동안 쉬다가 2010년 네이처리퍼블릭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화장품업계에 복귀해 성공가도를 달렸다.

앞에선 대국민 사과
뒤로는 지배력 강화

현재 논란 이후 대표직을 내려놨던 정 전 대표는 구속수감 상태라 경영 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가족들을 통해 옥중경영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 전 대표의 부인 정숙진 씨는 현재 네이처리퍼블릭 이사회의장직을 맡고 있다. 


세계프라임개발과 에프에스비앤피의 사내이사도 겸직하고 있다. 정 전 대표 자신도 계열사 임원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정 전 대표가 임원직에 이름을 올려놓은 곳은 네이처리퍼블릭 계열사 세계프라임개발, 에스케이월드, 네이처리퍼블릭온라인판매, 쿠지코스메틱, BEIJING NATURE INTERNATIONAL TRADE 등 5곳이다. 

출소 후 언제든지 회사로의 복귀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김준기 DB그룹(옛 동부그룹) 전 회장도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이후 회장직을 내려놨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말 미국으로 떠난 이후 현재까지 귀국하지 않고 있다. 
 

김 전 회장의 출국 약 2달 뒤인 지난해 9월11일 그의 비서로 근무한 30대 초반 여성 A씨가 같은 해 2월부터 7월까지 김 전 회장으로부터 상습적인 추행을 당했다는 취지로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고조됐다.

당시 A씨는 고소장과 신체 접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경찰에 제출했다. 김 전 회장 측은 A씨가 제기한 성추행 의혹과 관련, 신체 접촉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강제추행은 아니라며 A씨가 동영상을 빌미로 거액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사건이 대중에 알려진 이후인 지난해 9월21일 회장직서 물러났다. 경찰은 김 전 회장을 상대로 추행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소환을 요구했지만 김 전 회장 측에서 3차례에 걸친 소환에 불응하자 체포 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 5월 김 전 회장을 기소 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5월 중순 김 전 회장 사건을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이는 김 전 회장에 대한 수사가 일시적으로 중단 됐음을 뜻한다. 경찰은 김 전 회장이 미국서 장기간 체류 생활을 이어가고 있어 조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감옥서 
옥중경영

현재 그의 소재조차 파악이 되지 않는 만큼 복귀는 요원한 상황이다. 다만 그룹 내 지분율을 살펴보면 영향력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김 전 회장이 복귀를 염두에 두고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의 복귀가 갖는 국민 정서상의 문제를 차치하고 서라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현재 김 전 회장의 혐의 수사와 관련해 기소중지 상태다. 기소중지는 피의자 소재 불명 등으로 인해 수사를 종결하기 어려울 경우 사유가 없어질 때까지 수사를 중지하는 넓은 의미의 불기소 처분을 말한다. 


다만 사유가 해소될 경우 수사는 재개되기 때문에 김 전 회장의 신변이 확보되면 다시 수사를 받아야 한다.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진 상황서 경찰 조사를 감수하고 모습을 드러낼지 여부에 회의적인 시각이 따르는 이유다. 

그럼에도 재계에선 김 전 회장의 지분율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복귀를 위한 밑그림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존재하고 있어 향후 상황에 눈길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갑질논란으로 회장직을 내려놨던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도 복귀에 대한 말이 나오고 있는 인사 가운데 한 명이다.

정 전 회장은 가맹점을 상대로 갑질을 하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 전 회장은 2005년 1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가맹점 치즈 유통단계에 동생이 운영하는 회사를 끼워넣어 57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 기소됐다. 
 

이른바 ‘치즈통행세’에 항의하며 탈퇴한 가맹점주들이 협동조합 형태 회사를 설립해 매장을 열자 인근에 보복성으로 직영점을 내 영업을 방해한 혐의도 받았다.

또 가맹점주들로부터 받은 광고비 중 5억700만원을 ‘우수 가맹점 포상 비용’ 등 광고비와 무관한 용도로 사용하고, 친·인척 및 측근의 허위 급여로 29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하지만 정 전 회장이 징역형을 선고받고 집행유예로 풀려나면서 복귀에 대한 말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선일)는 지난 1월23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200시간을 명령했다.

함께 기소된 정 전 회장의 동생에게는 무죄를, MP그룹 법인에는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동생 정씨로 하여금 부당이익을 취하게 해 치즈 가격을 부풀렸다고 보기 어렵고, 공급 가격이 정상 형성됐다”며 “(탈퇴 가맹점주에 대한) 위법한 보복행위 증거도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정 전 회장은 지난해 9월 치즈 통행세 갑질논란이 불거지면서 회장직을 내려놨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회장 복귀가 가능한 상황이다. 정 전 회장의 MP그룹 지분율은 16.78%로 주요 주주 가운데 지분이 가장 많다.

특수관계자의 지분을 합치면 48.92%로 오른다. 소액주주의 비중이 31.1%란 점을 감안하면 회사의 지배력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윤재승 대웅제약 전 대표이사 역시 역설 논란이 불거지자 회장 퇴진 행보를 했다. 윤 회장은 지난 8월27일 윤 회장과 직원간 대화 녹음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한 언론을 통해 공개돼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가족에 주고
다시 찾아가

녹취록에는 윤 전 회장은 직원에게 “나 정말 정신병자랑 일하는 것 같아서” “이XX야. 변명만 하려고해. 너XX처럼 아무나 뽑아서 그래” 등의 욕설 섞인 말을 하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공분을 샀다.

윤 전 회장은 논란이 불거진 당일 관련 사실을 인정하고 경영서 물러났다. 
 

윤 전 회장은 이날 대웅제약 보도자료를 통해 “저로 인해 상처받은 분들과 회사발전을 위해 고생하는 임직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28일 모든 직위를 사임하고 회사를 떠난다”고 전했다. 

이어 “자숙의 시간을 갖고 제 자신을 바꿔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계에선 윤 전 회장의 부재가 길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회장직에 오르기까지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기 때문이다.

윤 전 회장은 대웅제약 창업주인 윤영환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이다. 1984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검사로 재직한 법조인 출신이기도 하다. 1997∼2009년까지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이후 형인 윤재훈씨에게 대표 자리를 내줬다가 2012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다시 복귀했다. 2014년 9월 대표이사 회장으로 승진했다. 대웅제약의 수장자리를 두고 형제가 치열한 경쟁을 펼친 셈이다.

이런 연혁 탓에 윤 전 회장이 조기 복귀를 점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룹 내 윤 전 회장의 지분율이 높아 물리적으로인 복귀는 어렵지 않다. 윤 전 회장은 대웅제약의 지주사인 대웅의 지분 11.61%를 확보해 최대주주 신분이다. 다만 국민 정서 상 복귀 시기가 적절한 지 여부에는 물음표가 찍히는 상황이다.

갑질로 고개 숙이고
성추행으로 망신살

구설에 오르면서 천호식품 회장직을 내려놨던 김지안 전 천호식품 대표와 김영식 전 회장 역시 복귀에 대한 가능성이 엿보인다. 천호식품은 창업주 김영식 전 회장이 2016년 인터넷에 촛불집회 비난 글을 게재하면서 입길에 올랐다. 

이후 가짜 홍삼 파문까지 불거지면서 실적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김 회장 부자가 경영 복귀에 말이 나오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실적악화 때문이다. 현재 천호식품의 지분율을 살펴보면 사모펀드인 카무르파트너스가 지분율 49.5%로 최대주주 신분이다.

여기에 김 전 회장과 김 전 대표가 각각 20.7%, 8.5%로 결코 지분이 적지 않다. 카무르파트너스 입장에선 실적 악화로 자금 회수가 어렵다는 판단이 설 경우 김 전 회장 부자가 지분을 인수해 경영 전면에 나서는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

반면 회사 복귀 후 뒷말이 나오는 수장들도 있다. 횡령 등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박정빈 신원 부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뒷말이 나왔다. 구속 수감됐던 박 부회장이 9월 25일로 예정된 형기를 마치지 않고 가석방된 이후 이뤄진 복귀라 논란이 거셌다. 
 

박 부회장은 박성철 회장의 차남으로 유력 승계 후보자다. 하지만 2015년 11월27일 75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대법원까지 항소심을 진행한 결과 형이 다소 완화된 2년6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재판 등으로 오너리스크가 부각되던 시기 신원의 경영상황은 악화됐다. 2015년은 영업이익 142억원, 당기순이익 93억원을 기록했다. 이듬해에는 영업이익 139억800만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감소했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49억5000만원으로 적자전환 했다. 지난해 실적 역시 부진했다. 영업이익 12억5000만원, 당기순손실 83억9000만원을 기록하면서 하락세를 이어갔다.

잠잠해지니
슬그머니∼

신원 측은 회사 의사결정이 어렵기 때문에 이뤄진 복귀였다는 입장이었다. 신원 관계자는 “박 부회장이 무급으로 경영에 참여한다”며 “오랫동안 부회장이 부재한 탓에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있었다. 남북경협 등 하루빨리 해결할 현안이 있어 부회장이 생각보다 일찍 복귀했다”고 답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을 이끄는 오너 일가들이 물의를 일으킨 경우 ‘경영 퇴진 카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에 대한 지배력이 확고한 상황에서의 경영 퇴진은 진정한 퇴진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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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