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양주시 간부 ‘이상한 취업’ 내막

시청 퇴직 3개월 만에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직 시청 공무원이 퇴직 3개월 만에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제도’라는 족쇄가 있었지만 도 공직자윤리위원회는 그에게 ‘취업승인’이라는 열쇠를 쥐어줬다. 업무 연관성과 관계없이 유관기관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해주는 마법의 열쇠다. 그는 취임식을 치르고 업무에 돌입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퇴직공직자 재취업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검찰은 지난 8월 공정위 퇴직 간부들의 불법 재취업 사건과 관련해 전·현직 간부 12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공정위 내부 인사적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업 고위 관계자들을 직접 접촉해 공정위 4급 이상 퇴직자의 일자리를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3년간 제한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 공무원은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곳에 3년간 취업할 수 없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해양수산부 출신 퇴직자들이 유관단체 등에 재취업해 로비스트 활동을 하며 안전관리와 감독에 부실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취업심사 범위와 기준이 강화됐다.

문제는 공직자윤리법 제17조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에 ‘다만,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때에는 그렇지 않는다’는 부분이 퇴직공직자의 재취업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는 점이다.

퇴직 3년 이내 취업제한 기관에 취업을 원하는 공직자는 취업 개시 30일 전에 취업승인 심사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소속기관이나 공직 유관단체는 해당 공직자가 취업심사 대상인지를 확인해 검토의견서를 작성, 중앙행정기관에 보낸다.


각 기관서 공직위에 서류를 이송하면 제한·승인 여부를 결정해 각 기관과 신청인에 통지한다. 공직위 취업심사 결과 승인 판정을 받으면 취업제한 기관이라 할지라도 ‘프리패스’다. 

실제 공직위의 퇴직공직자 재취업 승인율은 80%를 상회한다.

“전문성에 가중” 승인에
“업무연관성 높다” 비판

최근 경기도 양주시서 한 전직 공무원의 재취업이 입길에 오르고 있다. 1978년 공직에 입문, 40년간 양주시청 요직을 거쳐 지난 6월30일 퇴직한 이재호 양주시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이 논란의 주인공이다. 이 이사장은 시청 퇴직 이후 채 3개월도 되지 않아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양주시 시설관리공단은 시청부설주차장,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양주국민체육센터, 재활용 선별장, 공중화장실, 광적생활체육공원 등 교통·스포츠·환경·체육 분야를 관리, 운영한다. 인사혁신처서 고시한 취업제한대상 기관으로 분류돼있다. 이 이사장이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으로 가기 위해선 공직위의 취업승인이 필요했다는 뜻이다.

그는 퇴직 직후 양주시청 감사담당관실에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취업승인 심사 신청서을 접수했다. 양주시청 감사담당관실은 전 부서에 ‘퇴직공직자 취업승인 신청에 따른 검토의견 요청’ 공문을 보내 이 이사장의 업무기간 동안 취업제한기관(시설관리공단)과의 업무관련성을 확인해 7월4일까지 회신해달라고 했다.

공직자윤리법은 ‘재정보조, 인·허가, 검사·감사, 조세부과·징수, 계약, 법령상 감독, 사건수사 및 그 밖에 취업제한 기관의 재산상의 권리 등에 관계된 업무 여부’를 밀접한 관련성에 해당하는 업무 범위로 정해두고 있다.


환경위생과장, 산업환경국 기업지원과장, 세무과장, 자원시설과장, 행정지원국장, 기획행정실장 등을 두루 거친 이 이사장의 시청 재직 시절 업무와 시설관리공단 업무의 연관성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이사장의 퇴직 당시 직위는 기획행정실장이다. 양주시 행정기구 및 정원 조례에 따르면 기획행정실에 자치행정과, 기획예산과, 회계과, 세정과, 징수과, 민원봉사과를 둔다고 돼있다. 

또 기획행정실장은 ‘주요 시정의 기획 및 연구에 관한 사항’ ‘예산·투자 심사에 관한 사항’ ‘회계·결산·계약·재산 및 청사 관리에 관한 사항’ ‘지방세·세외수입·세무조사에 관한 사항’ 등의 업무를 맡는다고 명시돼있다.

여기에 양주시청의 기획행정실장은 시설관리공단의 당연직 이사도 맡고 있다. 양주시 시설관리공단 설립 및 운영 조례 일부개정 조례에 따르면 시의 인사·조직 업무를 관할하는 국(실)장을 당연직 비상임 이사로 하며, 임기는 그 재임기간으로 한다는 조항을 확인할 수 있다. 

시설관리공단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 이사장은 2017년부터 퇴직 직전인 올해 6월27일까지 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6월27일, 2018년 4회 시설관리공단 이사회에 올라온 안건은 ‘양주시 시설관리공단 임원추천위원회 설치·운영 규정 일부 개정규정(안)’ ‘제5대 이사장후보 추천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계획(안)’이다. 

양주시청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시설관리공단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을 다루는 이사회 명단에 현 이사장 이름이 있는데(이사장직에) 지원이 가능했는지 궁금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취업심사 내용은 ‘깜깜이’
인사혁신처 “공개 못 해”

시설관리공단 기획총무과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서 9월5일자로 지방공기업 인사운영 기준 개정안을 내놨다. 개정안에는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에 관한 심의에 참여했을 경우 공개모집에 접수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이 이사장은) 그 당시에는 공개모집에 응모할 자격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이날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이사장은 재공고 끝에 4명이 지원한 후보들 가운데 최종 2인에 올랐고, 이성호 양주시장은 그를 이사장으로 낙점했다. 그리고 9월13일 취임식을 치르고 시설관리공단 5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이 이사장이 그 자리에 갈 수 있던 이유로는 경기도 공직위의 취업승인 결정이 결정적이었다. 시설관리공단 측은 경기도 공직위의 결정을 따랐다는 입장이다. 


공직위 운영을 담당하는 경기도 조사담당관은 “양주시 시설관리공단 건에서 심사대상자(이재호 이사장)는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34조 특별한 취업승인 신청사유 9호를 선택해 신청했다”고 말했다.

해당 조항은 ‘취업심사대상자가 취업하려는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자격증·근무경력 또는 연구성과 등을 통해 그 전문성이 증명되는 경우로서,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라고 돼있다. 

조사담당관은 “위원들이 심사대상자가 낸 자료를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전문성 쪽에 좀 더 비중을 둬서 결정했다.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판단한 건 아니다”라고 전했다.

당시 위원회에는 총 11명의 위원 가운데 8명이 참석했다. 참석 위원의 과반이 이 이사장에 대한 취업심사 승인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 명단이나 이 이사장 참석 여부, 자세한 회의 내용 등은 비공개 사안이라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공직위의 취업심사가 ‘깜깜이’로 진행되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수차례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특히 공정위의 재취업 문제가 불거지면서 공직위의 취업심사 방식은 본격적으로 도마에 오르는 모양새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는 인사혁신처에 공정위,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출신 퇴직자에 대한 퇴직 후 취업심사와 관련해 ▲취업심사 요청서 ▲검토의견서 ▲결정사유서 또는 회의록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승인’ 어디든∼

하지만 인사혁신처는 ▲민감한 개인정보 포함 ▲공직위 위원들의 자유로운 의사교환 위축 등을 이유로 비공개 처분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인사혁신처는 취업심사가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에도 불투명한 심사 운영을 고수하고 있다”며 “취업심사의 투명성을 높여 공직위의 책임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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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