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3대 종교 막전막후

교회·절·성당… 믿을 곳 하나 없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종교 인구가 갈수록 줄고 있다. 국내 3대 종교로 불리는 개신교, 불교, 천주교에 대한 불신은 커져만 간다. 종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덕성을 중시하는 종교계서 속세보다 더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일요시사>가 혼돈의 종교계를 들여다봤다.
 

최근 종교계가 시끄럽다. 어느 한 종교만의 일이 아니다. 사상 초유의 일들이 종교를 막론하고 일어나고 있다. 피해는 신자들에게 돌아온다. 마음의 안정을 얻기 위해 종교를 찾은 사람들은 안팎에서 불거지는 논란과 의혹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종교계에서는 떠나는 신자를 잡기 위해 개혁을 외치지만 요원한 상황이다.

연이은 사건
말로만 개혁

2016년 12월 통계청은 2015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눈길을 끈 부분은 종교계다. 개신교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불교 인구를 추월하는 등 두드러진 변화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2015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 개신교 인구는 967만6000명(19.7%), 불교 761만9000명(15.5%), 천주교 389만명(7.9%) 순으로 나타났다. 1985년 인구주택총조사서 종교를 조사한 이후 처음으로 개신교 인구가 불교를 넘어섰다.

종교계는 종교 인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10년 새 신자 수가 300만명 가까이 감소한 불교계에서는 조사 방법을 문제 삼기도 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신자 수가 늘어난 개신교나 감소한 불교, 천주교 모두 전체적으로는 종교 인구 감소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3대 종교의 신자 수 변화와는 상관없이 큰 파이가 줄어든 것이다.


2015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교가 없다고 응답한 국내 인구 비율은 56.1%에 달했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종교가 없다’고 답한 셈이다. 국내서 종교가 없다고 답한 사람의 수가 있다고 답한 수를 추월한 것은 통계청이 종교 유무를 조사한 1985년 이후 최초다.

비자금 의혹에 미투 지목
땅에 떨어진 신뢰 어쩌나

종교 인구의 감소 원인으로는 탈종교화가 꼽힌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이미 탈종교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종교에 기대는 성향이 줄어들면서 종교 인구가 자연스레 감소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종교인에 대한 실망이 종교를 떠나는 방향으로 표출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 최근 3대 종교계는 말 그대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특정 종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종교를 넘나들며 각종 논란과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여기에 논란과 의혹의 중심에 종교인이 지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충격은 배가 되고 있다. 
 

‘우리 목사님, 우리 스님, 우리 신부님’ 하면서 믿음을 보냈던 신자들은 더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개신교는 MBC <PD수첩>서 명성교회 세습 논란과 800억원대 비자금 의혹을 보도하면서 발칵 뒤집혔다. 명성교회 세습 논란은 이미 지난해부터 교계를 뒤흔든 사안이지만 이날 방송을 통해 천문학적 액수의 비자금 의혹이 나오면서 더 시끄러워진 모양새다.

명성교회 재정담당 장로가 자살하면서 윤곽을 드러낸 돈의 사용내역을 자살한 장로와 김삼환 목사만이 알고 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이 과정서 해외 선교 중 외화를 밀반입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나왔다.


명성교회서 소유한 부동산의 가격의 1600억원대에 이른다는 취재 결과도 공개됐다. 신자 수 10만명, 1년에 모이는 헌금 400억원대 대형교회의 민낯이 낱낱이 공개된 순간이었다.

세습, 비자금
명성교회 논란

김삼환 목사가 아들 김하나 목사에게 명성교회 담임목사 자리를 넘겨준 것도 이 같은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방송에 출연한 한 교인은 김삼환 목사가 김하나 목사에게 담임목사 자리뿐만 아니라 교회 재정도 물려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성교회는 방송 이후 공식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걸고 해당 내용에 대해 반박했다. 명성교회 측은 <PD수첩> 방송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교회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를 해 교회와 교인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800억원의 적립 재정 전액이 교회 명의 통장으로 관리돼왔고, 다양한 선교활동과 미래선교 프로젝트 등에 사용할 방침”이라며 비자금이 저축 재정이라고 반박했다.

세습 논란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명성교회 측은 “(세습 논란은) 공적 절차를 거친 후임자 청빙을 편파적으로 왜곡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방송에서는) 원로목사가 사유화한 재산인 것처럼 왜곡했지만, 사택 외에는 다양한 선교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부동산”이라며 1600억원 상당의 부동산 보도에 대해서도 반론을 내세웠다. 

명성교회 측에서 <PD수첩> 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인기아이돌 그룹 멤버의 아버지로 알려진 한 목사가 사기 혐의에 이어 여신도를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가요계에 따르면 원더걸스 멤버 예은과 예은의 아버지인 복음과경제연구소 박○○ 목사는 지난 3월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사기 혐의로 피소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최근 예은과 부친 박 목사의 사기 혐의에 대해, 박 목사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개신교 목사의 성추행 논란은 시사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일 만큼 자주 일어났다. 특히 지난 1월 미국발 미투 운동이 국내에 상륙하면서 교계도 논란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3월에는 반민운동가로 알려진 부산의 한 목사가 미투 폭로로 성추행 정황이 드러나자 이를 인정하고 SNS에 사과글을 올린 일도 있었다.

해당 목사는 사과문서 “피해자가 용기를 내 고백한 고발의 내용에는 변명할 여지없이 채찍으로 받아들인다”며 “당일 즉시 두 차례 사과의 의사를 메시지로 보냈습니다마는, 피해자의 심정은 상처로 인해 더욱 고통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갑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순간의 충동 하나 못 다스리는 부끄러운 행동은 피해자에게 지난 2년은 물론 평생 생채기로 남게 했다”며 “다시 한 번 무엇보다도 피해자에게 용서를 빌어 사죄를 간청한다”고 밝혔다.


논란과 의혹이 자주 일어나다 보니 개신교의 신뢰도는 10여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3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2017년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신교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0.2%에 그쳤다.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51.2%에 달했다.
 

지난해 1월20∼21일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서 소통(38.7%), 사회 통합(33.3%) 등 긍정적 평가는 40%를 밑돌았다. 한국교회가 신뢰받기 위한 개선점으로는 ‘불투명한 재정사용’(26.1%)이 1순위로 꼽혔다. ‘타 종교에 대한 태도’(21.9%), ‘교회 지도자의 삶’(17.2%)이 뒤를 이었다.

집행부 발칵
위기의 조계종

불교도 시끄러운 건 매한가지다. 최근에는 조계종 살림을 총괄하는 총무원장이 탄핵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선거를 통해 새로운 총무원장을 선출했지만 개혁을 원하는 단체들은 반대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숨겨놓은 아내와 딸(은처자) 의혹, 사유재산 은닉 의혹, 학력위조 등 고위직 승려를 둘러싼 논란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운 일들이 연이어 불거졌다.

설정스님에 대한 논란은 총무원장 선거 당시부터 나왔다. 설정스님의 상대 후보들과 시민단체는 여러 의혹에 대한 스님의 해명을 요구했지만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설정스님이 총무원장에 선출된 이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방송을 통해 의혹이 전면에 드러났지만 설정스님의 명확한 입장 발표는 끝내 없었다. 불신임 결의안 가결 이후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나는 자리서도 설정스님은 여러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설정스님을 둘러싼 의혹은 개혁을 원하는 쪽과 현상 유지를 원하는 쪽으로 불교계를 쪼갰다. 이 같은 상황은 87세 설조스님이 조계종 적폐청산을 외치며 폭염 속에서 단식을 진행하면서 가속화됐다. 설조스님은 가마솥더위 속에서 40일 넘게 곡기를 끊었다. 

설조스님의 단식이 길어지면서 불교개혁을 외치는 시민단체들이 합류했고, 설정스님에 대한 퇴진 요구가 거세졌다.

제36대 총무원장으로 공식 취임한 원행스님도 갈 길이 멀다. 지난 2일 조계종 최고의결기구인 원로회의에서 인준을 받아 총무원장으로 확정됐지만 여전히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선거 과정서 후보로 함께 출마했던 스님들이 선거 방식 등을 문제 삼아 집단 사퇴하면서 원행스님은 단독 후보로 선거를 치렀다.

원행스님은 원로회의 인준 이후 “종단을 잘 이끌겠다”는 소감을 밝혔지만 앞에는 장애물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조계종 내 비주류에선 간선제로 치러지는 총무원장 선거가 기존 집행부와 중앙종회, 교구본사 주지스님 등 기득권 세력에 유리하다며 직선제 전환과 권한 분산을 요구해왔다. 

이들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 조계종 개혁과 통합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무교, 종교 인구 앞질러
탈종교화? 불신만 커져

앞서 조계종 집행부가 발칵 뒤집히기 전 미투 문제도 불거졌다. 해인사 현응스님의 성추행 의혹이 방송을 통해 드러나면서 불교계에도 미투 바람이 부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 여성은 미투 게시판에 현응스님이 술을 마신 뒤 자신을 모텔로 데려가 성추행 했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은 2005년 해인사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을 무렵 현응스님과 드라이브를 했고 이 과정서 스님이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술집으로 데려갔다가 모텔로 갔다는 것. 현응스님은 이 같은 의혹이 자신을 음해하기 위해 나온 것이라며 사실로 밝혀지면 승복을 벗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천주교는 3대 종교 중 신자 수가 가장 적지만 가장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지난해 1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조사한 여론조사서 천주교는 32.9%를 받아 가장 신뢰받는 종교로 뽑혔다. 불교(22.1%)와 개신교(18.9%) 순이었다.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가 2015년에 조사한 자료서도 천주교는 39.8%로 가장 높은 신뢰도를 보였다. 불교는 32.8%, 개신교는 10.2%에 그쳤다.
 

하지만 종교계 미투 바람에 천주교는 많은 타격을 입었다. 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2월 한 천주교 여성 신도는 현직 신부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고 폭로했다. 

천주교 수원교구는 해당 신부가 의혹에 대해 상당 부분 인정함에 따라 중징계를 결정하고 정직 처분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으로 해외 선교 봉사활동을 했던 해당 신부는 단체서도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교구서도 한 신부가 여학생에게 성폭력을 시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교구장이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 해당 신부는 “사과하고 싶다”며 성추행 의혹에 대해 인정했다.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해당 신부를 정직 처분하고 “교회공동체 여러분들이 겪었을 황망함과 배신감에 무한한 책임감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결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신부의 성폭행 시도에 공개 사과했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기자회견서 “성폭력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물론, 이번 사태로 인해 교회의 사제들에게 큰 실망과 분노를 금치 못하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사제 교육의 미흡과 관리 소홀에 대해 큰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제들의 성범죄에 대한 제보 사실 여부를 철저히 확인해 교회법과 사회법 규정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할 것”이라며 “사제 관리 제도의 보완과 개혁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 대응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대책을 발표했다.

앞서 한국행정연구원은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에 의뢰, ‘2017년 사회통합실태조사-신뢰 부문’ 결과를 지난 4월 발표했다. 지난해 9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전국 만 19∼69세 남녀 8000명을 면접 조사한 결과다.

특정 종교가 아닌 종교기관으로 뭉뚱그려 신뢰도 조사를 한 결과,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40.9%였다. 전년도 조사에 비해 4.2%p 떨어진 수치다. 최근 5년간 추이와 비교해도 완연한 하락세다.

종교계 미투
천주교 타격

연령대별로는 20대서 33.6%로 최저였다. 30대는 39%, 40대는 42.8%, 50대는 44.4%, 60대는 44.7%로 젊을수록 종교에 대한 불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7개 주요 기관별 신뢰도를 비교해도, 종교기관은 의료기관(58%), 금융기관(52%), 군대(43%)에 이어 10위에 그쳤다.

해당 조사가 이뤄진 이후 종교계서 미투 운동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된 만큼 종교기관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낮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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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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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