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3대 종교 막전막후

교회·절·성당… 믿을 곳 하나 없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종교 인구가 갈수록 줄고 있다. 국내 3대 종교로 불리는 개신교, 불교, 천주교에 대한 불신은 커져만 간다. 종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덕성을 중시하는 종교계서 속세보다 더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일요시사>가 혼돈의 종교계를 들여다봤다.
 

최근 종교계가 시끄럽다. 어느 한 종교만의 일이 아니다. 사상 초유의 일들이 종교를 막론하고 일어나고 있다. 피해는 신자들에게 돌아온다. 마음의 안정을 얻기 위해 종교를 찾은 사람들은 안팎에서 불거지는 논란과 의혹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종교계에서는 떠나는 신자를 잡기 위해 개혁을 외치지만 요원한 상황이다.

연이은 사건
말로만 개혁

2016년 12월 통계청은 2015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눈길을 끈 부분은 종교계다. 개신교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불교 인구를 추월하는 등 두드러진 변화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2015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 개신교 인구는 967만6000명(19.7%), 불교 761만9000명(15.5%), 천주교 389만명(7.9%) 순으로 나타났다. 1985년 인구주택총조사서 종교를 조사한 이후 처음으로 개신교 인구가 불교를 넘어섰다.

종교계는 종교 인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10년 새 신자 수가 300만명 가까이 감소한 불교계에서는 조사 방법을 문제 삼기도 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신자 수가 늘어난 개신교나 감소한 불교, 천주교 모두 전체적으로는 종교 인구 감소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3대 종교의 신자 수 변화와는 상관없이 큰 파이가 줄어든 것이다.


2015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교가 없다고 응답한 국내 인구 비율은 56.1%에 달했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종교가 없다’고 답한 셈이다. 국내서 종교가 없다고 답한 사람의 수가 있다고 답한 수를 추월한 것은 통계청이 종교 유무를 조사한 1985년 이후 최초다.

비자금 의혹에 미투 지목
땅에 떨어진 신뢰 어쩌나

종교 인구의 감소 원인으로는 탈종교화가 꼽힌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이미 탈종교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종교에 기대는 성향이 줄어들면서 종교 인구가 자연스레 감소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종교인에 대한 실망이 종교를 떠나는 방향으로 표출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 최근 3대 종교계는 말 그대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특정 종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종교를 넘나들며 각종 논란과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여기에 논란과 의혹의 중심에 종교인이 지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충격은 배가 되고 있다. 
 

‘우리 목사님, 우리 스님, 우리 신부님’ 하면서 믿음을 보냈던 신자들은 더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개신교는 MBC <PD수첩>서 명성교회 세습 논란과 800억원대 비자금 의혹을 보도하면서 발칵 뒤집혔다. 명성교회 세습 논란은 이미 지난해부터 교계를 뒤흔든 사안이지만 이날 방송을 통해 천문학적 액수의 비자금 의혹이 나오면서 더 시끄러워진 모양새다.

명성교회 재정담당 장로가 자살하면서 윤곽을 드러낸 돈의 사용내역을 자살한 장로와 김삼환 목사만이 알고 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이 과정서 해외 선교 중 외화를 밀반입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나왔다.


명성교회서 소유한 부동산의 가격의 1600억원대에 이른다는 취재 결과도 공개됐다. 신자 수 10만명, 1년에 모이는 헌금 400억원대 대형교회의 민낯이 낱낱이 공개된 순간이었다.

세습, 비자금
명성교회 논란

김삼환 목사가 아들 김하나 목사에게 명성교회 담임목사 자리를 넘겨준 것도 이 같은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방송에 출연한 한 교인은 김삼환 목사가 김하나 목사에게 담임목사 자리뿐만 아니라 교회 재정도 물려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성교회는 방송 이후 공식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걸고 해당 내용에 대해 반박했다. 명성교회 측은 <PD수첩> 방송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교회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를 해 교회와 교인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800억원의 적립 재정 전액이 교회 명의 통장으로 관리돼왔고, 다양한 선교활동과 미래선교 프로젝트 등에 사용할 방침”이라며 비자금이 저축 재정이라고 반박했다.

세습 논란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명성교회 측은 “(세습 논란은) 공적 절차를 거친 후임자 청빙을 편파적으로 왜곡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방송에서는) 원로목사가 사유화한 재산인 것처럼 왜곡했지만, 사택 외에는 다양한 선교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부동산”이라며 1600억원 상당의 부동산 보도에 대해서도 반론을 내세웠다. 

명성교회 측에서 <PD수첩> 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인기아이돌 그룹 멤버의 아버지로 알려진 한 목사가 사기 혐의에 이어 여신도를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가요계에 따르면 원더걸스 멤버 예은과 예은의 아버지인 복음과경제연구소 박○○ 목사는 지난 3월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사기 혐의로 피소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최근 예은과 부친 박 목사의 사기 혐의에 대해, 박 목사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개신교 목사의 성추행 논란은 시사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일 만큼 자주 일어났다. 특히 지난 1월 미국발 미투 운동이 국내에 상륙하면서 교계도 논란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3월에는 반민운동가로 알려진 부산의 한 목사가 미투 폭로로 성추행 정황이 드러나자 이를 인정하고 SNS에 사과글을 올린 일도 있었다.

해당 목사는 사과문서 “피해자가 용기를 내 고백한 고발의 내용에는 변명할 여지없이 채찍으로 받아들인다”며 “당일 즉시 두 차례 사과의 의사를 메시지로 보냈습니다마는, 피해자의 심정은 상처로 인해 더욱 고통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갑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순간의 충동 하나 못 다스리는 부끄러운 행동은 피해자에게 지난 2년은 물론 평생 생채기로 남게 했다”며 “다시 한 번 무엇보다도 피해자에게 용서를 빌어 사죄를 간청한다”고 밝혔다.


논란과 의혹이 자주 일어나다 보니 개신교의 신뢰도는 10여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3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2017년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신교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0.2%에 그쳤다.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51.2%에 달했다.
 

지난해 1월20∼21일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서 소통(38.7%), 사회 통합(33.3%) 등 긍정적 평가는 40%를 밑돌았다. 한국교회가 신뢰받기 위한 개선점으로는 ‘불투명한 재정사용’(26.1%)이 1순위로 꼽혔다. ‘타 종교에 대한 태도’(21.9%), ‘교회 지도자의 삶’(17.2%)이 뒤를 이었다.

집행부 발칵
위기의 조계종

불교도 시끄러운 건 매한가지다. 최근에는 조계종 살림을 총괄하는 총무원장이 탄핵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선거를 통해 새로운 총무원장을 선출했지만 개혁을 원하는 단체들은 반대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숨겨놓은 아내와 딸(은처자) 의혹, 사유재산 은닉 의혹, 학력위조 등 고위직 승려를 둘러싼 논란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운 일들이 연이어 불거졌다.

설정스님에 대한 논란은 총무원장 선거 당시부터 나왔다. 설정스님의 상대 후보들과 시민단체는 여러 의혹에 대한 스님의 해명을 요구했지만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설정스님이 총무원장에 선출된 이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방송을 통해 의혹이 전면에 드러났지만 설정스님의 명확한 입장 발표는 끝내 없었다. 불신임 결의안 가결 이후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나는 자리서도 설정스님은 여러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설정스님을 둘러싼 의혹은 개혁을 원하는 쪽과 현상 유지를 원하는 쪽으로 불교계를 쪼갰다. 이 같은 상황은 87세 설조스님이 조계종 적폐청산을 외치며 폭염 속에서 단식을 진행하면서 가속화됐다. 설조스님은 가마솥더위 속에서 40일 넘게 곡기를 끊었다. 

설조스님의 단식이 길어지면서 불교개혁을 외치는 시민단체들이 합류했고, 설정스님에 대한 퇴진 요구가 거세졌다.

제36대 총무원장으로 공식 취임한 원행스님도 갈 길이 멀다. 지난 2일 조계종 최고의결기구인 원로회의에서 인준을 받아 총무원장으로 확정됐지만 여전히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선거 과정서 후보로 함께 출마했던 스님들이 선거 방식 등을 문제 삼아 집단 사퇴하면서 원행스님은 단독 후보로 선거를 치렀다.

원행스님은 원로회의 인준 이후 “종단을 잘 이끌겠다”는 소감을 밝혔지만 앞에는 장애물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조계종 내 비주류에선 간선제로 치러지는 총무원장 선거가 기존 집행부와 중앙종회, 교구본사 주지스님 등 기득권 세력에 유리하다며 직선제 전환과 권한 분산을 요구해왔다. 

이들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 조계종 개혁과 통합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무교, 종교 인구 앞질러
탈종교화? 불신만 커져

앞서 조계종 집행부가 발칵 뒤집히기 전 미투 문제도 불거졌다. 해인사 현응스님의 성추행 의혹이 방송을 통해 드러나면서 불교계에도 미투 바람이 부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 여성은 미투 게시판에 현응스님이 술을 마신 뒤 자신을 모텔로 데려가 성추행 했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은 2005년 해인사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을 무렵 현응스님과 드라이브를 했고 이 과정서 스님이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술집으로 데려갔다가 모텔로 갔다는 것. 현응스님은 이 같은 의혹이 자신을 음해하기 위해 나온 것이라며 사실로 밝혀지면 승복을 벗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천주교는 3대 종교 중 신자 수가 가장 적지만 가장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지난해 1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조사한 여론조사서 천주교는 32.9%를 받아 가장 신뢰받는 종교로 뽑혔다. 불교(22.1%)와 개신교(18.9%) 순이었다.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가 2015년에 조사한 자료서도 천주교는 39.8%로 가장 높은 신뢰도를 보였다. 불교는 32.8%, 개신교는 10.2%에 그쳤다.
 

하지만 종교계 미투 바람에 천주교는 많은 타격을 입었다. 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2월 한 천주교 여성 신도는 현직 신부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고 폭로했다. 

천주교 수원교구는 해당 신부가 의혹에 대해 상당 부분 인정함에 따라 중징계를 결정하고 정직 처분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으로 해외 선교 봉사활동을 했던 해당 신부는 단체서도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교구서도 한 신부가 여학생에게 성폭력을 시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교구장이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 해당 신부는 “사과하고 싶다”며 성추행 의혹에 대해 인정했다.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해당 신부를 정직 처분하고 “교회공동체 여러분들이 겪었을 황망함과 배신감에 무한한 책임감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결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신부의 성폭행 시도에 공개 사과했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기자회견서 “성폭력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물론, 이번 사태로 인해 교회의 사제들에게 큰 실망과 분노를 금치 못하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사제 교육의 미흡과 관리 소홀에 대해 큰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제들의 성범죄에 대한 제보 사실 여부를 철저히 확인해 교회법과 사회법 규정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할 것”이라며 “사제 관리 제도의 보완과 개혁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 대응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대책을 발표했다.

앞서 한국행정연구원은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에 의뢰, ‘2017년 사회통합실태조사-신뢰 부문’ 결과를 지난 4월 발표했다. 지난해 9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전국 만 19∼69세 남녀 8000명을 면접 조사한 결과다.

특정 종교가 아닌 종교기관으로 뭉뚱그려 신뢰도 조사를 한 결과,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40.9%였다. 전년도 조사에 비해 4.2%p 떨어진 수치다. 최근 5년간 추이와 비교해도 완연한 하락세다.

종교계 미투
천주교 타격

연령대별로는 20대서 33.6%로 최저였다. 30대는 39%, 40대는 42.8%, 50대는 44.4%, 60대는 44.7%로 젊을수록 종교에 대한 불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7개 주요 기관별 신뢰도를 비교해도, 종교기관은 의료기관(58%), 금융기관(52%), 군대(43%)에 이어 10위에 그쳤다.

해당 조사가 이뤄진 이후 종교계서 미투 운동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된 만큼 종교기관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낮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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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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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