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남북정상회담> 4대 그룹 대북투자 로드맵

수조 돈보따리 푼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3차 남북정상회담이 끝났다. 2박3일간의 일정을 숨가쁘게 소화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길에 동행한 4대그룹 수장들이었다. 이들의 방북에 재계의 관심이 쏠렸다. 이들의 선택에 따라 남북 경협의 큰 그림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4대기업 투자 로드맵을 확인했다.
 

지난달 20일,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수행원들이 2박3일간의 방북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4대그룹 경영인이 방북 명단에 포함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이 특별수행원으로 동행했다.

청 러브콜 
속속 화답

4대그룹의 총수 및 경영인이 포함된 것은 청와대의 적극적인 요청에 의해서였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서울 중구 서울프레스센터서 브리핑 후 취재진과 질의응답서 “이번 방북 수행단은 전적으로 우리 정부가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인들의 참여는 남북관계의 장래와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경제인들이 북한을 방문한 것은 단지 이번뿐만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서 러브콜을 한 것으로 드러나자 향후 이들 4대 기업의 대북 투자 로드맵에 눈길이 쏠리고 있는 분위기다.


이번 정상회담에는 좀 더 구체화된 남북경제협력 관련 로드맵이 나왔다는 점에서 4대그룹 경영인의 방북이 의미를 더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의 사업 재개, 동서 철도와 도로 건설 착공식 등이 공동선언에 포함됐다.

방북길에 동행한 총수들은 말을 아꼈다. 다만 최태원 회장은 방북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양묘장부터 학교까지 여러 가지를 보고 왔는데 그 안에서 많은 기회가 있을 수 있을 것”이라며 “어떤 협력을 통해 한반도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향후 이들 기업이 내놓는 투자 보따리에 눈길이 쏠리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달 20일 서울로 복귀한 이후 태평로 본사를 찾아 삼성 주요 경영진과 방북성과 및 향후 대북 사업에 대한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심스런 분위기…큰그림 구상 들어가
건설·통신·바이오·철도 등 주도 예상

삼성그룹의 경우 총수가 북한을 방문한 것은 이재용 부회장이 처음이었다. 따라서 삼성의 투자가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2000년과 2007년 개최된 1·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방북길에 오른 사람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대신한 윤종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었다. 삼성은 1999∼2010년 브라운관, 전화기, 라디오 등에 대한 생산을 북한에 맡기는 정도였지만 그마저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중단된 바 있다.
 

삼성은 대북 사업을 위한 움직임이 관측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삼성증권이 북한과 관련된 투자분석을 위한 북한 전담 리서치팀을 신설했다. 북한을 전문적으로 리서치팀을 꾸린 것은 업계서 처음이었다.


삼성증권은 “북한과 관련된 지정학적 상황이 단기적 시장 테마를 넘어 국내 기업들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발전하는 초기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중장기 관점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을 제공할 수 있도록 리서치센터 내에 ‘북한투자전략팀’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대북 사업 관련해 삼성전자로 범위를 한정하면 과거 위탁 생산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삼성 그룹으로 시야를 넓히면 바이오(삼성바이오로직스), 건설(삼성물산), 조선(삼성중공업) 등으로 확대된다.

삼성물산은 북한이 대규모 부동산 개발에 들어가게 되면 대규모 투자가 가능하다. 북한의 도로, 철도 등의 대규모 인프라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수 있다.

기초부터 
다지는 삼성

삼성물산은 지난 5월 남북 경협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상무급 임원을 팀장으로 3∼4명 규모의 팀원을 구성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한건설협회의 ‘건설통일포럼’에 참여하는 등 대북 관련 투자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북한에 대한 투자가 가능하다. 지난 5월 보건복지부는 북한에 대한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대북 지원방안 TF’를 구성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입장에서는 북한 주민 건강상태와 의약품 수요가 확인되면 의약품 생산시설 건립·가동 등의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북한의 반도체 생산의 주요 광물인 희토류 개발이 본격화될 경우 반도체 공장을 북한으로 옮기는 것도 가능하다. 
 

투자 전문가 마크 모비우스 프랭클린 템플턴 이머징마켓 그룹 회장의 말을 인용한 미국 경제지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희토류 등 북한의 지하자원 규모가 약 7조달러(8000조원)를 넘는 규모다.

SK의 경우 4대 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대북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중론이다. 핵심은 SK계열사인 SK임업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방북 후 현장 방문 장소는 양묘장이기도 했다. 산림녹화사업은 유엔의 대북제재 대상서 제외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전망에 힘이 실린다. 이번 정상회담 이전부터 북한은 이 분야의 협력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SK 회장도 남북경협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계열사 SK임업을 통한 산림녹화사업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크다.  


철도 사업 
기대되는 현차

이 외에도 주력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대북투자가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 최태원 회장은 방북 첫날 북한의 경제 실세로 알려진 리용남 내각부총리와의 미팅서 “에너지와 통신, 반도체 분야를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따라서 이들 사업을 맡고 있는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의 계열사가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지 주목되고 있다.

실제 SK텔레콤은 남북협력기획팀을 구성하고 대북 투자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서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모바일퍼스트’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회장에 취임한 이후 정상회담으로 공개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구광모 LG 회장은 방북일정을 마무리한 직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로 출근해 임원들에게 방북 성과를 전하고 향후 행보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사업을 하고 있는 LG그룹 역시 통신 인프라 구축사업에 투자가 예상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태스크포스(TF)팀을 북한 투자에 시동을 걸었다. 


LG의 경우 범LG가와의 협력을 통해 대북 투자를 할 수도 있다. 방북길에 오르기전 구광모 LG 회장은 범LG가인 LS그룹을 찾았다. 
 

지난달 17일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이날 오전 LS그룹 안양 사옥을 방문했다. 안양 사옥에는 LS전선, LS산전 등 주력 계열사들이 입주해 있다.

지난 6월 대표이사에 오른 구 회장은 LS그룹을 찾아 집안 어른들에게 안부를 묻는 모습이었다. 구자열 LS 회장과 구자엽 LS전선 회장, 구자균 LS산전 회장 모두 구광모 회장의 재종조부(할아버지 형제)다.

협력 통해 한반도 발전 도움
청와대 특별요청에 ‘베팅’

특히 LS는 남북경협의 핵심 수혜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어 남북 정상회담으로 논의가 사옥 방분 목적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LS그룹은 전력·통신 인프라와 철도, 가스 등 기간산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그룹의 경우 철도 사업 등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남북을 잇는 철도를 건설하기 위해 전동차와 고속전철을 비롯한 철도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현대로템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남북철도(TKR)를 시베리아횡단철도(TSR)과 연결하면 부산서 베를린까지 철도를 통한 운송이 가능해질수 있도록 남북철도연결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남북철도연결 사업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남북정상회담 첫째 날인 지난달 18일 4대 그룹 총수를 비롯한 주요 경제인들이 포함된 특별수행단과 북한 경제 사령탑인 리용남 내각부총리와의 면담 자리서도 남북 철도 연결 필요성이 언급됐다. 

이 자리서 오영식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처음 오는데 비행기를 타고 평양에 왔다. 철도공사 사장이 기차를 타고 와야 한다”며 “앞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한반도 평화가 정착돼 철도도 연결됐으면 좋겠다. 지난 4·27 남북 정상회담 간의 합의를 추진함으로써 철도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만드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리 내각부총리는 “현재 우리 북남관계 중에서 철도협력이 제일 중요하고 제일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며 “앞으로 1년에 몇 번씩 와야 할 것”이라고 화답한 바 있다.

정부는 지난달 11일,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비용 추계를 내년 한 해 치만 제출했다.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내년도 예산 4712억원 가운데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사업에 2951억원이 배정됐다.

공식 데뷔 LG
SK는 어디에?

재계의 한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에 경제사절단으로 참석한 기업 총수들이 향후 대북 투자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며 “당장 투자계획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방북으로 투자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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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