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칵’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무슨 일이…

성희롱 사주에 가려진 부천시 속내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경기도 부천시는 일찍부터 ‘만화 도시’를 목표로 다양한 사업에 투자해왔다. 그 결과 부천은 만화 영역서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다. 그 중심에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있다. 진흥원은 만화계와 부천시가 만화 발전을 위해 협치하는 무대. 최근 진흥원이 안팎의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하 진흥원)은 한국만화산업을 육성, 발전시키고 국제경쟁력을 키워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1998년 부천만화정보센터로 시작, 2001년 사단법인으로 출범했다가 2006년 재단법인화됐다가 2009년에 현재의 명칭으로 바뀌었다. 주무부서는 부천시 만화애니과로, 진흥원의 지도·감독을 맡고 있다.

연이은 문제
진흥원 시끌

최근 진흥원은 혼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안○○ 전 원장은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지난 8월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났다. 지난 8월15일부터 19일까지 열린 부천국제만화축제가 ‘역대급 성공’이라는 호평을 받고 폐막한 직후였다. 

언론서 안 전 원장과 진흥원 간부 김○○ 본부장에 대한 여러 의혹을 보도했다. 앞서 7월에는 진흥원 내부 보안문서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천시는 진흥원에 대한 특별감사에 돌입했다. 겉으로 보기엔 진흥원의 내홍에 부천시가 감사를 통해 개입한 모양새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진흥원 내부 사정에 밝은 만화계 관계자 역시 언론이나 감사 등을 통해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보다 더 깊은 속사정이 있다고 했다.


안 전 원장은 진흥원 사임 이후 쏟아진 여러 의혹에 대해 줄곧 침묵을 지키다 지난달 20일 처음 언론을 상대로 속내를 밝혔다. 안 전 원장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정한 상태였다. 

그는 “진흥원 원장으로 일하는 동안 마음고생이 너무 심했다. 조용히 물러나고 싶었지만 근거 없는 소문과 악의적인 공격이 계속돼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 원장 9개월 만에 사임 왜?
문서유출·성희롱 사주 터져

이 과정서 만화계는 물론 진흥원과 부천시를 발칵 뒤집어놓은 ‘성희롱 사주’ 녹취파일이 공개됐다. 녹취파일에는 최○○ 전 부천시 만화애니과 과장이 김 본부장에게 ‘안 전 원장이 술자리에서 성희롱 발언을 하면 그 내용을 녹취해 오라’고 사주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최 전 과장은 진흥원 노조와 관련 협회·단체서 파면을 요구했지만 현재 약대동장으로 전보조치된 상황이다. 

안 전 원장은 최 전 과장을 통신비밀보호법위반 미수,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안 전 원장은 “다른 것은 바라지 않는다. 그저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싶을 뿐”이라고 전했다. 법정 공방으로 치달을 듯했던 사태는 최 전 과장의 사과로 봉합 수순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안 전 원장에 따르면 최 전 과장은 지난달 27일 성희롱 녹취 사주 건과 안 전 원장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뜻을 담은 공식사과문을 전달했다. 또 성희롱 녹취 사주 건과 관련해 언론에 해명하는 과정서 나온 발언은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최 전 과장은 성희롱 녹취 사주 건이 불거진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서 “안 전 원장이 성추행을 저지른다는 제보가 많아 녹취를 사주했다”는 뉘앙스로 발언한 바 있다.

성희롱 사주?
전 원장 고소

문제는 일련의 사태를 단순히 시 관계자 개인의 일탈로 보고 사과문으로 덮기엔 본질은 따로 있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단순히 안 전 원장과 김 본부장을 쫓아내기 위해 일어났다고 보진 않는다”며 “넓게 보면 만화애니과서 진흥원을 장악하고 나아가 없애기 위한 시도의 첫 단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체 조사, 징계위원회 등에서 마무리된 사건이 계속해서 확대·재생산된 것도 그 일환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김 본부장의 논문 비위 의혹 건은 징계위원회서 징계 논의 자체가 기각된 사안이지만 최근까지도 언론 보도가 계속됐다. 앞서 김 본부장이 석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서 특정 교수에게 연구용역 책임연구원을 맡겼고, 그 연구용역 결과를 멋대로 사용했다는 내용의 투서가 국민권익위로 들어갔다.

조사를 진행한 부천시 감사실은 김 본부장이 ‘부작위 의무’를 위반했다며 진흥원에 경징계를 권고했다. 김 본부장이 진흥원 예산으로 진행된 연구용역 결과를 원장에게 보고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사용한 것이 부작위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당시 연구용역 결과를 2차 분석해 논문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징계위원회에 참석했던 관계자는 “(김 본부장은)메타데이터의 일부를 가지고 수도권 지역에 있는 작가들의 만족도 조사를 진행했다. 때문에 메타데이터 결과와 논문 결과는 완전히 다르다”며 “(원장에게) 보고를 하지 않았을 뿐 출처 표기도 전부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진흥원 간부의 논문 사건으로 시끄럽던 사이 진흥원 내부의 또 다른 사건은 형사고발 조치까지 이뤄졌지만 상대적으로 조용히 묻혔다. 진흥원 내부 보안문서가 유출된 사건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다른 사안보다 더욱 심각한 사건이지만 경찰 조사부터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문서유출 사건이 지금 상황의 ‘스모킹 건’이 됐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 최○○ 차장은 카카오톡을 통해 김 본부장에게 특정 문서를 보냈다. 김 본부장의 논문 비위 의혹과 관련한 징계위원회 개최 건의에 필요한 문서였다. 해당 문서에는 김 본부장과 관련 인물들의 개인정보가 담겨 있었다. 최 차장은 해당 문서를 다른 사람에게 보내려다 김 본부장에게 잘못 보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날은 진흥원 이사회가 있던 날로, 이사회에 참석했던 진흥원 관계자들은 저녁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최 차장이 보낸 문서를 받은 김 본부장은 그 자리서 즉각 문제를 제기했다. 최 차장은 호기심에 문서를 다운로드 받았고 개인 비밀번호를 쳤더니 문서가 열려 김 본부장에게 보고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만화축제 성공 직후 감사
원장 표적으로 감사 진행?

진흥원은 규정에 따라 최 차장을 형사고발했다.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 불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진흥원서 최 차장의 동의하에 컴퓨터를 압수수색해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한 결과, 석연치 않은 점이 드러났다. 

진흥원 관계자에 따르면 보안문서는 기안자와 결재자가 비밀번호를 넣어야만 확인이 가능하다. 또 문서를 열어보거나 다운로드 받으면 반드시 기록이 남는다.

하지만 최 차장의 컴퓨터에는 문제의 보안문서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시 말해 최 차장의 휴대폰서 김 본부장의 휴대폰으로 문서가 옮겨간 흔적만 있을 뿐 컴퓨터에는 해당 문서와 관련한 아무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현재 경찰은 검찰의 지시로 해당 사건에 대해 재수사 중이다.

만화계 관계자는 “이 건(문서유출)을 덮기 위해 안 전 원장에 대한 음해성 소문, 이미 경징계로 결론난 김 본부장의 논문 비위 의혹 등 수많은 논란을 끌고 왔다는 말이 진흥원 내부에 파다하다”며 “하지만 부천시 특별감사서도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다루지 않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최 전 과장의 성희롱 녹취 사주 건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보안문서 유출
“보고하려 했다”

진흥원 관계자는 “문서유출 사건이 터지고 이상하게 보안문서 유출 행위 자체보다 문서 내용, 진흥원의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며 “최 차장이 보안문서를 어떤 경로로 취득했는지, 누구에게 보내려 했는지 등의 본질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문서유출 건은 부천시가 진흥원 행정에 과도하게 개입하려다 실수가 나온 경우로 보인다”며 “이 같은 개입 시도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2016년 만화애니과가 신설된 이후 사사건건 진흥원과 대립이 있었다는 말이 나왔다. 이전까지는 만화팀서 진흥원을 지도·감독했다. 진흥원은 운영 방식이 여타 출연기관과는 달리 독특한 구조를 띤다. 

이사장을 비롯, 이사회의 절반이 만화가로 구성돼있다. 이 때문에 특정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만화가들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부천시에서 진흥원을 쉽게 좌지우지 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부천시의 개입 시도가 없던 건 아니라는 게 진흥원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현재 진행 중인 부천시 특별감사만 해도 부천시의 진흥원 장악 시도라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부천시가 진흥원 특별감사에 나선 날짜는 지난 8월22일로, 만화축제 폐막 3일 후였다. 시의회 행정사무감사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전격적으로 진행된 특별감사였다.

특별감사에 들어가기까지 절차 역시 문제로 떠올랐다. <시사저널>에 따르면 특별감사실시계획서의 발신자는 진흥원 감사에서 부천시장으로 한 차례 바뀌었고, 결국 바뀐 계획서에 따라 감사가 시작됐다. 

부천시는 문서유출 등으로 뒤숭숭한 진흥원 내부 기강 확립 차원서 감사를 진행한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부천시의 해명과는 달리 석연치 않은 착수 절차와 시기 등의 문제로 이번 특별감사가 안 전 원장을 찍어내기 위한 표적 감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 전 원장은 “취임 직후 인사발령 과정서 김 본부장을 그 자리에 앉히고부터 부천시와의 관계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며 “시의원, 시 관계자 등에게 인사 관련 전화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뿐만 아니라 안 전 원장이 취임 직후 조직 개편을 시도했지만 무산된 사례도 있었다. 안 전 원장은 원장 고유의 인사권을 침해당했다는 입장이다.

특별감사는 여전히 진행 중(지난달 27일 기준)에 있다. 

부천시 감사실 관계자는 “진행 중인 감사 내용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 없다”며 “감사가 언제 끝날 지에 대해서도 확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진흥원 관계자는 “부천시는 특별감사를 통해 조직 기강을 확립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직원들은 지나치게 길게 이어지는 감사에 더 지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안 전 원장의 사임 직후 특별감사 진행 기간 중에 부천시 문화국 김○○ 국장과 최 전 과장이 김동화 이사장을 찾아가 진흥원 예산을 만화애니과서 직접 다루고 싶다는 입장을 전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 이사장은 “만화애니과서 진흥원을 국가기관화 하려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시가 진흥원 운영이 부담이 돼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며 “하지만 최 전 과장이 나를 찾아와 예산 문제를 말했을 땐 ‘욕심을 부리는 구나’라고 생각해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만화가 얼마나 어렵게 이만큼까지 성장했는데, 일개 과장의 행동으로 만화계 전체가 뒤흔들리고 있다”며 “분명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5월에는 진흥원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례를 개정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지난달 13일에는 역시 진흥원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부천시서 제출한 조례개정안이 상정됐다. 부천시의회 재정문화위원회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설치 및 운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에 대해 만장일치로 부결 처리했다.

개정안에는 “시장은 필요한 경우 진흥원의 경영상황이나 관련 업무를 보고하게 할 수 있으며, 진흥원은 법령이나 조례에 명시된 사항에 대해 사전에 주무부서와 문서 또는 구두로 협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진흥원 관계자는 “앞서 오○○ 원장 시절에도 정관을 바꿔 진흥원의 법적 대표 지위를 이사장서 원장으로 교체하려는 안건이 이사회에 올라오기도 했다”며 “만화계가 중심을 지키고 있는 현행 진흥원 구조를 깨려는 시도는 꾸준히 있어왔다”고 설명했다.

시의 장악 시도?
“꾸준히 있었다”

한 문화계 관계자는 “지도·감독의 미명하에 지자체서 독립된 공공기관을 지나치게 통제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현실이 제2의 진흥원 사태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공기관이 법에서 정한 정당한 자율권을 보장 받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문화예술분야의 공공기관 자율권 침해는 블랙리스트 탄압보다 더 엄중한 사안”이라며 “문화예술분야의 창의성은 자율성이 근본이 되어야만 발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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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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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