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교사 성폭력 실태

“선생님 그만 좀 만지세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상반기를 뜨겁게 달군 미투 운동이 학교로 확산되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이 겪은 성폭력 경험을 SNS를 이용해 폭로 중이다. 이른바 ‘스쿨 미투’의 등장이다.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학교서 학교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미국서 넘어온 미투(#Me Too) 운동은 지난 1월 국내에 상륙해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법조계가 들썩였고, 문화예술계는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됐다. 정치권 역시 미투 바람을 피해갈 수 없었다. 유명 배우와 감독 등에 대한 폭로가 줄이어 나오면서 방송 연예계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폭로 줄이어

반면 학교는 미투 운동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자신의 신상정보를 모두 공개하고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고백하는 미투 운동의 성격상 학생들이 전면에 나서기가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들어 SNS를 통해 학교 내에서 일어난 성폭력 문제를 고발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SNS 중에서도 특히 트위터가 주무대로 떠올랐다. 트위터는 이름이나 휴대폰 번호 등 개인 신상정보를 등록해야 이용할 수 있는 다른 SNS에 비해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특징이 있다. 학생들은 해시태그(#스쿨 미투)를 달고 교내서 일어난 성폭력 사태를 고발 중이다. 

교사의 성희롱 발언, 부적절한 신체 접촉 등 성폭력 사례가 쏟아지자 학교는 발칵 뒤집어졌다.


스쿨 미투의 첫 시작은 충북여중이었다. 충북여중 학생들은 지난 7일, 트위터 계정을 열고 익명의 제보를 받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충북여중 축제서 댄스 동아리 학생들을 촬영한 남성에 반발해 남긴 140자 남짓한 글이 도화선이 됐다.

트위터 ‘스쿨 미투’ 확산
교내 성폭력 사례 쏟아져

해당 글을 남긴 학생은 “학교에선 단순히 우리가 이번 불법촬영으로 이 계정을 만든 줄 안다. 여중에 와서 가장 기대한 것은 남자애들의 지긋지긋함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불행히도 교사라는 작자가 온갖 성희롱, 성추행, 코르셋을 힘껏 잡아당기고 있었고, 기성세대의 잘못된 관습을 되풀이하고 있었다”고 적었다. 

해당 글은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불길은 충북여중과 같은 사학 내 청주여상, 충북여고 등으로 번졌다. 그리고 이내 전국으로 확산됐다. 9월 들어 스쿨 미투 폭로는 전국 40여곳의 학교서 이뤄지고 있다. “옷 벗으면 수행평가 만점” “얼굴만 보고도 몸무게를 맞출 수 있다” 등 교사들의 성희롱 발언에 상처받은 학생들의 용기 있는 고백이 이어졌다.

대전에서는 모 고교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교사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희롱 피해를 당했다고 폭로했다. 학생들에 따르면 이 학교 교사들은 “여자의 몸은 이래야 한다” “생리한다는 말은 추하다” “화장을 떡칠하고 시간당 얼마 받느냐” “성범죄는 여성의 옷차림이 원인” 등의 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폭로가 나오자 졸업생들도 “우리 때와 변한 게 없다”며 재학생들의 행동에 힘을 실었다. 학생들의 언어 성폭력 피해 사례가 잇따르자 학교 측은 학생 전수를 조사했고 가해 혐의를 받은 교사들은 지난 10일 학교 강당서 학생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스쿨 미투 대응 대전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18일 오전 대전시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문제에 대해 거론했다. 이들은 “대전 스쿨 미투와 관련해 대전시 교육청은 2차 피해가 없도록 하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위원회는 학교 측의 자체 조사와 가해 교사의 사과가, 문제가 확산됨과 동시에 급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피해자 의견을 듣고 가해 교사들의 반성과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강원도 태백에서는 한 특수학교 교사가 여러 해에 걸쳐 장애 학생을 성폭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역사회가 충격에 휩싸인 일이 있었다. 문제의 교사는 지적 장애가 있는 여학생 2명을 교실과 체육관 등에서 수차례 성폭행하고 또 다른 제자 1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 과정서 해당 학교의 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교장은 피해 학생 학부모들의 성명서 발표 후 책임지고 사퇴하겠다며 무릎을 꿇고 사죄하기도 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교육부는 지난 7월 전국 175개 특수학교를 대상으로 성폭력 등 장애학생 인권침해 실태를 전수조사 하겠다고 나섰다. 

이한우 교육부 특수교육정책과장은 “일명 ‘도가니’ 사건 이후 장애학생 인권보호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사안이 발생하면서 재발 방지 대책을 조속히 강구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전했다.

광주서도 기간제 교사가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과 강제로 성관계를 한 혐의를 받았다. 원룸, 숙박업소, 차량 등지서 제자를 수차례 성폭행하거나 미수에 그친 혐의다. 여제자의 저항에도 성관계 장면을 촬영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교사는 강압적인 성관계가 아니라 애정 관계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에서 학교로 전파
가해 교사 구속되기도

광주에선 제자들을 상대로 성추행, 성희롱을 자행한 교사 두 명이 구속된 일이 일어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교사는 올해 3학년 학생들이 입학한 2016년부터 최근까지 제자들을 추행하거나 희롱해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한 혐의를 받았다.

두 교사는 피해 학생 조사 과정서 성추행, 성희롱 가해자로 가장 많이 지목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시교육청 전수 조사에서 성희롱, 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한 학생은 180여명에 달했다. 

경찰은 이들 학생을 대상으로 피해 진술을 확보, 교사 19명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학생을 상대로 한 교사들의 성추행, 성폭력 건수는 최근 5년간 3배로 늘었다. 하지만 5명 중 1명이 경징계일 정도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교육부를 통해 받은 ‘최근 5년간 전국 초중고 성비위 교원 징계처분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성비위로 징계를 받은 교원은 494명이었다.
 


공립학교 교원이 356건, 사립이 138건이었다. 고등학교가 234건으로 가장 많았고 초등학교 136건, 중학교 127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 중 182건(36.8%)은 교사가 학생을 상대로 성추행, 성폭력을 저질러 징계를 받은 경우다.

2013년 20건이었던 성폭력으로 인한 징계건수는 2015년 36건, 2016년 51건, 지난해 60건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182건 중 34건(18.7%)은 경징계 처분에 그쳤다. 학생을 상대로 성추행 등 성폭력을 저지른 교사에게 파면이나 해임 등의 중징계가 아닌 감봉, 견책 등 가벼운 처벌이 내려진 것이다.

솜방망이 처벌

박 의원은 “교사가 학생에게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위계관계서 발생하기 때문에 경제적, 심리적으로 취약한 가정의 청소년이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교원이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비위 행위에 대해서는 관용 없는 엄중한 처벌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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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반가운 얼굴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예민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오간다. 그래서인지 용산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연이어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휴 내내 야당이 추석 밥상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는데 국정 지지율은 내림세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은 예견된 문제였다. 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역풍 맞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묘한 거리감도 신경이 쓰인다. 꺼야 할 급한 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 추락 30%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인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첫 번째 주 29.3%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20%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 같은 수치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6.7%, ‘잘 모름’은 3.6%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7%였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의료 대란을 비롯한 물가, 당정 갈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야당이 의료 공백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면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뜻을 확고히 했다. 의료진과 대통령의 인식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 현장을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혼자서만 달나라에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중증·난치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심야 응급실을 방문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사면초가 한동훈 영부인 공천 논란까지? 상다리 휘는 야 물가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2.0%로 집계됐다. 이는 1.9%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지만 당초 지난달 물가가 높았던 탓에 국민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정부는 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썼다. ‘현금 살포’ ‘표풀리즘’이란 지적이 나와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25만원 지원법을)딱 잘라 거절했으니 이에 맞먹을 대응책을 가져와야 한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안이든 지원금이든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 167만명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추석 전 조기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민생경제 분야서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서 의결하면서 마찬가지로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추진하던 25만원 지원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을 정쟁 법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맞불을 놨다. 용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 됐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 등의 2심 선고기일이 오는 12일 예정된 만큼 이를 덮기 위한 ‘급발진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검찰은 오는 9일 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이뤄지는 증인신문에 “문 전 대통령도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시 쥔 총자루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에 대한 수사를 두고 “추석 명절 밥상에 윤석열, 김건희 대신 다른 이름을 올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혐의는 덮어주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서는 도의를 무시하는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김혜경 여사도 소환했다. 지난 5일 김 여사가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정부는 집권 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며 “검찰은 이번에도 반성은커녕 야당 대표의 배우자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탄압 수사가 검찰의 추석 기념행사냐”고 직격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추석 밥상에 올라오나 싶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이었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공천 개입 논란까지 전 방향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이 당초 컷오프된 점을 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 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이를 포함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당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씨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야당의 발목을 잡나 싶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형국이다. 용산이 코너에 몰린 상황서 여당이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의제로 판을 엎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까지 시끌벅적 하지만 ‘N번째 윤-한 갈등’이 불거진 시점서 당에 큰 기대를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합심해 추석 밥상을 차리고 싶어도 자꾸만 손발이 엇나가니 오히려 민주당만 득을 본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야당에 꽃놀이패를 직접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 한 대표가 용산과 언제 또 충돌할까 지켜보는 당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금정구서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구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김기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처럼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직은 친한(친 한동훈)계 보다 친윤(친 윤석열)계 비중이 큰 만큼 당이 갈라지진 않겠지만 60%가 넘는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갈등마저도 야당의 반찬으로 내어줬다. 용산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카드를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용산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서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윤정부 출범 이후 720일, 4·10 총선이 끝난 지 18일 만이었다. 당시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정 전환용으로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웠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온갖 리스크를 꺼내 들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냐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꽉 막힌 국회 탄핵 거부권만 도돌이표 분위기 반전시킬 영수회담 카드 꺼낼까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서 재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줄곧 대화를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 입장서도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첫 번째 영수회담처럼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오히려 용산의 실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시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만큼 대통령조차 야당 대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민주당이 “불통” “꽉 막힌 소통” 등 공격적인 논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꽁꽁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연설 후반부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자 야당 측 의석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생협의체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서 윤 대통령이 보내온 추석 선물을 거부하는 ‘선물 보이콧’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추석 선물 사진과 함께 “용산 대통령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선물을)보내시나”라고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커 수사’나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선물 보내지 마시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외교도, 장관 임명도 마음대로”라며 “(국회)개원식 불참까지 제멋대로 하더니 안 받겠다는 선물을 기어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당장 눈앞에 택배기사님 고충을 생각하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라. 참고로 대통령실 명절선물은 지역주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 말하는 등 국회 곳곳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겨도 용산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끝나면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중 교육개혁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곧 수능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에 의료개혁이 문제가 됐다면 그다음으로는 교육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교육개혁이든 의료개혁이든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개혁안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니 사방서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올해 수능은 ‘초긴장 모드’다. 지난해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계가 크게 반발한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협 당직 병원 반발 “추석에 아프면 대통령실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추석 연휴 당직병원 운영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자 “민간 의료기관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전송했다. 공지 말미에는 ‘02-800-7070’라는 연락처를 덧붙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번호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