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명장> 자양중 추성건 감독

  • 전상일 기자 jsi@apsk.co.kr
  • 등록 2018.10.01 10:32:01
  • 호수 11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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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km/h? 좋아할 일이 아니다”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 = “140km/h를 던진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에요. 오히려 더 우려하고 걱정해야할 일이죠.”
 

김서현 선수를 취재하러 왔다는 기자를 보자마자 추성건 감독이 한 이야기다. 그만큼 그는 선수의 건강에 관심이 많은 감독이다.

작년 청룡기의 영웅이자 두산 베어스의 1차지명자인 곽빈이 재학시절 동안 다칠까봐, 투수로 등판시키지 않고 포수 및 1루수만 시켰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굳이 전지훈련금지를 하지 않아도 자양중은 12∼1월 투수들이 공을 전혀 만지게 하지 않는다.

그뿐 아니다. 경기 중 선수들에게 사인을 일절 내지 않는다. 선수들이 알아서 사인을 내면 ‘OK, NO’ 표시만 해줄 뿐이다. 추 감독은 선수시절에 야생마 이상훈과 함께 서울 지역 1차지명을 양분할 정도의 타자였으나 부상으로 안타깝게 은퇴를 결정해야 했다. 본인의 전철을 내 아이들에게는 결코 밟게 하지 않겠다는 강한 일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언제 자양중에 부임했나?

▲6년 정도 된 것 같다.


-현역 시절이 궁금하다.

▲OB 베어스서 시작했다. 첫해에는 적응기를 거쳐서 그럭저럭 잘 했었다. 그런데 3년차 때 서울 개막전서 손목을 크게 다쳤다. 그리고 8월 달에 발목이 분쇄골절을 당해서 수술을 무려 4번이나 했다. 똑바로 걷는 데만 1년이 걸렸으니 2년 동안은 운동장을 전혀 나가지를 못했다. 회복 후 야구장을 나갔는데 공이 안 맞더라(웃음).

-그래도 SK에 가서 잘했던 기억이 난다.

▲(손사래를 치며)잘하기는 무슨…그냥 밥값은 한 정도다. 그때는 한 경기 하고 나면 발목이 아파서 그 다음날에 못 걷겠더라. 인조잔디라고 해도 그냥 아스팔트 비슷해서 충격 흡수가 안 됐다. 그만 해야 되겠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이듬해 서울고 수석코치로 이동했다.

-중학 야구 지도자를 하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서 수석코치만 10여년을 하다 보니 중학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도 나름 보람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고서 대략 10여년 정도를 있었고, 청원고서 2년 정도 있었다.

-중학 야구는 성적 부담이 전혀 없나?


▲그건 아니다. 부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고교에 비해서는 좀 덜하다는 것뿐이다. 또한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이들의 기량향상과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기 위한 기반을 잡는 것이다. 팀 성적을 위해서 선수를 희생하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내가 야구를 하는 한 그럴 것이다.

-팀의 에이스이자 내년 시즌 주축이 될 김서현 선수를 소개해 달라.

▲장래성은 엄청나게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단 부상이 없어야 한다. 빠른공을 던진다고 해서 남들은 좋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김서현은 이제 겨우 15살일 뿐이다. 한창 성장기에 있는 선수들이고 뼈, 인대, 관절이 성인 수준의 근력을 갖추지 못했다. 
 

때문에 빠른 볼을 던진다고 좋아할 것이 아니라 그만큼 부상에 노출이 많이 된다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그런 것을 염려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쳐야지 140km/h를 던진다고 해서 마냥 좋아하는 것은 지도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에게 사인을 거의 안낸다고 들었다.

▲안낸다. 선수들이 알아서 경기 흐름을 잘 읽는다. ‘내가 지금 치고 싶다’ ‘도루를 하고 싶다’ 등의 사인을 도리어 나에게 낸다. 그럼 내가 역으로 사인을 주는 형식이다. 이런 식으로 운영을 하는 이유는 그래야 게임에 몰입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훈수 두듯이 장기를 두면 더 잘 보이듯이 본인 스스로가 생각하는 그런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답은 없지만 그래도 벤치에 있는 선수들도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을 한다.

-선수를 관리하는 노하우에 대해 듣고 싶다.

▲일단은 아침에 체크를 한다. 아침에 안 좋은 친구들을 체크하면 웜업부터 선수들이 알아서 뛴다. 줄 맞춰서 반 강제적으로 러닝을 시키지 않는다. 컨디션이 좋은 애들은 빨리 뛸 것이고 컨디션이 안 좋은 친구들은 늦게 뛸 것이다. 그럼 그 모습을 코치들이 보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맞게 선수들 개개인을 가르친다. 나도 아마 때까지는 부상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프로 가서 2번 정도를 크게 다치고 은퇴를 하다 보니 아이들이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에 신경을 정말 많이 쓰고 있는 중이다.

-자양중은 투수들의 러닝이 없는 학교라 들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몸 관리다. 어느 쪽이 가장 좋은 방법인지는 답이 없다. 10월부터 대략 세 달간은 몸을 만드는 데 전력을 기울인다. 가장 원론적으로 생각하면 캐치볼, 몸의 밸런스가 가장 중요하다. 세부적인 기술적인 부분들은 선수 개개인이 시합에 들어가면 알아서 하게 돼있다. 우리 팀은 몸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캐치볼, 몸의 밸런스, 기본기 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작년 두산 베어스에 1차지명된 곽빈이 자양중 출신이다.

▲(곽)빈이 같은 경우는 정말 좋은 투수다. 야구에 대한 이해도도 굉장히 좋은 선수다. 그런데 너무 빨리 많이 컸다. 그래서 나는 포수를 시켰다. 그리고 1루수도 시켰다. 아마 많이 서운했을 것이다. 그러자 시즌이 끝날 때쯤 투수를 하고 싶다고 나에게 이야기를 하더라. 그래서 ‘투수를 하면 넌 분명히 다친다’고 분명히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도 하고 싶다고 고집을 부리더니 결국 진짜로 다치더라. 고등학교 갈 때 큰 부상은 아니지만 다쳐서 거의 1년을 재활을 했다. 투수들은 공을 빠르게 던진다고 좋은 게 아니라 빠르게 던진 만큼 인대라던가 잡아주는 근육의 근력이 있어야 버틸 수 있는데 중학생들이 근력이 어디 있는가.

-중학교 선수들의 무엇을 보고 타격에 재질이 있는지 판단할 수 있나?

▲신체조건은 두 번째고 가장 중요한 것은 타격밸런스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애들이 있다. 타격을 하기 전의 준비동작이 그것이다. 준비동작이 좋으면 치는 것은 거의 대부분 좋다. 하지만 준비동작이 나쁘면 치는 것이 나쁠 수밖에 없다. 첨언하자면 폼하고는 관계가 없다. 

나는 폼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방망이는 제대로 돌릴 줄 알아야 한다. 그냥 맞추는 게 아니라 자기밸런스로 풀스윙을 할 줄 알아야 한다. 헛스윙을 하던, 공을 맞추던 말이다. 투수의 공을 잘 보는 것, 풀스윙을 돌리는 것, 그 풀스윙을 돌릴 수 있는 좋은 밸런스 이것이 내가 보는 좋은 타자의 요건이다.


-선수들은 잘 따라오나?

▲비유를 잘 해줘야 한다. 스프린터와 마라톤 선수의 예를 든다. 마라톤 선수는 빨리는 못 뛰지만 멀리는 갈 수 있다. 하지만 근육이 그렇게 형성이 되어버리면 빠르게는 못 뛴다. 하지만 스프린터들은 정말 폭발력 있게 뛴다. 훈련서 가장 중요한 것은 100%로 타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윙을 100개를 하라고 하면 10개는 풀스윙을 하겠지만 90개는 70∼80%로 스윙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마라톤 선수다. 근육이 어떻게 되겠는가. 빠른 스윙을 못하게 된다. 70∼80%로 50개를 치지 말고 10개를 치더라도 풀 스윙으로 치라고 나는 이야기한다.

-과거 인터뷰를 검색하던 중 ‘실패하라’는 말을 본 적이 있다.

▲내가 한 말이 맞다. 실패해봐야 자기들이 알아서 열심히 한다. 이 아이들이 지금 잘하면 얼마나 잘하겠는가. 지금 높이 올라가서 나중에 떨어지면 많이 아프다.

-중학교는 성적보다 다른 명문의 기준이 있을 것 같다.

▲일단은 공부를 해야 한다. 일반 학생과 비슷한 수준의 공부 수준이 있어야 한다. 적어도 중학교 수준에서는 그런 아이들이 운동장에 나와서 더 열심히 한다. 중학교서 야구 하나만 보고 모든 것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어리다. 자기들도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면 조금 더 능동적으로 변하고 생각하는 것도 달라질 것이다. 그래야 이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나는 앞으로도 그런 팀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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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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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