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영풍 ‘국유지 특혜’ 의혹

1만5000평 월 3만원에 맘대로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영풍그룹 영풍석포제련소가 논란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는 모습이다. 환경오염 여부를 두고 갈등이 부각되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 영풍그룹 회장이 나올 것인가 주목되는 상황. 영풍이 영풍석포제련소 인근 국유지 연간 사용료로 지급한 액수가 37만원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영풍 측이 사용한 국유지의 규모가 1만평을 크게 웃돌아 특혜 논란이 예상된다.

영풍석포제련소를 두고 최근 몇 년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낙동강 수계 환경오염 논란에 중심에 서 있어서다. 영풍석포제련소는 낙동강 안동댐 상류인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면 석포리에 1970년 설립됐다.

그룹 회장님
국감 불려갈까

영풍석포제련소가 영남지역 상수원인 낙동강 일대를 오염시킨다는 논란은 상당 기간 계속됐다. 올해에는 국정감사장에 영풍그룹 회장을 불러야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매일신문>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낙동강은 1300만 영남인의 식수이자 젖줄인 만큼 어떤 오염인자도 가벼이 넘겨서 안 된다”며 “필요하다면 영풍그룹 회장을 이번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불러 진상을 파악하겠다”고 전했다.

지역의 김상훈 의원도 “낙동강 수질 문제에 대한 시도민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며 “시도민 건강권과 직결된 오염 의혹에 대해 국정감사에서 영풍석포제련소 사업장 대표의 책임 있는 답변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원들이 국감서 영풍그룹 회장을 증인석에 앉히려는 이유는 낙동강을 두고 꾸준히 잡음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와 영풍 영풍석포제련소 측과의 갈등은 연혁이 깊다. 한국환경공단은 지난 2015년부터 1년간 조사를 한 결과 영풍석포제련소의 토양오염기여율을 10%로 판단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부실조사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정미 의원과 환경단체들은 “환경영향조사를 다시 해야 하며, 왜 자문위원들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이지 않고 부실한 조사를 했는지 알아봐야 한다”며 “환경부가 조사를 정확하게 할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대기업인 영풍 봐주기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논란이 이어지던 중 지난 4월 영풍석포제련소는 강력한 제재를 받았다. 경북도와 봉화군, 대구지방환경청, 한국환경관리공단 등과 공동으로 영풍제련소에 대해 지난 2월24일 조사를 했다. 

1만평 이상 1년 37만원
빌려줬는데 뭐 “법적 문제없어”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조사결과 제련소서 흘려보낸 방류수서 불소가 기준치의 9배가 검출됐다. 셀레늄은 기준치의 2배 수준이 검출됐다. 아울러 폐수 0.5t을 무단으로 유출한 사실도 드러났다.

경북도는 조업정지 처분을 고려했지만 지역경제 위축이라는 우려 때문에 고민했다.


시민단체들은 경북도가 조업정지 처분 대신 과징금을 부과하면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영남권 환경단체로 꾸려진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피해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3월26일 경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낙동강 오염의 주범인 영풍 영풍석포제련소를 강력하게 처벌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영풍 영풍석포제련소에 대한 사상 첫 조업 정지 처분이 뒤집어질 위기에 놓였다”며 “연매출 1조원대의 대기업에 과징금 9000만원은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북도는 지난 4월5일 영풍석포제련소에 대해 ‘조업 20일 정지 처분’을 내렸다. 김진현 경북도 환경산림자원국장은 이날 “이번 오염사고를 계기로 영풍석포제련소가 환경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앞으로 폐수에 따른 사고가 나지 않도록 조치를 마련하기를 촉구하며 20일 조업정지를 처분한다”고 전했다.

영풍석포제련소의 조업정지 처분은 1970년 제련소 설립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영풍석포제련소 측은 즉각 반발했다. 조업정지 처분에 영풍석포제련소 측은 조업정지를 과징금으로 대체해 달라는 내용의 행정심판 청구서를 중앙행정심판위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영풍석포제련소 측은 시민단체 및 환경단체가 주장하는 환경오염 문제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다. 지난 7월26일에는 영풍석포제련소를 일반인들에게 개방했다. 그동한 시민단체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강수로 풀이된다. 

이강인 영풍그룹 대표이사는 영풍석포제련소서 가진 ‘언론인 및 전문가 초청 간담회’서 “앞으로 더 환경 친화적이고 깨끗한 영풍석포제련소를 만들어 가기 위해 매우 중요한 전기가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격론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영풍 석포제련소 측이 사용하고 있는 토지에 가격이 통상적인 수준을 밑도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영풍 영풍석포제련소 측은 국유지 1만5000평 이상을 월세 약 3만원에 사용하고 있었다. 해석에 따라서는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영주국유림관리소에 따르면 영풍 측은 국유지(산림청 관리)인 경상북도 석포면 석포리 산 1-11 일대의 토지 5만502㎡를 연 사용료 37만원에 사용하고 있다. 한달 사용료로 환산하면 3만800원 수준이었다. 서류상으로 확인이 가능한 시기는 1987년부터였다. 이전의 서류는 확인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석포리 산 1-11 지역의 지목은 ‘임야’였다. 임야는 산림 및 들판을 이루고 있는 숲, 습지, 황무지 등의 토지를 의미한다. 임야의 경우 개발이 원칙적으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영풍 측은 이 땅을 사실상 대지로 쓰고 있다. 

영풍 측은 해당 땅에 대한 사용허가를 ‘건물’과 ‘송전선로’로 받았다. 따라서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셈이다. 그러나 영풍 측이 국유지를 사용하고 지불한 사용료가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

봉화 영풍석포제련소 인근 나라땅 사용
 상식보다 저렴한 임대료…도대체 왜?


영풍 측은 법적 절차를 거쳐 임야를 대지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토지에 대한 임대료는 임야를 기준으로 받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석포면 석포리 산 1-11의 경우 개별공시지가는 2018년 기준 ㎡당 484원이다. 1994년 110원에 비해 300원가량 가격이 올랐지만 ㎡당 500원을 밑돌았다.

반면, 바로 옆에 위치한 석포면 석포리 555의 경우 올해 1월1일 ㎡당 2만원 수준이다. 1994년 5400원에 비해 1만4600원이 상승했다.

단순 공시지가로만 비교할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인근 공장부지에 대한 임대료 수준으로 받는 것이 적절하다는 분석. 관리 당국은 이 같은 조건에 허가가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공익성을 인정받아야 하지만 그러기 쉽지 않다는 전언이다.
 

관리 당국은 “워낙 오래전부터 허가가 난 사안이라 관행처럼 이어져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다른 사기업이)이 같은 조건으로 허가를 받고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풍 측은 “관련 내용에는 법적인 절차가 없다”며 “관리 당국의 판단에 따라 허가와 사용료를 책정한 만큼 이외의 사안에 답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사용료는 임야로
실사용은 대지로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영풍 영풍석포제련소가 국가 소유의 땅 1만평에 대한 임대료 명목으로 40만원도 안 되는 돈을 지급하는 것은 통상적인 개념으로 특혜 시비가 불어질 수 있다”며 “임대료를 현실에 맞게 다시 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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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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