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 노리는’ 웅진그룹의 무리수

떡 줄 사람 생각도 않는데…혼자 김칫국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웅진그룹이 코웨이 인수전에 나섰다. 이를 위해 1700억 규모의 증자를 감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웨이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관심조차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웅진씽크빅의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코웨이를 되찾으려는 ‘무리수’로 인해 웅진그룹 자체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윤석금 회장의 결정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코웨이 인수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한편 주력 계열사인 웅진씽크빅은 1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충격적 유증
주가는 폭락

지난 3일 웅진그룹에 따르면 웅진씽크빅은 지난달 31일 타법인 취득자금 1690억5000만원을 조달하기 위해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새로 발행하는 주식은 보통주 4200만주, 신주 예정 발행가는 주당 4025원이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올해 11월29일이며, 주관사는 삼성증권이다. 

웅진씽크빅의 이번 유상증자 목적은 코웨이 인수 자금 확보다. 웅진그룹의 지주사인 웅진은 이번 유상증자에 400억원을 출자하고 초과 청약도 진행키로 했다. 웅진은 웅진씽크빅의 최대주주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지주사인 웅진은 최대주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코웨이 인수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번 유상증자와 스틱인베스트먼트와의 컨소시엄 구성으로 자금 우려는 크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이번 유상증자와 함께 PEF 운용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코웨이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에도 합의했다. 이번 합의를 통해 웅진이 약 5000억원,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약 1조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코웨이의 경영권은 웅진그룹이 갖고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재무적투자자(FI)로 나서는 것이 컨소시엄 구성의 핵심 목표다. 

업계에선 이례적인 자금조달 구조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계열사 간에 금전대여 등은 각자 이사회를 거치는 등 복잡다단한 구조를 취할 경우 가능할 수 있겠지만 외부서 보기에 향후 개별회사 입장서 배임 등의 우려도 있어 디테일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1700억 규모 증자…인수 움직임에 냉랭
남은 1조원은 어디서? “또 휘청거릴라”우려

이날 시장에선 매수 주체로 나서게 된 웅진씽크빅 주가가 25.3%(1660원)나 하락하면서 4900원으로 마감했다.

웅진그룹이 코웨이 인수 추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5000원대 주가가 6500원대까지 상승했지만 이날 상승폭을 모두 반납했다. 시가총액 2300억원 안팎의 회사가 총액의 75% 수준에 달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하자 부담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웅진그룹이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하고 컨소시엄까지 구성했지만 코웨이를 인수하기까지는 추가 자금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 
 


증권가에 따르면 코웨이의 예상 인수 가격은 2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웅진그룹의 자금 능력를 감안할 때 코웨이 인수 가능성에 대한 기대치가 낮다는 점도 윤 회장이 인수 행보에 적극 나서게 된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표 정수기·공기 청정기 렌털기업인 코웨이는 원래 웅진그룹 소속이었다. 아직 웅진코웨이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됐다. 웅진그룹은 한때 웅진코웨이를 내세워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웅진은 지난 2012년 9월 극동건설을 인수하는 등 무리한 사업영역 확대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듬해에는 법정관리서 벗어나기 위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렌털사업부 코웨이 지분 30.9%(주당 5만원·1조2000억원)를 매각했다. 

“다시 돌리겠다”
업계는 부정적

당시 웅진과 MBK파트너스는 정수기 사업 겸업 금지와 우선매수권을 체결했다. 우선매수권은 MBK파트너스가 시장서 코웨이 지분과 경영권을 매각할 때 우선적으로 살 수 있는 포괄적 권리다.

당시 웅진과 MBK파트너스가 맺었던 겸업금지 시한은 올해 초 끝이 났다. 그 시한이 끝나자 웅진은 바로 코웨이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주요 계열사를 대부분 잃은 웅진은 수년간 절치부심했다. 

어느 정도 다시 기력을 회복하자 과거의 영광 재현에 나섰고, 그 시작이 코웨이 재인수였다. 다시 대들보를 찾아와 예전의 웅진그룹을 다시 일으키겠다는 생각이다.
 

윤 회장은 그동안 잊혀질 만하면 코웨이를 놓고 인수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혀왔다. 코웨이를 두고 인수합병시장에서 ‘윤석금이 찜해놓은 곳’이란 말이 나돌 정도다. 

웅진은 7월에도 공시를 통해 “자문사를 선정해 코웨이 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윤 회장도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서 코웨이를 놓고 “아직은 짝사랑이지만 꼭 들고 오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코웨이는 2분기에 매출은 분기 기준으로, 영업이익은 2분기 기준으로 최대 기록을 세웠다. 대기업들이 렌털 시장에 잇달아 뛰어들고 있는 상황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낸 것이다. 국내서만 SK그룹의 SK매직, 현대백화점그룹의 현대렌탈케어 등이 렌털사업을 벌이면서 경쟁 심화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지 오래다.

소송으로 감정
“김칫국 아닌가”

코웨이는 해외서 확실한 돌파구를 찾고 있다. 2006년부터 해외에 진출하기 시작해 해외에 기반을 마련해 둔 만큼 다른 렌털회사보다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웅진은 지난 2월 ‘웅진렌탈’이라는 이름으로 5년 만에 정수기 사업을 재개했다. 그러나 이미 국내 렌털 시장은 코웨이를 비롯해 LG와 SK매직 등의 입지가 공고했다. 웅진렌탈의 실적은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코웨이의 국내 계정 수는 584만 개에 이른다. 특히 코웨이가 성과를 내는 해외시장 기반이 대부분 웅진코웨이 시절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윤 회장의 아쉬움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웅진의 코웨이 재인수 시도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무척 부정적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코웨이 재인수를 선언했을 때와 비교해 사정이 나아진 게 없기 때문. 물론 스틱인베스트먼트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기는 했지만 인수합병(M&A) 자체가 워낙 변수가 많은 만큼 스틱인베스트먼트 유치만으로는 전체 판도를 뒤집기에는 어렵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무엇보다도 코웨이의 주인인 MBK파트너스의 매각 의지가 중요하다. 업계에선 MBK파트너스가 굳이 코웨이를 매각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코웨이의 실적이 무척 좋기 때문이다. 코웨이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7.9% 늘어난 2606억원에 달했다. 국내 렌털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도 여전하다. 

게다가 웅진과 MBK파트너스는 최근 소송전을 벌인 적도 있어 감정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웅진은 MBK파트너스가 코웨이 지분 일부를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로 매각한 것을 두고 “우선매수자 동의 없이 지분을 매각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1심과 2심서 법원은 “이 사건 매각은 특정인을 상대로 하지 않은 장내매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모두 MBK파트너스의 손을 들어줬다. 


수년간 절치부심 “과거의 영광 되찾겠다”
렌털시장 독보적…MBK “매각 이유 없어”

웅진을 바라보는 MBK파트너스의 시선도 불안하다. MBK파트너스는 웅진이 코웨이 인수 여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웅진의 인수 선언에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니겠냐는 시각이 많다. 투자 펀드의 만기가 도래해 정리를 해야 한다고 해도 굳이 불안한 매수자에게 넘길 이유는 없다. 

사실 MBK파트너스의 입장에는 코웨이를 이렇게 팔 이유가 없다. MBK파트너스는 이미 지난 5년간 코웨이에 투자한 투자금을 모두 회수한 상태다. 따라서 서두를 필요가 없고 가장 좋은 시기에 최대한 많은 금액을 받고 팔면 된다.

더 많은 이득을 위해선 경쟁입찰이 최선이다. 웅진 혼자 나서는 구도는 MBK파트너스가 바라는 일이 아니라는 것.

물론 경험이 풍부한 스틱인베스트먼트가 가세한 만큼 MBK파트너스가 원하는 가격을 제시한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업계에선 현재 웅진의 상황을 보면 스틱인베스트먼트에 인수 자금의 상당부분을 의지해야 하는 만큼 MBK파트너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팔 마음이 없는데도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생각만으로 무분별하게 인수를 추진한다면 서로에게 득이 될 게 없다”며 “자칫 김칫국부터 들이키는 것이 아닐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회장 거취 논란
공식 직함 없이…

이런 와중에 코웨이 재인수전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윤 회장의 거취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윤 회장은 현재 웅진그룹 내에서 회장으로 불리우고 있지만,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공식직함을 맡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과거 유죄 판결로 인해 2020년 말까지 회사 내 등기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그룹 내 지분도 없고, 공식적인 직함도 없는 윤 회장이 코웨이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논란이 생길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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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