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폭탄세일의 비밀

싸게 팔고 욕먹게 생겼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아우디코리아의 소비자 우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아우디의 가솔린 세단 A3가 4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고 전격 발표했지만 이후 진행이 미적지근한 것. 이에 따라 소비자가 혼란에 빠지고 있다. 이 상태로는 싸게 팔고도 욕먹을 수 있는 상황. 아우디의 폭탄세일 논란을 확인했다.
 

아우디코리아가 가솔린 세단 A3를 파격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는 풍문이 소비자 사이서 돌았다. 업계에선 아우디코리아가 이미지 쇄신을 위해 단행한 조치로 해석했다. 실제 최근 아우디코리아의 이미지는 하락세였다.

소문 어디서?
누가 퍼트렸나

아우디코리아는 7월25일 2018년형 A3 3000여대를 약 4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당시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아우디코리아는 8월 초부터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를 거친 A3 3000여대를 40%대 할인 폭을 적용해 판매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해당 차량이 평택항에 대기 중이라는 말까지 나오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아우디 신형 A3의 공식 판매가격은 3950만원서 4350만원으로 책정되면서 그랜저를 살수 있는 가격에 아우디를 살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됐다. 40%의 가격이 책정될 경우 엔트리 트림 2370만원, 프리미엄 트림 2610만원 수준에 구입할 수 있게 되는 셈이었다.


아우디코리아가 대대적인 할인 판매를 단행한 이유로는 2016년 8월 당한 영업정지가 거론됐다. 당시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환경부로부터 영업정지를 당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수입·판매 당시 제대로된 인증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환경부는 “폭스바겐이 자동차 인증을 받는 과정서 위조서류로 불법인증을 받은 32개 차종(80개모델) 8만3000대에 대해 2일자로 인증취소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A3 3000여대 40% 할인 판매 얘기 돌아
대리점마다 난리…딜러들 가계약 받아 

당시 인증이 취소된 차량은 2009년부터 조사가 시작된 시점까지 판매된 골프, 제타, 티구안, 폴로, 파사트, A3, A6, TT, Q3, Q5, 벤틀리 컨티넨탈 등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수입·판매한 차량이다.

폭스바겐측이 위조한 서류는 배출가스 성적서 위조 24개 차종, 소음 성적서 위조 9종, 배출가스와 소음 성적서 중복 위조 1종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거짓이나 속임수로 인증을 받은 것은 법률에 따른 당연한 인증취소 사안으로 이는 자동차 인증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문제”라며 “이에 따라 엄중한 처벌을 내린 것”이라고 전했다. 

또 환경부는 이번 인증취소와 별도로 배출가스 성적서를 위조한 24개 차종 5만7000대에 대해 17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당시 인증취소 및 판매정지 처분으로 아우디폭스바겐은 실질적으로 영업을 할 수 없었다. 이번 서류 위조에 다른 인증취소 차량에 지난해 11월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에 따른 인증취소 12만6000대를 더하면 폭스바겐이 2007년 이후 국내에 판매한 30만7000대 중 68%에 대한 영업을 할 수 없었다.

물량 확인 없이
계약부터 덜컥

잡음은 영업정지 전에 판매된 모델 등에서도 차량 하자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미지는 더욱 악화일로를 겪었다. A6 등 일부 아우디 고급 승용차의 엔진룸서 이상 소음이 발생한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이다. 

당시 아우디 측은 안전운전에 지장이 없다는 이유로 리콜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논란이 발생했다.

<동아오토> 보도에 따르면 당시 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리콜센터에 2016년 10월~2017년1월 접수된 관련 신고 건수는 22건이다. 특히 신고된 차량을 보면 판매정지 시점까지 판매된 A6 및 A7 TDI 콰트로가 다수를 차지했다. 

이 같은 논란은 미국서도 발생했다. 2016년 당시 미국에서는 아우디 엔진 이상 소음으로 인한 수리를 공식화하고 교체를 권고한 바 있다.

사실 아우디 판매 정지에 따른 이미지 훼손은 실질적인 기업 평가에도 작용했다. 한국기업평가는 2016년 8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와 딜러쉽 계약을 맺었던 위본모터스의 제3회 무보증사태 신용등급을 기존 BB-에서 B+로 내렸다. 

한기평이 평가한 이 회사의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 검토’다.

한기평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와 딜러쉽 계약을 맺고 있는 위본모터스는 다수의 모델 판매 정지로 영업실적 저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운영자금 부담 가중, 금융권 크레딧 라인 축소 등 유동성 위험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아우디 브랜드가치 훼손과 달러쉽 영업경쟁력 저하로 단기간 내 영업실적이 회복될 지는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위본모터스의 판매 전망과 관련해서는 “2016년 상반기에는 신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0.9% 감소하는데 그쳤지만 8월 2일 환경부의 인증취소 및 판매정지 처분이 내려져 하반기 판매량은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고 한기평은 내다봤다.

아우디코리아가 A3에 대한 대대적 할인을 결정한 이유로 현실적인 문제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대기환경개선 특별법 의무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분석이었다.


수도권 대기환경개선 특별법에 의거 연평균 4500대 이상 차량을 판매하는 완성차 브랜드는 순수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저공해차 등 3종의 의무 판매 비율을 연간 9.5%을 유지해야 한다.

지난해 영업정지 처분으로 물량을 맞추지 못한 아우디코리아는 판매 모델 가운데 저공해 차량 인증을 받은 A3 모델에 대량 할인을 해줘 의무 비율을 맞추려는 것으로 풀이됐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폭탄세일을 통해 3000여대의 A3가 플릴 것으로 예상됐다. 아우디의 최근 3년 평균 판매대수는 1만 9700대에 추산되고 있다. 

지난해 영업정지처분으로 친환경차량 판매의무대수를 채우지 못해 이 물량을 감안하면 아우디코리아는 저공해차량 3000여 대를 판매 해야한다는 계산이 나오는 셈이다. 실제 언론을 통해 아우디코리아가 발표한 판매대수도 3000여대였다.

시장에서는 적지 않은 물량으로 판단하고 기대감이 고조됐다. 하지만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구매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와서다.

폭탄세일이 예정된 A3 물량이 딜러 임직원용을 대상으로 한다는 이야기가 돌아서다. 영업사원들은 보도와는 달리 구매를 원하는 일반 소비자에게 구매할 수 어렵다고 안내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재차 불거졌다.


돈 받아 놓고…
계약금 반환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아우디 딜러들은 상당수는 ‘A3 40 TFS’ 모델을 어떻게 구입할 수 있느냐는 소비자들의 문의에 “아우디코리아의 본사나 딜러·서비스센터 임직원들 전용상품으로 판매될 예정으로 일반인에게는 판매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일반인이 구입할 수 있다고 답한 일부 영업사원 조차도 물량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일반인들이 구입 가능성에 회의적인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확대된 상황에서 아우디코리아는 A3를 중고차 형식으로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아우디코리아는 지난달 28일부터 콤팩트 가솔린 세단인 2018년식 ‘아우디 A3 40 TFSI’를 전국 8개 아우디공식인증중고차(AAP) 전시장을 통해 판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우디코리아에서 차량들을 일괄적으로 등록한 뒤에 AAP에 매도해 인증 중고차 형식으로 판매하기로 한 것이다. 서류상으로 중고차지만 실질적인 신차인 셈이다. 판매가도 낮추고, 기존 고객들의 반발도 잠재울 방책이었다.

아우디코리아의 공식 발표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여기서도 잡음이 나왔다. 꼼수 할인 판매라는 지적이었다. 아우디코리아가 발표한 40% 할인은 법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저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30%를 넘기면 공정거래법에 저촉되는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아우디코리아로서 40% 이상의 할인율을 적용하기 쉽지 않다. 신차 판매의 30% 이상의 할인율을 적용하면 판매사가 소비자에게 차량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증여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증여세 부담이 생긴다. 

또 30%를 초과하는 할인율이 적용된 판매액은 세금을 내야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서도 부담스럽다.

하지만 서류상 중고차로 등록하면 이 같은 문제가 해결할 수 때문에 일종의 꼼수를 통한 판매라는 지적이 나왔다.

히 이같이 서류상 중고차로 세탁해 수입차를 판매하는 경우가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꼼수 판매의 양성화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염가 판매에 따라 시장 교란이 고착화 되면 ‘부메랑’이 돼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폭탄세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실제 판매가 되지 않은 점도 뒷말을 양산하고 있다. 구체적인 판매 일정과 판매가가 확정되지 않았던 것.

딜러사를 통해 가계약을 맺을 소비자가 물건을 받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불신은 더욱 높아졌다. 딜러사가 정확한 물량과 조건을 협의하지 않은 채 가계약을 맺은 것이 논란의 시발점이었다.

사실상 꼼수 판매 목소리
소비자 우롱 논란까지 확대

지난달 30일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아우디코리아의 공식딜러사인 고진모터스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A3 40 TFSI의 가계약금 규모는 약 2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진모터스는 아우디코리아가 A3 폭탄세일을 단행하겠다고 알려진 지난달 말, 1인당 100만원씩을 받고 2000여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가계약을 맺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한정된 판매 예상 물량이 가계약 규모보다 작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업사원별로 A3를 3~4대씩 배정할 것으로 방향이 정해졌다. 영업사원이 체결한 가계약 건수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계약을 맺은 소비자 사이서 차량은 인수하지 못 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한 수입차 딜러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서 “물량이 한정돼있어 영업사원 입장서 예약을 받은 고객 가운데 잠재적인 이익을 낼 수 있는 고객에게 차량을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며 “계약이 불발될 경우 아우디라는 브랜드 이미지 하락이 불가피 할 것”이라고 했다. 

A3 가계약을 체결한 고객은 “딜러사 쪽에서 계약 순서대로 내용을 확인 후 계약금을 돌려줄 계획이라는 입장만 반복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우디코리아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본사 방침이 중고차 판매로 방침을 세웠다. 계약자를 우선으로 연락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물량 부족으로)차를 받지 못하게 된 고객은 계약금 반환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3를 가계약 했던 소비자가 차량을 인수하지도 가계약금을 돌려받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자 애당초 기대됐던 아우디코리아의 이미지 제고는 요원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또한 기존 A3 소유주의 불만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아우디코리아 측이 판매가격을 낮추면서 해당 차종에 대한 중고가가 내려가기 때문이다. 사실상 기존 A3의 가치가 내려가는 것. 이에 따라 A3 소유주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다만 일각에선 아우디코리아측이 노이즈 마케팅을 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영업정지 해제 이후 반전이 필요한 상황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이슈몰이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었다.

노이즈 마케팅?
또 구긴 이미지

재계의 한 관계자는 “아우디코리아의 A3 폭탄 세일 논란을 두고 많은 추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우디코리아의 판매 계획이 세밀하지 못 함에 따라 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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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