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 황태자’ 미국 국적 논란

아버지는 나라사랑 아드님은 미국사람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S&T그룹 최평규 회장이 입길에 올랐다. 방산기업을 운영하는 오너답게 평소 국가 산업에 대한 소신을 밝혔는데 정작 그의 아들은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자연스럽게 병역을 피하는 모양새가 됐다. 논란에 휩싸인 S&T그룹을 조명했다.
 

최근 재계의 눈길을 사로잡는 이슈가 있다. S&T그룹의 오너이자 대표인 최평규 회장의 아들이 미국 국적을 취득한 사실이다. S&T그룹 측은 최평규 회장의 장남 최진욱(23)씨의 미국 국적 취득 사실을 인정했다.

23세의 장남
병역회피 의혹

S&T그룹 측은 지난 14일 “최씨는 관련 법 절차를 거쳐 시민권을 취득했다. 6살에 미국으로 건너가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를 마치고 올해 퍼듀공과대학을 졸업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논란은 최씨의 병역회피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시작됐다. 23세인 최씨는 징집 대상이다.

최씨가 국적을 취득한 시점은 2016∼2018년으로 알려졌다. 병무청은 만 19세부터 징집대상으로 하고 있다. 최씨가 병역회피를 위해 의도적으로 한국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국적을 취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은 이 같은 배경서 나왔다. 


병역법 제3조1항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특히 S&T그룹이 방산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어서 논란이 더욱 확대되는 모양새였다. S&T그룹은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S&T그룹은 방위산업을 비롯해 자동차부품사업, 플랜트사업, 금융/서비스사업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S&T중공업의 경우 1959년 설립돼 고신뢰성 방위산업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S&T모티브는 1981년 설립돼 방위산업을 모태로 사업을 시작했다.

방위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의 특성은 국가의 세금으로 성장한다. 이번에 나온 실망감은 국가의 세금에 기대 성장세를 이어간 S&T그룹의 오너 일가의 행보에 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세균 의원은 과거 “현직 공무원과 유수 기업체 임원, 대학교수 등이 자녀의 국적을 포기한 것을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들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방법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응당 책임을 묻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 회장의 말과 행동이 다른 모습도 여론을 악화시키는 분위기다. 최 회장은 국가에 대한 생각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학파 최평규 회장 아들 미 시민권 취득
군대 갈 나이인데…의도적으로 한국 포기?


최 회장은 “정도경영과 현장경영, 기술보국 등 기업가치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최악의 상황 대응 시나리오로 위기를 더 큰 기회로 변화시켜왔다”며 국가에 대한 생각을 드러냈다.

그의 경영행보를 인정하는 분위기도 조성됐다. 2002년에는 국가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금탑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다. 그는 2003년 11월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올해에는 한국방위산업진흥회(이하 방산진흥회) 회장을 맡으면서 국내 방산기업으로서의 위치를 확인하기도 했다. 지난 3월 공군회관서 열린 2018년 방산진흥회 정기총회를 통해 최평규 회장은 제16대 방산진흥회 회장으로 선임됐다. 

전임 방산진흥회 회장은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었다.

방산진흥회의 권위는 높다는 평가다. 방산진흥회는 1976년 출범했다. 현재 한화, KAI, LIG넥스원 등 250여개 국내 주요 방산기업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유일한 협의체다. 대한민국의 국방이 이들 기업의 손에 달렸다는 말이 어떤 측면에서는 결코 과장은 아니다.

방산진흥회 회장은 무보수 명예직이다. 그러나 국내 유일의 방산기업협의체 수장으로서 방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이런 평가를 받고 있는 방산진흥회의 회장직을 최 회장이 맡으면서 그의 위상을 실감케 했다.

흙수저로 시작해
굴지의 기업으로

당시 최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군 전력증강과 국가경제에 기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의 성장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의 어린 시절은 이른바 ‘흙수저’였다. 

최 회장은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서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는 공부를 하겠다는 생각을 안 했다. 공부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 정도로 못 살았다는 것. 그래서 전 유년시절 얘기하는 걸 싫어한다. 어떻게 살았는지도 모르겠고”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공부를 재능이 있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그는 경희대학교 기계공학과의 학사모를 쓴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 그는 에어콘 업체 센츄리에 입사해 5년간 직장생활을 경험한다. 

이 기간 가운데 1년간은 일본 히타치제작소에 기술연수를 갔다왔는데 거기서 만난 미국인 맥얼로에게 열 교환기 소재인 ‘핀튜브’를 만드는 피닝머신을 수입했다. 최 회장은 이 기계를 기반으로 삼영열기공업을 1079년 설립했다. 당시 그의 나이 27세였다. 


남자 기준 27세면 취업 준비생이 한참 많을 나이 그는 기업을 설립해 경영에 나섰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창업할 때 내 나이 스물일곱이었다.너무 어리다 보니 초기엔 명함을 두 개씩 갖고 다녔어요. 하나는 ‘부장 최평규’고 다른 하나는 ‘대표이사 최평규’. 장사하러 갈 때는 부장 명함 들고 가고, 수주하면 대표이사 명함 보여줬죠. 그래도 열심히 하다보니 사업한 지 1년 만에 은행 빚을 다 갚았어요.”

이후 수차례 기업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웠다. 2003년 S&T중공업(옛 통일중공업), 2006년 S&T대우(옛 대우정밀), S&T모터스(옛 효성기계) 등을 차례차례 인수하면서 S&T그룹은 완성돼 갔다. 2006년 7월 S&T그룹을 출범시키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하지만 겉만 봐선 순탄하게 그룹의 외연이 성장한 것으로 보이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인수 과정에서 노사간 갈등이 불거졌다.

최 회장은 ‘강골’ 그 자체였다. 부당하다고 느껴지는 요구에는 물러섬이 없었다. 노사간 갈등으로 폭행까지 당한 최 회장은 “노조는 한 번 부당한 요구사항을 들어주기 시작하면 끊임없이 더 달라고 한다”며 원칙을 고수하기도 했다.


2005년 5월 최 회장은 강성노조로 알려진 통일중공업(현 S&T중공업) 노조 집행부와 해고자들의 요구를 거절하고 원칙을 지키려다 그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했다. 최 회장은 당시 폭행으로 전치 6주의 부상을 입고 병원 신세를 졌다. 최 회장은 당시 사고로 경추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기도 했다.

최 회장은 S&T대우를 인수한 후인 2007년 7월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소속 조합원들이 S&T대우 본사 건물과 사내식당을 점거하는 과정에서도 집단폭행을 당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최 회장은 당시 집단폭행을 당하고서도 단식투쟁에 들어간 일화는 유명하다. 최 회장은 장기화되고 있는 S&T대우의 노사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조가 점거 농성을 하고 있는 S&T대우 사내 식당을 찾았으며 하루가 넘은 지금까지 농성장을 떠나지 않고 단식을 하고 있다. 

세금으로 성장
군대는 남의 일?

성난 노조 옆에서 그들을 달래기 위해 단식투쟁을 하는 회장은 재계서 그 유례를 찾기 힘들다. 그는 대화의 창구는 열어뒀다. 

최 회장은 “노동조합의 지속적인 불법행위에도 불구하고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놓기 위해 조합 사무실 바로 아래에 있는 사내식당서 단식 농성을 시작한 것”이라고 전했다.

놀라운 것은 한번더 최 회장은 한 번 더 봉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최평규 S&T그룹 회장은 S&T기전 사업장 내에 설치한 천막에 현수막을 걸고 농성을 벌이고 있는 180여명을 직접 찾아가 회사 밖으로 나가 달라고 요구하다 멱살이 잡히고 목이 졸리고, 심지어는 둔기로 맞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격적인 외연확장에 대한 성장통이었다. 현재 노조와의 관계는 이 시기를 거치면서 그룹은 정상화됐다.

하지만 그의 강골기질은 여전하다. 지난해에는 S&T중공업에서 임금피크제, 휴업휴가 등을 놓고 노사간 갈등이 불거졌다. 입장차에 따라 노조는 농성을 했다. 최 회장은 집회 중인 노조를 혼자 찾아가 대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비록 당시 대화가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회장 혼자 노조가 집회중인 농성장을 찾은 것을 두고 강골 성향은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외연 성장만큼은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경영능력도 준수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S&T그룹의 지주사 S&T홀딩스의 자산은 연결기준 2조1461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규모는 1조5081억원 규모다.

방산사업으로 그룹 일궈
국가에 헌신 강조하더만…

한편으로는 최근 최 회장의 아들 국적포기로 역차별을 당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일각에선 최 회장을 문재인 대통령 라인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최 회장은 문 대통령의 경희대학교 한 학번 선배다. 

둘은 같은 해 경희대 총학생회 임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 대통령의 재계라인으로 분류됐다. 문재인정부 입장에선 국방 사업서 S&T그룹에 일감을 몰아주기에는 국민 정서에 반하는 결정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부담감이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나랏돈을 들여 기업에 일감을 제공해줬더니 해당 오너 자식은 미국 국적을 취득해 국방의 의무를 피한 모양새가 됐으니 어쩔 수 없는 것.

현재 S&T그룹의 실적이 잘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올해 2분기 S&T그룹의 주요기업 실적은 줄줄이 하락했다.
 

지주회사인 S&T홀딩스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3463억1600만원, 영업이익 166억 원, 순이익 299억4400만원을 시현했다. 전년 같은 기간과 견줘 매출은 9.5%, 영업이익은 29.1%, 순이익은 15.3% 줄었다.

S&T모티브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572억2000만원, 영업이익 163억5200만원, 순이익 302억9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기간 대비 매출은 12.1%, 영업이익은 26.1%, 순이익은 8.8% 감소했다.

S&TC는 올해 2분기 별도기준 매출 362억원, 영업이익 12억원, 순이익 5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34.8%, 영업이익은 75.9%, 순이익은 22.9% 줄었다.

S&T중공업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015억5300만원, 영업손실 3억4700만원, 순이익 80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5.0%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45.4% 증가했고, 순이익은 69.6% 감소했다.

원칙주의자?
반전의 회장님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평규 회장은 재계서 원칙주의자이자 강골로 유명하다”며 “평소 올바른  길을 걷는 경영인으로 잘 알려진 그이기 때문에 장남의 미국 국적 선택에 일종의 배신감(?)을 국민이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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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