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김수현 신작 <천일의 약속> 제작발표회

“안방극장 大지진 시작됐다”

[일요시사=박상미 기자] <불꽃> <내 남자의 여자> <인생은 아름다워>. 국내 안방극장에는 그간 드라마 역사를 새롭게 써 온 콤비가 있다 바로 ‘힘있는 작가’ 김수현과 ‘감성적인 PD’ 정을영이다. 지난 20여 년간 수많은 작품을 함께 해 온 두 사람이 2011년 가을, 애잔한 감성으로 시청자의 가슴을 적실 태세다. 김수현과 정을영의 콤비플레이만큼이나 관심이 쏠린 것은 주연배우 수애와 김래원이다. 드라마보다는 영화에서 호평을 받아온 두 배우가 <천일의 약속>을 통해 브라운관에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명품콤비’ 김수현·정을영, 그들만의 성공비법 공개
수애·김래원, 애잔한 정통 멜로로 안방극장 자리 매김

안방극장의 명콤비가 돌아왔다. 김수현 작가가 집필을 맡고, 정을영 PD가 연출을 맡은 SBS 새 월화드라마 <천일의 약속>이 지난 10월11일 오후 2시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정을영 PD를 필두로 배우 김래원, 수애, 이상우, 정유미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천일의 약속>은 김수현 작가의 신작이라는 것만으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김 작가는 1968년 라디오 드라마 <저 눈밭에 사슴이>로 데뷔한 이후 최근까지 <내 남자의 여자>(2007), <엄마가 뿔났다>(2008), <인생은 아름다워>(2010) 등 꾸준히 작품을 내놓으며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김 작가의 드라마는 인간사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특유의 스토리텔링으로 큰 인기를 끌며 ‘김수현은 뭔가 다르다’라는 믿음을 시청자의 뇌리에 심었다. 덕분에 시청률 면에서도 강세를 보여 ‘흥행 보증수표’ 반열에 자리를 틀었다.

돌아온 두 명장

김수현 작가는 대부분의 작품을 고정멤버와 함께 했다. 이른바 ‘김수현 사단’은 출연진 뿐만 아니라 연출을 총지위하는 PD부터 카메라 감독, 제작사까지 하나의 팀으로 묶여 움직이기로 유명하다. 한 방송 관계자는 “김수현 작가는 탄탄한 대본은 기본이고 자신의 색깔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정예 멤버와 언제나 함께 한다”며 “십수년간 손발을 맞춘 이들이 함께하니 작품의 성공은 예정된 결과”라고 말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정 PD는 김 작가와 찰떡 호흡을 자랑하며 작품을 성공으로 이끄는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천일의 약속>은 또 한 번 의기투합한 정 PD와 김 작가가 세 번째로 내놓은 미니시리즈다. SBS 드라마국 김형석 PD는 이들 콤비를 향해 무한한 신뢰를 표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천일의 약속>은 고급스러운 멜로 드라마”라면서 “시청자의 닫힌 마음을 열어 줄 작품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부탁했다.


김 작가 드라마의 출연진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김수현 사단의 기존 멤버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새 얼굴이다. <천일의 약속>의 주연을 맡은 김래원과 수애는 두 사람 모두 후자에 속한다. 여기에 잠재력이 기대되는 젊은 피 정유미와 김 작가의 전작인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색깔있는 연기를 펼친 이상우가 주연 못지않은 비중을 차지하며 이야기를 풀어낼 예정이다.

김 작가는 촬영에 앞서 5부에 달하는 대본을 완성, 배우가 작품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여유를 충분히 주기로 유명하다. 드라마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인 쪽대본은 김 작가에게는 딴 나라 이야기다. 단, 캐릭터에 대한 별도의 설명이 없다. 때문에 배우는 고민을 거듭해 대본을 분석하고 스스로 캐릭터를 구축해야하는 부담이 있다. 이와 관련 정 PD는 “김래원과 수애는 이번 작품이 김 작가와 첫 만남이지만, 아주 잘해주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래원과 수애는 온전히 김수현 작가에 대한 믿음만으로 이 작품을 택했다. 특히 김래원은 군복무 후 복귀작이니만큼 의미가 남다르다. 그는 전역하자마자 다른 작품을 모두 제쳐놓고 <천일의 약속>에 합류했다. 그는 “실은 다른 작품의 출연 제의를 받고 고민 중이었을 때 <천일의 약속> 대본을 받았다”면서 “말할 수 없이 훌륭한 대본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내가 잘해낼 수 있을까라는 부담이 있어서 출연 결정을 내리기까지 고민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애잔한 감성

스크린에서 ‘눈물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은 수애는 이번 작품에서 역시 애잔한 사랑을 그린다. 정통 멜로 연기는 처음이 아니지만, 수애가 맡은 서연은 자유분방한 캐릭터이니만큼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녀는 “이 드라마를 꼭 잘 해내고 싶다. 어느 때보다 몰입하고 있다”면서 “모든 답이 대본 안에 있어서 가장 큰 힘이 된다. 연기하며 어려운 부분들은 함께 호흡을 맞추는 김해숙 선배가 많이 도와 주셨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사랑하면서도 영원히 함께할 수는 없는 두 남녀의 순애보를 그린 <천일의 약속>은 오는 10월17일 첫 전파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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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