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회 대통령배 총결산

  • 전상일 기자 jsi@apsk.co.kr
  • 등록 2018.08.20 11:13:22
  • 호수 11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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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고, 15년 만에 품에 안다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 = 대구고등학교(이하 대구고)가 제52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박석민 등이 재학 중이던 2003년 이후 15년 만이다. 전국대회 우승은 2010년 봉황대기 우승 이후 8년 만이다.
 

이번 대회 대구고의 우승은 올 시즌 3차례의 전국대회 우승팀들 중 가장 완벽한 우승이라고 평가할 만했다. 대구고는 64강부터 시작해 결승까지 총 6경기를 치뤘음에도 총 실점이 총 11점밖에 되지 않았다. 경기당 채 2점이 되지 않은 것이다. 반면 득점은 6경기 57점이다.

경기당 9.5점

경기당 득점은 9.5점에 달한다. 지역대회가 아닌 전국대회라는 것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득점력이다. 거기에 고비마다 펼쳐지는 선수들의 호수비는 보는 이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8강 12:0, 4강 15:2, 결승 10:2의 스코어서도 보듯이 완벽하고 압도적인 실력을 바탕으로 한 우승이라 할만하다.

사실 어느 정도 대구고의 승리가 예견됐었다. 

일단 선발투수의 무게감서부터 많은 차이가 났다. 대구고는 8강과 4강을 무난하게 승리하며 투수들을 상당부분 아꼈다. 주력 투수 중 이승민(175㎝/75㎏, 좌좌, 2학년)만이 결승에 나오지 못할 뿐 에이스 김주섭(182㎝/91㎏, 우우, 3학년)을 비롯해 한연욱(188㎝/80㎏, 우우, 2학년), 박영완(185㎝/85㎏, 우좌, 3학년), 여도건(180㎝/95㎏, 좌좌, 2학년) 등 주축 투수들이 모두 결승무대를 밟을 수 있는 여건이었다.


경기고는 전날 광주일고와 4시간이 넘는 혈투 속에 팀의 주축인 박주성(184㎝/95㎏, 우우 3학년)·이호현(185㎝/66㎏, 우우, 3학년)을 모두 소모해 나올 수 있는 투수가 없었다. 

경기고는 초반에 선발 김상훈(187㎝/90㎏, 우우, 3학년)이 3회까지만이라도 버텨주며 타선이 폭발해주기만을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김상훈은 올 시즌 40.1이닝 동안 평균자책점이 8.55일 정도로 기록이 좋지 못하다.)

초반 흐름은 경기고도 나쁘지 않았다. 경기고는 1회 말 김상훈이 옥준우(180㎝/80㎏, 우우, 3학년), 박영완, 김범준(185㎝/90㎏, 우우, 3학년), 김태우(182㎝/80㎏, 우우, 3학년)에게 연달아 사사구를 허용하며 1점을 허용했으나 현원회(183㎝/90㎏, 우우, 2학년)를 6-4-3 병살타로 처리하며 분위기를 탔다. 

2회에는 원대한(173㎝/85㎏, 우우, 3학년)의 우월적시타와 강은호(172㎝/65㎏, 우우, 2학년)의 우전안타에 이은 김성현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만회해 승부를 미궁 속으로 빠뜨렸다.

그러나 마운드의 무게 차이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경기고는 투수들이 버텨주지 못했다. 바로 2회 말에 추가점을 허용했다. 2사 3루 찬스서 좌익수 옥준우가 강력한 좌전안타로 2-1을 만들었다.
 

2번 타자 서상호(176㎝/74㎏, 우우, 3학년)가 친 타구를 우익수 박승규가 다이빙 캐치를 하다가 놓쳐 적시 3루타를 만들어주며 스코어는 3-1까지 벌어졌다.

이 장면은 이날 경기의 첫 번째 승부처였다. 초반 흐름을 어떻게 가져가느냐는 투수력서 많이 밀리는 경기고에게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는데 득점을 하자마자 바로 실점을 하며 초반 분위기를 완전히 상대에게 넘겨줬다.


대회 6경기 57득점 11실점
어마어마한 득점력으로 질주

이날 경기의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5회에 나왔다. 9번 타자 김준근(177㎝/74㎏, 우우, 2학년)이 볼넷으로 나간 1사 1루 상황서 1번 타자 옥준우는 경기고의 세 번째 투수 유준하(183㎝/83㎏, 우우, 2학년)의 3구째를 받아쳐 좌측담장을 큼지막하게 넘어가는 좌월 투런 홈런을 작렬시켰다. 

이번 대회 첫 홈런이자 대구고의 대통령배 5번째 홈런이다. 사실상 이날 경기의 쐐기로, 대구고 벤치에서도 어느 정도 승리를 확신할 수 있는 홈런이기도 했다.

마지막 승부처는 6회였다. 경기고에게도 찬스가 한 번은 있었다. 6회 박승규(178㎝/79㎏, 우우, 3학년)의 우전안타에 이은 허관회(176㎝/83㎏, 우우, 3학년)의 4구, 원대한(173㎝/85㎏, 우우, 3학년)의 사구로 무사 만루의 찬스를 잡은 것이다. 

그리고 이번 대회 단 1실점밖에는 없었던 대구고 김주섭을 강판시켰다. 마운드에 오른 선수는 2학년 사이드암 한연욱. 경기고로서는 반드시 승부를 뒤집어야만 하는 천금 같은 찬스였다.

그러나 경기고의 방망이는 끝내 터지지 않았다. 다음 타자 김수윤(186㎝/86㎏, 우우, 3학년)이 받아친 타구는 밀리며 힘없이 유격수 정면으로 굴러갔고, 6-4-3으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이어지며 1점을 만회하는 데 그쳤다. 

무사 만루의 찬스서 1점은 너무 아쉬웠다. 이날 경기고가 잡은 가장 좋은 찬스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경기의 흐름이 완전히 대구고로 넘어갔다고 봐도 무방한 이날 경기의 마지막 승부처였다.

결정적인 찬스를 놓친 경기고는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7회 말 대구고는 현원회의 4구에 이은 신준우의 2루타, 조민성의 좌전안타로 2점을 만회하며 완전히 상대의 전의를 상실케 만들었다. 

8회에 투수 폭투와 실책 등으로 3점을 추가한 것은 이날 경기의 승리를 재확인한 것 이상의 큰 의미가 없었다. 9회에 마운드에 올라온 백현수(188㎝/88㎏, 우우, 3학년)는 침착하게 경기를 마무리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워낙 막강한 전력을 과시하며 우승을 차지한 대구고이기에 많은 선수들이 최우수선수 집안싸움을 벌였다. 그중에 빠른 발과 좋은 수비를 과시하며 대구고의 센터라인을 지켜주며 무려 8개의 도루를 성공시켜 도루왕에 오른 서상호가 최우수선수상에 선정됐다.

이번 대회 3승을 거둔 에이스 김주섭이 우수투수에 선정됐고, 엄청난 투혼으로 팀을 결승까지 이끈 경기고 박주성이 감투상을 수상했다. 수훈상에는 24타수 12안타 5할의 불꽃타격을 과시한 옥준우가, 미기상은 이번 대회 좋은 수비를 보여준 대구고 조민성이 수상했다.

개인기록상도 모두 수상자가 가려졌다. 타격상은 광주일고의 이승진(12타수 7안타 0.583), 최다홈런상은 성남고 장이재(2개), 타점상은 9타점을 기록한 대구고 포수 현연회, 최다안타상은 12안타를 기록한 옥준우가 각각 수상했다. 최우수지도자상은 대구고 손경호 감독이 수상했다.


든든한 마운드

대구고는 2018 황금사자기 준우승·대통령배 우승으로 2018시즌 유일하게 결승에 두 번 진출한 팀이 됐다. 2008년·2010년 봉황대기에 우승했으나 이후 단 한 번의 전국대회 우승도 기록하지 못했던 침체기를 완전히 벗어던졌다. 주장 박영완은 “대통령배 우승 팀의 캡틴이라는 것이 너무 자랑스럽다. 선수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라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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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