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관설’ 북한 석탄 미스터리

분위기 좋은데…산통 깨지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북한산으로 의심되는 석탄이 국내에 수차례 반입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붙은 논쟁은 한국과 미국 등 각국 정부로 번지는 모양새다. 해당 의혹은 유엔 결의안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청와대와 정부 대응에 따라 정국이 요동칠 수 있는 사안이다. <일요시사>가 북한 석탄 반입 의혹에 대해 살펴봤다.
 

남북관계는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해빙기에 들어갔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연일 미사일을 발사해 전 세계를 전쟁 공포로 떨게 했던 북한의 태도 변화가 시작이었다. 이후 4월 남북정상회담, 6월 북미정상회담이 연달아 열렸다.

뒤늦게 드러난
몰래 반입 의혹

미국을 포함한 동북아 정세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한국과 북한, 미국은 상대의 움직임에 대응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그 사이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됐고 북한 내 미군 유해가 미국으로 송환됐다.

미국은 북한이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할 때까지 제재를 멈춰서는 안 된다면서도 협상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북한 역시 종전선언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과거처럼 협상테이블을 박차고 나가진 않는다.

북한산(産)이라고 의심받는 석탄이 국내에 반입됐다는 의혹은 이런 미묘한 정세 상황에 불거졌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등 야당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반면 정부와 청와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유엔 결의안과도 관련된 사안이라 자칫 문제가 확대될 가능성을 신경 쓰는 모양새다.

북한 석탄 의혹은 지난달 17일 처음 불거졌다. 미국의 소리(VOA)는 지난달 1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 제재 대상인 북한산 석탄이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한국에 환적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VOA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은 지난 6월 공개한 연례보고서 수정본을 인용, “러시아 홀름스크항서 실린 북한산 석탄이 지난해 10월2일과 11일 각각 인천, 포항서 환적됐다”고 보도했다.

수정본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선박인 릉라2호와 을지봉6호, 은봉2호와 토고 깃발을 달았던 유위안호는 지난 7월과 9월 사이 총 여섯 차례에 걸쳐 북한 원산과 청진항서 석탄을 싣고 러시아 홀름스크항으로 향했다.

이후 홀름스크항에 하역된 석탄은 파나마 선적인 스카이엔젤호와 시에라리온 선적 리치 글로리호 등에 옮겨 제3국으로 출발했다. 이 과정을 거친 석탄은 지난해 10월2일 스카이엔젤호가 인천에, 10월11일 리치 글로리호가 포항에 정박해 국내로 반입됐다.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둔갑해 국내에 유통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해 10월 반입 석탄
러시아산이냐 북한산이냐

문제는 북한산 석탄이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오른 금지 품목이라는 점이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해 8월 대북제재 결의 2371호를 채택했다. 2371호에 따르면 북한은 자국 영토로부터 또는 자국민에 의해 자국 선박이나 항공기를 사용해 석탄, 철, 철광석을 직·간접적으로 공급, 판매 또는 이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이명박정부는 2010년 3월26일 천안함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같은 해 5월24일 대북 제재조치를 내놨다. 당시 조치로 남북교역이 전면 중단되면서 북한산 석탄 역시 국내 반입이 금지됐다. 국내외 대북제재 조치 대상인 북한산 석탄이 국내로 반입됐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일을 키웠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가 당초 스카이엔젤호와 리치 글로리호 등 두 선박을 한국에 억류하지 않은 채 운항을 지속하게 한 것을 두고 ‘제재 위반 관여 선박이 입항할 시 나포·검색·억류해야 한다’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제 결의안 2397호를 위반했다는 주장도 덩달아 제기됐다.
 

논란이 지속되는 사이 북한산 석탄을 싣고 인천, 포항, 평택 등 국내 항구에 입항한 선박은 샤이닝리치, 진룽, 안취안저우66호 등 총 8척, 반입 석탄량은 2만4000t에 달한다는 의혹이 추가로 나왔다.

처음 문제가 불거진 이후 한 달 넘게 논란이 지속되는 이유로는 석연찮은 정부 대처가 꼽힌다. 먼저 정부가 국내로 반입된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둔갑한 북한산일 수 있다는 점을 정말 몰랐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문제의 석탄을 반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곳은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인 남동발전. 남동발전은 북한산으로 의심되는 무연탄을 지난해 11월 이후 두 차례, 총 9700t을 들여온 혐의로 관세청 조사를 받고 있다.

대북제재 결의안
우리 정부 위반?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한국당 소속 윤한홍 의원은 남동발전 제출 자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분석 결과를 두고 “남동발전은 지난해 11월 서울세관에게 H사와 체결한 계약 관련 서류에 대한 제출 요구를 받았고 올해 6월 대구세관의 조사가 이뤄지는 와중에도 지난 3월 같은 회사에서 석탄을 들여왔다”며 “이를 볼 때 정부 차원의 방조 내지는 묵인 여부에 대한 의혹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동발전은 지난해 들여온 석탄이 러시아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무연탄 구매 입찰공고를 낼 때 ‘북한산 석탄은 입찰할 수 없다’고 분명히 명시했다는 주장이다. 또 석탄 반입이 국제입찰로 진행됐고 국제관행에 따라 산적돼 세관을 통과하는 등 정상절차를 거쳐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또 남동발전은 입찰 당시 석탄을 실제로 태워 ㎏당 약 6300㎉의 발열량을 기준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으로 북한산 석탄은 품질이 낮아 발열량이 5000㎉ 전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원산지를 굳이 의심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석탄의 성분을 분석해 원산지를 확인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의문이 떠올랐다. 이에 외교부는 지난 8일 ‘북한산 의심 석탄 관련’ 보도 해명자료를 통해 석탄을 분석해 발열량, 수분량 및 성분 등으로 유·무연탄 여부는 알 수 있지만 같은 산지나 탄광서도 분석값이 다르게 나올 수 있어 원산지를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밝혔다.

문제의 석탄을 싣고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선박에 대한 억류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때 (선박을)억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VOA 보도 이후 의혹이 커지자 당시 외교부 노규덕 대변인은 ‘스카이엔젤호, 리치 글로리호가 지난 9개월 동안 16차례 국내 항구로 입항했음에도 정부가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선박들을 억류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외압설 제기
관세청 부인

지난 7일 북한 석탄 반입 의혹을 받고 있는 벨리즈 선적 진룽호와 관련해 “북한산이 아닌 러시아산 석탄을 적재하고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며 “포항서 하역작업을 완료한 후 예정대로 8일에 나간다”고 밝혔다. 

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서 “관계기관의 선박 검색 결과 안보리 결의 위반 혐의는 확인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앞서 한국당 북한석탄대책TF 단장인 유기준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을 언급하면서 “지난해 유엔 안보리 결의 이후인 9월1일부터 현재까지 (진룽호가)국내 항구에 25회 자유롭게 입출항하는 동안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대북제재 결의안 조치에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지난해 석탄 반입뿐만 아니라 이번의 석탄반입까지 합쳐 관계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한다”며 “또 진룽호를 포함한 석탄 운반선 등 관계 선박들에 대한 압류, 검색, 나포 등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에 따른 조치를 지체 없이 바로 실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외교부는 “정부는 지난해 10월 북한산으로 의심되는 석탄의 제3국 경유 국내 입항 사례를 인지했다”며 “사건 인지 직후부터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해당 선박에 대한 검색을 시작으로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행 중인 조사를 신속히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 중이며, 검찰에 사건은 송치하는 시점에 보다 자세한 조사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당 “정부 묵인했다”
정부 “미국과 문제없다”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한국당과 바미당의 정부의 묵인설, 관세청 외압설 등을 제기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당은 지난 8일 “정부와 청와대가 남북대화에 목매는 상황서 북한산 석탄 반입을 수수방관하는 것은 북한 정권 눈치 보기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국당 신보라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부가 지난해 10월경 관련 정보를 인지하고도 수입과 유통을 차단하는 등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은 10개월간 이 문제를 방치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앞서 바미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지난 2일 “북한 석탄 수입 문제는 단순한 국내 문제가 아니다”라며 “청와대가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쉬쉬한다고 해서 어물쩍 넘어갈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원내대표는 “청와대 묵인설, 관세청에 대한 함구령 등의 소문까지 나오고 있다”며 “만약 정부가 진실을 은폐할 목적이었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관세청은 “외압 사실은 전혀 없다”고 적극 해명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이후 북한산 석탄을 반입한 혐의로 총 9건의 사례를 조사하고 있다”며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산으로 위장 수입한 혐의가 있는 수입업체를 대상으로 압수수색과 무역 관련 서류분석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은 중요 피의자들이 그간 관련 혐의를 부인하는 등 어려운 조사 여건 속에서 다수의 피의자, 참고인 등 관련자를 소환 조사했고 담당 검사의 보강수사 지시에 따라 추가 조사를 실시하는 등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진행됐다”며 “현재 수사 마무리 단계로 검찰 송치에 앞서 그간의 수사상황을 공개하는 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부연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정부는 미국과의 관계나 대북제재에 있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지난 8일 북한 석탄 의혹에 대해 정부가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을 두고 “대북제재의 주체이자 미국이 이 문제에 대해 클레임을 건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서 “미 국무부는 (이 문제에 대해)‘한국 정부를 깊이 신뢰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에 대해 가장 먼저 문제 삼아야 할 미국이 우리를 신뢰하는데 우리 언론이 계속 부정적인 보도를 내보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관계
이상 무?

앞서 미국 국무부는 북한 석탄 의혹에 대해 한국 정부를 신뢰하고 양국은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보낸 논평서 “한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해상 이행에 있어 충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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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