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관설’ 북한 석탄 미스터리

분위기 좋은데…산통 깨지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북한산으로 의심되는 석탄이 국내에 수차례 반입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붙은 논쟁은 한국과 미국 등 각국 정부로 번지는 모양새다. 해당 의혹은 유엔 결의안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청와대와 정부 대응에 따라 정국이 요동칠 수 있는 사안이다. <일요시사>가 북한 석탄 반입 의혹에 대해 살펴봤다.
 

남북관계는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해빙기에 들어갔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연일 미사일을 발사해 전 세계를 전쟁 공포로 떨게 했던 북한의 태도 변화가 시작이었다. 이후 4월 남북정상회담, 6월 북미정상회담이 연달아 열렸다.

뒤늦게 드러난
몰래 반입 의혹

미국을 포함한 동북아 정세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한국과 북한, 미국은 상대의 움직임에 대응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그 사이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됐고 북한 내 미군 유해가 미국으로 송환됐다.

미국은 북한이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할 때까지 제재를 멈춰서는 안 된다면서도 협상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북한 역시 종전선언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과거처럼 협상테이블을 박차고 나가진 않는다.

북한산(産)이라고 의심받는 석탄이 국내에 반입됐다는 의혹은 이런 미묘한 정세 상황에 불거졌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등 야당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반면 정부와 청와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유엔 결의안과도 관련된 사안이라 자칫 문제가 확대될 가능성을 신경 쓰는 모양새다.

북한 석탄 의혹은 지난달 17일 처음 불거졌다. 미국의 소리(VOA)는 지난달 1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 제재 대상인 북한산 석탄이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한국에 환적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VOA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은 지난 6월 공개한 연례보고서 수정본을 인용, “러시아 홀름스크항서 실린 북한산 석탄이 지난해 10월2일과 11일 각각 인천, 포항서 환적됐다”고 보도했다.

수정본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선박인 릉라2호와 을지봉6호, 은봉2호와 토고 깃발을 달았던 유위안호는 지난 7월과 9월 사이 총 여섯 차례에 걸쳐 북한 원산과 청진항서 석탄을 싣고 러시아 홀름스크항으로 향했다.

이후 홀름스크항에 하역된 석탄은 파나마 선적인 스카이엔젤호와 시에라리온 선적 리치 글로리호 등에 옮겨 제3국으로 출발했다. 이 과정을 거친 석탄은 지난해 10월2일 스카이엔젤호가 인천에, 10월11일 리치 글로리호가 포항에 정박해 국내로 반입됐다.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둔갑해 국내에 유통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해 10월 반입 석탄
러시아산이냐 북한산이냐

문제는 북한산 석탄이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오른 금지 품목이라는 점이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해 8월 대북제재 결의 2371호를 채택했다. 2371호에 따르면 북한은 자국 영토로부터 또는 자국민에 의해 자국 선박이나 항공기를 사용해 석탄, 철, 철광석을 직·간접적으로 공급, 판매 또는 이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이명박정부는 2010년 3월26일 천안함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같은 해 5월24일 대북 제재조치를 내놨다. 당시 조치로 남북교역이 전면 중단되면서 북한산 석탄 역시 국내 반입이 금지됐다. 국내외 대북제재 조치 대상인 북한산 석탄이 국내로 반입됐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일을 키웠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가 당초 스카이엔젤호와 리치 글로리호 등 두 선박을 한국에 억류하지 않은 채 운항을 지속하게 한 것을 두고 ‘제재 위반 관여 선박이 입항할 시 나포·검색·억류해야 한다’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제 결의안 2397호를 위반했다는 주장도 덩달아 제기됐다.
 

논란이 지속되는 사이 북한산 석탄을 싣고 인천, 포항, 평택 등 국내 항구에 입항한 선박은 샤이닝리치, 진룽, 안취안저우66호 등 총 8척, 반입 석탄량은 2만4000t에 달한다는 의혹이 추가로 나왔다.

처음 문제가 불거진 이후 한 달 넘게 논란이 지속되는 이유로는 석연찮은 정부 대처가 꼽힌다. 먼저 정부가 국내로 반입된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둔갑한 북한산일 수 있다는 점을 정말 몰랐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문제의 석탄을 반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곳은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인 남동발전. 남동발전은 북한산으로 의심되는 무연탄을 지난해 11월 이후 두 차례, 총 9700t을 들여온 혐의로 관세청 조사를 받고 있다.

대북제재 결의안
우리 정부 위반?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한국당 소속 윤한홍 의원은 남동발전 제출 자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분석 결과를 두고 “남동발전은 지난해 11월 서울세관에게 H사와 체결한 계약 관련 서류에 대한 제출 요구를 받았고 올해 6월 대구세관의 조사가 이뤄지는 와중에도 지난 3월 같은 회사에서 석탄을 들여왔다”며 “이를 볼 때 정부 차원의 방조 내지는 묵인 여부에 대한 의혹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동발전은 지난해 들여온 석탄이 러시아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무연탄 구매 입찰공고를 낼 때 ‘북한산 석탄은 입찰할 수 없다’고 분명히 명시했다는 주장이다. 또 석탄 반입이 국제입찰로 진행됐고 국제관행에 따라 산적돼 세관을 통과하는 등 정상절차를 거쳐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또 남동발전은 입찰 당시 석탄을 실제로 태워 ㎏당 약 6300㎉의 발열량을 기준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으로 북한산 석탄은 품질이 낮아 발열량이 5000㎉ 전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원산지를 굳이 의심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석탄의 성분을 분석해 원산지를 확인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의문이 떠올랐다. 이에 외교부는 지난 8일 ‘북한산 의심 석탄 관련’ 보도 해명자료를 통해 석탄을 분석해 발열량, 수분량 및 성분 등으로 유·무연탄 여부는 알 수 있지만 같은 산지나 탄광서도 분석값이 다르게 나올 수 있어 원산지를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밝혔다.

문제의 석탄을 싣고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선박에 대한 억류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때 (선박을)억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VOA 보도 이후 의혹이 커지자 당시 외교부 노규덕 대변인은 ‘스카이엔젤호, 리치 글로리호가 지난 9개월 동안 16차례 국내 항구로 입항했음에도 정부가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선박들을 억류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외압설 제기
관세청 부인

지난 7일 북한 석탄 반입 의혹을 받고 있는 벨리즈 선적 진룽호와 관련해 “북한산이 아닌 러시아산 석탄을 적재하고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며 “포항서 하역작업을 완료한 후 예정대로 8일에 나간다”고 밝혔다. 

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서 “관계기관의 선박 검색 결과 안보리 결의 위반 혐의는 확인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앞서 한국당 북한석탄대책TF 단장인 유기준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을 언급하면서 “지난해 유엔 안보리 결의 이후인 9월1일부터 현재까지 (진룽호가)국내 항구에 25회 자유롭게 입출항하는 동안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대북제재 결의안 조치에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지난해 석탄 반입뿐만 아니라 이번의 석탄반입까지 합쳐 관계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한다”며 “또 진룽호를 포함한 석탄 운반선 등 관계 선박들에 대한 압류, 검색, 나포 등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에 따른 조치를 지체 없이 바로 실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외교부는 “정부는 지난해 10월 북한산으로 의심되는 석탄의 제3국 경유 국내 입항 사례를 인지했다”며 “사건 인지 직후부터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해당 선박에 대한 검색을 시작으로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행 중인 조사를 신속히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 중이며, 검찰에 사건은 송치하는 시점에 보다 자세한 조사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당 “정부 묵인했다”
정부 “미국과 문제없다”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한국당과 바미당의 정부의 묵인설, 관세청 외압설 등을 제기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당은 지난 8일 “정부와 청와대가 남북대화에 목매는 상황서 북한산 석탄 반입을 수수방관하는 것은 북한 정권 눈치 보기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국당 신보라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부가 지난해 10월경 관련 정보를 인지하고도 수입과 유통을 차단하는 등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은 10개월간 이 문제를 방치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앞서 바미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지난 2일 “북한 석탄 수입 문제는 단순한 국내 문제가 아니다”라며 “청와대가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쉬쉬한다고 해서 어물쩍 넘어갈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원내대표는 “청와대 묵인설, 관세청에 대한 함구령 등의 소문까지 나오고 있다”며 “만약 정부가 진실을 은폐할 목적이었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관세청은 “외압 사실은 전혀 없다”고 적극 해명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이후 북한산 석탄을 반입한 혐의로 총 9건의 사례를 조사하고 있다”며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산으로 위장 수입한 혐의가 있는 수입업체를 대상으로 압수수색과 무역 관련 서류분석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은 중요 피의자들이 그간 관련 혐의를 부인하는 등 어려운 조사 여건 속에서 다수의 피의자, 참고인 등 관련자를 소환 조사했고 담당 검사의 보강수사 지시에 따라 추가 조사를 실시하는 등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진행됐다”며 “현재 수사 마무리 단계로 검찰 송치에 앞서 그간의 수사상황을 공개하는 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부연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정부는 미국과의 관계나 대북제재에 있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지난 8일 북한 석탄 의혹에 대해 정부가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을 두고 “대북제재의 주체이자 미국이 이 문제에 대해 클레임을 건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서 “미 국무부는 (이 문제에 대해)‘한국 정부를 깊이 신뢰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에 대해 가장 먼저 문제 삼아야 할 미국이 우리를 신뢰하는데 우리 언론이 계속 부정적인 보도를 내보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관계
이상 무?

앞서 미국 국무부는 북한 석탄 의혹에 대해 한국 정부를 신뢰하고 양국은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보낸 논평서 “한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해상 이행에 있어 충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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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