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흔드는’ 국민청원 사연들 공개

회사 이름 나올라 노심초사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이 오는 17일 운영 1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말 못 할 고충을 하소연할 데 없는 청원인들이 청원 게시판을 이용하면서 많은 사연들이 세상에 알려졌다. 평가는 긍정적이다. 재계도 마찬가지만, 국민청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일요시사>서 관심이 필요한 게시글들을 모아봤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이하 청원 게시판)에는 많은 글들이 올라온다. 정책 제안부터 자신이 당한 억울한 일까지 국민이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을 게시판은 허용한다. 이에 따라 자신이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의 호소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 벌벌
임원들 긴장

기업에 대한 적폐 역시 국민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 분야다. 직간접적으로 의식주를 제공하는 직장을 제공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은 자사 관련 내용이 청원 게시판에 올라오면 부담스럽다. 하지만 그동안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청원인들의 목소리이기에 피할수 없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진행하고 있는 IBK기업은행서도 갈등의 목소리가 청원 게시판을 통해 알려지고 있다. IBK기업은행의 한 비정규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청원인은 현재 IBK기업은행이 진행하고 있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작년 가을 기업은행에서는 정부서 실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발맞춰 정규직 전환을 실시했다”며 “하지만 무늬만 정규직 전환일뿐 기업은행은 지금의 파견용역과 다름없는 자회사로의 동의없이 일방적인 자회사로의 전환을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표단 선출회의 문제제기 ▲협의기구 외부전문가의 일방적인 선정 ▲기업은행의 자회사 강행을 위한 억지주장과 꼼수 ▲근로자대표단 단장 김모씨의 기업은행과의 커미션 의혹 ▲김모씨의 기행과 악행 등을 주장했다.

그동안 말 못한 고충 하소연
사내서 당한 억울한 일 폭로

실제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보다는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향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롯데호텔서도 갑질 의혹이 나왔다. 지난 19일 청원 게시판에는 ‘롯데호텔 장xx 직원의 갑질을 제발 좀 멈춰주세요’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장xx라는 롯데 시그니엘 호텔의 헤드매니저를 고발하고 싶다"며 청원글을 게재했다. 

그는 “(장모씨가) 한 여직원이 임신을 했는데 ‘바쁜데 임신했다고 미친X’이라 소리 지르면서 직원들 다 있는데 모욕을 줘서 결국은 더 일하지도 모하고 휴직 쓰고 들어가게 만들었다”며 “성적인 농담이나 음담패설은 기본이다. 같이 일하는 다른 직원들도 정신병에 우울증 약까지 먹고 있고 심지어 자기 맘에 안드는 직원이라고 고객 게시판에 그 직원을 사칭하는 글이 올라오면 ‘돈 줘서 글 쓰게 한거냐’ ‘냄새 난다’ ‘그렇게 살지 말라고 모욕을 주곤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롯데호텔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롯데호텔 측은 해당 부서 전직원 인터뷰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허위·과장된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이미지 치명타
게시글 관리 중


최근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부동산앱 업계 1위 ‘직방’도 청원 게시글이 올라오면서 잡음이 나오고 있다. 

지난 23일 게시된 ‘부동산앱 직방의 갑질 행태 신고합니다’ 제하의 청원글에는 직방의 과도한 광고비 책정을 주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청원인은 “직방은 광고비 한개의 값외에 안심추천매물이라는 매물순위를 위로 올릴 수 있는 형태로 두배 넘는 광고비를 걷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부동산경기도 열악한 상황서 갑질은 정말 참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한달 전 부터는 2개월 단위로 광고비를 결제하라는 불공정하다고 느껴지는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1개월 단위는 결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며 횡포라고 주장했다.

숙박앱 ‘야놀자’ 역시 갑질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달 26일 청원 게시글 ‘숙박앱 야놀자의 갑질에 대해 경종을 울려야 한다’에는 야놀자의 성장에 담긴 숙박업 대표들의 고통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해당 청원인은 “야놀자는 숙박업 대표들이 내주는 예약 수수료 10%서 15%를 받는다”며 “지역별로 250만원서 300만원 하는 광고비를 지불해야 상단에 올라간다. 소상공인이 매월 이를 부담하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광고를 내지 않으면 15%의 징벌적 수수료를 징수한다”며 “야놀자가 TV나 버스 등에 막대한 광고세례를 퍼붓는 것은 숙박업 대표들의 눈물”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야놀자가 인터넷 숙박 예약업을 넘어 직접 사업에 진출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청원인은 “숙박업 대표들을 화나게 하는 것은 막강한 자금력과 인터넷 예약망을 기반으로 직접 프랜차이즈를 하는 것”이라며 “숙박업소 덕분에 회사가 커졌는데 이제 직접 선수로 뛰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업 제품 및 서비스의 소비자 불만도 청원 게시판에 상당수를 차지했다. 

보안시스템 서비스를 설치했으나 도둑이 들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청원글이 눈길을 끌었다. 지난 30일부터 청원을 받기 시작한 해당 청원에 따르면 청원인은 2년전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오면서 LGU+IOT 보안서비스를 설치했다. 

유상(2만원 상당)으로 제공되는 해당 서비스는 문 열림 감지 서비스 즉 창문이나 출입문이 열릴 경우 서비스 신청인에게 해당 사실을 알려주는 서비스다. 문제는 최근 청원인의 집에 도둑이 들면서부터다. 


청원인은 최근 도둑이 들었으나 보안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범인이 창문을 통해 출입했으나 알림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이었다.

청원인이 생각한 문제는 사후 대처였다. 청원인은 “보상관련 합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제공이 안 되니 쓰지 마라. 시스템을 확인해 정상화시킬테니 기다려달라는 등 수습방향 제시는 물론 이렇다할 대안을 주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SK매직 역시 소비자의 불만이 나왔다. 지난 1일 올라온 ‘SK매직 대기업횡포 고발합니다’ 게시글에는 정수기 렌탈과 관련된 문제점이 지적됐다. 청원인은 자신을 정수기 렌탈 사용자라고 소개하며 “2016년 6월 렌탈 계약 후 만 2년을 사용한 시점서 부품이 없다며 계약해지 혹은 새계약(3년 약정)을 (회사가)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을 목소리 대변
허위·과장 난무

이어 “1년만 사용하면 계약이 만기에 추가 2년(총 5년)을 사용하면 명의이전까지 약속한 상황이었다”며 “계약 유지경우 현재 3만9900원인 금액에 1만원이 추가된 4만9900원에 이용하라고 (회사측이)얘기했다”고 주장했다. 

해석에 따라서는 좀 더 높은 렌탈 비용을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청원인은 “새제품이 나올 때마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소비자의 골을 빼먹는 대기업의 갑질은 없어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간 갈등의 목소리도 청원 게시판을 통해 나왔다. 지난 1일 게시된 ‘롯데월드의 갑질과 소상공인의 눈물!!’ 청원글에 따르면 청원인은 작년 8월쯤 롯데월드에서 갑자기 매장 공실 생겼다면서 네일샵 입점을 요청받았다. 

롯데월드 측 요청이라서 다른 매장보다 저렴한 수수료로 입점했다. 

청원인은 “매장 위치는 옆 식당가 공사를 인해 어수선했고 유동인구가 적은 모서리 쪽이라서 직원들 월급 주기도 벅찬 상황이었다”며 “3개월 후 안쪽 식당 공사가 마무리됐고, CJ푸드가 입점하면서 매장 앞 유동인구는 늘어나게 됨에 따라 매출도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갑자기 새로 온 롯데월드 담당 매니저가 운영한지 1년도 안 되는 시점서 갑자기 나가라고 했다”며 “힘들때는 ‘투자해서 들어오라’ 하고 이제 좀 잘 되니까 ‘나가라’니 너무 황당했다”고 전했다. 

그는 “(롯데월드 측에) 부당함을 호소하자 롯데월드의 모든 매장들은 계약서상 3개월 갱신으로 돼있기 때문에 롯데월드가 원하면 무조건 나가야 하는 것”이라며 “어느 매장이 1년도 안되는 곳에 시설을 투자하고 들어 가겠느냐”고 반문했다.

꼼수 마케팅 고발
갑질 사례에 분노

해당 청원글은 게시글이 작성된지 이틀만인 3일 기준 현재 254명이 참여하면서 관심도가 고조되고 있는 양상이다. 향후 롯데월드 측의 대처가 주목되는 대목.

일자리를 구하는 과정서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청원인의 목소리도 있다. 해당 청원글은 지난달 27일 게시됐다.

‘코웨이콜센터면접’이라는 제목으로 게시된 글에 따르면 청원인은 지난 26일, 경기도 부천 중동에 있는 코웨이 A/S접수 콜센터 직원 공고 면접을 보게 됐다. 

45세인 한 청원인은 4명씩 앉아서 면접을 보는데 면접관으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 이력서를 보던 여성 면접관은 “40대 이상의 아줌마들이 득실거려서 본인이 이 센터를 하면서 거르는 중이라며 지금도 40대 아줌마들은 골라내고 있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면접관이 40대 이상의 아줌마들은 전산도 느리다면서 근거 없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가 하면, 면접보던 사람들 중 유일한 40대 중반의 저에게 수치심과 모욕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면접공고 당시 나이제한을 두든지 왜 코웨이라는 이름을 걸고 나이제한 없다고 직원모집 공고를 해서 면접 보게 해놓고 그런 말(40대 여성을 비하는 말)을 하는지 너무 억울하고 창피했다”고 전했다. 

이어 “저같은 수치를 똑같이 겪을 절실히 직장을 구하려고 면접보실 다른 분들을 나이든 분들의 최소한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이같은 차별 압박면접에 대한 규정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홍보업계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 국민청원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는 바이지만 사실 관계 확인이 어려운 내용이 다수 포함돼있어 자사가 홍보하는 매체가 거론될 경우 곤란한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부고발자 
보호는 글쎄∼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기업들로부터 이른바 ‘갑질을 당했을 경우 호소할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활성화 되면서 청원인들이 자신이 겪은 부당함을 호소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청와대가 정의한 국민청원 의미는?

국민청원은 그 존재 자체로 논란이 되기도 한다. 명예훼손·허위사실 공표·욕설·비방 등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엄격하게 이 같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글을 관리한다며 순기능에 주목했다. 청와대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청원 게시판이 국민의 놀이터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국민 청원 책임자인 정혜승 뉴미디어비서관은 이날 오전 청와대 페이스북 라이브 <11:50분 청와대입니다>를 통해 “(청원 게시판이) ‘놀이터’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국민의 놀이터로 가능할 수 있다. 장난스럽고 비현실적인 제안도 이 공간에선 가능하고, 국민들이 분노를 털어놓을 곳도 필요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그 과정서 공감을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욕설, 비방, 허위사실 공표, 명예훼손, 선정적인 내용과 청소년에게 유해가 될 내용은 삭제할 수 있다고 공지하고 있다”며 “모든 제도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는데 현재로서는 순기능이 크다고 보고 있고, 세심하게 대응하면서 가겠다”고 말했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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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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