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사돈 리스크 막전막후

사정 칼날이 로열 혼맥 난도질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현재 재계의 분위기는 전전긍긍이다. 최근 사정기관의 압박이 거세기 때문이다. 사정권 밖의 기업도 안심할 수 없다. 다양한 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혀있어 언제든지 사정 칼날 위에 설수 있다는 부담감이 있다. 최근에는 사돈기업에 대한 압박이 높다. 사돈관계가 또 다른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재계는 현재 3·4세 경영인이 주름잡고 있다. 회사 창업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던 창업주와 2세대 경영인들이 세월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3·4세 후계자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은 다양한 혼맥으로 얽혔다.

사각지대 거래
특혜·부당거래

재계서 오랜 기간 사업을 영위한 그룹의 경우 대부분 직간접적인 혼맥으로 얽혀있는 모습이다. 혼맥으로 이어진 그룹들 간 거래가 발생하면 특혜성 거래 아니냐는 의혹의 시각을 받게 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존재한다. 

서로 간에 이해관계가 맞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거래를 할 경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단순히 거래 자체만으로도 의혹의 시선을 쉽게 거두지 않는다.

문재인정부가 내세운 적폐 청산 작업에 따라 재계 역시 적폐로 분류되는 모든 것에 대한 검증작업에 들어갔다. 지금까지는 승계 자체에 초점을 맞춰 사정의 칼날을 세웠다면 최근에는 혼맥까지 염두에 두고 사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 사정기관이 현대자동차그룹과 삼표그룹 간의 거래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는 점도 사돈기업이라는 특수성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도원 삼표 회장은 경복고 선후배 사이로 지난 1995년 정도원 회장의 장녀 지선씨가 정몽구 회장의 장남 정의선 부회장과 결혼하면서 사돈지간이 됐다.

이 때문에 두 그룹 간 거래를 두고 특혜성 논란이 따라다녔다. 시민단체는 이들 그룹 사이의 거래에 편법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회(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전국금속노조 등은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의 일감몰아주기 혐의에 대해 공정위에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국세청·경찰·검찰…사정기관 거센 압박
적폐청산 작업 따라 현미경 검증 들어가

이들 시민단체들은 “현대글로비스는 정몽구 현대차 그룹의 사돈 기업이며 석회석 운반에 대한 특별한 기술과 노하우가 없는 삼표에 운송업무를 재하도급해 불필요한 거래단계를 추가해 통행세를 챙기도록 했다”며 “현대제철은 거래 과정서 실질적 역할이 없는 현대글로비스를 거쳐 물류 계약을 맺도록 해 글로비스에 부당지원을 한 혐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이 움직이자 공정거래위원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정위는 현대차 그룹이 삼표 그룹에 부당지원을 한 사실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세청도 지난 4월 삼표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돈지간에 기업이 비슷한 시기에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삼표그룹 측은 정기세무조사라는 입장이지만 지난달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 조사원을 투입해 현대엔지니어링에 대한 회계자료를 확보하면서 두 그룹간 부당거래 의혹 검증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따라 향후 조사 결과에 눈길이 쏠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사돈지간이 ‘기업인-기업인’ 형식뿐만 아니라 ‘정치인-기업인’간 사돈지간도 특혜성 거래 및 비호에 대한 의심이 나온다.
 

최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이 단단히 털리고(?) 있는 중이다. 한국타이어와 효성그룹은 이 전 대통령 사돈기업이다. 이 전 대통령의 셋째 딸 수연씨가 조양래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회장의 아들 조현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과 결혼하면서 한국타이어는 이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이 됐다. 

또 조 회장의 형이 조석래 전 효성 회장이기 때문에 효성 역시 이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사돈기업까지 
벌벌 떠는 재계

한국타이어의 경우는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실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됐다. 특히 당시 조사에 조사4국 요원이 투입되면서 강한 압박이 예상됐다. 국세청 조사4국은 대기업 탈세나 비자금 조성 혐의 등을 포착했을 때 비정기적인 세무조사를 실시한다. 이른바 특별세무조사다. 

따라서 향후 한국타이어는 거센 검증의 칼날 위에 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정부 및 공정거래위원회는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타이어가 특별세무조사에서 그간의 일감몰아주기가 정당했는지 집중적으로 검증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문제될 법한 계열사를 다수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계열사가 시스템관리 및 시스템통합 서비스 제공 등을 사업 목적으로 하는 엠프론티어다. 2000년 8월 설립된 엠프론티어는 한국타이어그룹의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지분 40%를 가지고 있다. 

이외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대표이사 24%, 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24%, 조 회장 장녀 조희경씨 12% 등이 지분을 가지고 있다. 특수관계자 지분이 100%에 달하는 셈. 엠프론티어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지난해 653억5411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506억2300만원을 일감몰아주기로 올렸다.

전체 매출의 77.45%에 달하는 비중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엠프론티어가 조현식·현범 대표이사의 승계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신양관광개발 역시 한국타이어의 계열사로서 공정위의 사정권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양관광개발은 1982년 12년18일 설립돼 건물 및 시설관리용역과 부동산임대업을 영위하고 있다. 

신양관광개발 지분은 조현식 대표이사가 44.12%, 조현범 대표이사가 32.65%를 가지고 있다.

이외 조희경씨와 조희원씨가 각각 17.35%, 5.88%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조 회장의 자녀가 지분 전부를 가지고 있는 회사로서 오너 일가 개인회사다. 신양관광개발은 지난해 153억7656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계열사와의 거래는 23억8157만원 수준이었다. 내부거래 비중은 15.4% 수준이었다. 
 

현재 한국타이어그룹은 승계 작업이 마무리된 회사가 아니다. 그룹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최대주주는 23.59%(지난 3월31일 기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조 회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승계 자금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는 이들 회사에 대한 제재에 들어갈 경우 그룹 지배력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재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해외부동산에 대한 의혹의 시선도 있다. <일요시사>는 ‘한국타이어 조씨 일가 해외부동산 공개’ 제하의 기사를 통해 조 회장 일가의 해외부동산 매입 과정을 살펴봤다. 조 회장 일가는 하와이에 200억원대의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과정에 대해 의혹이 쏠렸다. 

따라서 해외부동산을 매입하는 과정이 투명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검증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효성그룹 역시 사정기관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4월 공정위는 계열사를 동원해 사익편취를 했다며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및 경영진들을 검찰에 고발해 조치했다.

공정위는 또 효성에 17억2000만원,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에 12억3000만원, 효성투자개발에 4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효성그룹 총수 2세 조현준 회장이 지배주주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2012년 이후 계속된 심각한 영업난·자금난으로 2014년말 퇴출 직전의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효성 재무본부는 여러 계열사를 통해 자금을 지원했다. 

2014년 11월 효성 재무본부는 검토 끝에 효성투자개발을 통해 직접 금융회사를 섭외하고 지원 방안을 기획·설계했다. 공정위는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가 25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과정서 효성투자개발이 ‘리스크’를 부담하게 한 것으로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자금 조달이 어려웠던 상황서 저리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자본금의 7배가 넘는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리하면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위험을 효성 계열사에 떠넘기고 자금을 조달한 혐의가 드러났다.

조 회장은 현재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의 주식 가치를 11배나 부풀려 약 179억원의 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검찰로부터 기소를 당해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겔럭시아일렉트로닉스가 자사주를 매입할 이유가 없었음에도 조 회장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식의 가치를 부풀려 매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판단한 부풀린 금액은 최대 11배 수준. 
 

조 회장의 변호인 측은 “대법원 판례 등을 들어 주주가치를 높게 또는 낮게 적용하는 것은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지난 5월 열린 재판은 초반이기 때문에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일각에선 MB 사돈 기업이기 때문에 더욱 강한 사정 압박을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의 사돈 기업 역시 구설에 오르면서 검찰 조사가 시작됐다. 김 의원의 딸이 사돈 기업 엔케이 자회사에 허위 취업을 한 혐의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김 의원의 장녀는 박윤소 회장의 장남과 2011년 3월 신라호텔서 결혼하면서 사돈 관계가 됐다.

KBS는 김 의원이 장녀가 엔케이 자회사인 더세이프티의 차장 직급으로 근무해 급여 307만원을 받았지만 실제로 근무하지 않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가 근무한 5년간 수령한 임금 총액은 4억원에 달했다는 것.

복잡한 혼맥
불투명 거래

검찰은 발빠르게 수사를 시작했다. 부산지검 서부지청은 지난 25일, 부산 강서구의 엔케이 본사에 수사관을 투입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빠른 시일 내에 박 회장을 소환해 김 의원의 장녀 취업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뇌물 공여 등에 대한 부분을 조사할 방침이다.

문제는 의혹이 점점 ‘확대 양상’이라는 점이다. 엔케이는 지난 2015년과 2016년 국정감사 당시 한국수력원자력에 불량납품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여전히 한국원자력 측에 납품을 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혜 시비까지 불거졌다.
 

다양한 관계 실타래처럼 엉켜
언제, 어디로 불똥 튈지 몰라

영풍그룹도 최근 사돈댁인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의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부담스러운 모양새다. 김 장관의 딸 윤세인씨가 최창근 고려아연(영풍 계열사) 회장의 아들 민석씨와 2015년 결혼하면서 사돈관계를 맺었기 때문이다.

정제영씨는 최근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면서 낙동강 오염의 원인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영풍석포제련소의 관련 행정심판서 김 장관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의혹제기에 대해 김 장관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김 장관은 한 언론을 통해 “공동창업으로 인연을 맺긴 했지만 이미 40년도 전에 관계를 정리한 회사를 새삼스럽게 거론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며 “백번 양보하더라도 제가 영풍석포제련소 관련 행정심판에 전혀 관심이 없는데도 이런 주장이 나와 유감”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사돈기업 대원강업 부당지원 논란으로 재차 구설에 오르는 모습이다.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은 허재철 대원그룹 회장의 장녀 허승원씨와 결혼하면서 사돈지간이 됐다.

문제는 허 회장 일가가 대원그룹의 핵심 계열사 대원강업의 경영권을 뺏길 위기서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제기됐다. 적절한 투자였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홍민철 고려용접봉 대표와 고려용접봉은 2007년 대원강업의 지분 8.2% 보유하면서 주요주주에 오른 뒤 2009년 23.8%까지 지분율을 확대하면서 허 회장 일가의 경영권을 위협했다.

여기에 백기사로 나선 것은 현대백화점그룹이었다. 당시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인 현대홈쇼핑, 금강에이앤디, 현대쇼핑은 홍 대표 측이 지분매입에 나설 때 백기사 역할을 자처했다. 

2009년부터 지분 매입을 시작했는데 투입된 금액만 400억원을 웃돌았다. 하지만 재계에선 이를 두고 적절한 투자였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사돈 기업을 위해 상당부분의 자금을 투입한 것이 주주들의 권익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덕 좀 
보나 했더니…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사돈기업 간의 거래는 부당거래의 소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감시할 수 있는 장치가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돈기업 구설은)사각 지대서 발생하는 부당 거래에 대한 의혹 검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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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