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대담] ‘야구 전설’ 송진우에게 아마야구의 길을 묻다

  • 전상일 기자 jsi@apsk.co.kr
  • 등록 2018.08.06 10:29:42
  • 호수 11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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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앞에 집착 말고 먼 미래로 한발 한발”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 = 송진우 한화이글스 코치는 한국프로야구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의 전설이다. 대학 4년과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문에 프로 데뷔를 1년 더 미룬 송 코치는 1989년 데뷔해 통산 21년간 672경기서 210승153패 103세이브 17홀드를 기록했다. 210승도 엄청난데 103세이브를 했으니 입이 떡 벌어진다. 꾸준히 선발로만 등판했다면 300승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송 코치도 어린 시절에는 빠른 공과 훌륭한 소질을 지니고 있는 투수였다. 전성기 시절의 구위를 잃어버린 적이 있으나 마술 같은 제구력과 현란한 변화구로 제2의 전성기를 열어 대기록을 달성했다.

프로 입단 후 큰 부상 없이 없었던 송 코치는 술·담배를 멀리하는 등 철저한 몸 관리로 프로 21년 차까지 현역으로 뛰었다. 이런 업적이 단지 타고난 소질 때문이 아니라 철저한 노력과 프로정신이 결집돼 발현된 것으로 평가받는 것도 그 이유다.

그런 의미서 작금의 어린 선수들이 롤 모델로 삼아야할 선수는 바로 송 코치인지도 모른다. 송 코치는 현재 일선서 프로선수들을 지도하며 한화 이글스의 돌풍을 이끌고 있다. 현역 선수로도, 지도자로서도 피칭에 관해서는 전문가인 그를 만나 어린 투수들이 앞으로 걸어가야 할 할 방향에 대해 물었다.

[21년 현역으로]
[철저한 몸관리]

증평초등학교 5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송진우는 언제나 팀의 에이스였다. 세광고 2학년 시절 2학년 황금사자기 우승 때는 거의 혼자 완투를 했었다며 잠시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이날 모교인 세광고는 청룡기서 우승후보 덕수고를 격파하며 8강에 진출했다. “아까 보니까 이기고 있던데요?”라고 말하며 사람 좋게 웃는 송진우 코치. 늘 한 번 찾아가보고 싶으면서도 워낙 치열한 승부의 현장에 있는 탓에 “마음만 있다”는 그는 후배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올해 한화 이글스의 성적이 너무 좋다.

▲선수들이 열심히 하려고 하고 팬들도 야구장 찾아서 응원 많이 해주시다 보니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여러 사람들의 뜻이 한 곳에 모이다 보니까 올해 생각보다 좋은 성적이 나고 있다.

-한화 이글스로 돌아오게 된 계기가 있나?

▲은퇴한 한화 이글스 출신들이 그동안 팀이 부진했던 것을 만회하자는 마음으로 의기투합하면서 다시 현장으로 돌아오게 됐다. 사실 내가 오기 이전에는 2군 출신 보다는 외부서 영입을 많이 했다. 하지만 구단서 기대하는 기대치에는 다소 부족한 면도 있었던 것 같다. 이번에 이글스 출신들로 제대로 한 번 팀을 꾸려서 만들어 나가보자는 제의를 받고 나 또한 매력을 느껴 동참했다.

멘탈도 봐야하고
지구력도 봐야하고
민첩성도 봐야한다

-세광고 재학 시절 때는 성적이 어땠나?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우리 학교가 야구를 나름 잘 했다(웃음). 내가 고교 2학년 때 황금사자기 우승을 했었고, 3학년 때 대통령배 준우승을 했었다.

-가끔씩 모교도 찾아가는가?

▲사실 찾아가보고 싶은데 프로야구 일정으로 전국 각지를 떠돌다 보니 솔직히 시간이 없다. 늘 항상 마음만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교 투수에 제언]

최근 고교야구의 특징은 ‘스피드업’과 ‘벌크업’이다. 야구에 대한 내적인 깊이보다 지나치게 보여주기식 스피드를 늘리는 데 여념이 없고 프로 또한 지나치게 스피드에 경도돼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 이유다. 프로 일선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송 코치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아마야구 투수들이 지나치게 스피드에만 집착한다는 지적이 많다.

▲대답하기 쉬운 질문이 아니다. 솔직히 조심스럽기도 하다. 쉽게 말하면 운동의 능력이 있는 사람이 프로에 들어오는 것이 차후에 좋은 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스피드는 그런 운동능력의 하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내가 학생야구를 할 때는 야구부서 그 선수의 운동능력 테스트를 하고 야구부로 뽑았었다. 최근에는 그런 것과는 동떨어지게 하고 싶은 사람들에 한해서 야구부를 구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 그런 부분들이 이런 트렌드에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처음 입단한 고졸 투수들을 보게 되면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체크하나?

▲어느 하나를 꼬집어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 선수의 멘탈도 봐야하고 지구력도 봐야하고, 민첩성도 봐야 한다. 공만 빠르게 던진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위기 상황서 얼마나 대처를 잘할 수 있는지의 여부도 봐야한다.

거기다 프로의 기준으로 보면 공을 어느 정도 이상의 스피드로 던져야 하기 때문에 공을 잘 던질 수 있는 체격도 봐야한다. 여기에 최근에는 느린 볼, 특히 체인지업류의 공을 많이 던지는 데 그 공의 브레이크가 얼마나 잘 들어가지도 체크해야 한다.

-투수는 단순한 직구의 스피드보다 공 끝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공의 회전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어떤 훈련을 해야 하는가?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지도자마다 방법이 다 다를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투수의 공의 회전력을 늘리고 공의 스피드가 빨라지기 위해서 가장 좋은 것은 멀리던지기라고 생각한다. 공이 멀리가기 위해서는 공의 회전이 많아야 한다.

멀리 던지는 연습을 기피하거나 소홀한 선수는 공이 빨라지는 것을 원치 않는 선수라고 생각한다(웃음). 가능하면 시즌 중에는 쉽지 않지만 비시즌 중에는 멀리던지기를 권장을 많이 하고 있다.

공만 빠르다고 좋은 것 아냐
위기 상황 대처 능력이 중요

-현역시절 제구의 마술사라고 불렸다. 어린 선수들에게 제구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에 대해 조언한다면?

▲반복연습이 가장 중요하다. 나도 어릴 때부터 제구력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프로에 처음 왔을 때는 스피드에 의존하는 투구를 많이 했었던 기억이 난다. 예전 지도자분들은 공을 많이 던지라고 주문을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공을 많이 던지면 어깨에 무리는 당연히 갈 수밖에 없고, 공을 적게 던지면 반복연습이 안 되기 때문에 갖고 있는 능력을 배가시키기는 어렵다. 나도 그 적정선을 조절하는 것에 많은 애로사항이 있다. 제구력은 손의 감각이다. 강하게 던지지 않더라고 꾸준하게 공을 만지면서 스스로 느끼고 깨우치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몸매가 굉장히 슬림하다. 지금의 투수들 사이에선 체중을 많이 불리는 벌크업이 유행하고 있는 것 같다. 벌크업이 공의 스피드를 늘리고 공을 무겁게 하는 데 도움이 되나?

▲아무래도 가벼운 것보다는 무거운 것이 더 유리하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나는 그러한 벌크업보다 순간적으로 움직이는 몸의 민첩성과 공을 던지는 순간의 회전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단순히 몸을 불린다고 해서 공이 무거워지는 것은 아니고 자신의 신체를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다.

-프로는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정글 같은 곳이다. 이런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수가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할 덕목을 한 가지만 꼽는다면?

▲상대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강력한 멘탈이다. 아마추어는 참가하는 데 의의를 두지만 프로의 세계서 2인자는 인정해주지 않는다. 각 팀의 투수들이 보통 13명 정도의 엔트리가 있는데 자신들의 팀의 선수들끼리도 라이벌 의식을 가져야 한다. 상대를 만나면 꼭 이긴다는 생각이 멘탈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지도자가 보는]
[고교야구 변혁]

2018년 고교야구는 대변혁의 시기를 걷고 있다. 투구수 제한이 본격화됐다. 올 시즌 말부터는 고교선수들의 해외전지훈련 금지 및 겨울철 연습경기 금지 규칙도 본격 실행된다. 이러한 규칙들은 고교 야구 선수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반면 고교 선수들의 기량하락과 고교야구의 질적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송 코치는 이러한 제도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있을까.

-올 시즌 고교야구서 투구수 제한이 처음 도입됐는데?

▲생각하는 것이 다 편차가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투구수 제한이 꼭 필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이 제도가 생긴 이유는 아마추어 지도자들이 욕심이 있어서다. 투수들을 많이 던지게 하다 보니 이런 제도가 나온 것이다. 지도자들의 정확한 판단만 있다면 투구수 제한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일본을 예로 들면 일본은 고시엔 대회가 여름과 가을 두 대회가 있는데 거의 모든 투수들이 다 완투한다. 하지만 그 선수들이 프로에 들어가서 부상이 있거나 하지는 않는다. 결국 지도자들이 투구수를 얼마만큼 선수에 맞게끔 배당을 해주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어린 선수들이 프로에 들어올 때 부상을 입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보니 투구수 제한을 두는 것 같은데 정답은 없다. 많이 던진다고 아픈 것도 아니고 적게 던진다고 몸이 강해지는 것도 결코 아니다. 그 선수에 맞게 현장에 있는 지도자들이 잘 조절해줘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을 한다.

-현역 때 210승을 거둘 만큼 많이 던지면서도 부상이 없었다. 그 비결이 궁금하다.

▲일단 몸의 구조가 중요하고 생각 자체도 중요하다. 나는 공을 던질 때 조금 긍정적으로 즐겁게 던졌다. 생각이 긍정적이면 부상이 적게 온다. 또 하나, 나는 몸이 매우 유연한 편이었고 투구 폼도 꽤 부드러운 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많이 던져도 회복이 빨리 되는 편이었던 것 같다. 부드러운 몸과 부드럽고 예쁜 투구 폼을 가지고 있으면 부상위험은 줄어들 수가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장에 있는 지도자들이 그 선수를 얼마만큼 관리해주느냐인 것 같다.

“투구수 제한…꼭 필요하겠냐?”
“해외훈련 금지…대안 나올 것”

-올해부터 아마야구서 해외전지훈련 금지 및 겨울철 연습경기 금지 법안이 본격 시행된다. 이에 대한 의견은?

▲사실 이 문제는 프로 지도자인 내가 언급하기는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자율로 보장을 하게 되면 한두 군데가 전지훈련을 가게 되면 다른 고등학교들도 안 갈 수가 없다. 이런 측면이 강제적인 금지를 하게 된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이것도 몇 년 시행되다 보면 여러 가지 개선책이나 대안책이 나오지 않겠는가.

-신인 투수들을 처음 보면 어떤 훈련을 가장 먼저 시키나?

▲모두가 다 그렇겠지만 나 또한 ‘기본기’를 가장 먼저 이야기한다. 나는 처음부터 선수들을 압박하는 타입이 아니다. 기본부터 차분하게 가르치면서 차츰 좋아지는 방향으로 유도를 하는 것이 선수들에게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덜 줄 수가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무래도 야구를 등한시하게 될 수 있다. 재미가 있으면 선수들이 알아서 열심히 연습하고 성장하게 된다. 따라서 최대한 재미있게 야구를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고교 선수들은 프로를 목표로 열심히 하고 있다. 프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나?

▲아마야구의 지도자분들이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열심히 지도 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선수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대학이나 상급학교의 진학이 아니라 프로에 와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기본기다.

기본기가 안 되어 있으면 실력 향상에 한계가 있다. 이 부분을 명심 또 명심했으면 한다. 또 한 가지는 야구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너무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를 바라보고 한발 한발 정진하는 것이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엄청난 폭염이다. 어린 선수들에게 야구계의 대선배로서 따뜻한 한마디 부탁한다.

▲날씨가 엄청나게 덥다. 지금 뛰고 있는 선수들은 야구할 날이 정말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치지 않는 것이다. 부상을 입으면 가족이나 개인에게 가슴 아픈 일이다. 부디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고 수분 섭취를 충분하게 해주면서 경기할 때마다 즐기면서 열심히 뛰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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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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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