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무치’ 신원 황태자 복귀 논란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7.23 09:50:23
  • 호수 11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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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 없었다는 듯 ‘회사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돌아왔다. 회삿돈 75억원을 빼돌려 주식으로 탕진한 혐의로 징역형을 산 신원 박정빈 부회장. 두 달 전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그리고 회사로 돌아왔다. 뒷말이 무성하다. 
 

신원 박정빈 부회장이 지난 2일, 경영 일선에 공식적으로 복귀했다. 업계에선 박 부회장의 경영 복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사에 손해를 끼친 횡령 혐의로 실형이 선고돼 ‘비리 경영인’으로 낙인이 찍혔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 부회장은 이 같은 예상을 뒤집고 가석방 이후 두 달 만에 경영 일선으로 돌아왔다.

가석방 
두 달 만에…

박 부회장은 아직 형기가 끝나지 않은 상태다. 가석방은 형기 종료 석방이 아니다. 가석방 기간을 경과할 때 형의 집행이 종료되며, 이 때문에 보호관찰 대상이다. 

박 부회장은 올해 10월 형기가 종료되지만, 지난 4월30일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7월인 현재 형기가 아직 3개월가량 남았다. 이 때문에 박 부회장의 이른 복귀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에선 “박 부회장은 경영 복귀가 아닌 자숙할 때다. 사실상 아직 형기가 끝나지 않은 상태서 경영에 복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회삿돈 빼돌려 감방 갔는데…
박정빈 부회장 경영일선 복귀

이 같은 지적에 신원 측은 박 부회장 복귀에 대해 ‘회사 의사결정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신원 관계자는 “부회장님이 복귀한 것은 맞다. 무급으로 경영에 참여한다”며 “오랫동안 부회장이 부재한 탓에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있었다. 남북경협 등 하루빨리 해결할 현안이 있어 부회장이 생각보다 일찍 복귀했다”고 답했다. 

박 부회장은 출소 후 지난 2일 신원 사내서 주최하는 예배에 참석해 석방 이후 처음으로 임직원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박 부회장은 그동안에 소회를 담은 편지를 임직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다음은 박 부회장의 편지 일부다. 
 

‘27개월 만에 월요 예배를 통해 신원 가족 분들의 얼굴을 뵈어서 너무나 감격스럽고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신원의 품으로 다시 돌아와 신원 가족을 재회 할 수 있는 이 시간을 허락해주신 하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년여 시간 동안 묵묵히 책임을 다해주신 신원 가족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반백년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신원의 최근 5년은 뼈아프게도 ‘잃어버린 5년’이었습니다. 이것은 모두 저의 불찰이었고, 부덕의 소치였습니다. 저의 그릇된 판단과 결정으로 모든 신원 가족 여러분들에게 고통을 주었고, 어려운 터널을 지나게 하였습니다.’

박 부회장이 어떤 ‘불찰’과 ‘그릇된 판단’으로 신원 임직원에게 고통을 주었던 것일까?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부회장은 신원의 설립자 박성철 회장의 차남이다. 유력한 차기 신원 후계자였지만, 2015년 11월27일 법원은 회사돈 75억여원을 횡령한 혐의(특경범상 횡령)로 박 부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비리 직원은 
재취업 불가능

박 부회장은 회사자금 47억원을 가져다가 주식 투자를 했고, 이후 또다시 28억원을 횡령했다. 이 과정서 후계자 지위를 이용해 허위 문서까지 만든 혐의가 인정된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신원그룹 후계자 지위를 이용해 주식 투자 등을 위해 회사자금 75억원을 횡령해 죄질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이어 “실형 선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영장을 발부해 구속한다”며 법정 구속했다. 

2016년 5월20일 고등법원서도 박 부회장의 유죄를 인정했다. 다만 형은 1심보다 낮춰진 2년6개월이 선고됐다. 그해 10월13일 대법원에선 박 부회장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최종 유죄확정 판결이 확정됐다. 

박 부회장이 신원의 자기자본 4.06%에 달하는 금액(75억7800만원)을 개인 투자 목적으로 횡령했던 만큼 죄질이 좋지 않다는 게 재판부의 공통된 판단이었다. 박 부회장에게는 확실히 ‘잃어버린 5년’이었다. 
 

이외에도 아버지 박 회장도 같은 시기 파산·회생절차서 300억원대 재산을 숨기고 빚을 탕감 받은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은 사기(특경범상 사기) 등의 혐의로 재상고심에서 징역 4년 벌금 3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1심은 “파산·회생 제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신뢰를 뒤흔든 행태에 대해 책임을 엄중히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박 회장에 대해 징역 6년과 벌금 50억원을, 박 부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형기 끝나지도 않았는데…
뭐가 그리 급해 서둘렀나

2심은 법리 적용이 잘못됐다는 이유로 박 부회장만 징역 2년6개월로 감형했고, 대법원서 그대로 확정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박 회장의 사기 회생 혐의 일부에 대한 심리가 다시 필요하다고 보고 파기환송했다. 

2006년 4월 채무자회생법 시행 전후의 행위를 포괄해서 유죄로 볼 것이 아니라 별도로 심리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파기환송심은 박 회장에 대해 징역 4년에 벌금 30억원을 선고했고, 5번 재판 끝에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매듭지었다. 

현재 박 회장은 교도소 수감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신원 역시 ‘잃어버린 5년’을 보냈다. 오너 부자가 나란히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당시 돌연히 전문경영인 체제였던 신원의 경영권이 박 회장의 삼남 박정주 대표이사에게 넘어갔다. 
 


업계에선 도의적인 논란이 일었다. 박 회장이 구속된 이후 회사를 지키기 위해 아들을 회사 대표직에 앉힌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신원은 이미 전문경영인 체제를 3년간 유지하며 꾸준히 실적이 개선되던 중이었다. 

오너가 모두 비리에 연루된 상황서 또 다른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긴 셈이다.

박 대표의 경영 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오너 일가 비리로 대대적인 검찰 수사를 받던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신원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현격하게 악화됐다. 특히 박 대표가 경영권을 거머쥔 2016년부터 당기순이익은 바닥을 쳤다. 

임직원에 돌린
이상한 이메일

전문경영인체제였던 2015년은 영업이익 142억원, 당기순이익 93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2016년 영업이익 139억800만원, 당기순이익 -49억5000만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의 실적은 더욱 처참하다. 영업이익 12억5000만원, 당기순이익 -83억9000만원으로 계속 사업 이익 등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때 이른 복귀로 신원은 족벌 경영의 굴레서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 박 부회장 말대로 ‘어려운 터널’을 나올지, 더 깊이 들어갈지는 지켜볼 일이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신원 박정빈 부회장이 임직원에 보낸 메일 전문

안녕하십니까? 신원 박정빈 부회장입니다.

27개월 만에 월요 예배를 통해 신원 가족 분 들의 얼굴을 뵈서 너무나 감격스럽고 만감이 교차 했습니다. 신원의 품으로 다시 돌아와 신원 가족을 재회 할 수 있는 이 시간을 허락해주신 하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년여 시간 동안 묵묵히 책임을 다해주신 신원 가족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반 백 년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신원의 최근 5년은 뼈 아프게도 ‘잃어버린 5년’이었습니다. 이것은 모두 저의 불찰이었고 부덕의 소치였습니다. 저의 그릇된 판단과 결정으로 모든 신원 가족 여러분들에게 고통을 주었고, 어려운 터널을 지나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고난의 시간 속에서 하나님께서 여러 가지 비젼으로 무장케 해주셨고, 그 비젼 들이 단순한 꿈으로 그치지 않도록 여러분과 나누고 공유해서 하나씩 실행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잃어버린 5년을 반드시 찾도록 하겠습니다. 서두르진 않겠지만 절대 머뭇거리거나 주저하진 않겠습니다. 저부터 환골탈태 하겠습니다.

몸 안에 흐르는 피를 모두 바꾼다는 마음으로 뼈아픈 고통을 수반한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어제의 장점이 오늘의 단점이 될 수 있는 급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번에 우리가 바뀌지 않는다면 자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임직원 모두가 각자의 업무에 임해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신원을 경쟁력 있게 키우는 힘은 신원에 속해 있는 우리 신원 가족들의 힘일 것입니다.  

우리들의 힘이 한 방향으로 모아져야만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낙오자 없이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합니다. 같은 방향으로 응집된 힘들이 초인적인 역량을 발휘 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힘을 모아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저의 공백에도 소임을 다해주신 신원 가족 여러분들의 노고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저 또한 부채의식을 가지고 신원을 가장 경쟁력 있는 회사를 만드는데 모든걸 바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7월 2일     

㈜신원 박정빈 부회장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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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