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아교육 대부’ 여직원 성추행 추적

아이들 교재 만든다는 사람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유아교육 전문업체 회장이 성추행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일요시사> 취재 결과 확인됐다. 유아용 교구와 교재를 제작·판매하고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해당 업체는 여성 직원이 대다수인 ‘여초’ 기업이다. 이 기업서 근무했던 직원들은 “(회장의)사내 성추행 문제는 언젠가 터질 일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아가월드 몬테소리(이하 아가월드)는 유아용 교구·교재를 제작·판매하는 기업이다. 교육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유아를 대상으로 한 교구는 아이들이 하루 종일 가지고 노는 일이 많기 때문에 부모의 선택 기준이 까다롭다. 

한 아가월드 지사장은 “저희는 최고급 원목을 사용해 교구를 만들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지만, 엄마들 사이에선 ‘아가월드가 최고’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신뢰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 대상
교구 제작업체

1998년 4월, 창립자 이석호 회장은 아가월드를 설립했다. 아가월드 현 임직원, 퇴사한 직원 등 관계자들은 2015년까진 회사 사정이 나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후 내리막을 걷기 시작한 아가월드는 우주홀딩스로 사명을 바꾸고 재도약을 노렸지만 실적은 계속 악화됐다. 

아가월드 몬테소리, 까사데이 밤비니 등으로 사명도 연이어 바뀌었다.


‘이석호 회장이 투자를 잘못했다’ ‘다단계에 잘못 걸렸다’ 등 흉흉한 소문이 이어졌다. 소문은 지난해 정점에 달했다. 누군가 익명의 투서로 이 회장과 아가월드를 고발한 것이다. 

‘아가월드 이석호 회장의 법 위반과 성 범죄 고발!!’이라는 제목의 투서는 사건번호, 피고인 등 소송 내용이 담긴 대법원 전자소송 자료와 함께 우편으로 배송됐다.

A4용지 한 장 분량의 투서에는 ▲유아교육 업체 아가월드 이석호 회장의 성추행 판결 ▲고의 부도 사행 행위자 ▲양도세 100억 안 내려고 파산 신청 준비 ▲이석호 회장과 이세종의 부도덕함 ▲급여 체불과 퇴직금 안 주는 회사로 노동부에 유명한 회사 등 5가지 고발 내용이 담겼다.

익명의 투서를 보낸 이는 글 말미에 “이러한 부도덕한 기업주와 그의 2세가 교육 사업을 하면서 고객과 직원들을 속이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이 글을 보냅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저 또한 아가월드(우주홀딩스)의 부도로 50%를 받고 엄청한(난) 손해와 심적인 고통을 받아 병원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부디 진실을 널리 알려주세요”라고 덧붙였다.

투서는 입에서 입으로, 메신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카카오톡으로 투서를 받아봤다는 아가월드 전 직원은 “아가월드 본사, 경쟁사는 물론 고객 중에서도 이 투서를 받아본 사람이 있다고 들었다”며 “꽤 여러 군데 퍼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시 투서의 내용에 대해 숱한 말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회장의 성추행 혐의로 인한 판결은 진위 여부가 관심의 대상이 됐다.

회장 성추행 관련 투서 돌아
성추행·폭행 혐의 집행유예


투서에는 “이 회장이 성추행 혐의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 성치료 교육 40시간’을 선고 받았고, 이외에도 많은 여직원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져 가정을 파탄시킨 파렴치한”이라고 적혀있다. 

이 회장이 성추행 혐의로 실형 판결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이는 <일요시사> 취재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이 회장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 폭행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 수강을 선고 받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회장)이 별다른 죄의식이나 책임감 없이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피해자(A씨)가 허위 고소를 한 것으로 몰아붙임으로써 2차 피해를 야기했다”면서도 “추행의 정도가 아주 심하지는 않고 30년 전 도로운송차량법위반으로 인한 가벼운 1회의 벌금형 외에는 아무런 전과가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1심 재판부가 선고한 판결에 대해 이 회장 측은 항소하고 상고했지만 모두 기각되면서 형이 확정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회장은 여직원 A씨를 세 차례에 걸쳐 추행했다. 추행 과정서 A씨를 때려 폭행 혐의도 받았다. 첫 추행은 워크숍 일정 중에 일어났다. 

한 아가월드 지사장은 “예전에는 임직원 모두 매년 국내와 해외로 한 번씩 워크숍을 다녀오곤 했다”고 설명했다.

2015년부터
경영 악화

2013년 11월 아가월드 임직원들은 경북 청송군의 한 산으로 워크숍을 떠났다. 사건은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일어났다. 이날 이 회장은 버스 안에서 갑자기 의자에 앉아있는 피해자 A씨의 무릎에 앉아 신체접촉을 했다. 

A씨가 손을 내저으면서 거부의사를 밝히자 마이크로 수차례 머리를 때리기도 했다.

이듬해인 2014년 1월에도 A씨는 이 회장에게 추행당했다. 이 회장은 회의를 위해 기다리고 있던 A씨에게 갑자기 다가가 볼에 기습적으로 뽀뽀했다. 그 다음 달에도 추행은 이어졌다. 그는 식사를 하러 가기 위해 기다리던 A씨에게 다가가 악수하면서 A씨의 몸을 잡아당겨 다른 손으로 등 부분을 더듬었다.

A씨는 회사를 퇴사한 이후 이 회장을 고소했다. 법정서 이 회장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 외에도 당시 함께 버스에 타고 있던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들어 이 회장을 유죄로 판단했다. 


이 회장 측은 “A씨를 아끼고 돌봐준 ○○○ 사장을 이 회장이 쫓아낸 것과 연봉제를 수당제로 변경하는 등 임금 체계 개편 문제로, A씨가 이 회장을 허위 고소하고 모함했다”고 주장했다.

세 번의 추행
법원 전부 인정

그러나 재판부는 증인들의 일관된 진술을 바탕으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증인들은 이 회장이 A씨에게 한 3건의 추행에 대해 비교적 일관되게 진술했다. 증인들 가운데는 A씨와 회사에서 함께 몇 달 근무하면서 알게 됐을 뿐 별다른 인연이 없는 사람도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도 아닌데 굳이 위증의 위험을 무릅쓰고 A씨를 위해 진술할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는 취지다.

반면 이 회장에 유리한 진술을 한 증인들은 당시 회사의 현직 임직원들이었다. 워크숍 당일 버스를 운전한 기사에게 사실확인서를 받은 사람 역시 이 회장과 8년 이상 함께 근무한 사람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이들이 이 회장의 영향력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봤다.


2심 재판부 역시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 이 회장이 A씨를 추행하고 폭행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아가월드 전 직원은 A씨가 전화로 워크숍 당일의 일을 묻자 ‘(이 회장이) 왔다 갔다 하면서, 술 먹고, 무릎에 앉았다가, 머리도 때리고, 거의 와서 앉는 게 아니라 드러눕다가, 사람을 막, 그냥 그랬었지 뭐’ ‘심하다 싶을 정도로, 어떻게 저럴까…. 무릎에 그냥 앉는 게 아니라 막 뭉개다시피 사람을…머리도 때리고 막…’ 이라고 말했다.

또 2014년 1월 A씨가 회의 전 추행을 당한 사실에 대해 한 증인은 “회장님이 A씨의 볼에 뽀뽀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 A씨가 단순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데 그 분(A씨) 입장에서는 굉장히 기분 나쁠 수도 있는 그런 분위기였다”고 증언했다. 

갑자기 무릎에 앉고
볼에 기습적으로 뽀뽀
손으로 등 부분 더듬어

한 달 뒤 있던 추행에 대해서도 또 다른 증인은 “회장님이 A씨와 오른손으로 악수하면서 A씨의 몸을 끌어당기고 왼손으로 등을 쓱 쓰다듬듯이 내렸는데 그 장면이 약간 충격이어서 기억이 난다”는 취지로 전했다. 

이후 대법원은 이 회장 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 회장의 성추행 혐의 실형 판결에 대해 취재하는 과정서 아가월드 본사나 지사에서 근무했던 전 직원들은 “그런 부분(사내 성추행)만 빼면 회장님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다” “그래도 아가월드를 위해 오랫동안 노력했다” “말년에 이런 일로 회자되는 이 회장이 안타깝다” 등의 반응을 보이면서도 “언젠가는 이런 일이 불거질 줄 알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회장이 왜 미투(Me Too)에 걸리지 않는지 의아했다’ ‘한 달에 한 번 회식 때마다 러브샷을 하곤 했는데 몸을 바짝 밀착해야 했다’ ‘꼭 회장실서 단 둘이 커피를 마시자고 했다’ ‘집을 사줄 테니 내 애인하면 안 되냐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남편하고 자식이 알게 될까봐 내색도 못했다’ 등의 말이 쏟아졌다.
 

아가월드 관계자는 “이 회장은 현재 경영서 손을 뗀 상태”라며 “작년까지만 해도 회사가 심하게 부침을 겪다가 최근 들어서야 조금씩 매출이 오르기 시작했다. 다시 잘해보려고 하는데…”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아가월드 관계자는 “(이 회장의 성추행 사건은) 이미 지난 일이고 벌도 다 받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
경험담 쏟아져

하지만 일각에선 이 회장이 여전히 아가월드 경영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 근거로 지난달 말 아가월드 지사 오픈식에 참석한 사실을 들었다. 이 회장은 해당 지사 오픈식서 관계자들과 함께 케이크를 자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에 아가월드 측은 “친분으로 참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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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