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비디오 아티스트’ 육근병

생존은 역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제2의 백남준’으로 불렸던 작가 육근병이 새로운 전시와 함께 돌아왔다. 육근병은 1990년대 초 비디오 설치를 통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1998년 ‘생존을 위한 꿈’ 전시 이후 활동이 뜸해졌다가 지난달 15일부터 ‘생존은 역사다’ 개인전을 선보이고 있다.
 

육근병은 한국 작가로는 백남준에 이어 두 번째로 독일 카셀도큐멘타에 참가했다. 1992년 카셀의 프리데리치아눔 미술관 앞 광장서 소개한 ‘풍경의 소리+터를 위한 누=랑데부’는 흙으로 덮은 무덤을 세우고, 그와 마주한 빌딩 입구에는 대형 원주를 설치한 후 각각 그 안에 움직이는 ‘눈(目)’의 영상을 결합한 작품이다. 당시 세계적으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눈을 소재로

서울 종로구의 아트선재센터는 육근병 작가의 개인전 ‘생존은 역사다’를 개최하고 있다. 육 작가는 1990년대 초반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설치 형식의 작업을 통해 1992년 카셀도큐멘타, 1995년 리옹 비엔날레 등에 초대받아 국제무대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그는 이후 30여년 동안 우주와 인간의 축소체인 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삶과 죽음, 역사에 대한 사유를 보여줬다.

육 작가는 지난달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굳이 구체적인 언어를 통하지 않더라도 눈만으로 대화가 가능하지 않은가. 말보다는 오히려 눈으로 대화가 가능하다”며 눈에 몰두하는 이유에 대해 밝혔다.


제2의 백남준으로 주목
활동 뜸하다 개인전으로

세상을 직시하는 눈을 통한 인간과 역사에 대한 성찰은 이번 전시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육 작가는 아트선재센터 2, 3층 전시장서 대표작인 ‘풍경의 소리+터를 위한 눈’과 신작 ‘십이지신상’을 선보인다.

전시장 2층에 설치된 12채널 비디오 설치작품 십이지신상은 근대사 변화의 중심에 서있던 모택동, 블라디미르 레닌, 체 게바라, 피카소, 스티브 잡스 등 인물 12명의 초상을 담고 있다. 
 

이 인물들의 푸티지를 배경으로 어린아이의 심장 박동 소리와 함께 깜빡이는 눈의 이미지가 서서히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한다.

관람객들은 원형으로 배치된 12개의 스크린을 통해 재생되는 근대사의 시간 안에서 역사 속에 놓인 ‘나’의 위치를 새롭게 성찰할 수 있다. 육 작가의 대표작 풍경의 소리+터를 위한 눈은 3층서 감상할 수 있다.

매개체 역할 눈(目)에 주목
12명의 근대사 인물 선보여

흙으로 덮인 무덤 속에서 깜박이며 관람객을 응시하는 눈의 이미지가 비디오로 결합된 작품이다. 삶과 죽음이 영속되는 세계를 드러낸다. 무덤의 재료인 흙은 인간 신체의 회귀이자 재생이라는 지점과 연결된다.


이와 함께 카셀도큐멘타의 설치를 기록한 드로잉, 1995년 리옹 비엔날레에 설치됐던 생존은 역사다의 설치 드로잉,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새로 제작한 드로잉 그리고 눈의 이미지가 담긴 육면체의 상자를 배열한 설치작품 ‘생존은 역사다-시간 속의 시간’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육면체의 상자 속에 담긴 일련의 이미지는 근현대의 전쟁과 재난을 비롯한 세계의 사건들 그리고 그 사건을 만들어내고 또 지켜보는 눈을 의미한다. 육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삶과 죽음, 그리고 시간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인간의 존재와 역사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에 한 발자국 더 다가섰다.

성찰의 의미

그는 “바람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보인다고 하듯이, 예술 또한 보이는 것이 있지만 사실은 느끼는 것이라 할 수 있다”며 “느끼는 세계가 따로 있는 법이고 그 안에서 중요한 것은 시선”이라고 강조했다. 전시는 다음달 5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육근병은?]

▲개인전

‘조용한 시선’ 비주얼 설치, 한국문화원 베를린, 독일(2016)
‘비디오 크라시’ 오디오 비주얼 설치, 일민미술관, 서울(2012)
사진&비디오 인스탈레이션, 겐지다키 갤러리, 도쿄. 일본(2005)
페인팅&드로잉, 갤러리 큐, 도쿄, 일본(2003)
오디오비쥬얼&드로잉 커틈 갤러리, 크노크, 벨기에(2000)
‘생존을 위한 꿈’ 오디오비쥬얼 설치작업, 국제화랑, 서울(1998)
비디오 설치&드로잉, 아트 프론트 갤러리, 도쿄, 일본(1996)
‘아시아로부터의 순환세계’ 비디오 설치, 기린 프라자, 오사카, 일본(1994)
비디오 설치작업, 빌라루피 갤러리, 함부르크, 독일(1993)

▲수상

문화대상 글로벌부분, 서울 문화투데이(2017)
문화예술상, 일맥문화재단(2017)
ZKM 수상 <International Award for Video Art>(1997)
조선일보사 선정 <올해의 젊은 작가>(1993)
미술 부분 최우수 작가상, 예술평론가협회(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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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교체? 김문수<br> “법적·정치적 책임 묻겠다”

대선후보 교체? 김문수
“법적·정치적 책임 묻겠다”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선후보 교체를 강행한 데 대해 10일, 김문수 후보가 “불법적이고 부당한 후보 교체에 대한 법적·정치적 조치에 즉시 착수하겠다”며 강력히 대응을 예고했다. 김 후보는 이날 여의도 선거캠프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야밤에 정치 쿠데타가 벌어졌다. 대한민국 헌정사는 물론이고 전 세계 역사에도 없는 반민주적 일이 벌어졌다”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국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아 정당하게 선출된 저 김문수의 대통령 후보 자격을 불법적으로 박탈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헌에 의하면 대통령후보는 전당대회 또는 그 수임 기구인 전국위원회서 선출하게 돼있는데 전국위원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아무런 권한이 없는 비상대책위원회는 후보 교체를 결정해 버렸다. 이는 명백한 당헌 위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는 제가 후보로 선출되기 전부터 줄곧 한덕수 예비후보를 정해 놓고 저를 압박했다”며 “어젯밤 우리당의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저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투쟁을 계속 할 것”이라며 “우리가 피와 땀으로 지켜 온 자유민주주의의를 반드시 지키겠다. 국민 여러분, 저 김문수와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김 전 후보 측은 이날 중으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대통령 후보자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후보가 시간 끌며 단일화를 무산시켰다”며 “당원들의 신의를 헌신짝같이 내팽개쳤다”고 주장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이재명 독재를 저지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로 단일화해서 기호 2번 국민의힘 후보로 세워야 한다는 게 당원들의 명령이었다”며 “우리 당 지도부는 기호 2번 후보 단일화를 이루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반박했다. “김 후보께 단일화 약속을 지켜주실 것을 지속적으로 간곡히 요청드렸고 저를 밟고서라도 단일화를 이뤄주십사 부탁했다”는 권 비대위원장은 “하지만 결국 합의에 의한 단일화는 실패하고 말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단일화는 누구 한 사람, 특정 정파를 위한 정치적 선택이 아니다. 누구를 위해 미리 정해져 있던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민의힘 비대위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뼈아픈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며 “비대위는 모아진 총의와 당헌·당규에 따라 김 후보 자격을 취소하고 새롭게 후보를 세우기로 결정했다”고 부연했다. 앞서 당 지도부는 이날 새벽 비대위와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를 열고 한 예비후보를 대선후보로 재선출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이날 오후 9시까지 진행되는 당원 투표를 거쳐 오는 11일 전국위원회 의결을 마치면 대선후보 교체가 이뤄질 예정이다. 일각에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이뤄졌던 이번 국민의힘 지도부의 대선후보 교체를 두고 절차적 정당성 등의 다양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치열한 경선 과정을 통해 최종 후보로 선출돼있는 공당의 후보를 두고, 당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무소속의 예비후보와 단일화를 시도하려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후보 접수도 이날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단 한 시간만 받았던 점, 한 후보가 32개에 달하는 서류를 꼭두새벽에 접수했다는 점 등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양수 선관위원장은 이날 당 홈페이지를 통해 “당헌 74조 2항 및 대통령 후보자 선출 규정 제29조 등에 따라 한 후보가 당 대선후보로 등록했다”고 공고했다. 앞서 이 선관위원장은 김 후보의 선출을 취소한다는 공지와 후보자 등록 신청을 공고했다. 김 전 후보와 한 후보는 후보 단일화 문제로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여왔다. 지난 1차 회동에 이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모처서 가졌던 2차 긴급 회동서도 단일화 방식 등 룰에 대해 논의를 시도했지만,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끝내 결렬됐다. 그러자 이날 권성동 원내대표는 “단일화 없이 승리는 없다”며 국회 원내대표실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권 원내대표는 “두 후보 간의 만남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며 “후보 등록이 11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오늘(7일)은 선거 과정서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가 불과 27일 남았다. 이제 남은 시간이 없다”며 “이재명 세력은 공직선거법상의 허위 사실 공표죄를 사실상 폐지하고 대법원장 탄핵까지 공언하면서 대한민국 헌정 질서의 마지막 숨통까지 끊어버리려고 한다. 반면 우리는 단일대오조차 꾸리지 못하고 있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