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 헌재 판결 ‘빛과 그림자’

네 번의 판단, 그리고 속사정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판단을 내렸다. 2004년 두 차례, 2011년에 이은 네 번째 결정이다. 이번에도 ‘처벌 합헌’이라는 기존 판단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이전에 비해 위헌 의견이 늘어났다. 대체복무에 대한 전향적인 판단도 눈에 띄었다. <일요시사>가 우리 사회의 오랜 논쟁거리인 양심적 병역거부 논란에 대해 알아봤다.
 

‘양심적 병역거부’ 논란이 또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결정을 앞두고서다. 헌재는 지난 2004년 8월과 10월, 2011년에 이어 네 번째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판단했다. 큰 틀에서는 이전 세 번의 판단과 달라진 게 없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변화가 감지된다.

판결은 같지만…

양심적 병역거부는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과 총을 잡는 행위를 거부하는 것을 말한다. 1776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헌법에 규정된 이래 점차 이를 인정하는 나라가 늘어났다. 여러 국가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해 민간대체 봉사활동이나 군내 비무장 복무를 법률 또는 사안별 조치를 통해 보장하고 있다.

헌재는 지난달 28일 병역법 88조 1항의 위헌 여부에 대해 판단해 달라며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법원이 낸 헌법소원, 위헌법률심판 사건에 대해 판단했다. 

이날 헌재는 병역거부에 대한 처벌에 대해 재판관 4(합헌) 대 4(위헌) 대 1(각하) 의견으로 합헌을 결정했다. 종교나 양심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사람을 처벌하는 현행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병역법 88조 1항은 현역 입영 또는 사회복무요원 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기일부터 3일이 지나도 불응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이 합헌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대체복무제를 병역의 종류로 규정하지 않은 같은 법 5조는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봤다. 6명의 재판관이 ‘헌법불합치’, 3명이 ‘각하’ 의견을 냈다.

2004년, 2011년 이어 네 번째
이전보다 처벌 위헌 의견 늘어

헌재가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국회의 입법을 촉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병역의 종류를 현역·예비역·보충역·병역준비역·전시근로역 등으로만 규정한 병역법 5조는 2019년 12월31일 전까지 개정될 가능성이 생겼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등 여야는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며 “병역법을 신속하게 개정해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이 입영거부의 정당한 사유인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헌재는 “처벌조항은 병역자원의 확보와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고자 하는 것으로 입법 목적이 정당하고, 형벌로 병역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않은 상황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한다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병역종류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과 그에 따른 입법부의 개선입법 및 법원의 후속조치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해석했다.

헌재가 해당 법을 2019년 12월31일까지 개정하라고 판시하면서 개선입법이 이뤄질 때까지 조항의 효력은 계속 유지된다. 기한까지 대체복무제가 반영되지 않으면 2020년 1월1일부터 효력이 상실된다.

대체복무제의 도입을 촉구한 판단 외에도 헌재의 이번 결정은 예전에 비해 ‘전향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병역거부자 처벌 조항이 합헌이라는 판단 자체는 그대로지만 이 조항이 위헌이라는 의견은 크게 늘었다. 

위헌 정족수인 6명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위헌과 합헌 의견 수가 동등하게 나왔다.

이진성·김이수·이선애·유남석 등 네 명의 재판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일부위헌 의견을 내놨다. 

네 재판관의 판단은 병역종류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을 바탕으로 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처벌 조항은 병역종류 조항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양자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만큼, 처벌 조항도 위헌 결정을 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봤다.

안창호 재판관은 병역거부 처벌 조항에 합헌 의견을 내면서도 보충 의견을 함께 제시했다. 

그는 “국가공동체가 처벌 이외의 법적 제재를 완화함으로써 기본권 제한을 경감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형 집행 종료 시기에 병역거부자를 사면하거나 각종 공직 임용과 취업 등의 불이익에 예외를 인정하는 방법 등을 예시로 들었다.

대체복무 도입 2019년 말까지
“환영 vs 악용” 가능성 갈려

헌재 결정 이후 시민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 판결은 뜨거운 감자였다. ‘양심적 병역거부 용어부터 바꿔주세요’라는 청원글에는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사람은 비양심적이라는 것이냐는 의문이 담겼다.

헌재는 이날 결정문을 통해 “일상생활서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말은 병역거부가 양심적, 즉 도덕적이고 정당하다는 것을 가리킴으로써, 그 반면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사람은 ‘비양심적’이거나 ‘비도덕적’인 사람으로 치부하게 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병역의무 이행은 ‘비양심적’이 된다거나 병역을 이행하는 병역의무자들과 병역의무 이행이 숭고한 의무라고 생각하는 대다수 국민들이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명시했다.

양심적 병역거부 권리를 주장해온 단체들과 병역거부를 이유로 처벌받았던 이들은 환영의 뜻을 보였다. 


참여연대 활동가이자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홍정훈씨는 이날 기자회견서 “오늘 결정은 헌재가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역시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대체복무제도가 없어 처벌받는 시대는 끝났다”며 헌재의 결정을 반겼다.

반면 바른군인권연구소,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 등 양심적 병역거부 반대 단체 등은 “(병역종류 조항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모든 국민은 병역의무를 진다’는 국민개병주의 원칙을 무너뜨린 것”이라고 반발하면서도 처벌에 대해서는 합헌 결정이 나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시민은 “병역을 거부했다고 해서 벌을 주는 것은 과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악용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라고 우려를 표했다.

기피 늘까?

실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헌재 결정이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대체복무제 악용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헌재 역시 대체복무제 도입을 주문하면서도 “국가가 관리하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전심사 절차와 엄격한 사후관리 절차를 갖추고 복무의 난이도나 기간서 형평성을 확보해 현역복무를 회피할 요인을 제거한다면 심사의 곤란성이나 양심을 빙자한 병역기피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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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