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타 병역특례 ‘빛과 그림자’

군대 안 가려고 태극마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올해는 스포츠팬들에게 최고의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이 연이어 열리기 때문이다. 국가대항전은 국내 리그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팬들을 즐겁게 한다. 그만큼 매번 여러 논란도 덩달아 빚어진다. 그중 하나가 ‘병역특례’ 문제다.
 

지난 2월 강원도 평창 일대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렸다. 4년마다 열리는 전 세계인의 축제서 한국은 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로 종합순위 7위에 올랐다. 지난 14일에는 2018 러시아 월드컵이 개막했다. 우리나라는 18일, 24일, 27일에 스웨덴·멕시코·독일과 조별리그를 치른다.

면제 수단?

8월은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예정돼있다. 아시아의 맹주인 한국은 여러 종목서 금메달을 노린다. 몇몇 종목은 아시안게임을 대비해 선수 구성에 들어갔다. 최근 선수단 구성 문제를 두고 특정 종목서 논란이 불거졌다. 4년마다 반복되는 일이다.

지난 11일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 회의실서 국가대표팀 코치진 회의를 열고 이번 아시안게임에 나갈 야구대표팀 최종 엔트리 24명을 확정했다. 눈길을 끈 대목은 오지환(LG·29) 과 박해민(삼성·29)의 발탁 여부였다. 두 선수는 발표 전부터 논란의 중심에 서있었다.

이유는 병역 문제 때문. 두 선수는 올해 29살로, 나이 제한 때문에 상무와 경찰 야구단 지원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들이 군대에 가지 않고 병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아시안게임 금메달뿐이다. 두 선수는 결과적으로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종 명단이 발표된 이후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들 포지션에 거론되는 다른 선수의 성적이 더 낫다는 평이 나왔고, 대표팀에 탈락한 선수들에 대한 안타까운 말이 이어졌다. 

일부 누리꾼은 “두 선수가 병역 혜택을 받기 위해 만 27세인 상무, 경찰야구단의 입대 자격을 놓칠 때까지 버텼다”며 “이들을 위해(?) 야구대표팀이 은메달을 땄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선수 구성 잡음
실력보다 미필자부터 뽑아?

우리나라는 체육요원 병역특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체육 분야의 특기를 가진 사람에게 현역 군 복무 대신 공익근무요원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병역특례 대상자는 군대에 가는 대신 4주간 기초 군사훈련을 받고 해당 분야서 2년10개월의 의무종사 기간만 채우면 된다. 
 

시간이 곧 돈이고 젊음이 곧 자산인 스포츠 선수들에게 이보다 더한 ‘당근’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행 병역법서 규정한 체육 분야 병역특례 대상자는 ▲올림픽서 3위 이상 ▲아시아경기대회서 1위로 입상한 사람이다. 단, 단체종목선수는 한 경기라도 출전해 메달 획득에 기여해야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올림픽서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야만 병역특례 자격을 받을 수 있다.


당초 체육 분야 병역특례는 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유니버시아드대회, 아시아청소년대회, 아시아선수권대회를 대상으로 했다. 그러다 1990년부터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으로 축소됐다. 야구는 올림픽보다 아시안게임서 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아 선수 구성 때마다 잡음이 나온다.

아시안게임서 야구는 일본과 대만만 넘으면 우승이 가능한 수준이다. 그나마 일본도 아마추어 선발팀을 내보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대만만 잡으면 우승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때문인지 언제부턴가 아시안게임이 병역특례의 수단으로 비쳐지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서 활약 중인 추신수 선수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내면서 군대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그 이후 추신수가 국가대표로 경기에 나서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그는 여러 차례 국가대표 기피 논란이 휩싸였다.

축구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3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특정 축구선수의 병역 문제에 대한 청원글이 다수 올라왔다. “내가 대신 군대에 가겠다”는 의견부터 “해외서 국위선양을 하고 있으니 병역을 면제해 달라”는 말이 나왔다.

해당 선수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서 활약 중인 손흥민. 손흥민은 그 어떤 선수보다 병역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소속팀서 골을 자주 넣는 등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병역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저평가 받고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해외서도 그의 몸값에 대해 ‘군대 리스크’가 적용됐다는 분석이다. 병역 문제가 해결된다면 몸값은 천정부지로 뛸 가능성이 높다.
 

손흥민도 이번 아시안게임이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1992년 7월에 태어난 손흥민은 병역법상으로 내년 7월 이후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2014년 아시안게임은 소속팀의 차출 거부로 출전하지 못했고, 2016년 올림픽에서는 8강 탈락하면서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올림픽·아시안게임만 특례 자격
병역 기피…국가대표 기피 논란

손흥민의 병역특례를 두고 국위선양과 형평성 논란이 맞부딪친다. 해외서 크게 활약하고 있는 만큼 병역 면제는 아니더라도 병역 연기 등의 방식으로 편의를 봐줘야 한다는 입장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손흥민만 특혜를 받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으로 갈린다. 축구서 이 같은 논란은 손흥민이 처음은 아니다.

FC서울 소속 박주영은 2012년 런던올림픽서 홍명보 감독의 부름에 받아 와일드카드로 출전했다. 앞서 그는 모나코서 장기체류증을 받아 병역 기피 의혹을 받고 있었다.

2008년 모나코서 10년 이상 장기체류자격을 얻은 박주영은 10년간 군 입대 연기를 허가받았다. 35세 이전에 귀국하면 현역 입대, 36∼37세 사이는 공익근무요원, 38세 이상이면 병역 면제가 가능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박주영의 병역 논란에 불이 붙었다. 박주영은 기자회견을 통해 반드시 현역으로 입대하겠다는 뜻을 전했지만 ‘꼼수’ 논란 등 축구팬들은 물론 대중 사이서도 비난이 빗발쳤다. 


2012년 런던올림픽서 동메달을 따내면서 논란은 가라앉았지만 병역 문제가 선수와 국민에게 얼마나 민감한지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번 동계올림픽만 해도 남자 쇼트트랙 계주서 한국이 4위로 메달 획득에 실패하자 선수들 군대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특히 선수 가운데 김도겸 선수가 병역 특혜 자격을 충족시키기 못한 사실이 드러나자 안타까움을 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단체 종목은 한 경기라도 뛰어야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이전 경기서 뛰지 않은 선수를 종료 4분을 남기고 투입한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동메달이 거의 확정되자 온 국민이 해당 선수의 출전을 기다리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만큼 남자 선수들의 군 입대 문제는 민감하다.

폐지? 다양화?

병역 특례 문제는 스포츠계서 자주 등장하는 해묵은 논란이다. 일각에선 병역 특례 자체를 없애자는 목소리도 들린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외 다른 국제대회의 국가대표 차출을 꺼리는 선수들이 보이면 그런 목소리는 더욱 커진다.


한편에서는 병역 특례 방법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처럼 징병제를 택하고 있는 터키는 운동선수의 경우 38세까지 군 입대를 연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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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